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월 엔딩 빛전 썰
마지막 딸깍 하고 전송장치로 나머지 새벽즈 다 우주선에 보내버리고 혼자 남을 때
실제로 빛전(에르민)은 저 때 ‘아 드디어 내가 죽을 때가 왔군.’ 했을 듯. 저기 삶을 갈망하고 삶을 사랑하는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이 순간 내 존재를 대가로 맞바꾸는 거구나… 이걸 위해 여기까지 살아왔구나 생각할 듯. (약간 해리포터가 죽성에서 볼드모트의 마지막 호크룩스로서 볼드모트와 대적하고 자기 죽음으로 볼드모트를 죽이기 위해 17살 5월의 이 순간까지 살아왔구나 생각했듯)
근데 효월 시점까지 와서는 자신의 죽음이 예전과 달리 묘하게 ... 아쉽고 서러웠을 듯 그리고 그 한 톨 미련의 뒤나미스 땜에 돌아올 수 있었을 듯. (아니엇으면 진짜 걍 우주한가운데서 잠들엇을 듯)
뻘하게 빛전 효월에서 동료들 떠날 때 진짜 개멘붕 위기 왔을 거 같은데… (자기 앞에서 자기보다 타인이 더 희생하는 거 힘들어함) 근데 걔가 멘탈 잡을 수 있었던 건 ‘얘네가 날 위해 혹은 날 아껴서 믿고 희생하는 게 아니고 종언 끝에 남아서 싸워 이길 가능성 가장 높은 멤버가 나고, 그들은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뿐임, 그리고 그들은 정당한 판단에 의해 나에게 맡겼으므로 내가 나아가서 할 수 있다면 얘들을 돌려놔야 함’ 식으로 빠르게 생각한 덕분일 듯.
사실 효월 후반 스토리 전체가 빛전한텐 상당히 괴로웠을 듯. 얜 자기가 일명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가지거나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큰 컴플렉스고 강박이고 그것땜에 과도하게 타인을 위하다가 영웅까지 된 케이스인데 효월은 간절한 마음, 이어지는 마음을 테마로 하니까. 얘가 초월힘 땜에 타인을 엿보는 능력을 갖게 되긴 했어도 사실 인물 그대로서는 메테이온과 정반대임. 메테이온은 ‘선천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그대로 노출되고 그대로 읽어내고 그대로 전달받는데, 빛전은 ‘선천적으로’ 그게 잘 안 되던 사람이니까. 게다가 타인을 대변할 때는 몰라도 자기 자신의 염원에 대해서는 간절하게 바라 본 적도 별로 없으니까. 삶이 간절하지도 않았으니까.
빛전은 왜 이런 내가 간절한 마음의 모두를 대표하여 싸우게 된 거지? 싶을 듯. 부담스러워 싫어~! 가 아니라 왜 이런 운명이 하필 이렇게 결핍된 나에게? 간절한 마음-뒤나미스가 우주에서 가장 큰 힘이라면, 나는 그걸 가진 적 없는데 왜 지금껏 이겨내올 수 있었던 거지? (사실 빛전은 스스로를 ‘숱한 사람들의 대변인’으로서 생각하여 행동했으니 빛전 자신의 마음은 아니었어도 뒤나미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자격이 있나? 내가 충분한가? 내가 ‘마음’을 업고 싸울 능력이 있나? 내가 그만큼 ‘간절히 바라서 그 힘으로 이겨낼’ 수 있나? 라는 생각임.
내 빛전 캐릭터 모에화?동물화?가 본래 (효월이랑 상관없이) 검은 새였는데… 변질된 메티온이 검은 새 형태라는 게 참 흥미로움. 메티온이 “언젠가 우주가 멈추면 두 번 다시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게 된다. 모두가 무의미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종말시켜 주는 거다.” 라고 하는데 사실 이게 내 빛전의 원래 생각과 같음. 걘 과거에 자기 자신도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던 만큼, 삶을 겪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따지자면 이 변질 메티온과 상당 부분 사상적 일치가 있었는데 (물론… 얘는 지금당장모두를멸망시키자! 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 그 반대편에 선 마음을 업고 싸워야 한다ㅋㅋ
그래서 효월 울티마 툴레에서 하나 둘씩 빛전에게 마음을 맡기고 사라질 때가 진짜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 어느 순간보다 너무 두렵고 불안하고 절망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함 … (난 날 믿고 쟤들도 믿음. 하고 뚜벅뚜벅. 하는 내 다른 빛전이랑 달리)
다만 종말새가 하는 말 중 “왜 너희만 태연하게 살고 있지? 우리는 고통스럽게 죽어 없어졌는데……!” 이런 논조의 말이 빛전 머리 때렸을 듯. 정말 삶이 무의미하고 삶이 소중하지 않다면 죽음이 고통스러울 리가 없잖아 죽음을 흔쾌히 받아들여야 하잖아. 그런데 아직도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갔던’ 것을 기억하고 그것에 원한을 품고 있다면 사실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거임. 삶이 너무 소중하고 간절한 거임.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빛전 자신이 삶에 애착이 없어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 반대로 죽음이 싫고 고통스럽고 원망스럽다면, ‘평범하게 울고 웃고 살아가는 아이테리스의 인간들이 부럽고 화가 난다면’ 사실 삶을 너무 아낀 거잖아. 그렇다면 저들에겐 아직 삶을 향한 사랑이 있다, 라는 결론에서 그러니까 저들과 맞서서 아직 남아있는 그 마음을 자극해 되돌릴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렸을 듯.
