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배저

✶1 처음 (23.10.22 재업)

심장이 제멋대로 나대기 시작했던 것은.|릭아미+윤&예현&아미|과거 날조 진짜 심함|유료 부분에서 나오는 설정이 나옵니다.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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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배저 2기는 전쟁 영웅인 1기의 바로 아래 기수이다. 또 한 번의 전쟁이 발발하여 마찬가지로 전쟁 영웅으로 불리게 됐지만, 2기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전쟁 영웅은 1기에만 접목되는 명칭이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강화 신체를 지닌 생존자들을 모은 1기.

당연히 그런 1기의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워낙 많았고, 마음이 무너진 자들이 많았으니까.

따라서 블랙 배저라는 새롭게 신설된 단체는 10년 안에 기술을 안정화해서 지원자에게 강화 신체를 부여해준다고 홍보하며 이차적으로 인원을 모집했다. 성인이 된지 조금 지난 리카르도 소르디는 그 두 번째 모집에 자원했다. 두 번째 모집은 오랫동안 시행되었고, 그는 이미 블랙 배저에 적응한 1기 선임들을 무사히 소개받았다.

“안녕!”

―처음 보는 작은 선임을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살아남은 1기 배저들은 다 이름이나 외형이 알려져 있었다. 10단계 크리처의 앞에서 살아남았던 이예현과 제이슨 트베인은 말할 것도 없고 최윤, 리처드 그린, 자코모 로, 강주… 심지어는 전쟁 당시 강화 신체를 얻고 보초만 섰던 이조차도 이름이 밖에서 나돌았다. 리카르도는 그 모든 이들을 진작부터 익혀두고 있었다. 그들 모두 본인을 만나 인사나눈 지 제법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미야. 최아미! 리카르도랬지? 잘 부탁해!”

들어온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난 이 작은 배저는 처음이었다.

리카르도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자신이 아는 지금 상황을 정리했다. 스카와 조나단 등 동기들은 검사가 아직 안 끝났고, 저만 끝나서 대기하던 도중에 최윤이 갑자기 나타났다. 정말 기분 더럽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타난 성격 더러운 선임은 "너, 와."라고 짧게 말하곤 위층으로 자신을 데리고 왔다. 그래서 마주한 게 지금 이 상황이다.

“어… 네~… 리카르도 소르디입니다, 선배님~”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인사하려고 오라고 한 것은 맞는 것 같아 인사하고 내밀어진 작은 손을 잡으려는 순간, 커다란 손이 대신 그 작은 손을 거둬들였다.

“인사했으니까 이제 됐지.”

“에엥, 더 얘기할래!!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며! 아기잖아! 그리고 한 명밖에 없잖아! 더 있어도 됑!”

“안 돼.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진짜 괜찮은데!”

두 살이나 많다고? …저 외모로?

리카르도는 다른 것보다 먼저 든 감상을 어렵게 뒤로 물렸다. 대화를 들어보니 이 작은 선배가 인사하고 싶어서 데려와달라고 최윤에게 부탁한 모양이다. 무슨 관계길래 가능한 거지? 성이 같은데 남매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안 닮은 남매가 있을 수 있나.

“다른 놈들은 검사 중이라니까 다음에. 재활이나 하러 가자.”

“힝…”

시무룩하게 눈썹을 모은 작은 선임은 금방 들뜬 얼굴로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난 아직 못 움직여서!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찾아갈게. 다시 한번 잘 부탁해!”

티없이 밝은 모습이 귀엽다. 1기 배저 중에서 이렇게 밝은 사람은 보기 힘든데. 리카르도는 작게 미소 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미는 최윤이 데리고 병실로 들어가면서 헤어졌다. 리카르도는 윤을 기다려야 할지 그냥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돌아온 윤을 마주했다. 아미 앞에서 어느 정도 풀어졌던 얼굴이 다시 온갖 짜증을 품고 있는 상태였다.

“소르디.”

“넵,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너희에게 내려갈 명이 있다.”

