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키타] 사극 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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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키타 로코ver. 사극AU 보고싶다...ㅋㅋㅋ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왕세자 아츠무와 불안한 눈빛의 세자비 키타.....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서열 2순위 오사무
십여년 전, 왕국 이나리자키에 쌍둥이 왕자가 태어났다. 모든 백성들은 두 배로 찾아온 축복에 감사를 올렸고 궁의 신하들은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태어난 순서에 따라 큰 왕자인 아츠무가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몇몇은 형보다 더욱 총명한 둘째 왕자를 지지했으나, 태어난 순서에 따라 계승권이 정해지는 전통을 무시할 순 없었다.
왕자들이 10번째 생일을 맞았을때, 왕세자 아츠무는 전통에 따라 왕세자비를 맞아야 했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총리대신의 여식과 약혼을 시키려 했으나, 아츠무를 왕세자로 만든, 남여 상관 없이 첫째 자식에게 상속하는 전통에 따라 첫째 여식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리의 자리에 올라야했다. 허나 남아 있는 자식은 모두 남아였다. 미야 왕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쌍둥이를 불러 자리에 앉혀 묻자 아츠무는 '그쪽도 정치적 목적으로 오는 것 아니냐.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라며 후손은 첩으로 보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몇 주뒤 누나를 대신해 입궁한 남자아이는 아츠무보다 한 살이 많았다. 원래라면 자색 저고리에 붉은실로 수를 놓은 흰 치마를 입어야 했으나 자색 도포와 흰 바지에 붉은 대님을 대어 입었다.
"안녕하십니까. 키타 가의 둘째 신스케라고 하옵니다."
곧은 자세와 단정한 몸짓. 태어나 처음와본 궁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아츠무 인사 해라. 네 세자비가 될 분이다."
왕세자의 색인 자색. 자색 곤룡포를 입은 채로 왕비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츠무가 일어나 뚜벅 뚜벅 다가왔다.
"반갑소 부인. 예전에 그대의 누님을 뵌 적이 있소만 대단한 미인이라 내 그대도 기대했는데 조금 모자란듯 하오."
대놓고 외모를 품평하는 발언에 키타의 옆에 서있던 총리대신도,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왕과 왕비의 얼굴에도 힘줄이 돋았다. 아츠무의 옆 의자에 여전히 앉아있던 오사무는 이번에는 아츠무가 어마마마께 얼마나 혼날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때 여전히 표정에 아무 변화가 없던 키타가 입을 열었다.
"제 누님은 미모만큼 총명하시어 아버님의 뒤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 누님의 가치를 알아봐주시어 감사합니다 세자저하. 형만한 아우 없다고 제 누님도 그러하지오. 그런데 어찌 둘째 저하께서는 형보다 나은 아우이신듯 합니다."
틀로 찍어낸듯 똑같이 생긴 쌍둥이었다. 둘 다 자색 곤룡포에 왕세자인 아츠무는 흑색 대를, 오사무는 흰색 대를 차고 있었는데 대가 아니고서는 그들을 키운 유모마저도 잘 구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둘에게 동생이 더 잘생겼다니. 아츠무는 입술을 꾹 말아넣고는 휙 돌아서 가버렸다.
"폐하 소인의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아츠무가 사라지자 키타가 공손이 사과했다. 왕과 왕비는 천방지축 말괄량이 왕세자에 옆에 있기에 안성맞춤인 세자비라며 오히려 키타를 칭찬했다.
그날 이후로 아츠무는 틈만나면 세자비의 궁에 쳐들어 갔다.
어느 날은 개구리를 잡아 베개사이에 넣어놓고,
어느 날은 키타의 정원에 숨어있다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튀어나와 놀래키기도 했다.
"소인 세자저하를 뵙습니다. 언제부터 숨어계셨습니까. 다리가 저리시지요. 이보게 세자 저하를 업어 모시게."
그러나 키타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은채로 한참 숨어있었을 아츠무를 업어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왜 안 놀라는거야?! 궁녀들은 다 깜짝 놀랐는데!"
씩씩거리는 아츠무 앞에 앉은 오사무는 궁녀가 가져다준 과일을 쏙쏙 집어먹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볼떈 형수님이 너보다 한 수 위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흘릴것 같은 사람한테 괜히 힘빼지 마 츠무."
오사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키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맨날 혼자 분통해 했다가 낄낄거렸다 하는게 너무 바보같아 보였다.
"형수님이랑 잘 지내봐.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던데. 똑똑하기도 하고."
"나보다 네가 더 잘생겼다는데 그게 어떻게 똑똑한거냐?"
"그러니까 똑똑한거지. 넌 진짜 바보구나."
우당탕탕. 또 다시 벌어진 왕자님들의 싸움에 궁녀와 내시들이 뛰쳐나와 익숙하게 둘을 떼어놓았다.
그 이후로도 아츠무는 차마 입으로 내뱉기도 민망한 유치한 괴롭힘을 계속해갔다. 신발 한 쪽만 숨기기, 키타에게 갈 간식 뺴돌리기, 종이에 귀신그림 그려서 편지인냥 보내기. 하지만 키타는 신발이 없어지면 새 신을 꺼내고, 간식이 오지 않으면 직접 가서 다시 받아왔으며 편지엔 정성스레 답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키타가 아츠무의 궁으로 찾아왔다.
"세자저하를 뵙습니다."
"무, 무슨 일이요 부인?"
