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ERA

테트라와 테트라

사람과 물고기

Tetra

1

τετρα-(tetra-) "4의-" 라는 의미. 복합어의 형성에 사용되는 '4'를 의미하는 결합형. 모음 앞에서는 tetr- 로 바뀐다.

2

테트라 [Characidae 계통의 여러 열대 민물고기 중 하나로, 종종 수족관에 보관한다]

열대어의 일종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열대 민물고기 종 테트라 더군요.

모종의 이유로 작은 수족관에 갔는데 큰 어항 앞에 테트라 라고 써 있는걸 보고 테트라는 기부한사람 이름이냐고 물었다. 주인이 하하 웃으며 기부한사람 이름이 아니고 이 물고기 종이 테트라이고 색상이나 생김새에 따라 분류되는 테트라가 많으며 애완용 물고기로 인기가 많고 블라블라... 말이 많은 주인장 말은 귀에 더 안들어오고 물고기 빤히 쳐다보는데 그닥 이쁘지도 않았다. 헌터의 눈에는 흔히 말하는 잡어로 보였다. 못난거에 빠지면 답도 없다는데, 잠깐 홀린건지 한 마리 달라고 한다. 이 물고기는 여러마리가 있어야 더 이쁜겁니다요, 라고 덧붙인는 말에 헌터는 토 달지 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는 듯 내려다보면 가게 주인은 그제서야 허둥지둥 대면서 가장 선명한 빛을 띄고 건강해보이는 물고기 테트라 한 마리를 투명한 비닐에 담아 주었다.

“어항은 있으십니까요?”

인생에 관심도 없던 수족관에서 내가 하는 짓 못 봤냐는 눈빛과 그딴게 있을리가 없다는듯 말 없이 내리깔아보니 눈빛에 쫄린 주인장은 고작 한 마리 데려가는 루드빅에게 작은 어항에 먹이까지 서비스로 줘버렸다.

그 날 부터 동거 아닌 동거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홀린걸까, 이런 생명체를 귀찮게 왜 데려왔는지도 모르겠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밀어놔버렸다. 고작 한 마리의 작은 물고기는 빛도 들지 않은 공간에서 고작 작은 어항 안에 갇혀 유영 할 뿐이었다.

루드빅은 평소처럼 테트라를 우연을 가장한 척 카페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괴롭히고, 놀리고, 비아냥대며 반응을 즐기고 나름의 심심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떠들고 걷다 헤어져 귀가하는데, 어느 날에는 어둠에 가려져 기억에서 지워져있던 초라한 어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당신도 테트라 였지.”

이름이 같았지. 그래서 데려왔지. 그제서야 좀 더 밝은곳으로 옮겨놓고 처음으로 먹이를 뿌려주면 물고기 테트라는 수면에 떠 있는 먹이를 다급하게 먹어치웠다.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고, 그 물고기가 요즘 알고 지내는 여자의 이름과 같다는걸 다시 생각해보니 기분이 이상해져 구경하는걸 그만 두었다.

그 다음날도 사람 테트라를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고, 식사하고, 반응을 보며 즐기고, 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돌아와 물고기 테트라를 보고는 괜히 말을 걸어본다. 오늘 사람 테트라는 카페에서 뭘 먹었고 나는 적당히 그것과 비슷해 보이는 무엇을 주문했으며 오늘 테트라의 반응은 어떠하였고 네 번 비웃었습니다. 그것도 웃었다고 해도 되는걸까요. 혼잣말만 늘어갔다.

평소에는 사람 테트라를 만나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끝나거나, 저녁시간을 함께 보낸 후 의뢰를 끝내고 오거나- 가 마무리였는데, 이제는 이름처럼 누굴 닮았는지 잡어같고 화려하지도 않으며 너무 초라하고 평범해보이는 물고기에게 말을 거는것이 하루 최종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테트라 라는 것들은 별 볼 것이 없군요.

사람 테트라가 피곤하거나 우울해 보이는 날이면 돌아와서 물고기 테트라에게

“오늘은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였습니까?”

라고 물어보기도 하며 혼자 작은 생물에게 정 아닌 정을 주고 있었다.