아 진짜 싫은데, 계속 시간 뺄 수 있는 걸 쓸데없이. 차가운 인상의 남자는 끝까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담배에 불붙이며 입을 열었다.

“너희에겐 이따금 저 녀석을 도우라는 명령이 내려갈 거다.”

“…아미 선배님 말씀이신가요~?”

“그래. 봐서 알겠지만,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 해. 그런데도 지멋대로 나다니고 싶다고 투정인 게 대체 어떻게 된 고집인지…”

“선배님, 본심이 나오고 계십니다~..”

“알아.”

리카르도는 또다시 말을 미루는 윤을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그러니까 재활 중인 배저. 전쟁 중에 다쳤거나 혼수상태에 빠졌던 거겠지. 전쟁이 끝난 지 2년 정도 지났으니 배저의 회복력을 생각하면 혼수상태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가능성이 높으려나.

최윤과 성이 똑같은 배저. 최윤의 동생. 이예현하고도 친하겠지. 둘의 친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그럼 둘이서 간호해왔던 걸까. 혼수상태니까 시간 쪼개서 들르기만 하면 됐던 간호도 깨어났으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을 것이다. 바쁘기로는 블랙 배저 안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이들이니 더 시간을 쪼갤 수도 없을 테고.

여기까지 생각했으면 답이 나온다. 1기 배저들은 바쁘니 무리고, 스파이를 생각하면 민간인을 고용하는 것도 무리이니.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서 주기적으로 하는 검사와 실무 교육 외에는 할 일이 없는 2기 배저들에게 간호를 명령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 최윤과 이예현이 아끼는 아이에게 헛짓을 할 놈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가끔 가서 재활만 도우면 된다. 사정 설명이 필요하냐?”

“엇… 재활만 도우면 되는 겁니까?”

“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다.”

그리 말하는 윤의 눈은 눈빛에 물리력이 있다면 찔려 죽었을 것 같은 강한 경계를 품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소문으로 들었던 윤의 성격을 떠올렸다. 양심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아무래도 평범한 애정보다는 소유욕을 기반으로 한 사랑을 하는 사람. 연구동의 시한폭탄. 지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냥 세상 모든 것에 분노하고 있던 개망나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예…?”

최윤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키가 얼마 차이 나지 않아서 거의 같은 높이에서 마주 보는 눈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런 반면, 무슨 감정인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얼굴에.

“……갓 스무살에 노화를 정지시키면서, 정신까지 고정된 녀석이니.”

“…!”

“쓸데없는 말을 하면―”

더 가까워지지도 않았는데 날카로운 눈이 위협적으로 가까워졌다.

최윤은 고의인 것이 분명한 침묵을 리카르도가 마른침을 삼켜낸 뒤에야 끝냈다.

“…죽여버릴 거니까. 처신 잘 해라.”

“…예…~”

위험해라… 마피아해도 되겠네.

리카르도는 앞서 사라지는 윤의 뒷모습을 보며 쓰게 웃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살의는 별로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인지 또 다른 그 나름의 감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미를 만나는 시간은 하루에 한 번, 오후 3시 쯤부터 5시 쯤까지의 두 시간이었다. 가는 사람은 2기 멤버들 중에서 그때그때 랜덤. 얼핏 봐도 양쪽 다 불편할 것 같은 방식에 리카르도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방식인데도 기묘한 신뢰가 느껴지는 것이 웃겼다. 누가 짰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최윤은 아니리라.

“아~.. 나네~”

“잘 갔다 와라, 소르디!”

“후기 들려줘!”

그 랜덤에서 첫째 날의 담당이 된 것은 리카르도였다. 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2기 배저에, 첫날 담당이라니.

불안한데~..

리카르도는 입꼬리만 올려서 미소 짓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아미는.

“…선배님 뭐하십니까.”

“어, 리카르도! 안녕!”

“윤이 선배님 마음대로 움직이게 놔두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휠체어를 두고 무작정 걸으려고 하다가 넘어져 있는 모습에 리카르도는 차게 식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다가갔다. 실없이 웃으면서 리카르도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아미가 리카르도에게 기대서 다시 일어섰다.

