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배저

#2 (23.10.31 재업)

메모장에 적어둔 썰 백업. ~10/31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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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화 스포 진짜 많습니다.

장편 썰 1) if. 326~ 오소리 잡기 에피소드에 개연성 없이 아미가 있었다면?

장편 썰 2) 할로윈


굉장히 릭아미 파긴 한데 대놓고 이거 릭아미 연성!!이 아닌 거에 릭아미 요소 넣는 건 꺼리는 편.... 은연중에 넣는 건 모를까

썰1번에서도 릭이랑 아미랑 칼이 힐데 저거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해서 셋이 다 같이 가면 힐데가 눈치챌까 봐 둘만 갔다는 설정이었는데 예현이 농담 식으로 아미 침울해진 거 풀어주려고 릭 경계하는 게 (물론 릭아미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았나 해서 뺄까 말까 고민 중..

+)결국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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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에 릭아미 치면 나오는 거 나밖에 없는데 포타에서 릭아미 재밌게 봤다는 얘길 봤다... ....난가? 아니겠지? 릭아미러 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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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들 가지고 연표...?를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1차 전쟁은 54년 전부터 49년 전까지.

1기 배저들은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강화 신체 소유자들.

최연소 아미는 이 기간 동안 17→22세.

20세에 강화 신체 얻음.

전쟁 끝나고 2년 뒤에 깨어나서 1년 뒤에 움직일 수 있게 됐으니 정상적으로 움직인 건 25살부터.

2차 전쟁은 연도 불명.

2기 배저들은 이 전쟁에서의 전쟁 영웅들.

1살 차이 나는 스카랑 릭이 같은 2기인데 신체 나이가 20대 중반/후반인 걸로 보아 둘의 신체 나이는 26세/27세.

3기 배저인 칼이 코어에서 태어났다는 걸로 보아 3기 모집은 1, 2기랑 많이 차이 남. 3기 뽑은 건 최대 30년 전(칼이 49년 전에 태어났다는 전제 하에 칼이 20살 된 해)

그리고 1n기인 바비가 17년 차라는 것까지 보면 음.

힐데네가 62기니까 사실상 모집이 규칙화된 이후로 60기.

30년만에 60기라는 건 보통 1년에 2회 모집했다는 거겠지. 카이로스 기수 보면 1년에 뽑는 횟수는 비정기적인 거 같고...

힐데와 슈가 만난 게 슈 정식 배저 된 이후인지는 불명확하니까(윤이 알려줬을리가..? 슈도 굳이 부르는 스타일 아님... 아미도 타인 정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편 아니고..) 대충 이런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바비 17년 차니까 30-17은 13. 13×2는 26.... ...?

.....모르겠다! 17년 차란 거 바꼈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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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오시에 릭아미러인 사람은... 327 보면서도 릭아미만 생각하고 있었는데(헛웃음

와 릭 형님 구했다!! (...) 326에서도 '릭아미 알면 윤 저딴거 존중 안 하고 명령했겠지..'(..) 이런 거만... 이거 아닌 건 '힐데야 정신 차려 너 죽이면 울 거잖아 우리 모두 울잖아 제발 정신 차려'... 아니면 아미가 저곳에 있었다면? 이런 거...

-

최아미는 큰 눈을 깜박였다.

힐데는 폭주했고, 기억 잃었고… 어라, 되게 위험한 상황이잖아!

이 자리에서 윤을 제외한 그 어떤 인간보다도 나이가 많은 고참 배저가 살벌하게 웃는 제 오빠를 잠시 보다가 생각을 이었다.

“…대화 안 통하려낭?”

“최아미 너 뭐랬냐?”

“아미~..?”

즉각적으로 들려오는 예민한 두 사람의 목소리를 가뿐히 무시한 아미가 총총 검격을 피하며 백발의 후임에게 다가갔다. 검게 타들어 간 한쪽의 금안이 왠지 모르게 아파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조금 봐주려고 했는데.」

“최아미, 뭐하냐고 너! 여기 전장이잖아!!”

“릭, 오빠 좀 잡아줘!”

“아미.”

