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ERA+

루테라 / 공범

5/10: 메이드의 날 / 트친 드림 뺏어먹기 / 루테라 편

 대체 이게 뭐람. 테트라는 기껏 생긴 휴일에, 와본 적도 없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될 판인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일전에 드레스를 선물 받은 기억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우연이었고, 선물이라기엔 그를 돕기 위한 무언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본격적으로, 이런 걸 들이밀다니.

“빚, 잊은 건 아니겠죠.”

공성전에서 목숨을 빚진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에 대한 대가치고는 싼 편이다. 그러나 루드빅이 다짜고짜 찾아와선 쇼핑백에 담아 건넨 것에 테트라는 얼굴을 펼 수 없었다. 메이드 복이다. 검고, 하얀, 단정한 옷. 보아하니 어느 가문에 소속된 이들만 입는 것인 듯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문장이 옷에 아예 박혀 있을 리가.

“제가 도우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데요?”

“왜요, 그 넓은 치마폭에 숨기라도 할까 봐?”

루드빅이 키득이며 말하며 테트라의 얼굴이 일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농담도 저런 농담을. 진심으로 질려하는 테트라의 얼굴에 루드빅은 어깨만 으쓱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당신이 제대로 맞출 수만 있다면.”

“꿈도 꾸지 말아요.”

“꿈은 반쯤은 이뤘습니다. 당신이 협력하게 됐으니까요.”

의뢰로, 정보를 가져올 것이 있다. 가능한 평화롭게 해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잠입을 하려 한다. 그것에 앞서 저택의 구조, 사용인들의 동선, 노리는 곳의 위치 등이 필요하다. 집사는 소속에 따라 나누고 있고, 메이드의 경우는 더 자세하게 소속을 나눈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허드렛일을 하는 이들은 대타를 구해오는 일도 잦다.

“그저 길만 열어주면 됩니다.”

그러니, 그곳에 일일 메이드로 들어가 나를 위해 일하라고. 루드빅의 뻔뻔한 제안에 테트라는 입술을 달싹였다. 거절의 말을 하고 싶으나, 할 수 없다. 빚을 져둔 것을 언제 어떻게 갚으라 할지 예측할 수 있는가.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얼마나 예측하지 어려운 남자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할 수 없이 테트라는 그 옷을 갖춰 입고 저택에 녹아들었다. 솔직히 정보 수집이고 뭐고, 일이 너무 바빴다. 단정하게 메이드복을 입고 기품있게 손님을 맞이하고, 저택을 가꾸는 보람을 느끼는 것. 그런 것을 느끼기엔 저는 너무 말단이었다. 사실 그냥 고생을 시키려고 보낸 것이 아닐까. 정원에서 빨래를 다 널고 어깨를 두드리며, 테트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선선한 바람에 세탁을 마친 흰 시트가 펄럭인다. 이대로 탈주할까. 멍하니 그 광경을 보며 생각한 것도 잠시. 천 사이로 불쑥 나타난 금빛에 테트라는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이런 식으로 기습을 하며 저를 가르치던 이가 금발이라 그런 것일까. 그러나 앞에 나타난 그가, 진짜 루드비히 와일드인 걸 확인한 테트라는 눈을 크게 뜨고 입도 조금 벌어졌다.

“이쪽으로.”

못 온다더니. 자기가 직접 올 수 없어서 나를 시켰다더니. 그런 배신감도 잠시, 루드빅의 차림새를 본 테트라는 눈을 깜박였다. 진짜 안 어울린다. 흙이 묻은 옷과 장갑, 대충 눌러쓴 밀짚모자, 집사는 소속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으니, 그 외의 외부인력으로 정원사를 택한 것일까. 테트라는 방금전까지 루드빅을 욕하고 있던 것도 잊고 웃음을 꾹 참았다. 그런 테트라의 얼굴을 전부 읽은 루드빅은 좋을 대로 하라는 듯 픽 숨을 흘리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테트라를 끌고 갔다.

“이렇게 저택의 메이드를 마음대로 빼돌린 걸 들키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살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면서.”

역시, 거짓말이었군요? 테트라가 노려보면 루드빅은 싱긋 웃기만 했다. 테트라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제가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일이 우연히 생기면 그쪽을 택하는 게 빠르지 않겠는가. 정원사가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사람을 사는 수밖에. 테트라와 접선해 저택 안에서 가져올 것을 맡기려던 루드빅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소속에 속하는 메이드를 매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니 사실, 테트라를 더 여기 둘 필요는 없었다.

“글쎄요. 어쨌든 공범이 되었으니…….”

그러나 이런 모습이 썩 보기에 괜찮았던 탓일까. 루드빅은 제 꼴이 평소에 비해 엉망인 것도 잊고, 이런 제 모습이 의외라는 듯 멍하니 있는 메이드의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대로 빼돌려 볼까 하는데.”

메이드를 빼돌린다. 무슨, 사랑의 도피의 주인공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테트라는 루드빅이 그렇게 말하며 키득이는 것에 불쾌함을 표하면서도, 그 웃는 모습이 묘해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순박한 차림새에, 밀짚모자를 쓰고, 얼굴에 흙을 묻히고서 재미있다는 듯 웃는 루드빅이라니.

“정보를.”

그럼 그렇지. 그래 봤자 또 저를 놀릴 뿐이라. 테트라는 입고 있던 메이드 복을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 속도로는 너무 느리다며 루드빅이 냅다 어깨에 둘러매고 달리기 시작한 탓에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원했든 그렇지 않든, 오늘도 공범이 된 셈이었다.

메이드의 날

페닝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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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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