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KYUU!!

[아츠오이]청게 1

썰백업

아무리 생각해도 아츠오이 서로 자기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할 것 같지..

동갑내기 고교청게AU로 학교에서 유명한 얼굴마담 라이벌 둘이 알고보니 서로 붙어먹고있었다!ㅍ_ㅍ 이런거 보고싶어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결국 태양도 하늘위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이다. 화려한 이목구비에 흰 피부, 옅은 색소, 예쁘장한 얼굴. 성적은 늘 상위권며 언제나 생글거리는 미소로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오이카와 토오루는 따뜻한 태양 그 자체였다.

짙은 눈매와 오뚝선 콧날, 굳게 다물린 입술. 낙제를 겨우 면하는 하위권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까지. 평소엔 한 없이 까칠하고 불량해 보이지만 웃을때 만큼은 무장해제되는 그 잘생긴 얼굴이 뭇 소녀들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미야 아츠무는 이름만큼 뜨거운 태양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은학교 같은 학년으로 만났으니 가히 그 해 입학식은 어마어마한 볼거리였고 본교 학생뿐만 아니라 온 동네 여학생들이 모두 몰려와 구경했더랬다.

오이카와가 여유롭게 창밖으로 손을 한 번 흔들면 한 무리의 소녀들이 쓰러졌다. 아츠무가 점심시간에 축구공이라도 한 번 차면 또 한 무더기의 소녀들이 입을 틀어막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공공연하게 학교의 모든 여학생들은 오이카와 파, 아츠무 파로 나뉘었고 서로를 라이벌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입학식 날부터 아츠무가 거슬렸다.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오이카와의 열렬한 팬이던 학생 몇몇이 옆 반을 흘끔거리며 속닥거리는게 아니겠는가.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동급생 여학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인기투표 부동의 1위였던 오이카와는 썩 기분이 좋지않았다. 하지만 체육관 창문 넘어, 그리고 제 앞뒤옆에서 저를 곁눈질하며 얼굴이 붉히는 소녀들이 있으니 늘 그랬듯 잔잔히 걸린 미소와 단정한 자세로 입학식 내내 서있었다.

아츠무는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을 귀찮아 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등 별것 아닌 일에도 꺅꺅 소리나 지르고, 무슨무슨 데이때마다 신발장이며 책상서랍 사물함 가득 들어있든 달콤한 간식들은 얼굴보고 건넬 용기도 없는 찌질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웬 아이돌이 있었다. 항상 모두에게 잘웃어주고 젠틀하다. 이름도 헷갈리는 기념일마다 쇼핑백 몇개로 나눠담아야할 군것질거리를 받으면서 전부 소중하게 챙겨간다. 이러니 어느날 부터 아츠무 주위를 맴돌던 사람들이 저 기생오라비 근처에서 보였다. 아츠무는 이유모를 짜증이 치솟았다. 저렇게 허연멀건한 놈이 어디가 잘생겼다고! 그렇다. 볼썽사나운 질투였다. 그 떄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도 다르고 개인적인 친분도 없지만 서로의 얘기는 못 들을래야 못 들을 수가 없었고, 가끔은 누가 더 잘났네, 잘생겼네 하는 비교가 들렸다.

그렇게 서로의 탐색전이 만만이던 1년이 흘렀다. 아직 벚꽃이 채 피지않은 4월의 초. 두 사람은 2학년 A반에서 만나게 된다.

-드르륵

뒷문이 힘차게 열리고 방학동안 뿌리염색을 해 더욱 노랗게 변한 머리칼이 튀어나왔다. 고새 키가 큰듯 약간 짧아진듯한 바지기장과 높아진 눈높이에 아츠무의 친구들이 다가와 장난을 쳐댔다.

"아 맞다, 아츠무. 그거 들었냐?"

"뭐?"

"우리반에......"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문이 열리며 뭔가 종이를 한 아름 끌어안은 오이카와가 등장했다.