낮게 깔린 목소리 둘이 분노해서 하나는 타오르고 하나는 얼어붙었다. 고참 배저는 그 두 목소리 모두 듣지 않았다.

어느새 그 작은 사람은, 이것 좀 보라는 듯이 헛웃음을 짓고 있는 힐데베르트 앞에 서 있었다.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저쪽에서 제국어를 들은 것 같은데.」

힐데베르트는 몸을 굽혀 작은 배저와 눈을 맞추었다.

「꼬마야, 조금 봐줘서 내가 5분 준다고 말했는데… 못 알아들었니?」

당연히 못 알아듣지! 이고르가 속으로 소리쳤다. 저 꼬맹이 저게 지금 지 오빠처럼 말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뭔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말은 당연하다는 제국어 뿐이었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미는 물론 듣지 않은 힐데베르트까지도 이고르의 작은 외침을 무시했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죽이려고 들 것처럼 메스를 손에 쥔 힐데베르트 앞에서, 아미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들었다.

“항복!”

「…하? 뭐라고?」

공용어를 알아듣지 못한 금빛 눈에 의아한 기색이 서렸다. 그와 달리 그 말을 알아들은 배저들과 다른 타이탄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씨발 최아미 저게 지금 뭐라냐? 소르디, 이거 놔.”

“놓으면 금방이라도 나가실 거잖습니까~…”

“그럼 나가지 안 나가냐?”

“아미도 생각이 있겠죠… 저도 얼른 가서 붙잡고 싶긴 합니다만 고정하시죠…”

싸우는-?- 두 최고참과.

“…만화에선 여주인공이 울면 정신 차리던데.”

“과연, 그걸 실행하는 건가.”

“그런 느낌은 아니지 않습니까…?”

힐데베르트가 아미를 신경 쓰느라 검격이 멈춘 틈에 숨을 돌리며 농담 같은 말을 하는 세 배저.

힐데베르트를 제외하고 여기서 가장 후임인 루타 아이어는 묵묵히 숨만 골랐다.

「쟤 지금 제정신이야??」

「…저 분은 대체.」

「으음~ 그래도 단장님 시선은 돌렸네요.」

그리고 속 터지는 이고르와 말문을 잃은 요우, 태평하게 힐데베르트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로즈.

최아미와 힐데베르트는 이 모든 말을 듣지 않았다. 둘 다 자신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고의로 무시했다.

“힐데 눈 안 아파? 눈 까매졌엉.”

「음…? 눈 안 아프냐고? 별로 안 아파. 근데 진짜 못 알아듣니? 녀석들 쪽이 아닌가? 뭐, 상관은 없지만…」

“나 제국어 못 알아들어! 힐데도 제스쳐로 말해줭.”

「이건 무슨 말이냐는 뜻인가. 귀엽네.」

“힐데 눈 만져봐도 됑?”

「눈 만져봐도 되냐고? 그래. 넌 해봐.」

윤이 물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냐.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아미가 아미한 상황… 아닐까요~..

양측의 말을 다 알아듣고 있는 타이탄들이 긴장 푸는 걸 확인한 배저들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긴장 상태가 소강된 듯 보였으니까.

아미만 보고 있는 듯하던 윤이 험악한 인상을 쓰며 조용히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긴장 상태 유지해라.”

“그럴 필요가 있나? 단장도 진정한 것 같은데.”

“저게 경계심을 늦춘 거 같냐?”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몇 쌍의 눈이 힐데베르트와 아미에게로 돌아갔다.

겉만 보면 평화롭게 서 있는 둘이었다. 아미는 제가 다 아프다는 얼굴로 힐데베르트의 눈가를 매만지고 있었으며, 힐데베르트는 얌전히 그녀의 손에 얼굴을 맡기고 있었다. 한쪽 손엔 메스를 여전히 들고 있는 채로, 반대쪽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

잠깐, 메스?

“힝… 아프겠다. 어쩌다 폭주했어?”

「…? 왜 울 것처럼 표정을 그렇게 해? 그렇게 아파 보여?」

“여기 동족들이 힐데 괴롭힌 거야? 내가 혼내줄게!”

