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켄]FHQ 악마 쿠로오X백마법사 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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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Q 마왕카와를 위한 약을 구하기 위해 백마법사 켄마를 찾아간 악마 쿠로오로 쿠로켄
"이게 맞는 거예요 정말?"
쿠로오가 손을 뻗자 주위로 붉은 에테르가 모여들었다. 곧 둥그런 형채를 이룬 그것은 순식간에 검은 귀와 꼬리가 달린 고양이로 변했다.
"콜록, 콜록. 아 오이카와씨 정말 죽겠다고 쿠로쨩-!"
"아니, 그러니까 당신 마왕 아니냐고요, 무슨 마왕이 감기에 걸려?"
쿠로오는 츳츳 혀를 차며 유리창 밖으로 고양이를 내보냈다. 아찔한 높이의 성벽을 여유롭게 뛰어내린 검은 고양이는 곧 훌쩍 제 길을 떠났다.
"약이나 구해다줘 얼른! 콜록, 콜록. 크흥-"
하계 정점에 군림하는 남자가 콧물을 훌쩍이며 이불 속에 꽁꽁 감싸여 있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마왕님께 드는 약초 구하는 게 쉬운줄 알아? 그 넘쳐흐르는 마기만 좀 어떻게 해보던지. 가져오는 환약이며 풀이며 다들 그 마기에 눌려 효과를 못본다고요."
"콜록 콜록, 아 됐어. 잔소리 할거면 나가. 콜록! 너는 나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 알아 쿠로쨩?"
"어휴- 네네, 약 찾아올게요 마왕님."
옥체 보존하소서- 짖궂게 말했지만 방을 나온 쿠로오의 얼굴엔 꽤 짙은 근심이 드리웠다.
"변장하고 인간계를 쏘다니더니, 어디서 이상한 걸 줏어먹고 온건지."
제 천방지축 상사의 뒤치닥거리는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저 정도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아픈적은 처음이라 걱정 될 수 밖에 없었다. 곧 수색을 위해 내보냈던 고양이에게 신호가 왔다. 다행이 멀지않은 곳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키에 수 배는 될 듯한 나무가 우거진 숲의 안쪽, 그 창공에 나타난 마법진이 빛을 뿜었다.
"뭐야?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지?"
사람은 커녕 동물들도 잘 지나다니기 힘든 빽빽한 숲이었다. 새들의 날개짓과 울음소리만 들리는 어둡고 고요한 산속.
쿠로오는 하늘위를 걸으며 고양이가 발견한 약을 찾기위해 아래를 두리번 거렸다.
"오야? 저 호수로군."
나무들 사이에 위치한 호수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저 물을 찾아낸 건가. 쿠로오가 가벼운 몸짓으로 호수에 내려앉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 진게 아니군."
정교했으나 호수는 마력으로 만들어낸 인공호수 였다. 그렇다는 건,
"이 안에 뭐가 숨겨져 있다는 말이렷다."
쿠로오는 제 얼굴을 비추는 투명한 호수속으로 몸을 던졌다.
"...누가 왔어."
그 시각, 켄마는 호수에 들어온 이질적인 마력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긴 평범한 인간은 찾을 수 없는 곳,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가까이 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다는 건 저와 같은 고 레벨의 마법사 이거나 혹은 전혀 다른 종족.
하얀 바탕에 금빛 자수가 놓아진 로브를 걸치고 후드까지 뒤집어 쓴 켄마는 구석에 세워둔 고목나무 지팡이를 찾아 짚었다.
"귀찮아."
별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걱정도 아닌 무기력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 똑똑 정중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에 지팡이를 가져다대자 스르륵 부드럽게 문이열렸다.
"아, 안에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삐쭉 솟은 검은 머리카락과 노란 눈동자. 망토도 로브도 걸치지 않은 가벼운 차림의 남자의 머리 위에는 검고 윤기나는 뿔이 자라있었다.
".....마족, 이군요 당신."
"네! 저희를 바로 알아보시다니, 견문이 넓으시군요!"
모든 마족이 다 뿔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주 높은 급의 마족들에게만 생기는 힘의 상징. 켄마는 저도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아, 다시 제대로 인사드리죠. 저는 마왕 오이카와를 보좌하는 1급 마족, 쿠로오 테츠로 라고 합니다."
여유로운 미소의 쿠로오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법사님."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거죠? 물론 여기가 하계이긴 합니다만 마왕의 지배력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인데."
하계와 중간계, 천계는 선으로 그은듯 딱 잘라 구분되어져있지 않았다. 보통 하계의 주인과 천계의 주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 까지를 서로의 영토로 구분하고, 닿지 않는 곳을 중간계로 분류했다. 여기는 하계의 끝자락, 즉 중간계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었다.
