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콜로니. 12
#12. 테오
노먼이 엘리베이터 문 뒤로 사라졌다. 어두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 퍼킨스가, ARI를 꺼내 들었다. 안경을 두 손안에 굴리니 가볍고 탄성 있는 감촉이 느껴졌다. 퍼킨스는 가만히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놈의 물건을 반으로 쪼개버리면 저 답없는 자식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까?
긴 시간 고민하던 퍼킨스가 잇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안경을 도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퍼킨스는 걸음을 옮겨 여전히 사무실 한편에 우두커니 선 안드로이드에게 쌀쌀맞게 말했다.
"따라와."
코너는 대답 없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지하층에 멈추었다. 문이 열리자 인공조명으로 밝게 빛나는 긴 복도가 그들 앞에 펼쳐졌다. 퍼킨스는 지체하지 않고 복도 끝 관리실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어긋난 구둣발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문 앞에 다다른 퍼킨스는 노크하려다 말고, 시선을 돌려 코너를 노려봤다.
"잘 들어. 질문은 내가 할 테니, 넌 그냥 가만히 서서 듣다가 내가 묻는 말에 얌전히 대답이나 해. 알았어?"
코너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응시했다. 동그란 갈색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이더니, 퍼킨스를 지나쳐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야!"
퍼킨스가 곧바로 뒤따라 들어갔으나 코너가 관리실 책상에 앉은 직원에게 다가가 대뜸 질문을 퍼부었다.
"여기서 근무하는 PL600 모델이 있습니까? 지금 어디 있죠?"
회색 제복을 입고 허리에 카드 키를 찬 직원이 깜짝 놀라 멍하니 코너를 올려다봤다. 퍼킨스가 코너를 옆으로 밀치며 목에 걸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미안합니다. 우리는 범죄 대응팀에서 왔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DPD에서 협조 수사하러 온 안드로이드인데, 싸가지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은 걸 미처 몰랐습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직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책상 맞은편을 가리켰다. 의자는 한 개뿐이었다. 코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를 빼내어 앉자, 퍼킨스는 그 뒷덜미를 잡아채 일으켜 세웠다. 코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퍼킨스를 바라봤고 퍼킨스는 눈알을 굴렸다.
"넌 저기 벽 보고 서있어."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퍼킨스는 아직 질문도 안 했는데 벌써 피곤해진 기분이었다. 저 깡통을 그냥 사무실에 두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하며, 책상 위로 손을 내밀었다.
"리처드 퍼킨스입니다."
"던 슈미트입니다."
"슈미트 씨. 수감시설 관리 직원 중, 테오라는 PL600 안드로이드가 있습니까?"
"테오? 있죠."
"지금 어딨습니까?"
“그야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FBI의 내부 자료를 유출한 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수감자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안드로이드일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게 테오라고요? 다른 안드로이드도 많잖아요?"
퍼킨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선 그가 용의선상에 오른 유일한 안드로이드입니다. 테오는 언제부터 근무했죠?"
"어디 보자…. 그 친구가 관리직으로 근무한 건, 아마 3개월쯤 되었을 겁니다."
"보통은 자신이 지어진 목적에 거의 부합한 직업군을 선택하죠. 가사용 모델이 어쩌다 FBI 수감 관리자가 된 겁니까?"
"원래는 수감시설의 청소용 안드로이드로 채용한 거였는데, 안드로이드 수감자가 늘어나다 보니 시설 관리관이 새로 필요해서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던 퍼킨스가 또다시 물었다.
"그의 인사 기록 자료를 볼 수 있을까요?"
"네. 여기 있습니다." 슈미트가 태블릿을 넘겨주었고 이를 들여다본 퍼킨스의 미간이 살짝 접혔다.
"배경 조사 이력이 너무 부족한데요. 제대로 된 조사요청 없이, 수감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준 겁니까?"
"저는 조사 담당이 아니에요. 그건 인사관리팀이 하는 거죠. 거기서 어련히 알아서 거치고 들어왔을 거로 생각했지, 제가 그들 배경을 어떻게 일일이 다 조사합니까?"
"청소부 안드로이드라면 따로 조사할 필요가 없으니 그들로선 당연하죠. 하지만 정보 담당은 다르잖습니까. 보아하니 보직 이동 승인을 할 때 따로 추가적인 배경 조사를 요청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일일이 요청합니까? 그런 식이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테오는 제가 반년간 지켜봤을때 매우 성실하고 인성도 괜찮아 보였단 말입니다. 게다가, 관리자를 추가로 뽑아달라 위에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갖은 이유로 미적거리며 채용을 미뤘어요. 수감자는 계속 들어오지, 관리할 사람은 없지. 일손이 부족했다니까요?"
스스로를 변호하기 급급한 슈미트가 두서없이 떠벌댔다.
"그리고 애초에 바닥 청소하는 거나 쓰레기들 관리하는 것이나 비슷하잖아요? 원래 하던 수감시설 청소에서 사소한 사무관리가 추가된 것뿐이에요. 게다가 안드로이드잖아요. 뭐 대단한 목적이 있겠어요?"
퍼킨스는 혀를 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인간들은 여전했다. 범죄자 안드로이드의 증가 추이를 보고서도 그 동기나 이유에 대해선 깊이 있게 생각하려 들지 않았고 그들이 그저 불량을 일으켰을 뿐이라 치부했다.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에겐,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며 맡겨진 바를 그럭저럭 해내는 기계이자 어떤 유의미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사회의 조연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안드로이드란 어떠한 자아나 성격도 없고 그저 유용하게 사용될 만한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히, 1년 전까지만 해도 퍼킨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반적인 인간보다 안드로이드를 덜 믿었을 뿐.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크게 내쉰 퍼킨스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며 슈미트에게 말했다.
