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루]태웅이 밥 차려주는 대협이
썰백업
태웅이 밥 차려주는 대협이
"식성?"
"응"
"너 가리는거 없잖아"
"응"
센도는 곧 미국유학이 예정된 제 애인의 고민에 귀엽다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음.
기어코 저와 떨어져 미국에 간다는 것 만으로도 티를 못내서 그렇지 센도는 속상했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겨우 일년 남짓 사귄 저희가 물리적 거리를 무시하고도 지금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물론 태웅은 예의 그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너랑 왜 헤어져야 하냐고 되물었으나 대협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음. 그런데 그런 애인 앞에서 뭐? 미국에서 음식이 안 맞을 까봐 걱정이 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똑같겠지 게다가 NBA 선수들 다 크잖아. 그런 사람들이랑 같은 음식을 먹으니까 키가 더 클지도? 그러니까 태웅아. 걱정 하지마."
"하지만...."
짜고 느끼한 음식은 싫어.
서태웅이 단호하게 말했음.
그러면 가지마. 대협은 하고 싶을 말을 꾹 참고 웃으며 말했음. 자기는 언제나 한 발 앞서있는 여유로운 연상이어야하니까.
"하하..... 그럼 미리 연습할까?"
태웅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음.
"...뭐해?"
고소한 냄새가 대협은 작은 자취방에
가득했음.
"아, 너 저녁 먹으라고."
자취생의 집에 있다고 믿을 수 없는 크기(하지만 보통 태웅과 둘이서 2인분의 밥을 먹을 때 쓰는)의 냄비 가득 희멀건 액체가 담겨있었음.
"이게 뭔데?"
"크림스프"
".....스프?"
대협은 대접(둘에겐 국그릇)에 따끈한 스프를 퍼 담았음.
"좀 알아봤는데"
외국에선 스프를 먹고 밥을 먹는대. 미리 느끼한 음식을 먹어 버릇하면 미국에서도 잘 먹을 수 있지 않겠어?
언젠가 부모님과 외식하러 갔던 경양식당에서도 커틀릿 전에 스프를 줬었지...태웅은 고개를 끄덕였음. 일리가 있는 것 같았거든.
"많이 먹어 태웅아."
그렇게 대협은 태웅이 집에 놀러 올 때 마다 크림스프를 내줬음.
"어이, 윤대협..."
그 나날이 모여 대략 일주일쯤 됐을까. 태웅이 숟가락으로 슥슥 스프에 그림을 그림.
"응 왜 태웅아?"
"다른 거 먹자."
"왜?"
".....질려."
그렇겠지. 브랜드 로고만 다른 크림스프를 다른 것도 없이 만날 때 마다 먹고있으니. 그래도 태웅은 저를 위해 차린 밥상에 불만을 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살살 대협의 눈치를 봤다.
"태웅아, 이제 미국가면 매일 이런 거 먹어야 하는데 벌써 질리면 어떡해."
"......."
"자, 아- 해봐."
".....ㅇ..ㅏ....."
떨떠름하게 벌어진 입 안으로 데이지 않게 식힌 액체가 숟가락채로 들어왔음.
"....그만 먹고 싶은데..."
반찬 투정을 하며 눈치를 보는 게 좀 귀여워야지. 대협은 슬슬 이 심술을 그만둘까 고민했음.
"자, 한 입 더먹자~"
하지만 태웅의 입에서 이런거면 미국 안 갈래. 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했음.
꾸역꾸역 오늘도 한 대접의 스프를 비운 태웅이 식탁을 치우는 대협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음.
"윤대협."
"응?"
"미국에서 네가 해준 이 스프가 먹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만이 둘 사이를 채웠음.
"거기서 먹은 것보다 네가 해준 게 더 맛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면....어떡하지."
대협은 퍼뜩 수도꼭지를 잠궜음. 똑똑 미처 잠기지 못한 물방울이 방울져 떨어졌음.
"....거기 스프가 더 맛있을 거야."
대협이 여전히 등을 보인 상태로 말했음. 태웅은 물끄러미 그 넓직한 등판을 바라봤음. 외롭다고 말하고 있는 그 등을.
"스프말고, 된장국."
"어?"
"귀국하면, 된장국이 먹고 싶을 테니까."
"...."
"된장국 끓여달라고."
드디어 뒤를 돌아 마주친 대협의 눈은 웃고 있었음.
"된장국도 연습해야겠네-"
태웅이도 음식 걱정으로 나름대로 너랑 헤어지기 아쉽다는 투정을 부린거였다...는 비하인드 입니다. 대협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건 몰랐을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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