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텔] 내가 네게 빠지는 이야기
Keith & Taylor
너는 탄산을 가득 머금은 와인 같았다.
날카롭게 목을 찌르는 감촉은 분명히 불편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따갑게 꺼끌거리는 느낌을 잠시만 참으면 온갖 스트레스를 전부 녹여버리는,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과실주가 혀끝부터 내장까지 진득하게 적셔냈다. 인공향료 따위가 주는 말초적인 쾌락과는 달랐다. 깊이도 무게도 존재하지 않는 싸구려 포도즙과 비교하는 것조차 불경했다. 라벨과 가격이 그 가치를 아무리 설명하려 한들, 직접 열어 맛보지 않으면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아무도 가지지 못한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차오르는 치기 어린 희열. 따끔하게 날아드는 시선에 키스는 즐거운 듯 작게 웃었다.
“웃지 마. 재수 없으니까.”
밀어내려는 너를 이해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우리는 적이고, 너는 나를 싫어하니까.
“내가 재수 없어?”
“왜, 기분 나빠?”
“아니, 흥분되는데?”
“미친놈.”
“오빠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나라는 거 아냐? 그런 유니크한 대접 좋아해.”
이해하는 것과 밀려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보통이라면 싫다는 사람에게 굳이 들러붙고 매달리지 않았다. 키스에게 키스 이라이프는 무척 중요하고 값진 존재였다. 그럼에도 네 손길에 밀려나지 않는 것은 너 역시 값을 매기기 어려운 귀한 보석임을 인정한 탓이었다. 나는 이미 너를 열어 향을 맡았고, 맛을 본 데다가 저항하는 네 숨결의 짜릿함까지 머금어 보았다. 몇 번 밀어냈다고 순순히 놓쳐버리기엔 아까웠다. 지나치게.
“왜. 나 말고도 싫어하는 애가 있어?”
“무슨 개소리를 해도 안 들여보낼 거니까, 저리 꺼져.”
“으응, 걱정하지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무시라니? 내가 오빠를 왜 무시해. 오빠만큼 깜찍하고 앙큼한 예쁜이가 어디 있다고.”
“한 마디만 더 해봐.”
마지막으로 너를 삼킨 지 오래도 지났다.
“기다렸어.”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을 마친 키스가 제 입술을 진하게 핥았다.
“Mr. H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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