「음… 혼내준다고? 미안, 벌써 다 죽였는데.」

“힐데 괴롭히는 놈들 가만 안 놔둬!”

「이걸 알아듣기는 무리였나…. 그래도 귀여우니까 상관 없지.」

힐데베르트가 경계를 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도망칠까? 발 한번 떼는 순간 잡힌다. 그럼 어떡해? 순식간에 시선이 교차하며 의견이 모였다.

지원 부르지. 분대장인 윤이 마지막으로 눈썹 사이를 좁혔다. 힐데의 시선을 끌고 있는 아미를 제외한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는 어쩌죠….”

“무기 안 들면 쟨 공격 안 받을 것 같다. 하여간에 기억이 있든 없든 최아미 엄청 아껴 저놈.”

“누군들 안 아낄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그렇다만.”

“……우와, 팔불출~”

“닥쳐.”

자연스럽게 긍정하는 윤의 발언에 잠시 모두가 굳었다-역시 고의로 안 듣고 있는 아미와 힐데베르트는 예외였다-. 윤과 아미 다음으로 경력이 긴 리카르도는 혼잣말처럼 거들었다가 욕을 먹었으며 그 외 경력이 오래된 자들은 오래지 않아 익숙하게 윤의 띠꺼운 시선을 피했지만, 타이탄들이나 루타 아이어는 저들끼리 시선을 교환했다. 저거 저 배저 입에서 나온 말 맞냐? 맞는 듯한데. 저놈도 오빠란 건가.

물론 윤의 눈으로 지랄하지 말라는 낮은 욕설에 눈빛 대화는 끊겼다.

「아가야, 어디서 온 거니? 녀석들이 데려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위에서!”

「위라고? 음… 그걸 물은 건 아니지만 그것도 맞지. 근데 책사나 저놈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책사.

요우를 포함한 타이탄들의 눈빛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던 힐데베르트가 요우를 알아본 것이다.

「기사단장, 정신 차렸나!」

「정신 차려? 뭐가?」

「기억은 어디까지 있지?」

「기억이 어디까지 있냐니, 대체 무슨… 윽…」

긴 손이 길게 내린 흰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이마에선 식은 땀이 나고 신음과 함께 이가 악물렸다. 고통스러운 얼굴에 아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힐데를 껴안았다.

“힐데 괜찮아? 많이 아파?!”

「머리 아파… 대체……」

“괜찮아. 힐데 지금 안 위험해! 그니까 아프면 기대자. 응?!”

“무슨 두통이…”

익숙한 공용어에 배저들은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잡았다. 제발 이대로 정신 좀 차려. 제발!

아미는 그런 그들과는 동떨어진 얼굴로 윤을 돌아봤다. 오빠, 오빠…

“힐데 많이 아픈가 봐. 머리가 뜨거워…”

동생의 울먹이는 얼굴과 목소리에 윤은 골치 아픈 듯이 총을 다시 쥐었다. 지금 저걸 달래주러 달려들 수도 없고, 씨발. 저 부사수 놈을 어떻게 해야 정신 차리게 만들 수 있지.

「나한테 또 뭘 먹인 거야?」

불쾌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분위기를 바꾼 것은 그때였다. 제기랄, 평소에도 딱히 욕을 참지는 않았지만 더 급한 욕설이 입술 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평상시의 나른한 면모는 죄다 던져 버린 리카르도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미, 피해!”

“어?”

뚝뚝 방울져서 흘러내리던 눈물방울이 후임의 머리에 떨어졌다. 차게 식은 제 손으로 아끼는 후임의 뜨거운 머리를 식히며 귀를 막아주던 아미가 익숙한 듯 어색한 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메스를 통한 날카로운 검격이 아미를 제외한 주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긋지긋해……」

“힐데…?”

커다란 손이 제 이마를 짚은 선임의 작은 손을 꼭 쥐었다. 그 차가운 체온이 제 구명줄이라도 된 것처럼, 뜨거운 머리에 그 손을 바짝 붙인 힐데베르트가 메스를 들지 않은 손으로 아미를 들어 올렸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기꺼운 듯 가까이 한 힐데베르트가 다시금 메스를 쥐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윤이 소리쳤다.

