오소마츠상 2차 창작 백업

[오소쵸로]당신이 있었기에

2019. 3. 31. 작성 | 공백 미포함 5,329자 | 경찰 오소마츠 X 매니저 쵸로마츠

"하아..."

쵸로마츠는 걷다가 말고 안경을 벗고선 제 눈가를 꾹꾹 눌렀다. 일할 때는 몰랐는데 온몸이 뻐근했다. 움직일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나는 목을 주무르며 쵸로마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돌, 하시모토 냐의 첫번째 TV 고정 프로그램 촬영이 끝났다. 항상 게스트로만 참가하다가 고정 출연진이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냐쨩에게는 큰 찬스였다. 자신의 인상을 좀 더 널리 알리고, 이미지를 확고히 굳힐 기회. 말이 고정 출연진이지 사실 반응이 안 좋으면 바로 하차이기에 냐쨩도, 매니저인 쵸로마츠도 각오를 다지고 들어갔다. 몇 번 와봤지만 유독 크고 낯설게 느껴지던 촬영장. 쵸로마츠는 그곳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스태프에게 인사하고 냐쨩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아무 문제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냐쨩의 첫 촬영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냐쨩이 떠올라 쵸로마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그라졌다. 쵸로마츠는 크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볐다.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감격도 현장에서 벗어나니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아래에 묵직하게 깔려있던 피로감만이 남았다. 스태프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쁘고, 피로가 쌓였던 건지 첫 고정 프로라 긴장한 탓인지 촬영이 끝나자마자 힘이 풀린 냐쨩을 데려다주느라 저녁을 거른 상태였다. 쵸로마츠는 안경을 도로 쓰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3분.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다. 먹은 게 없으니 배는 고팠지만 그다지 뭘 먹고 싶지는 않았다. 집에 먹을 게 있던가. 졸려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릿 속을 되짚어봐도, 밥통 속에서 말라비틀어진 밥만 떠오를 뿐이었다. 편의점 도시락? 아님 배달? 다른 선택지들이 떠올랐지만 식욕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사실 밥이고 뭐고 빨리 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내일은 모처럼의 휴일이니 푹 잘 수 있겠지. 빨리 집에나 가자.

"어라, 쵸로마츠씨?"

익숙한 목소리에 서두르려던 발길이 멈추었다. 쵸로마츠 바로 위에 가로등 불빛이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무릎이 늘어난 붉은 츄리닝 바지에 하얀 반팔티를 입은 남자가 편의점 봉투를 흔들거리며 쵸로마츠 앞에 섰다. 빛 속에서 쵸로마츠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오소마츠, 씨?"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복장에 쵸로마츠는 자기도 모르게 의문형으로 그를 부르고 말았다. 순경 오소마츠, 쵸로마츠네 근처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어 여러번 마주치고, 도움받은 적도 있다. 항상 반듯한 경찰복 차림이었는데 이렇게 편한 옷차림을 보니 영 딴 사람 같고 신선하기도 했다. 오소마츠를 좋아하고 따르는 아이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무슨 반응을 할까. 신기한듯 위아래로 살펴보는 쵸로마츠의 시선에 오소마츠 본인도 조금 부끄러운지 코 밑을 문질렀다.

"이제 집에 가?"

"네, 뭐..."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괜찮아? 또 집까지 데려가줄까?"

그 말에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 뒷통수를 매만졌다. 쵸로마츠가 매니저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 날도 지금처럼 밤이었고 쵸로마츠는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신입이라 모르는 것은 많고 모든 일에 긴장해서 몸에 힘은 잔뜩 들어가고. 알게 모르게 온 몸에 피로가 쌓여가던 그런 어느 날이었다. 자꾸만 감기던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낯선 천장이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 여긴 어디?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한 3초간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납치? 아니면 병원? 천천히 몸을 일으켜봤지만 묶여있는 곳은 없었고, 링거 같은 것도 없었다. 상황을 몰라 어리둥절해있는 쵸로마츠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오, 정신이 들어요?」

새하얀 침대도 아닌 조금 낡은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 쵸로마츠는 납치범도, 의사나 간호사도 아닌 순경 오소마츠와 처음 만났다. 가로등에 기대어 자고 있던 걸 발견했다고 설명한 순경은 쵸로마츠가 취한 것도, 몸이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 걸 확인하고는 옅게 웃었다. 일도 좋지만 무리하지 말라며 건넨 믹스 커피의 달달함을 쵸로마츠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로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제법 마음이 쓰였는지 순찰하다가 만나면 인사를 건네고, 피곤해보이면 집까지 데려다주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때처럼 길에서 잠드면 큰일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오소마츠의 배려에 쵸로마츠도 마음을 열었고, 자주 만나진 못해도 거리가 꽤 가까워졌다. 오늘도 꽤나 피곤한 상태이긴 했지만, 금방이라도 잘 것 같았지만 딱 봐도 쉬는 날인 게 보이는 오소마츠의 시간을 함부로 뺏을 수는 없었다. 쵸로마츠는 괜찮다는듯 살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리고 오소마츠씨 지금 근무 중도 아니시고..."

