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콜로세움에서 키스하는 리드아이 (짧음)

by 린
10
0
0

자신이 만든 구원으로 인해 마왕이 된 그녀는 아름다웠다. 다른 회차인 그가 애원하듯 불러도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그녀는 자신의 음성만 들을 수 있었다. 아일렛의 턱을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테실리드의 외침은 더욱 커졌다. 아무리 질러도 그녀에게 닿지 않을 것이다. 초점없는 자신을 닮은 붉은 눈동자가 유독 마음에 들었다. 눈가에 먼저 입을 맞췄다.

“리드! 제발, 그만해…아이, 나를 봐..”

“그렇게 불러도 소용없다 했는데. 아일렛, 모두가 나를 미워해. 마음이 아프군. 이런 나를 위로해줘.”

“…….”

“그래, 입술로 달래줘.”

마왕화된 그녀에게는, 리드의 말이 곧 법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비틀어 그의 입술을 훔쳐낸다. 그를 적대하며 외치고 원망하던 입술이 이젠 그를 받아들인다. 따뜻한 숨결이 섞인다. 검은 머리색, 붉은 눈, 타액에 젖은 입술 전부…이제 나의 것이라 생각하니 심장이 덜컥 뛰었다. 흥분의 조짐이었다. 아랫입술을 이로 당기고 그 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점점 높아가던 그녀의 위세가. 날개가 꺾여 추락했다. 다친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건…오직 자신 뿐이다. 리드는 안락한 나락에 심취했다. 숨이 가쁠 정도로 입을 맞췄다. 입술을 떼자 여전히 초점없는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담고 있는 걸 확인 한 그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아일렛 로델라인. 지금. 너무 황홀해…내 나락에 와줘서 기뻐.”

그의 기쁨은 테실리드를 더욱 절망에 빠져들게 했다. 아일렛 로델라인이 자신이 아닌 사람과 입을 맟춘 것이 큰 충격이었나 보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술을 손으로 매만지며 그가 말했다.

“테실리드. 이젠, 아일렛 로델라인은 내 거야.”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