“오빠만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괜찮아!”

“그럼 편하게. 제정신이야?”

“얼른 걷고 싶은 걸 어떡해.”

아미는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거렸다. 이제 죽는구나, 난 미련 없는데 우리 바보 오빠들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눈 감았다가 일어나보니 2년이나 지났다고 하고, 목 아파서 말 제대로 못 하겠고 몸도 내 마음대로 안 가눠지는데 예현 오빠는 그거 보고 펑펑 울지 윤 오빠는 어색하게시리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보고만 있고…… 정도로 시작한 투정은 그러니까 걱정 더 못하게 얼른 재활 성공해서 멀쩡하게 다녀야 하지 않겠냐는 당찬 포부로 끝났다.

시작은 불평 아니었던가.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눈을 본 리카르도는 피식 웃었다.

“그래그래~.. 아미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치?! 그니까 난 무리해서라도 얼른 회복해야 행!”

“그게 그 소리는 아니지.”

“힝… 단호해. 오빠들 같아.”

“윤이랑 예현~? 예현은 부드러운 성격 아닌가…~”

“응. 예현 오빠는 꼭 나보고 안 된다고 할 때만 단호해. 윤 오빠는 맨날 그렇지만! 맨날 눈 부리부리~ 뜨고 있잖아. 이렇게!”

제 오빠가 제 앞에서만 유해진다는 걸 모르는 건가. 리카르도는 어느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수다 모드에 들어간 아미의 등을 토닥였다.

그 차갑기 그지없는 인간이 유일하게 따스한 순간을 부리부리하다고 표현할 정도라면, 어지간히도 사랑받고 자랐구나 싶어서.

근데 그건 그거고.

“아미, 재활 훈련 안 해?”

“헉, 잊고 있었다. 리카르도가 너무 잘 들어줘서 그랭.”

“영광이네~.. 윤 오실라~ 얼른 하자..~”

“응!”

아미는 리카르도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힘 주고, 디디고, 버티고. 하나, 둘, 셋…

아미가 중얼거리는 구호만이 한동안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1년이 지났다. 2기 배저들은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미가 이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대!”

“선물 준비하자, 선물!”

아미는 2기 배저들의 삶의 빛이자 소금이자 구원이 되었다. 세상에, 강화 신체를 받지도 않아서 다 다른 때에 들어온 이들이 동기로 묶여 불리고 있는 와중에 내려오는 일은 또 뭐 이리 많은지! 코어 밖으로 안 나간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 바쁜 와중에 랜덤으로 하루에 한 번 합법적으로 업무에서 빠져서 볼 수 있는 만인의 태양 아미는 그야말로 모두의 축복이었다.

리카르도는 며칠 전 예현의 말을 떠올렸다. 곧 사무직도 뽑을 예정이야. 또 여러 계획을 수정해야겠지만…… 하고, 안 그래도 흰 얼굴이 더 하얘져서 무서웠다. 그는 아미가 에구구, 하고 토닥여주는 것을 달갑게 받으며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아미는 그거 진행되면 예현 오빠 부담도 조금은 줄겠네! 다행이당! 하고 예현을 꼭 끌어안으며 웃었다. 아미의 웃음을 본 예현 역시 맑게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아~ 이거 좀 별론데.

그때 느꼈던 간질거리고 애매하며 어두운 감정까지 떠올려버린 리카르도가 담배를 훅 들이켰다. 직장에서 사적인 감정이 섞이는 것은 굉장히 별로였다. 별로일 뿐일까, 이 경우엔 위험하기도 했다.

그녀가 날 그런 감정으로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이 감정을 그들에게 들킨다면-

“…이렇게 최악일 수가..~”

“뭐? 소르디 넌 뭐 좋은 아이디어 있냐?”

“음~..? 미안~ 안 듣고 있었어.”

무슨 말 하고 있었더라~?