"뭐, 그렇기야 한데. 쵸로마츠씨를 그냥 못 본 채 할 수도 없어서 말이야. 지금 자기 얼굴 어떤지 알고 있어?"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 가까이 다가와 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살살 다크서클을 쓸어주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쵸로마츠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졸음따위 멀리 날아간지 오래였다. 쵸로마츠는 다급히 뒤로 한 발자국 떨어지고 팔로 얼굴을 가렸다. 내 얼굴 보였을까. 내 마음 들키진 않았을까. 어둠 속이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환하게 얼굴을 비추는 가로등이 원망스러웠다.

"저, 저는 진짜 괜찮으니까...!"

꼬르륵. 눈치 없이 울린 배꼽시계까지. 쵸로마츠는 이젠 목까지 빨개졌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눈을 질끈 감는 쵸로마츠를 보고 오소마츠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보란듯이 흔들었다.

"괜찮으면 우리집에서 뭐라도 먹고 갈래? 이 근처거든. 쵸로마츠씨 집은 여기서 더 걸어가야 하잖아?"

덤으로 같이 한 잔 해주면 고맙고?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가벼운 말투. 쵸로마츠가 살짝 팔을 내리자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말아올려 씩 웃었다. 쵸로마츠가 괜찮다고 말하는 것보다 오소마츠가 그의 손을 잡아끄는 게 먼저였다. 전보다 더 마르지 않았어? 오소마츠가 건네는 말에 쵸로마츠는 부정도 못하고 그저 그 뒤를 따랐다.


"여기야. 들어와."

"시, 실례합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적당한 곳에 편히 앉아. 방이 좀 더러워서 미안!"

좀? 쵸로마츠는 튀어나가려는 말을 삼키며 방을 둘러보았다.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쓰레기통, 바닥을 굴러다니는 페트병 몇개, 그리고 급하게 숨긴 티가 나는 침대 아래까지. 어쩐지 쾌쾌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하긴 이 사람 바쁘니까 하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최근 너무 바빠 방정리를 못한 쵸로마츠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신경써주고 데려와준 사람에게 뭐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탁상테이블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방 안을 둘러보는 사이, 오소마츠는 양손 가득히 뭔가를 들고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이나 간단한 안주거리, 전자레인지에 데워온 즉석 식품, 맥주캔까지. 작은 탁상테이블 위가 가득 찼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말 그대로 정말 차린 건 없었다. 쵸로마츠는 자신도 자신이지만 오소마츠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순경인데 이런 것만 먹어도 되는건가. 그래도 이런 와중에도 자신을 신경써준 마음이 고마웠다. 쵸로마츠는 눈치를 보다가 작게 잘 먹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리곤 만두 하나를 입 안에 넣었다. 오소마츠는 그걸 보고나서야 안심한듯 뒤늦게 맥주캔을 땄다. 청량하고 톡 쏘는 소리가 캔 사이로 새어나왔다.

"아, 맞다. 아까는 한 잔 해달라느니 말했지만 피곤하면 안 마셔도 괜찮아. 나는 오랜만이라 좀 마실게. 이해해줘~"

"아, 괜찮아요. 어차피 내일 휴일이고, 저도 술 좋아합니다."

"헤에, 그래? 약할 줄 알았는데."

"약하진 않거든요!"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가버렸다. 어딜 가나 술 못할 것 같다는 소리 듣고, 술 약하면 일하기 힘들다는 충고 아닌 충고도 듣고... 실제로 술에 약하기도 해서 더 억울했다. 그렇지만 여기서까지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었는데... 뒤늦게 후회해도 이미 엎지른 물을 주울 수 있을리 없었다. 그 증거로 오소마츠가 쵸로마츠 앞에 맥주캔 하나를 내려놓았다. 맥주캔과 오소마츠를 번갈아 보니 오소마츠가 가볍게 맥주캔을 두드렸다.

"아까도 말했지만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아."

오소마츠는 배려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쵸로마츠에게는 그게 놀리는 것처럼 들렸다. 정말 괜찮거든요? 쵸로마츠는 오기를 부리며 시원하게 맥주캔을 땄다.


"다 내 책임이야! 미안해, 냐쨩!"

"쵸로마츠씨, 진정하고..."

"냐쨩이 그렇게 무리하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니, 어쩌면 제가 너무 긴장해서 냐쨩도 지나치게 긴장한 게 아닐까요? 가수를 챙겨야하는 매니저가 가수를 신경쓰게 만들다니이... 전 매니저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요?!"

