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

[대만주영] 17171771

첫업로드: 2023.06.09. 포스타입

코트자락 위에 가볍게 올려진 두 손이 놀라 움찔거렸지만 주영은 피하지 않았다. 언젠가 대만과 이렇게 될 거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얌전히 그를 따라 눈을 감은 주영이 까치발을 들었다. 발 끝으로 지탱한 몸이 잠시 균형을 잃고 휘청이자 허리를 끌어안은 팔이 더욱 단단하게 감겨왔다. 고개가 돌아가고 입술이 조금씩 어긋날 때마다 울리는 물기 어린 소리가 부끄럽지만 싫지 않았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볼 수도 있을 거란 걱정은 널따란 품에 안긴 순간부터 녹아내린 지 한참이었다.

몇 분 아니면 몇 초.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숨이 찬 탓인지, 혹은 서로에게 취한 건지.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두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긴 시간 경기라도 뛰고 온 것처럼 호흡을 고르는 대만의 시선이 눈앞의 주영에게서 멀어질 줄을 몰랐다. 눈을 떼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단꿈에서 깨어날까 무서웠다. 흑진주 같은 눈동자가 흐릿하지만 곧은 빛으로 대만을 향하고 발간 입술이 다물어질 새도 없이 가쁜 숨을 할딱였다.

하주영. 익숙한 이름을 중얼거리자 수천 수백 번을 마주한 얼굴이 이제야 실감 났다. 혀 끝에서 나긋하게 울리는 이름마저 사랑스러운 기분. 주영이 짧게 응답하며 대만을 올려다보았다. 달콤하고 말캉했던 입술로 떨어지려는 눈길을 가까스로 끌어올린 그는 몇 차례 머뭇거린 끝에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그마한 고개가 양옆으로 살래살래 흔들렸다. 서로의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은 대만의 얼굴에 슬그머니 웃음이 번졌다.

"그래. 그럼, 그러니까… 합격 축하한다고."

"응, 고마워."

유하게 풀려 휘어진 그의 눈매가 꼭 예전의 어느 날 같다는 생각에 주영의 얼굴에도 해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세상에 단지 둘 뿐인 것처럼 잠시 모든 것을 잊었던 대만은 문득 까만 머리칼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 눈송이를 발견했다. 추운 계절이면 꼭 한번씩 주영이 감기를 앓았던 것이 떠올라 그는 얼른 제 목도리를 풀어 주영의 목에 둘렀다.

"이대로면 감기 걸리겠는데? 이거 봐, 벌써 볼이 차잖아."

"이제 시험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 상관 없어. 근데 왜 나와 있었어?"

"너희 집 가려고. 말 나온 김에 가면서 얘기하면 되겠다."

"무슨 얘기?"

옷자락을 여며주는 자상한 손길을 바라보던 주영의 고개가 떠올라 대만의 얼굴을 향했다. 반짝이는 시선이 온화하게 얽혀들었다. 맞닿은 눈빛 속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감이 부드럽게 퍼져 나갔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그런 얘기."

방긋방긋 웃음을 흘리는 주영에게 대만이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 위로 하얗게 눈이 쌓여가고, 지나온 그 어느 날들보다 단단하게 맞춰 끼워진 따뜻한 두 손은 경쾌하게 살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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