“전원 떨어져!”

날카로운 검은 눈이 불타오르듯 형형한 빛을 품었다.

“최아미, 떨어져나올 수 있냐.”

“지금은 무리! 틈 생기면 떨어질게!”

“좋아.”

윤이 고요하게 숨을 골랐다. 아미는 전투에 있어선 천재적이니, 믿어도 될 것이다. 그래. 믿어야지.

그럼 해야 할 것은.

“예현이 곧 올 거다. 최아미를 들고 있는 만큼 움직임이 이전처럼 자유롭지 못할 테니, 최대한 시간 끌면서 살아 있어. 공격은 금지. 최아미 떨어지면 그때부터 허용이다.”

“예~”

“오케이.”

“알겠다.”

배저들이 대답했다. 타이탄 측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귀를 기울이기만 했다. 분대장의 명령을 들은 아미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저를 끌어안은 힐데베르트의 뜨거운 머리를 식혀주면서 기회를 살폈다.

1·2차 전쟁 영웅의 차가운 눈이 매섭게 날카로워지며 단조로운 목소리가 낮게 경고했다.

“죽지 않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해라.”

-

다른 거 따지지 않고 개연성 무시하고 아미가 저 에피소드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가 보고 싶어서 쓴 장편 썰..

폭주 힐데가 원작보다 유한 것도 있고, 아미가 전투 센스나 그런 쪽에서 천재적인 것 같아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취했다! 이런 식..? 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다음은 아미가 무사히 힐데에게서 탈출하고 예현이 오는 것 외엔 원작과 같을 것 같아요. 배저들이나 타이탄들 부상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고.. 카이로스 쪽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안 따졌으니까.


그날은 임무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또또또 회복력 차이 무시하고 감쌌다가 다치냐고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냐고 회복력 더 약한 건 너라고 릭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웬일로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 틀어박혀 있으라는 새뮤얼의 잔소리를 듣고-패드로 얻어맞았다-, 엄격하게 오늘 핸드폰도 압수!!…라고 말하는 아미의 불호령까지 떨어진 이후였다.

선임들과 의사가 작정을 했는지 평소보다 몇 배는, 그러니까 몇백년 인생을 통틀어서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잔소리를 많이 듣고 오두막에 와서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을 뜨니 온통 까만 주변에 반짝 빛을 발하는 별들이 창문 밖으로 보였다.

몇 시지 싶어 고개를 돌렸다가- 익숙한 큰 눈과 눈을 마주쳤다.

“……”

“안녕!”

“…아미?!”

까만 마녀 모자에 까만 망토를 걸치고 흰 셔츠에 검은 슬랙스를 입은 그 모습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분장이었다. 아마 어제 그렇게 헤어진 이후에 조금 시간이 지나고 올 줄 알았는데? 아니 그보다 어떻게 기척을 못 느꼈지?? 혼란에 빠져 있으려니 아미가 자연스럽게 검은 코트를 가져와서 내게 안겼다.

“늦었어! 얼른 가장.”

“어… 어디로요?”

“사람들 지켜주러!”

맑은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신난 것 같았다. 절로 풀어지는 입가를 굳이 갈무리하지 않은 나는 아미가 건넨 코트를 대충 걸쳐 입고 그녀를 따라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슬슬 쌀쌀한 공기에 숨을 쉴 때마다 하얀 김이 서리는 게 보였다.

“아미, 누구에게서 누굴 지키러 가요?”

“엇, 몰랑? 오늘 할로윈이야!”

“? 네. 그게 왜요?”

날짜 감각은 흐릿했지만 복귀한 날이 10월 30일이었고 하루 정도 지난 것 같으니 오늘이 10월 31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할로윈이라 마녀 분장을 한 건가? 문득 드는 의문에 작은 뒤통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아미가 몸을 돌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할로윈엔 귀신들이 와서 장난치잖아.”

“……”

“우리는 귀신 오면 상처받을 사람들이 많거든. 그래서 내가 보호해주고 있징.”