오소마츠는 쓴 웃음을 지으며 테이블에 엎드려 엉엉 우는 쵸로마츠는 바라보았다. 워낙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라 술에 약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취하는 게 빨랐다. 상태도 안 좋아보이는 게 오늘은 안 받는 날이었나. 탄산이 빠져 씁쓸한 맥주 한 모금을 털어넣으며 오소마츠는 입맛을 다셨다. 누구든 술을 마신다면 친해진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술을 마시게 유도를 한 건 자신이었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안그래도 피곤한 사람을 더 힘들게 했단 생각에 양심이 콕콕 찔렸다. 그렇지만 동시에 술 취한 쵸로마츠의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몇번 마주치며 안면도 트고 제법 대화도 나누는 사이가 되긴 했지만 마츠노 쵸로마츠라는 사람은 어느정도 벽을 세워두는 사람이었다. 예의, 자존심, 자신의 이미지. 그 벽이 알코올 한 번으로 무너져 내려 자신에게 속내를 털어내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뻤다. 애초에 친해졌다고는 해도 그 쵸로마츠가 정말 집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었고. 그래도 나 어느정도 신뢰 받고 있는 걸까나. 오소마츠는 다 마신 맥주캔을 구겨놓고 쵸로마츠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렇지 않다구. 쵸로마츠씨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안다구?"

"저, 정말요...?"

"응, 정말로! 그야 자기 자신 챙기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챙겨주고 서포트 해주다니 대단하잖아? 얼마 전에 쵸로마츠씨가 담당하는 아이돌, 음... 레이카였나?"

"냐쨩이거든요?"

"아, 미안. 아무튼 그 애 TV에서 잠깐 봤는데 되게 열심히 하는 것 같던걸? 쵸로마츠씨가 아니라면 그렇게 못 하지 않았을까?"

"그럴까요...?"

"그럴거라니까! 분명 그 애도 쵸로마츠씨 보고 열심히 하자! 하고 노력한 걸 거야."

적어도 나는 그랬으니까. 오소마츠는 뒷말을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쪽 일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언뜻 지나가면서 보는 게 전부인 오소마츠의 눈에도 쵸로마츠는 열정이 넘쳤다. 출근을 할 때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쵸로마츠는 자신의 아이돌에게 신경쓰고, 혹시 무슨 스케쥴이 들어올 새라 항상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다녔다. 그리 눈에 띄진 않는, 평범한 인상의 남자였지만 자주 동네에서 보다보니 오소마츠는 그를 주시하게 되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저러다 쓰러지겠다고 생각하며. 그러다 그게 현실이 되었을 때에도 쵸로마츠는 아이돌이 우선이었다. 처음 눈을 뜨고 자신을 보자마자 했던 말이 "지금 몇시죠? 오늘 스케쥴 있는데!"였으니까. 직업때문인지 뭐때문인지는 몰라도 오소마츠는 그가 신경이 쓰였다. 무리하는 건 아닐까, 혹시 또 쓰러지진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주시하고 다가가다 보니 점차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낯을 조금 가리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 알고 보면 생각보다 말이 많다는 것,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가 귀엽다는 것. 오소마츠는 그가 다른 의미로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분명 걱정이었던 감정은 어느새인가 색이 바뀌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 싶어 순찰 시간과 코스를 바꾸고, 괜히 순찰을 한 바퀴 더 돌고 돌아가기도 했다. 오늘도 열심히인 쵸로마츠와 만나기 위해. 하루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짧고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소마츠는 부드럽게 웃으며 팔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쵸로마츠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쵸로마츠에게는 미안하지만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그러니까 쵸로마츠씨, 아이돌도 좋지만 자기자신도 챙기고..."

"오소마츠씨야말로."

"응?"

"오소마츠씨야말로 대단하잖아요."

쵸로마츠 입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에 오소마츠는 눈을 깜박였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술이 마셔서인지 혀가 꼬이긴 해도 평소보다 말이 술술 나왔다.

"저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챙겨주고 계시잖아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그러면서도 할 때는 하시고... 아이들도 오소마츠씨를 좋아하고 따르잖아요. 저라도 알 정도인걸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도 항상 신세를 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쵸로마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랬다. 항상 힘이 들 때면 오소마츠는 어디서 알고 온 것처럼 나타났다. 처음 만났을 때도, 지금도. 혼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겐 걱정 끼칠 수 없고, 친구들하고는 만날 시간이 없어 낯선 사람들 틈에서 점차 말라가던 쵸로마츠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소마츠덕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그 믹스커피처럼 따스하고 달달한 그가 힘이 되어주었으니까. 오늘만 해도 지치고 부끄러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는데도 오소마츠를 따라온 것은 그의 손이 너무나 따뜻해서 그랬다는 걸 그는 알까. 따뜻함 속에서 스르르 몰려오는 수마에 의식을 맡기면서도 쵸로마츠는 꼭 하고 싶었던, 그러나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말 한 마디를 웅얼거렸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오소마츠씨."

새근새근 잠에 빠진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었다. 그런 말 하고 그냥 잠들어버리기 있어? 그보다 여기 우리집인데? 그렇게 무방비하게 자도 괜찮아? 복잡한 심정으로 쵸로마츠의 볼을 꾹 눌러도 쵸로마츠는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피곤해서 잠든 사람이라고 계속 중얼거리며 제 침대에 쵸로마츠를 옮긴 오소마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렇게 또 같이 있을 수 있는 날 언제 오려나..."

내가 이 사람한테 고백하는 날은 또 언제 오려나.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오소마츠는 맥주캔을 하나 더 땄다. 오늘따라 맥주가 유독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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