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그와의 두 번째 사고

Zack & 金木犀

살갗 주변으로 살기가 일렁인다. 다른 모든 심리에는 무디고 둔했지만 살의만큼은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알아차려서. 정확히 급소를 겨냥한 먹을 머금은 바람에 흘끗, 시선을 주었던 잭이 다시 금목서에게로 눈을 돌렸다. 화가 잔뜩 오른 눈이다. 주로 먹잇감에서 봐 왔던 흔해 빠진 감정은 둔탁하고 지루했다.

“왜.”

묻는 목소리가 덤덤한 것은 그래서였다.

“정곡이라도 찔렸냐?”

원래도 관계에 서투른 편이었고, 틈만 나면 악역임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다 보니 상처 주는 말쯤은 익숙했다. 처음 한 마디는 화에 차서 뱉은 것이 맞았지만 그 뒤로는 네가 최대한 아프게 베이도록 단단히 쌓고 벼렸다. 네 화가 극에 달해 결국 나를 후비는 결과가 되더라도 별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 아깝게 여기는 목숨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네가 말 몇 마디에 상처받는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나. 알게 된 이상 선을 넘어 네 분노를 끌어내는 건 쉬웠다. 둘만 붙어 다니는 것이 아님에도 서로 아귀가 안 맞는 탓에 짜증도 올랐으니, 감정을 몇 번 흔들어서 네가 틀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가리가 뚫려있는 대로 말하는 것도 슬슬 그만할 시기가 되었을 텐데 자꾸 나불대는구나.”

금세 논점을 벗어난 것까지는 예상한 그대로였지만, 저와 같이 말에 날을 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허점을 찔렸다기보다는, 조금 의외라고 할까. 손아귀에 웅크리고 있던 자그마한 병아리가 털을 세우고 날개를 펼친 것을 보는 기분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단단히 쥐인 멱살 탓에 목 부근이 퍽 불편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아귀가 맞아들지 않으니 가시를 세우는 것이렷다?”

정보가 많지 않으니 헛방을 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웃음이 나오는 것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인 척이나 그만하지 그래. 부러워하지도 말고 너 스스로 인정해. 네가 그냥 사람이었으면 그 연구소에서 널 잡아다 그랬을 이유가 있겠냐?”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재밌다고 느껴지는 건 그만큼 망가졌다는 뜻이겠지. 남의 고통에 웃어본 건 요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살기 앞에서도 잠시 다른 쪽으로 흐르는 의식을 잡아둔 잭이 더 해보라는 듯 시선을 맞췄다. 전에 크게 부딪친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맞춰본 적 없는 시선이 잭의 눈을 꿰뚫을 듯 쳐다봤다.

“어미도 아비도 잊은 놈이라 공감을 못하는 모양이로구나. 뿌리도 없는 놈에게는 가족과 동료, 인정과 존중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쳤어야 하거늘.”

“동료 같이 굴고 동료만큼 해야 동료라고 인정을 하지 않겠냐.”

“그러니 네 주변에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느냐. 고향도, 가족처럼 지내는 이도 없을 놈이 입만 잔뜩 나불대는구나.”

“아- 그러셔.”

거기에 몇 마디 덧붙이려던 순간.

“네 곁에 붙어있던 것들이 날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야.”

잭의 입술이 벌어진 채 굳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한 톤 가라앉은 목소리가 제 귀에 들린 순간, 잭은 직감했다.

아, 쉽게 끝나지 않겠는데.

“네 곁에, 붙어있던 것들이, 날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야.”

승리감 어린 싸늘한 비소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정곡이라도 찔렸나?”

그래.

대답 대신 숨을 들이마신 잭의 귀 옆으로 쇳가루가 모였다.

어깨에 얹은 책임에 무게를 더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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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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