리카르도의 능청스러운 질문에 순간 날카로워졌던 분위기가 가볍게 풀렸다. 멍청아, 너 아미랑 제일 친하잖아! 네가 집중해야지! 놀리듯 들어오는 야유에 리카르도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아미 생각에 못 들었다는 사실은 절대 비밀이다.

“아미 재활 끝난 선물 준비하자고.”

“오… 윤보다 좋은 선물 할 수 있나~?”

“모두 모이면 불가능한 게 있겠냐!”

“그래그래..~ 힘내고~”

“야, 아이디어를 내라니까!”

아이디어? 리카르도는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며 고민했다.

아이디어. 선물.

……아미가 좋아할 만한 거.

“운전면허 교재나 자전거 같은 거~?”

“오…”

“그래도 여자아인데…?”

“취향에 성별이 어딨나…~ 이제 마음대로 움직이라는 거지~”

전투기 조종사였던 사람에게 뭔 성별 타령이야. 미세하게 올라오는 고양되는 기분에 리카르도는 낮게 웃었다가 급하게 표정을 굳혔다.

아..~ 이대로면 이번 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건 윤이나 예현의 분노 가득한 눈이겠는데…

얼른 마음 접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카르도 소르디는 실패했다.

“안녕 릭! 내가 릭 사수야!”

“안녕 아미..~ 선물은 잘 받았어~?”

“응! 릭이 조언해 준 거지? 나 면허 없는 거 릭에게만 말했던 거 같은데.”

“차를 사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길래 힘 실었지…~”

“히히, 고마워! 차는 오빠가 사준댔엉.”

“어느 쪽?”

“예현 오빠! 윤 오빠는 너 걸을 수 있게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운전 타령이냐면서 비웃었다니까.”

걱정 아닐까~ 하고 대꾸하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 작은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괴물 같은 시스콤들이 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어쩌다 이렇게 위험한 가시들을 잔뜩 단 장미 같은 사람에게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그건 그렇다 치고.

“아미 일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사수야~? 벌써 부려 먹는 거?”

“일주일이면 충분하지! 예현 오빠가 나 진짜 빠르다고 칭찬해줬다구.”

“와아..~”

작은 선임은 에헴! 소리를 내며 어깨를 쭉 폈다. 리카르도는 진심으로 놀라워서 눈을 크게 뜨곤 작은 박수를 쳤다.

2기 배저들은 1년을 지냈는데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물론 아미는 강화 신체를 가진 1기 배저이니 많이 다르겠지만, 그만큼 주어진 임무의 종류나 개수도 2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텐데. 그 많은 일들 사이에서 고작 일주일 만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졌다니.

예현에게 칭찬받았다는 것은 아미가 그만큼 잘 해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미와 윤, 특히 아미 한정으로는 팔이 한없이 안쪽으로 굽는 그지만 없는 말을 하지는 않으니까.

“아미 대단하네… 근데 내 사수해도 되는 거야~? 나 입사한 지 1년 정도 됐지만 강화 신체도 안 받은 2기인데.”

“예현 오빠가 사수 일 하면서 나가지 말랬엉.”

“하여간 그 사람도 아미 엄청 아낀다니까…~ 윤은?”

“윤 오빠… 릭, 들어봐! 오빤 아직도 나보고 일 때려치라고 한다니까?!”

아미가 확 분노했다. 시속 200km로 달리는 자동차처럼 갑작스럽게 뜨거워진 주변 온도가 더웠다.

…애가 이럴 정도면 얼마나 말했을는지~ 뭐, 이해는 하지만… 예현에게 막지 말라고 안 한 이유가 이거였나 보네.

리카르도는 평소의 시스콤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2년간 혼수상태였고 1년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동생인데 위험한 곳으로 내보낸다? 몇 년이 더 지난다면 모를까 아직은 절대 할 수 없을 짓이었다. 리카르도에게 시스콤이 아닌 윤과 예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몇 년이라는 기간도 마냥 하염없이 길어질 것만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난 그대로 멈춰있는 최아미가 아니지.”

