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축> 생일 <축>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한 해의 마무리는 언제나 사람을 들뜨게 하는 구석이 있다. 별달리 특별한 일이 생기지도 않고, 그저 숫자가 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기꺼이 즐기고는 했다.

그 중 가장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축제는 일명 성어쩌고탄일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무척이나 오래된 축제였는데, 무언가 중간에 좀 더 긴 이름이 있었던 듯 하지만 다들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냥 성탄일이라고 불렀다. 축제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축제의 유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자는 얼마 없었기 때문에 대체 뭘 축하하는지, 왜 빨간 옷을 입고 나무에 빛나는 디스플레이 장식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즐겼다.

셴야는 연말이 다가올 때면 그 축제가 가이아에 있는 여러 기업이 합심해 만든 상업적 술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지구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것이 지구에서부터 유래했음을 알았다. 과거 지구에서 건너온 선조들이 우주선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기 위해 지구에서 유명했던 여러 축제를 선내에서 벌였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라나. 여전히 왜 성뭐시기탄일인지는 모르겠지만(누군진 몰라도 태어난 것만으로도 축하한다고? 좋은 것 같긴 하다. 자신이라면 기뻐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랬다.

보통 그는 들뜬 도심의 한가운데를 홀로 지나가며 다들 즐거워보이네, 하고 의기소침하게 중얼거리곤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소연극의 엑스트라 배역같은 역할을 맡곤 했으나 올해는 달랐다. 머무르는 곳은 전처럼 좁지도 않고, 눈을 뜨면 옆에 있던 휘황찬란한 빌딩의 그림자만 보이는 대신 넓은 바다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이걸 해달라고?”

같이 사는 이들이 있다!

셴야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잠이 덜 깬 채 눈을 비비던 제이도 다소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포는 여느 때와 같은 무심한 얼굴로 셴야가 건넨 디스플레이에 뜬 페이지를 쭉 넘겼다. 대강 보니 언젠가 만들어 본 적도 있는 것이다. 기념일이나 축일에 관심은 없지만, 포는 타인과 살기 위해서는 관심을 기울이는 척이라도 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배웠다.

사실 포는 며칠 전부터 셴야가 반짝거리는 장식을 사자고 한다거나 제이가 지고 온 커다란 나무 모형을 보며 이렇게 될 줄 짐작했다. 아무리봐도 두 사람은 연말의 축제를 너무 기대하고 있었다. 셴야가 먼저 하자고 했는지, 제이가 하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본 모양새였다. 부쉬 드 노엘이라는 디저트를 알아내서 찾아온 것이나 밤새 완성된 트리 장식을 보면…….

즐겨 본 적도 없을테니 한 번쯤은 제대로 구색 맞추어 경험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탄생을 축복받은 기억도 별로 없는 사람들끼리의 축하라. 포는 생각을 정리하고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껐다.

“이건 오늘 저녁 식사 후에 내 주지. 점심 먹을 준비부터 하도록 해.”

“알았어…….”

“응!”

제이가 여전히 잠이 덜 깬 채로 대꾸하고, 뒤 이어 셴야가 신난 어조로 대답했다. 포는 뒤돌아 주방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난 그 얼토당토 않는 새빨간 모자는 쓸 생각 없으니 치워 두고.”

그러자 곧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다가 시무룩한 대답이 돌아왔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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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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