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영혼의 세탁이다

[O.C.] 우시다 유카코.17 > 와쿠카와 무이미.17


어떻게 버텼느냐고······.

어떻게 버텼느냐는 질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버텼다'라는 사실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시다 유카코가 살아온 세상에서 '생존'이란 다른 선수의 기록을 제쳤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이 문답은 숨 막히는 상황을 외면하기 위한 찰나의 재치이자, 연극이다. 그러므로 우시다 유카코는 눈앞의 친구가 순수한 얼굴로 던진 이 질문을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다른 적법한 이들을 모두 제치고 아직도 살아있느냐'는 질책으로 곡해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해명해야 한다. 마이크 앞이란 자격을 증명하는 곳이다. 주먹을 말아쥐어 만든 가짜 마이크 뒤로, 와쿠카와 무이미의 눈동자에 반사된 형광등 불빛이 방송용 조명처럼 위협적으로 반짝인다. 육상부 경기가 끝나고 수상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결과물이 아닌 선수로서의 자격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처럼, 우시다 유카코는 결연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나는 부끄러운 것이 없습니다.

먼 옛날, 우시다 유카코는 '어머니'에게서 수치심을 씻는 법을 배웠다.

유타논, 항상 씻는 걸 잊어선 안 돼. 세상 사람들이 우리더러 정신병자라고 욕하고 돌을 던져도, 봐! 이렇게 깨끗한데 어떻게 미칠 수가 있겠어······.

'어머니'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이에게 내어주었다. 두피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손가락의 끝으로 살살 문지르는 법, 귀 뒤와 목덜미의 묵은때를 벗겨내는 법, 샤워 타올을 활용해 손끝이 닿지 않는 등의 가운데 부위를 시원하게 긁어내는 법, 각질이 하얗게 올라오지 않도록 입가를 조심하며 얼굴을 문지르는 법을.

영혼의 마지막 성역이라는 것이 있다면, 초대하지 않은 자가 불시에 마음 안으로 침입해 오더라도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갈고 닦아둔 육체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버텼느냐고, 씻었다. 씻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야만 했다. 하루에 세 번. 강박적으로. 나 자신과 하는 약속이었다. 사는 것은 수치다. 거울 안에 비친 아이는 여전히 혐오스럽고, 죽을 때까지 내가 그와 화해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감상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기계가 되자고. 세상이 멸망해도 하루에 두 번은 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시계탑처럼. 씻자, 균등한 시간대를 정해서, 하루를 리셋하는 리추얼로 삼자. 시체의 옷가지를 뒤져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빼 오느라 손끝에 남아버린 시취도, 한때는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알아갈 수도 있었던 이와 사투를 벌이느라 손톱 밑에 자글자글하게 끼어버린 살점마저도,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느라 묻어버린 철근의 녹도, 눅진한 공기를 견디느라 배어버린 겨드랑이의 땀 냄새까지, 모두 씻어버리자. 잊어버리자. 그렇게 더러운 건 내 기억에 없어. 가위로 잘라낸 것처럼 깔끔하게 도려내 버리면, 그러면······.

마이크 앞에 서서도 우시다 유카코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싶었다. 그러니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와쿠카와 무이미에게 되묻는다.

당신에게도 영혼을 씻는 리추얼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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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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