“……아미 혼자서요?”

“아니, 평소엔 둘이! 근데 오늘은 특별히 게스트를 데려왔지!”

반짝이는 눈을 보아하니 게스트는 나다. 그럼 둘이라는 건 윤이랑 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니 아미가 다시금 싱그럽게 웃었다. 그 웃음이 맘에 들어서 작은 선배의 뒤를 열심히 따라갔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릭의 집이었다.

“…여긴 릭의 집이잖아요? 아미 여기 비밀번호 알아요?”

“후훗, 할로윈의 마법을 보시라~!”

아미는 그렇게 말하더니 문에 하트를 그리곤 문 쪽으로 다가갔다. 부딪힐까 봐 손을 잡았더니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난 릭의 집 안에 있었다.

“아미?! 이거 주거침입인데요!!”

“괜찮아 괜찮아~ 엇, 저기 있다.”

저기 있다는 것은 릭 옆에 서 있는 반투명한 남자를 뜻했다. …진짜 귀신인가,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에 아미가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미, 다가가면 안…!”

“우리 오늘 일은 이렇게 하는 거얌.”

아미는 릭의 곁에 서며 릭과 남자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남자의 시선이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아미를 향해 내려앉는다. 그 눈이 너무도 차갑고 이질적이어서 마른침만 삼키고 있을 때, 아미가 호박 모양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남자에게 건넸다.

“Trick or treat!”

“ …… ”

“간식 아니면 장난이지? 간식 여기 있으니까 오늘 릭 괴롭히는 거 금지!”

검고 음침한 남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사탕-아니면 초콜릿… 등의 간식-이었다. 남자는 그 이질적인 것을 얌전히 받아서 들고 아미를 바라보았다.

아미가 어른스럽게 웃었다.

“릭은 잘 지냉.”

“ …… ”

“가끔 빠져들 뿐이야. 이렇게 굳이 오지 않아도 돼. 릭에겐 오는 게 더 민폐야.”

“ …… ”

“그래애, 어차피 내년엔 또 잊고 오겠지. 올해는 일단 가봐! 간식 줬잖아.”

“ …… ”

“옳지, 잘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남자가 사라졌다.

남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아미는 힘들게 식탁에 엎드려서 자는 릭의 등을 몇 번 토닥여주고는 나를 뒤돌아보았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지?”

“…네? 아미…?”

“다음부터는 번갈아 가면서 하자~”

아미, 아미??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는 없는 건가요?!

질문은 무시당했다.

마지막으로 온 곳은 오두막 앞집의 윤과 아미, 그리고 예현의 집이었다. 본인 집이니까 상관 없을 텐데도 아미는 문을 여는 대신 하트를 그리고 통과해서 들어갔다.

사실 이곳으로 오는 방향이었을 때부터 마지막으로 구할 사람이 누군지 감이 왔었다.

그 예상대로, 수많은 반투명한 인물들에게 둘러싸여서 침대도 아니고 소파에 대충 늘어져있는 그 사람은-

예현.

가엾고도 강한 그 아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 기억하지?”

“…네.”

간식을 건네고, 돌아가도록 설득하기.

안 가려고 하면 시간을 끌기. 조금 대화하다 보면 사라지니까.

“예현 오빠는 조금 많긴 한데- 계속 해왔던 것처럼 하면 괜찮아. 시작하장.”

아미의 신호에 맞춰서 수없이 몰려와 있는 귀신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전사한 배저, 아이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 그리고-

“…사샤.”

사샤.

아이의 어머니.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어지간하면 괴롭히려는 귀신들이 올 거랬는데, 그런 귀신이 아니라는 게 너무 훤해서. 그 앞에서 멈춰 있으니 아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아미를 잡았다.

“아미.”

“응.”

“…아미가, 대신 해주면… 안될까요.”

부탁을 들은 선임의 큰 눈이 데굴 굴러서 사샤에게로 향했다. 그녀를 빤히 보던 선임이 느리게 내 손을 잡았다.

“나를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

“괜찮아.”

원망하는 게 아니니까.