그리고 그 결론을 내린 빠른 순간 위에 썼듯이 ‘아 내 존재와 맞바꿀 때가 왔구나’ 그리고 ‘종언을 저지하는 걸 해낼 수 있겠구나’ 깨닫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 후련한 마음으로 미소지으면서 전송장치 눌러서 날려보냈을 듯.
혼자 남겨진 빛전을 종말새가 “이번에야말로 너는 혼자가 되었구나. 서로 손을 잡는 것이 너희의 원동력이라면 지금의 너는 한없이 무력한 존재다.” 하고 비웃는데 빛전 ㅈㄴ 끄떡없었을 듯. 오히려 그전까지는 엄청 동요하고 힘들어했는데 이 말 들으면서는 ㄴㄴ 지금의 나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이다… 생각했을 듯. 이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 던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빛전이 생각한 그대로 저지함.
제노스랑도 붙어야 했지만. 흠 제노스에 대해서는 내가 되지 않았던 어느 루트 … 라는 생각도 약간 있을 듯. 둘다 불가해/흥미추구/공감 잘 못함/망설임없음/선악에대한본능적호불호없음 등등이라. 근데 빛전은 이제 사회순응과 자기통제가 잘 된…… 선천적으로 강하거나 우위를 점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상당한 차이가 되었을 듯.
제노스도 ‘내 생명을 불태우는 일’에 환희했다고 말한 거 보면 얘도 확실히 생에 집착은 없는 놈임…… 제대로 불태우고 끝내기를 원했을 뿐이지.
빛전은 그간 제노스와 싸우기 싫어했는데 제노스가 이번엔 “응할 마음이 없으면 그대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 인간은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지. 그것을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함부로 낭비하는 일은 구태여 하지 않는 것이 도리일 터.” 이렇게 말한 데서 호감 스택 충분조건까지 적립돼서 그 요청 받아들였을 듯. 상대가 내가 필요할 때 도왔고 + 이렇게 정중(?)하게 청한다면 이쪽도 응하는 게 도리다… 혹은 나와 뿌리가 비슷한 사람을 향해 실은 미묘한 동질감을 갖고 있어서. 어쨌든 빛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주는 사람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그전까진 호감스택이 마이너스였음) 먼가 제노스가 말한 게 (생명을 태우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환희)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얘도 어쨌든 전투를 재미있게 여기고 그런 흥미와 충동 추구를 위해 목숨을 딱히 아끼지 않던 것도 사실이라.
제노스랑 싸우고 죽기 직전 간당일 때 그래서 이게 내게 주어진 것의 끝이구나. 하고 있었을 거 같음. 아주 큰 감흥은 없이…… 근데 누워서 제노스가 무엇을 생각했냐, 즐거웠냐 물었을 때 갑자기 뭔가 아쉬움이나 서러움이 치고 올라옴. 글고 기절하는데 전송됨(…)
전투 마치고 돌아온 후에 빛전 깨어나서 내.가왜살앗지 상태일 듯
근데 본인도 뜬금없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펑펑 울었음 ↑ 위의 서러움이 터진 거겠죠? 새벽즈 당황… 왜냐면 지금까지 얘가 그러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물론 제일 퐝당한 건 빛전 본인임.
그러고 나니까 그 서러움의 정체는 뭐지 … 생각할 듯.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얜 이 생이 너무 보너스 같다는 점임. 있을 줄 몰랐던 게 생겨났기 때문에… 거기서가 내 생 최종장이었고 목적이었고 임무완수 상태로 엔딩날(=죽을) 줄 알았는데 엥? 다음 장이 있어요. 난 전력 소진 됐는데. 그럼 이 보너스를 뭐 어디다 써야 하지? 싶음.
글고 가뜩이나 초월힘 땜에 기억/감정 전이 당하면서 점~점 민감해지고 있던 빛전인데 엘피스에서 껍질미리벗긴영혼 상태로 돌아다닌 거랑 아젬소크 계속 쓰는 거랑 마지막에 마음의힘최종배틀 뜨고 우주 끝에서 정화메티온(?)한테 받은 듀나미스 파워 땜에 예전보다 훨씬 더 물꼬가 트인 상태 … 가 됨 사실 따지자면 좋은(?) 건데 빛전 적응 안 돼서 ㅍ_ㅍ 상태일 듯
효월 엔딩 본 빛전 … 난뭐하지 #mood 라서 에스티니앙한테 너도 용시전쟁 끝나고 이 기분이었냐고 물을 듯 어디 조언 좀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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