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M DUNK

[센루]발렌타인데이

썰백업

오타쿠 명절+윤센도 비공식 생일을 축하하며...

센루로 발렌타인데이 고백받는 윤대협 보면서 마음 자각하는 서태웅

"좋아해요!"

제 가슴께는 올까? 시선을 한참 내려야만 눈을 마주칠 작은 여학생은 그 작은 몸을 더욱 움츠리며 외쳤다. 하지만 작은 몸에서 나오는 말은 그 어떤 단어보다도 큰 힘을 가져서 대협은 손으로 건네준 초콜릿을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고마워... 하지만.."

"알고있어요. 그냥, 마음,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초콜릿을 받으며 살짝 닿은 손끝은 덜덜 떨리고있었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흔들리는지 얼핏 들으면 울고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응, 응원할게요!"

소녀는 드디어 대협과 눈을 맞추더니 한껏 붉어진 얼굴로 외치고는 달음질쳤다. 대협은 사라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능남고 후문 쪽 작은 공터는 나름대로 나무도 우거지고 앉을 벤치도 있어 많은 학생들의 '고백 스팟' 이었다.

대협의 부름에 그 공터를 묘하게 가리고 있는 담벼락 뒤에서 태웅이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 훔쳐보려던건 아니었어. 미안."

당연히 그렇겠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행인이 많은 정문보다 후문쪽으로 돌아왔을터였다. 오늘은 함께 농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태웅은 대협과 마찬가지로 초콜렛 가득 실린 자전거를 끌며 말했다.

"농구 하러 가자"

"태웅이 너도 고백받은 적 있어?"

쌩뚱맞은 대협의 질문에 태웅은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 글쎄."

다가가기 어렵긴 하지.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대협은 쇼핑백 수 개를 가득 채운 태웅의 초콜릿을 보며 너스레를 떨 뿐이었다.

농구 코트를 뛰어다니는데 태웅의 플레이가 조금씩 어긋났다. 본인은 이를 악물고 움직이는데 묘하게 엇박으로 움직이는 느낌. 대협은 드리블하던 공을 멈춰 옆구리에 끼고는 태웅을 멈춰세웠다.

"어디 아파?"

"무슨 소리야."

태웅은 쓸데없는 말 하지말고 경기나 계속 하자는 듯 숙인 자세를 풀지 않았다.

"오늘따라 삐걱거리는데?"

대렵의 농담반 걱정반의 말에도 태웅은 들리지 않는 다는 듯 농구공만 노려봤다.

"타학교 후배 데리고 놀다 다치게했다는 말 듣기 싫은데-"

"괜찮다고 멍청아."

태웅의 말에도 대협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제야 태웅은 낮췄던 자세를 편히 풀고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덤벼와야지 안그럼 재미없어."

"하-"

태웅의 한숨에서 짜증이 튀어나왔다. 태웅은 대협의 가슴을 툭 밀치더니 그를 지나치려 했다.

"서태웅! 화났어?"

대협이 지나치는 어깨를 감싸며 친근하게 물었다.

"떨어져."

"걱정되서 그래- 응?"

태웅은 잡힌 어깨를 빼내더니 대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꾹 닫혀있던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너 내가 고백해도 아까처럼 거절할거냐?"

대협은 순간적으로 뇌가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

"아까 그 여자처럼 내가 고백해도 넌 거절할거냐고."

"아니,아니,아니...그런 상정자체를 왜 하는데 갑자기?"

대협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그 여자처럼."

태웅은 제 할말만 하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대협은 그자리에 꼼짝않고 서 제 귓가를 때린 고백을 곱씹다 번뜩 정신을 차린듯 태웅을 뒤따랐다.

"태웅아 다시 말해봐."

"귀찮아."

"태웅아. 응?"

"꺼져."

태웅은 평소와 같은 얼굴로 그를 밀어냈지만 어쩐지 긴 손가락의 끝이 약간 떨리고있었다.

"나랑 사귀고싶어?"

"아니."

"그럼 농구는?"

대협의 말에 드디어 태웅이 그를 돌아보았다.

".... 내가 너랑 사귀지 않으면, 못하는거야 농구?"

"그건 아니지만..."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너랑 꼭 사귀어야해?"

이것 참 누가 누굴 좋아하는 건지.. 대협은 어찌 제가 매달리는 입장같았다.

"태웅아 날 좋아한다고?"

"그런 것 같아. 그 여자가 너한테 고백했을때 화가 나더라고."

세상에 질투했다는 말을 이렇게 담백하고 솔직하게 하는 녀석이 어디있을까. 대협은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뒤로 삼켰다.

"연애놀음 말고 나랑 농구해 윤대협."

대협이 태웅의 뺨을 쥐었다. 하얗고 말랑한 뺨은 격한 움직임으로 따끈하고 땀으로 젖어 끈적하기도 했다.

"오늘 내 생일이야."

"생일?"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생일이야."

"그래서?"

"생일선물 줘."

태웅의 눈썹이 약간 찌그러졌다. 대협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서태웅 남자친구자리를 줘."

태웅이 눈이 깜빡거렸다. 숱많고 긴 속눈썹이 움직이는 걸 보며 대협은 그의 고개를 살짝 돌려 잡힌 얼굴에 입맞췄다.

"농구도 하고 연애도 하면안돼? 너랑."

"... 농구가 먼저야."

태웅의 말에 대협이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잡은 얼굴을 놔주니 태웅이 손을 내밀어 온다.

"자 생일 선물."

대협이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생일 선물이 너야?"

"그런건 아닌데."

"무드없는 것도 귀여워."

잡힌 손이 깍지로 변했다. 태웅은 제 옆에 와서 제 보폭으로 걷는 대협을 보며 붉어진 얼굴로 고백하던 소녀를 떠올렸다.

"...여자한테 고백 받지 마."

대협은 또다시 소리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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