화산처럼 폭발하던 아미가 갑자기 차게 식었다. 리카르도가 당황해서 어? 하고 되물은 것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미는 큰 눈을 반짝였다.

“얼른 오빠들 안심시키고 도와줄 거야!”

그 반짝임은, 마치.

“그래서 오빠들이 나랑 있을 때만 웃는 거 아니게 만들 거라구!”

여명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부터 황혼의 노을이 질 때까지 온 세상을 밝히는 태양과 같아서.

“…하하,”

언제부터 이토록 심장이 제멋대로 나대기 시작했는지 기억났다.

투정으로 시작해서 얼른 재활에 성공해 멀쩡하게 다녀야 하지 않겠냐는 굳세고 당찬 포부로 끝나는 대화를 나눴던 날.

보호자들의 깊은 걱정을 얼른 덜어내 주겠다는, 찬란한 햇살과 같은 결심이 단단하게 맺혀있던 눈을 보았던 그날.

“이거 어쩔 수 없네……”

동생을 끔찍이도 아끼는 두 사람이 허락했을 리가 없는데도 스무살 어린 나이에 강화 신체를 받고 전투기를 조종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깨달았어야 했다.

리카르도 소르디는, 이 강인하고 눈부신 태양 같은 사람에게 눈이 멀어버리리란 것을.

언제까지나.

제멋대로인 심장을 바치리란 것을.

“릭, 왜 그래?”

“……아냐~ 그보다 아미, 사수 잘 부탁해.”

“어? 응! 당연하지!”

“끝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괜찮아?”

“물론!”

리카르도는 웃었다. 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너무도 늦어버렸다. 이건 다 이 빛을 지키는 그림자가 너무나도 선명해서 생긴 실수이리라.

강화 신체를 얻으려면 적어도 8년은 더 걸릴 테고, 외관상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상황에 이 감정을 고백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럼 사수님, 이제 어디 가~?”

“으음, 일단 자료실로!”

“라져~”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 마음에 보답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


릭아미...와 윤예아미 트리오(얘네 조합명은 과연..? 옆집 삼인방인가요)에 진심인 사람의 날조투성이 글입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 그것도 강화 신체를 받은 사람은 정말 적을 것 같은데 1기만으로 블배 단체가 유지되었던 걸까? 2기가 이르게 뽑혔다면 왜 아미보다 2살 어린 릭이 20대 후반이지? 라는 의문 때문에 '2차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자원받았던 이들이 2기'이며 기술이 온전하지 않다고 위에서 구라까고 강화신체 주는 게 늦어졌다고 설정했습니다. 대충 릭이 27, 스카가 26, 아미가 29일 때 2차 전쟁이 발발했던 게 아닐까? 하고 추측했습니다.

아미가 전쟁 끝나고 2년 뒤에 깨어났으니 그때쯤이면 릭도 20살인데 블배 들어오지 않았을까~ 해서 릭이 일찍 블배에 자원했다고 가정했고요.

윤과 총사령관이 아직 아니던 예현은 두 번이나 눈 뜨고 코 베일 사람들이 아닌데(심지어 아미 깨어났을 때면 30살) 아미가 위험한 일 하려는 거 말리지 않았을까 해서 둘이 아미를 엄청나게 보호하는 상황을 그렸습니다. 겨우 깨어난 동생에 대한 애착이 심했을 것 같아요. 그걸 안심시키고 자신을 믿게끔 만든 건 당연히 아미겠죠.

노화 억제하면서 정신 성장도 멈췄다는 건.. 윤이 한 말인데 그게 진짜 동생을 까기 위한 블랙 조크였을까..? 싶어서 추가했습니다. 아미는 그런 거 상관 없이 어릴 때부터 어른스럽고 유쾌했을 것 같긴 하지만요.

빛이자 소금이자 구원인 아미 사랑합니다.

릭아미 사랑.. 가족들 사랑... 나중에 힐데도 오자...

퇴고... 퇴고 아직 안 해서 나중에 일부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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