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닭발, 치즈, 개
오두막 by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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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쯤 이른 잠에 들었다가 깼다.
냉장고에서 저녁으로 먹다 남은 닭발을 꺼내 뚜껑을 뜯어냈다.
옆에는 냉수 반 컵이 담긴 반투명한 머그잔. 갓 꺼내 차가운 닭발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두 개쯤 먹자 슬슬 무언가 매움을 중화시켜 줄 만한 것을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은 기본, 거기에 냉장고에서 아몬드 치즈를 꺼내왔다.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 그런지 치즈는 예상대로 맛있었다.
그렇게 비운 잔이 아마 둘 혹은 둘 반, 치즈 세 봉지. 이제 닭발은 거의 남지 않았다.
시간도 시간인 데다 일단은 입안이 너무 매워 더는 못 먹겠다 싶어서 자리를 정리했다. 최근 들어 조금 다시 보고 싶어진 영화 ‘라라랜드’의 ost ‘City of stars’를 흥얼거리며.
흐느적대며 주방과 거실을 미끄러지듯 거니는 동안 지금 하는 생각들이 자동으로 글로 써지는 기계가 발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짧고, 재빨리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 물론 당연히도 시간은 글만을 위해 내게 할당된 것은 아니고.
노트북을 상체와 하체 그 중반부쯤의 어중간한 지점에 올려두고 침대 헤드에 머리를 느슨히 기댄 채로 노래의 박자에 따라 자판을 가볍게 두들긴다. 앞에서는 흐트러진 흰 이불 위에서 흰 개가 열심히 콧잔등을 핥는다. 아주 귀엽다. 내 사랑하는 반려견에 대한 주접을 늘어놓으려면 날을 새야 할 것 같으니 이만 줄이고 더 늦기 전에 목욕을 해야겠다. 누가 그랬다. 머리를 맑게 하려면 청결한 몸이 필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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