"그게,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마왕의 몸을 치료할 수 있는 에테르를 수색하다보니 발견된 곳이라서요."
".....마왕도 아파요?"
켄마의 물음에 쿠로오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마왕님은 중간계에 관심이 아주 많으시니까요. 뭘 잘 못먹어서 탈이 난 게 아닐까요?"
우습기까지한 대답에 켄마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의 마왕이 세계를 가리지 않고 쏘다닌다는 얘기는 유명했으니 딱히 진실의 눈을 쓸 필요는 없어보였다.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뭐죠?"
"저희 마왕님이 드실 약을 만들어 주세요. 분명 효과가 있는 마력이 존재할 겁니다. 그게 약초든 뭐든."
켄마는 더욱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싫다고 하면, 절 산채로 잡아가나요?"
"어휴! 납치라뇨! 요즘 시대에. 그렇게 야만적인 방법은 쓰지않아요! 우리 마법사님이 악마에 대해 선입견이 있으시구나~"
쿠로오는 빙그레 웃으며 켄마를 안심시켰다. 능글맞은 미소가 퍽 얄밉다.
"마왕님의 몸만 낫게해주신다면, 원하는 걸 들어드릴게요. 참고로 흑마법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어요!"
켄마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쿠로오가 점점 바싹 말라오는 입술을 몇번 훑었을까. 켄마가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는 문을 닫았다.
"....들여보내주지도 않고 이렇게 밖에 세워둔다니."
어지간히 경계심이 많다. 후드로 가렸지만 슬적보인 금발과 하얀 로브. 현재는 사라졌으나 몇 세기 전까진 이름을 떨쳤던 백마법의 정파, 코즈메의 후손인 듯 했다.
"아니, 본인일 수도 있겠지."
일정 수준 이상의 마력을 가진 자들은 늙지않으니까. 쿠로오도 한참전에 세다 포기한 제 나이를 다시금 상기하려했으나,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들과 마법사들은 저희 같은 악마를 두려워 하고, 그와 같은 대마법사들을 숭배했다.
"본인이라면 왜 천계에 있지않고 여기에 있는거지?"
원칙적으로 천계는 결국 중,하계를 모두 통솔하는, 아니 그 균형을 수호하는 곳이다. 저런 대 마법사가 이런 변방에서 썩도록 둘 작자들이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암녹색 눈동자를 상상하며 쿠로오는 고개를 저었다.
"우시지마 그 자가 그런 유능한 재원을 놀리게 둘리 없지. 그의 후손일거야."
오이카와가 인간계를 쏘다니는 이유의 절반정도는 우시지마의곤란한 모습을 보고싶어서이기도 했다.
"다들 참 성격 나쁘다니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끊어낸건 다시금 스르륵 열린 문이었다.
"여기요, 이걸 먹여요."
켄마가 내민건 작은 병에 담긴 투명한 액체였다.
"마왕이 몸이 아프려면 원인은 몇가지 없어요. 그보다 강한 마력을 가진 자에게 저주를 받았거나, 혹은 그의 마법에 공격 당했거나, 마왕 본인의 마법이 혼탁해졌을 때죠. 그러나 마왕보다 강한 마력을 가진 자는 천계의 왕 뿐인데, 그가 그를 죽일 리 없으니 결국 남은 가설은 하나에요. 그의 마기가 혼탁해졌다. 이걸 먹으면 체내의 마기가 끌어오를거예요. 흔히 인간이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처럼요. 마기가 아닌건 토해낼겁니다."
그저 몸이 아프다는 한 마디 만으로 켄마는 병의 원인까지 짚어냈다. 감탄으로 벌어진 입이 다물리기도 전에 슬금슬금 닫히려는 문에 쿠로오는 잽싸게 제 발을 끼워넣었다.
"보상하겠다고 했잖아요! 마법사님!"
"아무에게도 제 얘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마왕이든 천왕이든 누구에게도요."
"당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나요? 원한다면 마계의 안전한 곳에 거처를 마련해드릴게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자를 없앨 수도 있어요."
"아니요. 그냥 절 내버려 두세요."
"그럼 이름! 이름이라도 알려줘요! 저도 보고라는 걸 해야한다고요!"
켄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쿠로오는 항시 무표정 하던
얼굴에 불호의 감정만 뚜렷하게 나타는 모습이 퍽 재밌었다.
"켄마. 됐죠? 안녕히가세요."
붕- 쿠로오의 몸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새 호수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하하- 무례하네."
허나 그렇게 말하는 쿠로오는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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