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KYUU!!

[미야키타] 궁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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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키타 (아츠키타오사) 광해처럼 암살위험을 피해 자기랑 똑같은 얼굴의 광대를 납치해온 오사무와 그의 대역을 하게되면서 황후, 키타에게 반해버린 광대 아츠무.

여느때처럼 시장통에서 한 껏 떠든뒤 가방 속으로 던져주는 동전과 빵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느 산지기가 쓰다버린 허름한 목조주택을 수리해서 근근히 살고있는 덕분에 시장이 어둑해질 쯤 출발하면 밤하늘에 달빛만이 길을 비추는 밤이 되야 겨우 도착 할 수 있었다. 익숙하게 언덕을 오르며 아츠무는 한 손으로는 질긴 빵을 들고 남은 손으론 낡은 주머니에 담긴 동전과 지폐를 세었다.

"젠장, 이번 겨울에도 새 모포를 사긴 글렀네."

이제 슬슬 밤바람이 찼다. 입안 가득 빵을 넣고 우물거리는 아츠무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날이 추워지면 시장의 물가는 올랐고 관객은 줄어들었다. 매년 아츠무의 겨울은 혹독했다.

짚과 굵은 나뭇가지를 엮어 수리해놓은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갑자기 눈앞이 새까맣게 변했다.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입을 벌리는 사이에 잔뜩 뭉쳐진 천조각이 빈 공간을 메웠다. 팔과 다리를 단단히 포박당한 아츠무는 버둥거리면서도 어디론가 납치당했다.

짐짝처럼 어딘가에 실렸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며 온 몸이 흔들리는 것이 마차인듯 했다.

틀어막힌 입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했다. 눈을 감싸고 있는 천의 촉감은 부드러웠다. 찰나의 순간동안 뒤에서 아츠무의 눈을 가리고 팔다리를 묶어냈다.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다. 삼키지 못해 입가로 흐르는 침을 느끼며 아츠무는 드디어 제가 죽을 날을 받았구나 생각했다.

쉭쉭 거리는 샌소리만 내며 아츠무는 어딘가로 끌려갔다. 마차가 멈춘뒤 누군가 아츠무를 어깨에 들쳐메더니 발소리 조차 나지 않게 걸어갔다.

"도착했습니다."

"들라하라."

서로 다른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츠무는 감긴 눈꺼풀 아래로 눈을 굴리며 살아나갈 만한 방법이 있을지 생각했다

"지금부터 너의 눈과 입을 풀어줄 것이다. 허나, 큰 소리를 낸다면 그 즉시 네 목을 칠것이니 잘 생각하라."

아츠무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던져저 고개를 움직이기 불편했으나 최대한 열심히 끄덕였다.

"손, 발의 결박까지 풀어라."

"허억...!! 헉, 헉"

아츠무는 크게 숨을 고르며 손목과 발목을

확인했다. 어찌나 좋은 천을 쓴건지 분명 움직일 수도 없게 꽉 묶여있었건만 붉은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아츠무는 저도모르게 고개를 들어 높은 단상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느 안전이라고 고개를 쳐드느냐."

옆에서 내리꽂히는 소리에 금방 고개를 숙였으나 아츠무는 분명히 보았다.

저와 똑같인 생긴 남자를.

"상처를 내진 않았겠지?"

"예, 폐하. 작은 생채기 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목욕시중을 받으면 티가 날것이다. 손과 발 또한 부드럽게 만들어 놓아라."

"명 받들겠습니다."

아츠무는 아직까지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그러나 똑똑히 들리는 '폐하' 라는 호칭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대는 고개를 들라."

꿀꺽. 아츠무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붉은기가 도는 자색의 의상과 그 위에 금실로 수놓아진 여우문양이었다.

어떤 색의 옷감이던지 아츠무는 입을 수 없을 만큼 비쌌지만, 자색은 달랐다. 이 나라에서 자색옷감을 쓸 수 있는건 왕족 뿐이었다. 게다가 여우문양을 옷과 장신구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왕의 직계혈통 뿐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아츠무...입니다...."

아츠무는 성이 없었다. 성은 귀한 혈통을 가진 귀족들만 가질 수 있었다.

종종 하인들을 구분하기 위해 임시로 제 주인의 성씨를 빌려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민은 성을 가질 수 없었다. 다만 성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관료나 학자가 아닌 하인의 자격도 성을 가진 사람에게만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번 상인들은 영토를 잃었거나 대가 끊긴 귀족, 혹은 현재의 대에서 사용되지 않는 귀족의 성을 구매해 제 자녀를 어떻게든 입성시키려 했다. 아츠무는 어느 집안의 하인도, 돈이 많은 상인도 아니였기에 성이 없었다.