아츠무는 괜히 쪼그라드는 마음에 입술을 삐죽였다. 키타는 점잖은 얼굴로 그의 앞에 앉아 잘 접힌 비단포를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오?"
아츠무는 떨떠름했지만 호기심이 먼저였기에 찬찬히 비단을 풀었다.
"아, 이건...."
비단에 곱게 싸여있던것은 어젯밤 몰래 궁을 나와 아츠무가 망가뜨렸던 키타의 화단에 난 꽃이었다.
"저하, 저는 매일을 제대로 보내려 노력합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지요. 후손을 볼 수도 없고, 평생 세자비가 될 거란 생각도 안했으니 공부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궁의 살림도 들여다보고, 화단도 가꾸지요."
"부인은 내가 그 화단 좀 망가뜨렸다고 나를 꾸짖으러 온거요? 세상에 지아비에게 이리 무례하게 구는 부인이 어디있소!"
아츠무는 대뜸 화를 내었다. 딱 제 발 저린 꼴이었다.
"아닙니다 저하. 저는 화단 일로 온 것이 아닙니다"
키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도리질쳤다.
"제 화단을 망가뜨리려 밤에 궁을 나서다 넘어지셨지요?"
"그걸...어떻게....."
"공부보다 저를 놀릴 궁리에 매진하여 얼마전에 본 시험도 도련님보다 못 보셨지요?"
크,크흠. 아츠무는 헛기침을 했다. 제게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키타는 아츠무의 생활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왕세자로써 몸을 귀하게 여기시고, 시간을 귀중하게 쓰시라 말씀드리러 온것입니다. 가지고 온 꽃은 잘 말려 빻은뒤 바르면 상처에 좋다고 합니다. 보기에 예뻐 키운건데 그런 효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궁녀에게 보냈으니 곧 약으로 만들어 올 것입니다."
키타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아츠무는 그가 나가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키타가 준 비단포를 곱게 접어 서랍에 넣었다.
그 날 이후 아츠무의 장난은 멈췄다. 신발은 늘 놓은 그대로 있었고 더 이상 개구리도 장난편지도 오지 않았다. 오사무와 마주앉아 차를 마시던 키타는 나즈막히 형수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네, 도련님."
"혹시 츠무, 아니 아츠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셨습니까?"
"글세요."
"그 자식, 아니. 아츠무가 이상합니다. 공부도 엄청 열심이 하고요, 검술도 엄청 열심이 하고요. 어제는 아바마마를 찾아가 본인도 경연에 들어가보면 안되겠냐고 했답니다."
키타는 살풋 웃었다. 오사무는 시집온 뒤로 처음보는 형수의 웃음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좋은일 아닙니까. 똑똑하고 어진 왕이 되셔야지요."
오사무는 '그리고 그 자식이 형수님이 뭘 좋아할런지 자꾸 저에게 물어보러 옵니다.' 라는 말은 삼켰다. 키타는 그 얘기를 들으면 열심이 공부하는게 제일 좋은 선물이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약혼식은 언제쯤 하십니까?"
키타는 입가에 가져가던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금 평소의 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안그래도 그문제로 도련님을 뵙자고 했습니다."
"그런 문제는 어마마마와 상의하시는 거 아닙니까?"
"마마님은 세자저하와 의논하라 하시더군요. 유례없는 남자 세자비 아닙니까"
의복에 문제라 했다. 평범하다면 아츠무는 청색 곤룡포 키타는 붉은색 저고리에 집안의 문양을 새긴 치마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치마를 그대로 입을지, 색은 청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해야할지 등 상의원의 궁녀들 조차 의견이 다른듯 했다. 이 모든걸 주관할 왕비는 키타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직접 의논하라 했다.
"그리하여 세자저하께 의논을 드리고 싶은데 어찌된 일인지 만나주시지를 않습니다. 바쁘신것은 알지만 약혼식이 한 달 앞이고, 또 혼례때 의복도 같이 결정을 해야할듯 싶은데....."
키타는 말꼬리를 흐렸다. 오사무는 늘 이상한 곳에서 속을 썩이는 제 쌍둥이 형을 속으로 욕하며 키타를 달랬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형수님."
그 길로 오사무는 아츠무의 궁으로 향했다.
"세자저하, 둘째 왕자님이 찾아오셨....!!! 왕자님 아직 입실하라는 명이....."
"야 이 멍청한 세자저하!"
아츠무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오사무가 벌컥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아츠무는 어쩔 줄 모르는 궁녀에게 나가보라 손짓하고는 그녀가 문 밖으로 사라지자 오사무를 향해 베개를 집어던졌다.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냐. 어찌 이런 놈과 한 배에서 나왔는지. 쯧쯔"
"내가 할 말이거든? 형수님은 왜 안 만나는거냐 츠무. 나 방금 형수님께 불려갔다왔다."
"뭐??"
아츠무의 눈매가 매서워 졌다.
"사무! 왜 남의 부인이랑 차를 마셔!"
오사무는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하며 아츠무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됐고, 형수님 왜 안 만나느냐고"
세 번째 물음이였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한대 쥐어박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사무의 말에 아츠무는 얼굴을 붉혔다.
우웩. 오사무는 혈육의 신선한 모습에 속이 메스꺼웠다. 혈육의 연애란 이렇게 보기 힘든 것인가. 오사무는 진심으로 다 때려치고 싶었지만 근심이 가득하던 키타의 얼굴을 떠올리며 빨간 아츠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뭐라고 해? 내가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나셨나?"
"걱정되면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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