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어울려 놀았던 마토나토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마토나토가 소꿉친구였으면 좋겠다
모래밭에서 노는 나토리 계속 나뭇가지로 찌르고 모래성 망가트리고 괴롭히는 마토바 보고 싶어
진짜 초등학교때까지 맨날 나토리 괴롭히고 울리는 마토바...
나토리는 마토바가 너무 싫은데 이래저래 어른들의 사정으로 같이 지내야하는 시간이 너무 많음
어떤 날은 마토바의 방에 둘이서 놀고 있으라며 둘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마토바가 평소랑 다르게 쭈뼛거리고 괴롭히지 않음
나토리는 웬일이지 싶으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책 읽음
책에 집중하는데 너무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서 슬쩍 고개 들면 줄곧 나토리 쳐다보고있던 마토바가 베시시 웃음
나토리는 왠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인상 찌푸리고 계속 책 읽음
뭐 읽어?
마토바가 옆에 다가와 앉으면서 물어보는데 나토리는 조금 퉁명스럽게 얘기해주고 다시 책 읽음
한참 또 조용해서 흘깃 보면 나토리한테 기대서 자고있음
한 손으로 나토리 옷자락 꽉 쥐고
이후로 나토리는 왠지 마토바가 밉지만은 않게 됨
그 후 종종 나토리가 책을 읽고 있으면 마토바가 다가오는데 나토리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면 딱히 괴롭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됨 그렇다고 여태 괴롭힌 게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토바가 자신의 관심을 끌고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앎
한번 쳐다봐주면 전처럼 또 베시시 웃으면서 나토리 옆에 앉아서 책읽는 나토리를 가만히 바라봄
나토리는 얘는 뭘 하고싶은 걸까 싶지만 전처럼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울면 마토바가 표정에 잘 안 드러나서 그렇지 당황해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 마냥 싫기만 하진 않음
자기 항렬의 장남에 따로 동생도 친척도 없는 나토리는 조금 마토바를 동생처럼 생각하게 됨 머리통도 동그래서 자길 졸졸 따라다니는 게 제법 귀엽기도 한 것 같음
그리고 으레 어린애들은 손윗형제를 따라하고 따라다니고 싶어하니까 자신을 형처럼 따르는 걸까 하는 마음에 아주 조금 으쓱한 기분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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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이제 중학생 되면서 어른들 손을 덜 타게 되고 딱히 어린애 둘을 붙여놓고 놀게 둘 필요도 적어지니 둘만 있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고 좀 더 자아가 생긴 둘은 전처럼 붙어있진 않게 됨
더 정확히는 먼저 다가오던 건 언제나 마토바였는데 마토바가 예전처럼 다가오지 않게 되니 같이 있을 일이 없게 됨
나토리는 내심 속으로 그게 섭섭했음 마토바를 은근슬쩍 동생처럼 여겨서 일지도 모름
나토리는 이것을 어린시절의 친분이란게 으레 그렇듯이 자연소멸 되기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
그러다 여름날의 하굣길에 우연히 둘 다 비를 피하려고 가제보같은 곳에 들어오게 됨
마토바가 먼저 와있었고 나토리가 뒤늦게 찾아왔는데 먼저 와있던 마토바에게 조금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조금 떨어져 앉게 됨 나토리는 뭐라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도 타인과 그리 교류가 없는 자신이 말실수라도 할까봐 결국 입을 다물고 여느때처럼 책을 꺼냄
한참 책을 읽고 있자니 마토바는 뭘 하고 있을까 싶어서 고개를 듦 나토리를 보고있던 마토바는 나토리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어릴때 그랬던 것처럼 베시시 웃었음
별 것도 아닌데 나토리는 그게 어쩐지 조금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고 마토바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껄끄럽게 느껴져 시선을 책에 고정시킴 그러다 마토바의 기척이 느껴진다 싶더니 어린시절처럼 자신의 곁에 와서 앉음
뭐 읽어?
나토리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조금 목을 가다듬으며 읽던 책을 알려줌
마토바의 시선이 느껴져서 도무지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음
그칠 것 같지 않네요.
한참 집중도 못하고 책에 시선만 고정시키고 있던 나토리는 갑작스러운 말에 조금 놀란 기색으로 마토바쪽을 봤다가 별 것 아닌 대화라는 걸 깨닫고 그렇네 하고 대답함
마토바가 그냥 비를 맞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어딘가 아쉬웠음
돌아가려고?