작은 손이 내 등을 토닥였다. 그 달래는 행동이 뜻하는 것은 딱 하나라서, 난 우울하게 아미가 건네줬던 것 중 가장 맛있는 간식을 들고 사샤의 앞으로 갔다.

“……Trick or treat.”

“ …… ”

“간식을 주니까…”

아이에게 하고 싶던 얘기는.

내게 해줘.

바람이 시원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하늘 한편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아미는 언덕 위에서 맑게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아미.”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대답해줄 수 있어요?”

“물론이지!”

답은 빨랐다. 언제나 그랬지만 아미는 무슨 질문에도 대답해줄 것처럼 짙게 미소 지었다.

그럼, 제일 궁금했던 것은.

“왜 제 이름 안 불러요?”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미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시원하게 불렀지만 윤과 내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힐데! 라고 내 이름을 부르는 부드럽고 밝은 목소리가 은근히 그리웠다. 그 당사자가 내 앞에 있는데도.

아미는 눈을 크게 뜨고 데굴데굴 굴렸다. 작은 손이 입가를 짚고 큰 눈이 깜박였다.

“귀신은 산 사람 이름 부르면 안됑.”

“…네?”

“나 아미 아니야. 이건 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가장 경계하지 않을 대상의 모습일 뿐이지.”

“아니, 그치만 지금까지 부른 거나.”

“자는 사람 이름은 상관 없어. 깨어 있는 사람인 게 문제지.”

“깨어 있으면 문제인가요?”

“홀리면 안되니깡.”

깨있는 사람을 부르면 홀리나. 홀리려는 사람 막으려고 하고 있는데 홀리면 문제겠다 싶기는 했다.

……아미가 아니라는 건 충격이지만. 어째 꿈인 것 같아서 그렇게 충격은 아니었다.

“자, 이거 줄게.”

아미……의 모습을 한 그 귀신이 건넨 것은.

여태 귀신들에게 건네던 간식들.

“…다른 사람들 구하려고 쓰는 거 아니에요?”

“찾아올 사람 많잖앙.”

“……!”

“나 도와줘서 고마워. 새벽이 끝나고 찾아오면 이거 줘.”

예상치 못한 배려에 말문이 막혔다. 예현에게도 그렇게 몰렸는데, 내게도 몰릴 귀신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얼떨결에 간식을 받아들었다. 아미의 얼굴이 해맑게 웃었다. 그녀가 아니라고는 해도 그녀의 얼굴이니 너무도 귀여웠다.

“…고마워요.”

“뭘!”

“윤이랑 아미는 지금 어쩌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퇴근 안 했어. 아미는 집에서 자.”

“눈앞에 없는데도 이름 부르면 안 돼요?”

“조심해야징. 인제 그만 들어가.”

작은 손이 나를 밀었다.

눈을 깜박이자, 나는 오두막에 돌아와 있었다.

……피곤했다.

“힐데.”

“힐데! 낮이야!”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이의 유순한 얼굴이 조심스러운 기색을 띈 채로 미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옆에선 아미가 반짝이는 얼굴로 말뚱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예현, 아미.”

“많이 피곤했어요? 12시 넘었어요.”

“그렇게 다쳤는데 어쩔 수 없지이.”

“…미안. 미안해요, 아미.”

몸을 일으켰다. 많이 나다닌 것처럼 몸이 무거운 게, 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미, 꿈에서 아미 귀신 만났어요.”

“! 헉. 내 귀신?!”

“귀여웠어요. 그리고… 예현.”

내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던 아이가 의아한 낯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말을 해도 될까 고민이 앞섰지만, 내 입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열렸다.

“사샤가 사랑한대.”

아이의 눈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

할로윈은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 아니라 귀신 분장을 하는 것으로 귀신들의 장난으로부터 피하는 날이래요. 죽은 자가 돌아오는 것도 맞는 것 같기는 한데.

피하는 거라면 배저들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해서 배저들을 지켜주는 고스트아미랑 힐데가 애들 대신 사탕을 주고 귀신들을 돌려보내는 할로윈 글을 써봤습니다.

HAPPY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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