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와 그렇지 못한 결과

Marcus T. Joslyn

굳이 결론을 내려보자면, 그렇게 친하다고 볼 수는 없는 사이였다.

슬라임―그러니까 시마 녀석하고는 이제 친구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시시는 말하자면 친구의 친구였다. 슬라임과 시시가 단순한 친구 이상의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마커스와 시시는 가깝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먼 사이였다. 셋이 함께 있으면 이야기도 행동도 함께할 수 있었지만, 둘만 남게 되면 할 말을 찾기 힘든―요약하자면 ‘아직’이라고 할까. 시시가 휘말린 게 사소한 트러블이라면 그 새로 끼어들어 몸으로 막는 건 시시도 불편해할 오지랖이었다. 머리로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머리가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는 녀석들이 그렇다. 이럴 일이 아닌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끼어들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후 훈련 전에 내가 말하는 곳으로 오라니까?”

갑자기 벌어진 상황을 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인다. 그날은 점심 메뉴로 피자가 나오는 날로, 레시피도 잘 모르는 인간들이 어설프게 조물거려 만든 게 아니라 바깥의 잘 갖춰진 화덕에서 불내나게 구워낸 진짜 피자가 제공되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밖에서 사 먹는 녀석들도 구내식당 앞을 기웃거리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그런 때. 한발 늦게 식당 쪽으로 내려온 마커스의 눈앞에 덩치 큰 사내놈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시시가 보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려다 한쪽 눈썹을 슬 찌푸리고서는 그 광경을 살폈다.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닌 건 확실했다.

“내가 왜?”

“좋은 거 주겠다고 했잖아. 그것도 공짜로. 이런 기회 흔한 거 아니라고.”

마커스로 말할 것 같으면.

“가기 싫다고 하면?”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그거야 네 선택이지만. 앞으로 이곳 생활 편하게 하고 싶으면 거절하지 않는 게 좋을걸?”

사건의 양상과 그 자신의 처지, 및 대상과의 관계를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계산한 끝에.

“그러니 순순히―윽,”

“이제 그만해.”

가슴에게 머리채 잡혀 끌려가는 그런 인간이었다.

“넌 뭐야?”

오른 팔목으로 덩치 중 하나를 밀어낸 마커스가 유연하게 원 안으로 들어가서는 시시 옆에 섰다. 의도는 간단했다. 시시는 마커스에게 친해지고 싶은 녀석으로 분류할 수 있었고, 그런 녀석이 곤란한 일에 발목 잡힌 걸 그냥 두고 보자니 양심 곳곳이 가려워서 참기 어려웠다. 그래서 끼어들기는 했는데. 계산상으로는 끼어들지 말자고 결론 난 일에 마치 제 의도가 아닌 양 던져지고 보니 아주 당연했던 첫 질문부터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이제 그만해. 점심시간 다 간다. 얘 굶으면 책임질 거야?”

“풉.”

안 그래도 나사가 하나 부족한 상황에.

“야, 빠져. 우리 지금 골디랑 대화하고 있거든?”

이 모자란 놈들이 신경을 긁어서 판단에 쓸 정신을 흩어놓는다.

“누가 봐도 대화로는 안 보이는데? 협박이잖아. 허튼 짓 하지 말고 가라고.”

“못 알아듣냐? 니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낄 자리 아닐 자리를 왜 니들이 판단해?”

“이거 웃기는 새끼네. 야, 너 뭐야? 평소에는 찐따같이 찌그러져 있던 게 왜 지랄이냐고.”

그건 정말로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옆에 서 있던 시시의 어깨를 잡고, 제 옆구리 쪽으로 바짝 끌어당긴 건.

“내가 아무리 찐따라도 내 여자는 지켜야지.”

그 목소리가 유난히 청아하고 낭랑했던 탓일까?

시끄러웠던 사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말로 할 때 내 여자친구한테서 떨어져. 경고는 한 번만이야.”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을 따라 쏠린 시선의 끝.

입과 눈이 떡 벌어진 글램의 발치에 흩어진 하얀 머그(였던 것)가 널리 퍼진 콜라 안으로 보글보글 잠겼다.

철퍼덕!

다시 한번 들려온 소리의 끝.

벌어진 입 양 옆으로 양 손바닥을 가져다 댄 시마가 엎어진 피자 뒤로 뒷걸음질 쳤다.

……이게 아닌가?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흘러내려간 마커스의 시선에 비친 시시의 얼굴은, 뭐랄까.

형용하기 어려웠다. 그게……최선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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