"토오루 군! 내가 도와줄게!"

"나도 도와줄래!"

몇몇 적극적인 여학생들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면서도 오이카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학기초에 나눠줄 많은 유인물들을 정리하며 오이카와는 다정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 한 마디에 여학생의 발그레했던 뺨이 터질듯 붉어졌다.

"오이카와도 우리반이야?"

아츠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오이카와가 아츠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츠무도 지지않고 오이카와의 눈을 바라보았다. 호선을 그리는 입술과 다르게 눈빛이 살벌했다. 아츠무는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오이카와를 대신해 유인물 정리를 끝낸 여학생의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신체검사 날. 서로 1mm 라도 더 크게 나오겠다며 자꾸만 발뒤꿈지를 몰래 드는 바람에 각각 세 번이나 다시 재야했다. 오래달리기에서는 둘 다 다른 학생들보다 반 바퀴나 먼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서로를 노려보는 것 만큼은 잊지않으니 가히 호적수라 할만했다.

덕분에 2학년 A반은 학교 명물이 됐다. 한 번쯤 설렜을 학생회 왕자님 오이카와와 심장을 움켜쥐게 만드는 나쁜남자 아츠무를 동시에 볼 수 있다니! 겁없는 1학년 신입생들의 소근거림부터 각자의 팬클럽을 자처하는 여학우들 사이의 말다툼까지 늘 반 주위는 북적북적거렸다.

그 다음달에 있던 중간고사에서는 오이카와가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했다.

"머리는 얼굴만큼 안되나 보네 츠무?"

그날 아츠무는 2학년 층 게시판에 붙은 전교석차를 바라보며 저와 비슷한 눈높이로 저를 내려다보는 오이카와의 눈빛을 참아내느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체육대회에서 아주 뼈째 씹어먹는다 오이카와!"

이불을 뻥뻥 차댄 아츠무의 다짐이 무색하지 않게 그 해 체육대회는 무탈하게 찾아왔다.

학생회 일로 바쁜 오이카와는 체육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 덕분에 아츠무의 독무대로 모든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만능 스포츠인의 면모를 보였다. 오이카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문득 운동장을 바라볼때면 햇빛에 반짝이는 아츠무와 그의 움직임을 좇으며 눈을 반짝이는 소녀팬들을 보며 입술을 씹어야만 했다.

"어이- 오이카와 오늘 내 모습봤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 모두가 하교한 뒤 체육창고에서 비품을 체크하던 오이카와의 뒤로 얄미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이카와씨 바쁘거든? 볼 일 없으면 가줄래 츠무?"

앙칼진 목소리가 체육창고 안을 울렸다. 아츠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오이카와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늘 활약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지 못해서 아쉬운가 보지?"

"하하. 내가? 뭔가 착각하는거 같은데 츠무. 오이카와씨는 너같은 애송이랑 라이벌로 엮이는 거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거든요?"

"뭐? 말 다했냐!"

"다했는데 뭐!"

먼저 달려든 쪽은 역시나 욱하는 성질의 아츠무였다. 손에 잡힌 배구공을 집어던지자 오이카와도 지지않고 그 공을 받아내어 다시 던졌다.

"기생오라비 처럼 생긴게!"

"얼굴이랑 몸빼면 볼 것도 없으면서!"

"너야 말로! 좀 예쁘게 생겼다고 기고만장해서는 여자애들한테 살랑거리기나 하고!!"

"오이카와씨 정도되는 얼굴은 그렇게 써주는게 인류에 대한 복지고 책임이거든요? 너야말로 일부러 컨셉질 하는거 아냐? 상처받은 한 마리 야생동물 뭐 이딴거? 고리타분해!"

"뭐? 컨셉? 야 나는 그런 애들 귀찮거든!"

