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요람

KH

커뮤 by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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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그렇게까지 앨리스를 잘 사용하는 건 아니야. 순전히 타고난 나의 순발력으로~? (장난스럽게 으스대는 척 한다. 상대의 대목처럼 앨리스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런 것도 가능해질까, 생각해본다. 작금의 보드랍고 따사로운 분위기도, 자각하지 못한 순간마다 은은한 편안감을 주는 상대의 말들도. 그저 그런 것이 기뻐, ‘나만 믿어.’ 답하고 만다.) 아직……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왔을 땐 놀랐고, 그 뒤로는 빠르게 적응해서 새로운 기분을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오늘은 부쩍 새롭고 근사하게 보이네. 어제보다 오늘의 코가네자와가 더 특별해서 그럴지도. (반쯤은 농처럼 대꾸하고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통해 보여주는 바람의 존재를 미소지은 낯으로 바라본다.) 지겨운 건 익숙한데…… 오늘처럼 설레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생기면 좋겠어. 졸업할 때까지 매일 보는 풍경이라도 설렘 때문에 근사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말이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날은 그래서 또 근사해질 테고. 또……. 그 뒤로도 이 풍경에 지치지 않도록, 설레는 풍경을 함께 찾아볼까?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햇볕 들어오는 도서관 창가 자리나 계절마다 모습이 바뀌는 커다란 나무 아래나. 그런 곳에서 보내는 시간도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졸업하고도 그렇고. 상대의 얘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중학생이 되기 전에 자전거 두 대가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길도 찾아둬야겠다. (상대라면 말한 바를 지키고도 남을 테다.)

나도 편지를 좀 더 길게 써서 보내볼까……. (상대의 모습에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직 네 살이야. 정말 어리지? 나중에 내 얼굴은 기억도 못하겠다. 어쩌면 누나가 있다는 사실도 잊을지도……. (그건 조금 충격인데.)

모두들 친절하고 다정해. 그리고……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얘기를 해줘서 깜짝 놀랄 때도 있어. (그 얘기를 하는 동안 낯은 따사롭게 풀려있다.) 그러게, 어쩌면 가족 같은 사이니까, 이제. 오히려 졸업하고 나면 뿔뿔이 흩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 날도 오겠지? (작은 웃음소리.) 그럼 난 코가네자와만 믿을게? (상대의 말을 인용해서 같은 소리를 한다.) 코가네자와는 친구들을 잘 살피고, 좋은 얘기도 곧잘 들려주고, 같이 있으면 즐겁기도 하니까 믿음이 가.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나도 잘 배울 수 있도록 힘내야지. (조심스럽게 부른 것에 반해 자연스러워서 매끄럽고, 그래서 망설임을 씻어주는 화답. 이 특별한 아이는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도 여름 바람 같구나. 눈이 둥글게 휜다.)

노력을 오래 하면 습관이 되니까, 둘 다? (덩달아 장난스럽게 답하고 뺨 위로 손을 얹는다. 정말 그 말대로 나도 특별한 걸까. 이렇게 평범해서, 앨리스 역시 튀지 않는데. 하지만 히데코와 있는 순간은 그 말을 사실처럼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 순간에는 그 얘기를 믿기로 한다. 어딘가에 있던 마음의 짐을 놓고.) 정말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책을 써도 즐겁겠다. (아직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직업군이지만.) 나중에 한 번 해볼까? 공부 가르쳐주거나…… 산문이라도 짧게 쓰는 거. 그거 전~부 잘할 것 같은데. 반짝거리니까 아이돌도 좋겠지만…… 배우 일 하는 히데코를 생각하니 정말정말 잘 어울려! 다른 사람의 삶을 오래, 그리고 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배역도 이해하기 유리하지 않을까? 연기하는 히데코의 모습, 보고 싶을지두…….

응! (두 개 다 준비하는 것도 좋지. 즐거이 생각해본다.) 일기에 써두면 도서관에 숨겨둔 사진이 있다는 걸 잊지도 않을거야. 중등부나 고등부가 되어서 함께 찾으러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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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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