네 아직 시간은 있지만 일이 있어서요
마토바가 나가는 곳의 끝에 잠시 서있더니 나토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옴
나토리는 뭔가 놓고간 것이 있나 하고 고개를 드니까 마토바가 나토리의 팔을 잡아 당기며 입을 맞춤
그럼 또 봐요
마토바의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잘 안 보였음
금세 뒤돌아서 가버린 마토바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던 나토리는 자신의 팔을 잡았던 마토바의 손바닥 열기가 계속 팔아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음
열이 오르는 기분은 아마도 이것 때문이라고 여기면서
나토리의 중학교 3학년 여름의 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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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의 끝자락이 되어 알게 된 것은 마토바는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위치의 사람이라는 것이었음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 있는 마토바는 나토리가 다가서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날의 일을 물어볼 수도 없었음
자신이 착각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날 팔에 남은 열기는 장맛비에 쓸려 내려간 것처럼 흐릿해졌음
굳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도 없었음 마토바 쪽에서도 따로 언질이 온 것도 아니고 없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우면 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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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토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마토바를 조금 동생처럼 귀여워했다는 일조차도 잊어버리게 되었음
마토바는 이제 확실히 후계자로 내정되었고 나토리는 가문의 세가 많이 꺾인 그런 흔하디 흔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로 오르내리는 집안이었을 뿐임
어중이 떠중이들은 이제는 아직 고등학생인 마토바를 보기만 해도 고개를 숙이고 아부를 하기에 바빴음 나토리는 아첨을 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선을 긋고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했음
처음으로 참여한 회합은 생각보다 건물 내부의 빛이 너무 밝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조금 현기증을 느낀 나토리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음
가을의 단풍도 달빛만이 발밑을 비추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토리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음
작게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곳에 앉아있자 발걸음이 들렸음
자신처럼 조용한 곳을 찾아 온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자리를 비키려 하니 익숙하지만 이제는 어색할 정도로 성장한 얼굴이 보였음
슈이치 상
마토바의 입에서 익숙한 것처럼 흘러나온 이름은 어쩐지 낯 선 기분이 들었음
언제나 그렇듯이 성큼 한발짝 두발짝 다가오는 마토바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음 금세 나토리의 앞에 다가온 마토바는 친근한 사이처럼 말을 걸었음
안 보여서 걱정했어요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몇년만에 대화를 나누는 데 어떻게 이렇게 친근한 사이처럼 말을 걸 수 있는 걸까
나토리가 별달리 답을 하지 않자 마토바도 입을 다물었음
한참을 어색한 침묵 속에 있자 마토바가 운을 띄웠음
묻고 싶은게 있어요
나토리가 고개를 살짝 들자 마토바가 나토리를 바라보면서 물었음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그때 어른들이 왜 슈이치 상을 제게 붙여놨는지 알고 있나요?
...그야 비슷한 또래였으니까 어른들도 그것을 이유로 적당히 친목을 도모할 겸...
나토리는 말을 하다가 그런 것 치고는 중학생이 되며 그런 일이 사그러든 것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음
슈이치 상은 본인이 제 약혼자로 언급되었던 것도 몰랐죠?
...뭐?
원래 슈이치 상을 누나에게 붙이려고 했었다고 들었어요 그치만 누나는…
마토바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누나쪽은 가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것으로 이미 유명했음 아마 더 어릴 적부터 무언가 기미가 있었기 때문에 누나쪽이 아닌 동생쪽으로 고개를 돌렸겠거니 싶었음
저는 결혼할 사람이라는 얘기에 굉장히 기대했었고 눈 앞의 슈이치 상을 처음 보고 정말로 기뻤어요
한살 위의,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한눈에 예쁜 아이
단정한 옷차림에 자기 몸만한 책을 들고 있던 나토리 슈이치는 또래 아이라면 한번쯤 말을 걸고 싶을 만큼 눈에 띄었음
그치만 그런 것 치고는 눈길도 주지 않아 심술을 부리다가도 슈이치 상이 울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느순간부터 보여준 관심이 너무 기뻐서... 그치만 슈이치 상이 절 동생처럼 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나토리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던 만큼 이 얘기가 거짓말 같으면서도 유독 제게 관심을 보이고 곁에 붙어있으려 한 마토바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음