한참을 유치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둘 다 악을 쓰다 결국 제 풀에 지쳐 털썩 매트 위에 주저앉았다. 씩씩거리는 숨소리만 체육창고에 가득했다.

진정하고 나니 오이카와는 그제서야 아츠무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샤워실에 들렸다 온건지 약간 젖어 가라앉은 머리카락과 풀어헤친 셔츠. 안에 받쳐 입은 티셔츠 위로 알 수있는 탄탄한 몸. 상쾌한 비누냄새. 심장께를 찌르르 울리는 모습에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큼, 하여간 나 바쁘니까 가."

오이카와는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일어나 내던졌던 차트와 펜을 집어든다.

아츠무는 언제나 깔끔하게 메어져있던 오이카와의 넥타이가 조금 흐트러진것이 보였다. 온 종일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진짜 바쁘긴 했던 모양이었다.

"야, 그, 내가 도와줄게. 같이하면 빠르지않겠냐?"

힘겹게 건넨 말에 돌아온 싸늘한 눈빛에 아츠무는 울컥 했으나 제가 괜히 바쁜 사람을 붙잡고 먼저 시비를 건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휙- 오이카와의 손에서 차트를 뺴앗은 아츠무는 아직 비어있는 칸을 확인하더니 다시 오이카와에게 차틀 넘기고는 창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움직이니 확실히 빨리끝났다. 오이카와와 아츠무는 함께 교실로 돌아가 가방을 챙겼다.

"도와줘서 고맙다."

퉁명스레 내뱉은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아츠무가 돌아보았다. 긴 속눈썹은 노을빛에 뺨에 내려앉을 그림자를 만들었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은 하늘 색처럼 붉게 물들어 흰 피부와 더욱 대비됐다. 순간 아츠무는 아름다운 작품을 본듯 눈을 뗼 수가 없었다.

"뭘 봐? 가자."

오이카와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아츠무가 제 가방을 들쳐메고는 따라나섰다. 교실 문을 잘 잠근 뒤 아무도 없는 복도를 한 마디 말도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아츠무는 괜히 뻘쭘해졌다.

"야, 오이카와."

"왜 또."

"너는 나 왜 싫어하냐?"

"나 만큼 잘생겨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대답에 아츠무는 더욱 어색해졌다.

"너도 꽤 예뻐."

"알아. 그리고 '꽤'가 아니라 '많이'지. 눈이 삐었니?"

"와- 진짜 재수없다 너."

앞서 계단을 내려가는 오이카와가 그 말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츠무쨩, 네가 살면서 오이카와씨 만큼 예쁜 남자를 얼마나 보겠어. 까먹지 않게 눈에 많이 담아두렴."

두 사람의 눈빛이 얽혔다. 큰 창을 넘어 들어온 노을에 여전히 반짝거리는 오이카와는 본인 말처럼 눈부시게 예뻤다. 아츠무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입술을 부딪쳤다.

1초. 2초. 3초. 30분 같은 3초였다. 오이카와는 얌전히 감긴 아츠무의 눈꺼풀과 입술에 닿은 따뜻하고 말랑한 촉감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곧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어깨를 밀어내고 그대로 아츠무의 복부에 주먹을 날린뒤 집까지 전속력으로 뛰었다.

"으아아악!!!!"

쉬지않고 2층 제 방 침대까지 날아간 오이카와는 가방을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이불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한편 제대로 명치를 맞은 아츠무는 턱 막히는 숨과 고통에 더해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충격을 받아 한참을 그 계단에 앉아 넋을 빼놓고 있었다.

"미쳤군. 미쳤어."

집에 돌아가 저녁도 거른채로 멍하니 방안에 주저앉았다. 자꾸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오이카와의 얼굴이 떠올랐다. 터질듯이 귀까지 빨개진 얼굴이 떠오르자 한 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으아아악!!!"

아츠무는 베개에 머리를 퍽퍽 박으며 이대로 지구가 멸망하기를, 그래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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