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오이]청게 2
썰백업
이걸로 아츠오이 프롬파티도 보고싶어....분명 성적에 목매는 한국식 입시고교였는데 급 미국 하이틴으로 꺾기....
아츠무는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는 죽은듯 꼼짝도 하지않고 앉아있었다. 고개를 숙여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었으나 현재 아츠무의 인상을 더 이상 구겨질 수 도 없게 구겨졌다.
"드레스 카달로그 샀어? 나도 빌려줘~"
"부토니에는 어디서 할거야?"
"나랑 주말에 드레스 보러 가자"
학교에 프롬파티 날짜가 게시된 뒤로 학생들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는 학생들은 드레스와 턱시도, 꽃을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고. 연인이 없는 학생들은 의상을 준비하면서도 서로 눈치 싸움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확연이 들뜬 학교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돼있는건, 오이카와와 아츠무가 과연 누구에게 파트너 신청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남자친구들은 너나 할것 없이 아츠무에게 와 누구누구는 내가 프러포즈(Promposal) 할 거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아츠무는 그때마다 파티 같은거 귀찮고 관심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을래도 자꾸만 오이카와의 이름이 들리면 귀를 쫑긋 거리게 됐다.
"들었어? 오이카와 군 파트너"
"헉, 누구래?"
오이카와는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두루두루 친하다보니 파트너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부 고개를 내저었다. 덕분에 몇 번이나 쪼그라든 심장을 움켜쥐고 나서야 아츠무는 제가 오이카와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한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부터 아츠무는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우선 오이카와는 인기가 많았다. 오이카와의 손을 잡고 춤 추기를 기대하는 여학생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게다가 벌써 저와 오이카와의 이름은 압도적인 추천 수 로 프롬킹 후보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이 파트너로 참석하다니, 오이카와가 수락 할 리없었다. 안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제가 모르는 곳에서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오이카와를 생각하면 또 부아가 치밀었다. 이도저도 못한채 아츠무는 안들리는척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아츠무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를 뛰쳐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괜히 길가에 떨어져있던 음료캔을 있는 힘껏 발로 차며 성질을 부렸다.
멍 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면 그 흰 피부와 밝은 머리칼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옷이라도 갈아입으면 괜히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게 됐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아츠무는 머릿속을 가득채운 말간 얼굴을 지우려 힘주어 제 머리칼을 흩뜨렸다.
며칠 뒤, 아츠무는 가슴을 옥죄는 갑갑함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이카와는 학생회 때문에 일찍 등교한다고 했다. 아츠무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유독 빨리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크게 쉼호흡했다.
"아직 안 왔네."
교실에는 사람도, 가방도 없었다. 맥이 탁 풀려 제 자리에 가방을 대충 던지고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줄였던 졸음이 조금씩 찾아왔다.
"언제오는 거야....하암-"
가방을 끌어안고 책상에 몸을 기댔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균일하게 울려퍼졌다.
얼마 후 뒷문이 열렸다. 오이카와는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교실에 사람이 있어 흠칫 몸을 움츠렸다. 곧 태연하게 문을 닫고 다가가니 가방을 베개처럼 베고 자고있는 아츠무가 보였다.
"어쩐일로 미야가 지금 등교를 했지?"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뜬 아츠무가 졸음으로 뿌연 시야를 바로 잡았다. 그러자 교실 바닥에 흩어진 종이를 줍고있는 오이카와가 보였다.
"그, 도와줄까?"
"됐어. 괜찮아."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가 잔뜩 잠겨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돌아온 오이카와의 까칠한 대답에 아츠무가 민망해 할 새도 없었다.
"오이카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묵묵히 종이를 줍고 순서대로 정리하던 오이카와는 아츠무의 부름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무시도 정도껏 해야지. 아츠무는 살살 올라오는 짜증을 삼켰다. 순식간에 지나갔던 입맞춤 뒤로 어색해져 버려 서로 한 마디도
하지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넘겼다. 덕분에 사과할 타이밍도 놓쳐버렸으니 오이카와가 저런 식으로 굴어도 할 수 없었다.
"프롬파티 참여할 거지?"
아츠무가 조심스레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학교의 가장 큰 행사인데. 난 학생회라고."
"그럼 파트너는 정했냐?"
오이카와는 의외라는듯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아츠무를 바라보았다.
"그건 왜?"
"아, 그. 치, 친한 여자애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고. 어어. 그래서."
어색함이 뚝뚝 묻어나는 대답에도 오이카와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직 안 정했어, 파트너. 준비하느라 바빠서."
"그래, 그렇겠네."
아츠무는 오이카와의 대답에 안도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깟 파티가 뭐라고 제가 이렇게 전전긍긍하는지. 하지만 혀 끝에는 나랑 프롬파티에 같이 갈래? 라는 말이 맴돌았다.
"너는, 누구랑 가는데?"
오이카와의 질문에 아츠무는 한참 입술만 달싹거렸다.
"나도 아직 안 정했어."
"그래? 의외네."
오이카와는 말을 마치더니 짐을 챙겨 교실을 나갔다. 아마 학생회의를 가는 것이리라. 아츠무는 오이카와가 빠져나가 휑 해진 교실을 바라보며 다시금 책상위로 엎어졌다.
"아츠무 멍청한 놈....바빠서 구할 시간 없으면 나랑 가는건 어떠냐고 했어야지.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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