누나가 있으니까 알 수 있었어요 가끔 있거든요 외동인 아이가 형제를 부러워하는 일 한두살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중학생이 되어서 슈이치 상이 제게 보인 건 그저 동생을 대하는 정도였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비오는 날 나토리를 만나버린 것이었음
초등학생 시절보다 성장했지만 여전히 눈길을 끄는 단정한 얼굴과 더 접근하기 어려워진 분위기에 마토바는 적잖이 당황했음
마토바 쪽도 나토리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몰라 그저 어릴 때처럼 굴어보았는데 나토리 쪽도 묘하게 자신을 의식하듯 굴어서 도무지 포기가 안 되었음 이제 조금은 자신을 의식해주는 것에 내심 두근거리기도 함
가까이 다가가보니 정말로 실수할 것 같아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했는데 자길 보는 나토리의 눈동자에 홀려버린 것처럼 입술을 맞춰버림
까맣게 보일 만큼 빨개진 마토바는 그저 동그란 눈으로 자길 올려다보는 나토리에게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빨개졌을 자신의 모습이 꼴사납게 느껴져서 다급히 자리를 떠버림
그 후로 하다못해 실패하더라도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그쯤부터 바빠진 마토바는 도무지 시간이 안 났음
정말 안타깝게도 대답을 들을 시기는 커녕 종종 멀리서 얼굴만 보던 나토리는 어느샌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하고있어서 뭐라고 다가가서 얘기를 해야할지 알 수 없었음
그러다 나토리가 처음 회합에 나오게 되었고 뭔가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던 마토바가 나토리를 뒤쫓듯이 나왔으나 어린 티가 제법 사라져 어른스러워진 나토리를 정면에서 마주하자 마토바의 머릿속은 하얗게 휘발됨
그치만 나토리가 자신을 어색해하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변명하듯이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게 되었음
슈이치 상이 제게 마음이 없다는 건 알아요 어른들도 그걸 아니까 더는 붙여놓지 않았던 거겠죠
나는, 정말 몰라서...
그러니까 제가 키스를 해도 그 뿐이었던 거잖아요
그건 네가 별 다른 언질조차 없었으니까, 없던 일로 생각하려고...
나토리는 대답을 하다보니까 이 대화가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짐 이러면 마치 자신이 마토바의 태도에 토라진 것처럼 느껴졌음
문득 마토바의 얼굴을 보니 이번에는 달빛을 등진 상태여서 그랬을까, 마토바의 얼굴이 보였음 무척이나 빨개진 채라는 것도
비 오는 날도 이런 얼굴이었을까 생각하니 목이 타는 것 같았음
제가 슈이치 상이랑 한 키스를 없었던 일로 만들리가 없잖아요 바빴던 것도 진짜였지만 어쩌면 슈이치 상이 싫어서 모른 척 하는 걸까봐...
빨개친 채로 인상을 찌푸린 마토바는 어쩐지 어린애같아서 나토리는 저도 모르게 마토바의 뺨을 만짐 조금 골 난 것 같은 입매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문득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에 손을 떼어냄
마토바의 빨개진 얼굴은 비오던 날의 제 팔에 남았던 손바닥 열기가 떠오를 것처럼 뜨거웠음
마토바는 나토리를 응시하다가 나토리가 손을 떼어내고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상냥하게 대해주다가 금세 또 도망치듯이 아닌 척 내빼는 게 치사하게 느껴짐
그래서 이번에는 없던일로 여기지 못하게 하고 싶었음
마토바가 입술을 떼어냈을 때는 정말로 나토리가 없던 일로 여길 수 없을 만한 시간이 지났음
짧았던 것도, 길었던 것도 같은 순간이 지나고 마토바는 짙은 색의 눈동자로 흔들림 없이 나토리를 직시했음
나토리는 한참 방금의 입맞춤에 취해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림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지조차 결정하지 못해서 입술을 달싹이는데 마토바가 먼저 입을 엶
키스, 싫지 않았어요?
...아, 그, 싫지는 않았...는데...
아쉽네요. 싫다고 했으면 좋다고 할 때까지 더 해보려고 했는데
거절인지 승낙인지를 물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른 것을 물어오는 마토바 덕분에 나토리는 조금 얼빠진 얼굴을 하다가 왠지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워져서 인상을 찌푸렸음
나토리가 무언으로 항의하는 얼굴을 하는 것조차 마토바에게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일이었음
다음에는 슈이치 상이 좋았다고 할 수 있도록 힘낼게요
그런 말을 하고 베시시 웃어버리는 마토바를 보자 나토리는 정말로 항의하려다가 입을 닫고 곤란한 얼굴이 되어 마토바를 바라봄
처음 저 웃는 얼굴을 봤을때부터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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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냐면 마토바의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가올 당주 취임식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했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취임식과 동시에 결혼식이 있을 거라고 해 어릴 적 부모들 사이에서 맺은 약혼이라는데 한번 파혼할 뻔한 걸 예비당주가 적극적으로 구애해서 막았다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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