"정말로.... 나와 똑같이 생겼구나."

아츠무는 부정도 긍정도 못한채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않는 것또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입술만 달싹거렸다.

"짐이 너에게 시킬 일이 있어 이리 불러들였다."

"말씀, 하시옵소서 폐하."

목소리가 떨렸으나 더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한 달정도 네가 내 흉내를 내야겠다."

아츠무는 왕명을 거부해서 죽을지, 흉내를 내다 죽을지 선태의 기로에 섰다. 아츠무의 얼굴이 이상하게 구겨지자 오사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네가 일을 완벽하게 완수하면, 너는 미야 아츠무가 될 수 있다."

"네...?"

"나의 이름은, 미야 오사무 다."

무려 왕과 같은 성씨를 내려주겠다니. 아츠무는 눈만 껌뻑거리며 듣고있었다

"성을 가진 자만이 명패를 지니고 다닐 수 있지. 너에게 명패를 만들어 주겠다. 성에서 일을 하거나 작위를 갖진 못하겠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영토와 살 수 있는 집, 금을 주마."

명패는 제 이름을 본 딴 틀을 만든다음 황동을 녹여 붓고, 굳힌 뒤 은 또는 금으로 얇게 감싸서 만든 신분증이었다.

가질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지만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명패 자체 만으로도 그 사람의 지위와 재산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무엇을.....무엇을 하면 됩니까."

오사무는 옅게 웃었다.

"네가 시장에서 나의 흉내를 내며 돈을 버는 광대란 얘기를 들었다."

오사무는 아츠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네 연극을 진짜 왕의 성 안에서 왕의 옷을 입고 하면 된다."

"일주일안에 나랑 똑같이 만들어놔."

"명 받들겠습니다."

오사무는 그대로 일어나 돌아서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아츠무는 여전히 굳어있었지만 조금씩 꿇은 무릎이 저려오는게 느껴졌다.

"일어나."

최대한 비틀거리지 않게 일어난 아츠무는 이제야 저를 납치한 범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틈새로 보이는 가느다란 눈매가 묘한 인상을 풍겼다.

"나는 스나 린타로. 폐하의 직속군 대장이자 제 1 호위다. 앞으로 넌 대부분의 시간을 내 옆에서 보내게 될거야."

아츠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좀 씻자."

스나는 제가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한 옷을 꺼내 아츠무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반쯤 가릴 수 있는 두건을 꺼냈다.

"폐하의 직속군만 입는 옷이야. 소속 병사들은 폐하의 안전을 위해 타인에겐 얼굴을 보이지 않아."

스나는 직접 아츠무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어깨를 똑바로 펴고 걸어."

스나의 뒤를 쫒아 나가자 검문없이 쉽게 성문을 넘었다. 아츠무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 스나상."

"폐하는 나에게 말을 높이지 않으셔.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해."

여전히 스나의 뒷통수를 보며 걷던 아츠무는 그 말에 걸음을 빨리했다

스나의 옆에 나란히 선 아츠무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그럼 스나, 그 내가..대역..을 해야하는 이유가 뭐야?"

아츠무의 말에 스나는 걷던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아츠무가 따라서 멈추자 스나는 그 가느다란 눈을 휘며 아츠무를 바라보았다.

"알 것 없어."

아츠무가 이럴 줄 알았다며 속으로

궁시렁 대는 사이에 스나는 말을 이었다.

"이것만 알고있으면 돼. 나는 폐하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고"

스나는 아츠무에게 가깝게 붙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던 아츠무의 손목을 붙잡은 스나는 아츠무의 얼굴을 보며 여전히 웃음을 띈채로 말했다.

"폐하의 안위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되면

"다 왔어. 서두르지."

스나는 순순히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의 걸음을 좇아가자 얼마안가 작은 초가집이 나왔다.

"여기서 머물다가 엿새째 되는날 궁으로 돌아갈거다."

방 두 칸에 주방이 딸린 집은 소박했지만 깔끔했다. 원래 아츠무의 집보다 벽도 튼튼해 보였고 창호지도 두꺼웠다.

"뭐 부터 하면되지?"

으리으리한 궁궐에 비할바는 못되었지만 그래도 찬바람이 들지않는 자기만의 공간에 아츠무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우선 얼굴부터 외워야겠지."

스나는 방에있던 장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 안에는 빳빳한 종이로 엮은 서책이 한 가득 쌓여있었다. 내다 팔아도

한 달치 식비 정도는 충분히 메꿀듯한 양에 아츠무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이것 부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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