오늘도 우연을 가장해 저녁식사을 하려고 했으나 보이지 않는다. 야근인걸까? 아니면 약속이라도? 다른 식당에 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면 돈이라도 다 떨어져서 쫄쫄 굶는걸까요. 안쓰럽습니다. 간단한 차라도 시키고 기다려봤지만 그 날은 나타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눈길은 어항에 머물러있었다. 어두운 구석에 두니 얼마나 처량해보이던지. 빛도 잘 들고, 전등빛도 잘 들고, 눈높이도 알맞는곳에 두니 조금은 잘 키우는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오늘은 사람 테트라를 만나지 못해 기분이 다운 되었는지 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데, 작은 어항 안에서 유영하는 물고기 테트라를 보니 과거 어느날에 사람 테트라가 스치듯 말해준 과거가 겹쳐보였다.

어렸을 때 정말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능력 생기고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갇혀지냈던 과거. 테트라의 가족은 정말 평범했고, 언제나 즐거웠고 행복했는데 능력이 생기자마자 분위기는 냉랭해졌고 어른들은 예민해졌으며 본인도, 주변사람도 위험해질까봐 걱정이 되어서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갇혀 지냈다고 했다. 그것들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지금 물고기 테트라랑 다를바 없지 않습니까? 아무것도 없고 작은 어항에 물 뿐인 공간에 혼자 갇혀있는 모습이.

그렇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어항에 넣어두는게 좋을지, 그리고 그 어항에 수족관 주인이 말 했던 것 처럼 미관상이 아닌 외롭지 않게 여러마리를 넣어두는게 좋을지, 아니면 방생이 좋을지. 다시 가서 물어보면 미친사람 취급을 할까요? 고민을 하게 되는 밤을 보낸다.

저녁식사 시간, 사람 테트라는 또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쫑알대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린다. 그 이야기 속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공성에 출전한 미숙한 사이퍼가 크게 다쳤다는, 어제오늘 보이지 않던 사람 테트라의 소식이. 보통은 본인도 함께 출전해서 조언 겸 잔소리 하는 멘토쯤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몇일내내 표정도 안 좋고, 상태도 안좋아 보이는게 무슨 결심을 했었는지 혼자 나가서 일을 터뜨리고 온 것이다.

뭐가 문제라서 혼자 갔을까요?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까? 하급능력자, 짐덩어리, 능력자의 세계는 알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꼬맹이 주제에.

점점 말이 거칠어지면서 점점 이성을 잃는건지 표정도 굳어지고 신경질에 손을 들어 어항 자체를 내칠뻔도 했지만, 유유히 헤엄치며 듣지도 못하고 이해할 리 없는 물고기 테트라를 보니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면서 정신이 돌아온 듯 했다. 혼자 다른 세상인 물고기를 빤히 바라보니 이쪽도 매한가지로 기운이 없어보이기도 했다.

“아주 똑같군요. 그딴 인간이나, 이딴 물고기나. 못생겼으며, 형편없습니다.”

라는 말만 남긴 채 몸을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면회 금지라고 해도 안 들키면 그만이었다. 사람 테트라가 입원해있는 병실은 꽤나 윗층에 있는 병실이었으나 베테랑 헌터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밤은 아주 고요했기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꺼림칙한 심장박동의 기계소리와 작게 들리는 숨소리 뿐이었다. 다가가 그저 빤히 내려다본다. 붕대 투성이었으며 곳곳에 붕대로 가려지지 않은 상처들도 보였고 아직 정신은 돌아오지 않은건지 산소호흡기도 아닌 인공호흡기를 물고있는 모습이 꽤나 낯설었다.

“오늘은 더 못생겨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군요.”

평소였으면 눈을 치켜뜨며 반박을 했을텐데 역시나 조용했다.

왜…

왜, 혼자 갔는지. 왜, 이번엔 뭐가 궁금했는지. 왜, 요즘에 기분이 울적했는지. 항상 틱틱대도 조잘거리던 사람이 왜, 말 해주지 않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예상대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상대방은 앞에 머물러 있음에도 루드빅의 주변에 함께 하는 건 일정한 박자의 기계음과 병실안에서 맴도는 소독약과 피 냄새,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달빛 뿐이었다.

나흘정도 더 몰래 갔던 것 같다.

그래도 꼴에 능력자라고 회복도 빨라지는 것 같았고 볼 때 마다 붕대는 덜 감아졌으며 상처들도 아물어가는게 보였지만 여전히 인공호흡기를 단 채 깨어나지는 않았다. 요 몇 일 물고기 테트라에게 하던 습관이 그대로 뱉어졌다. 대상이 사람 테트라일 뿐.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혼자만 떠들 뿐이었다.

좀 나아보이지만 그래도 못생겼군요. 오늘은 당신이 자주 먹는 것 같던 카페 매그놀리아의 허니토스트를 혼자 먹어봤습니다. 그런걸 잘도 먹는군요. 한 입은 궁금해서, 두 입은 오기로. 세번째는 포기였습니다.

…그 전에, 혼자 카페 따윌 가서 식사 시간을 보낸다는게 참 시간낭비 같고 꺼림칙했습니다만… 카페 직원도 나를 아는지, 나를 보자마자 자리를 안내하려고 당신을 찾더군요.

…연구실은, 또 빈자리겠군요. 이렇게까지 자리를 비워도 됩니까? 누군가 또 당신의 연구원 자리를 노리고 의뢰를 할 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자주 빠진다고 짤릴수도 있겠습니다? 볼 만 하겠군요.

…나에게……

…… 나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던 능력을 다시 사용하게 된거라며, 다시 시작해보는 능력자로써의 삶에서 지휘가 필요할 것 같다며 그저 책임지고 지휘를 해 달라고 했던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혼자 말도 없이. 아주 괘씸하군요. 그래, 멘토없이 혼자 갔으니 벌을 받은겁니다.

서운한 목소리만 남긴 채 빛은 서서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도발을 해도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

되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으나, 살짝 움직였던 것도 같다.

인공호흡기에서 산소호흡기로 바뀌고, 회복속도가 놀랄 정도로 좋아져 반나절만에 산소호흡기마저 다 떼내었다. 동시에 누가 광고라도 했는가, 면회금지가 풀리자마자 병문안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방문했다. 침대 주변이 병문안 선물로 가득했다. 꽃과 인형, 그리고 과일과 간식들. 아쉽게도 여전히 금식이었기에 아직은 어색한 연합의 몇 몇 사람들과 함께 온 엘리가 맛있게 먹어주어서 보며 웃을 수 있었다.

고작 홀로 나간 공성 한 번에 이런 꼴로 있으니 무척이나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다시 면회금지를 요청하고 싶지만… 그래도 다들 걱정이 되어 와 줬구나. 능력자의 무리 안으로 들어오니까 이렇게 많은사람들을 알게 되었구나,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가장 떠올랐던 사람은 오지 않았지만. 가장 잔소리를 해주고, 가장 비난하고, 가장 비웃을 줄 알았던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것 또한 서운하고 섭섭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한 송이의 연보라빛의 작은 캄파눌라 챔피언 꽃다발이 옆에 놓여져있을 뿐이었다.

키우던 물고기가 죽었습니다. 우리는 꽤 즐거웠을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못생기고 보잘것 없던 그 물고기는 최근들어 힘이 없어보이긴 했습니다만… 역시 그 세상이 작았기 때문이었을까요? 답답했습니까? 아니면 외로웠기 때문입니까? 제가 신경을 덜 써줬던걸까요? 아, 요즘에는 신경을 덜 쓰긴 했었습니다. 물고기보다 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저 당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현재도 연장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끈질기게 이번에도 살아남았습니다.

한 손에 들려있던 연보라빛의 작은 꽃 한 송이가 담긴 꽃다발을 옆 테이블에 올려두고 빛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1.

저녁식사 시간에 만나는 루드빅이 이 기점으로 말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고기 테트라나 혼수상태의 사람 테트라에게 말 걸던것처럼은 안(못) 하겠지만.

2.

루드빅은 물고기 테트라에게 정을 많이 줘버렸다. 정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어항 안에서 죽어있는 물고기 테트라를 봤을땐 충격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제서야 어항을 부셔버렸을 것이다.

3.

사람 테트라가 기운 없었던 이유. 감정 확신 거의 했는데 정리가 안 됨. 불안함.

물고기 테트라가 기운 없었던 이유. 환경변화와 동시에 허접한 어항환경

4.

저 입원했었는데 몰랐어요? 그 쪽만 빼고 주변 사람들은 다 왔는데.

제가 당신 병문안 따위를 왜 갑니까? 죽을 각오로 혼자 공성에 나갔던거 아니었는지? 제 손 안 더럽히는 수고를 덜을 수 있었는데요.

라는 밉상발언 하기. 또 입은 댓발 튀어나오고 눈 치켜뜨는 사람 테트라 에게

안 가서 서운하기라도?

아니, 뭐… 다 왔는데 아는사람 하나씩 꼽아 보니까 그 쪽만, 뭐…

하고 음식 끄적끄적.

루드빅이 주문한 메뉴는 허니토스트. 여전히 두 번만 먹었음.

5.

물고기도 테트라가 있다는거 알고 있습니까?

네? 제가 생선이라고요? 생선대가리라고요?

아닙니다. 관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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