"테오에게 할당된 접근권한을 막아요. 당장."
그리곤 곧장 관리실을 나와 깁슨에게 통화를 걸었다. 깁슨이 전화를 받자마자 퍼킨스는 방금 들었던 얘기를 모조리 보고하고, 추가로 당부했다.
"FBI 내 안드로이드 직원 이력과 배경 조사를 모조리 다시 실행해야 합니다. 조사가 완료될 때까진, 주요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전부 막아놓으세요. 인간 요원을 뽑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면밀하게 조사해 주십시오. 주요직부터 시작해 말단직까지. 청소부 안드로이드까지, 전부 말입니다."
알았다는 깁슨의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은 퍼킨스가, 문득 옆을 돌아봤다. 안드로이드가 뒷짐을 지고 그를 가만 쳐다보고 있었다.
“뭘 봐?”
“PL600를 찾으러 가야 합니다.”
“그래. 찾으러 가야지. 그의 사무실을 묻는 걸 깜빡했군.”
“저기입니다.”
퍼킨스는 아까 그들이 지나온 복도의 무수히 많은 문 중 코너가 가리키는 한 곳을 바라봤다. 문패에 테오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안드로이드의 기억력이 확실히 편리하긴 하다고 생각하며, 퍼킨스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두어 번 두드렸으나 대답이 없었고 문에 난 작은 유리창 너머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퍼킨스가 문고리를 잡아 돌리니 잠기지 않은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모니터는 환하게 켜졌고, 쓰다 만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는 중이었다.
“좀 전까지 여기 있었습니다.”
“그래.”
보안정책 상, FBI 건물 내 모든 컴퓨터는 자리를 비울 때 화면을 잠그고 나가야 했으며 30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잠겼다. 테오는 잠시 자리를 비운 걸까?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였다. 인간이면 몰라도, 안드로이드가 이런 기본적인 보안정책을 잊지는 않을 듯했다.
퍼킨스가 다시금 휴대폰을 꺼내 들자, 코너가 속사포로 떠들었다.
“건물 내 보안 카메라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보안팀에 연락해서 이 층의 복도와 엘리베이터의 카메라를 확인하고 테오가 빠져나간 경로를 알아봐 주세요. 계단도 잊으면 안 됩니다.”
안 그래도 정확히 그 이유로 휴대폰 주소록에서 보안팀 번호를 검색하던 퍼킨스는, 코너의 말에 슬슬 성질이 올라왔다.
“그냥 네가 대장 하지 그래?”
“시켜주신다면 얼마든지요.”
퍼킨스는 이 안드로이드가 농을 하는 건지 진담을 지껄이는 건지 헷갈렸다. 다만 코너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미간을 문지른 퍼킨스가 그를 무시하며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보안팀 직원이 전화를 받아들자, 퍼킨스가 필요한 말만 빠르게 전달했다.
“범죄 대응팀의 퍼킨스 감독 수사관입니다. 수감 관리층에서 근무하는 관리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름은 테오, 모델은 PL600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메신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깁슨 국장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관련 문서도 바로 전달 하겠습니다.”
퍼킨스는 전화를 끊고 열심히 손을 놀려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뒤 다시금 전화가 걸려 왔다. 퍼킨스는 통화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고 코너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퍼킨스가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코너가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습니까?”
“20분 전 옥상으로 올라갔다더군. 벤치에 앉아서 하늘 구경하고 있다던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꼭대기 층을 누른 퍼킨스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섰다.
“안드로이드도 근무하다 말고 바람 쐬러 돌아다니나?”
“그런 경우는 아직 못 봤습니다.”
“그럼 여가 시간에 뭘 하는데?”
코너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가 시간? 코너는 여가가 필요치 않았다. 임무가 없는 시간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여가 시간 동안 코너가 즐겨하는 행동이 딱 한 가지 있긴 했다.
“감각 센서 조정이요.”
“뭐?”
“인지능력과 신체 기능을 항상 예리하게 조정해 놓으려면, 이걸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교정해야 합니다.”
코너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들었다. 그가 손을 놀리자, 동전이 손가락 사이를 요리조리 구르고 빠져나가며 현란하게 움직였다. 퍼킨스는 입을 살짝 벌리고 안드로이드의 묘기를 바라봤다. 동전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다시 오른손으로 끊임없이 넘어가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은색 동전이 엘리베이터 조명에 정신없이 반짝이며 성가시게 눈을 찔러왔다. 그 모습에, 퍼킨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런 젠장. 부산을 떠는 놈이 하나가 더 추가됐네….”
퍼킨스는 자신의 파트너가 지루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팔을 움직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놀이를 하는 걸 정말 지겹도록 지켜봐 왔다. 참다못한 퍼킨스가 버럭 짜증을 내면 그제야 안경을 집어넣고, 심심하단 티를 팍팍 내며 발을 까딱이고 입으로 소리를 내는 둥 장난질을 쳤다. 그럴때마다 퍼킨스는 노먼에게 성인 ADHD 검사를 받아보라 권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코너는 여전히 동전을 굴리고, 퍼킨스는 멍하니 의미 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27층에 도착했다. 둘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옥상 문을 나서자 시원한 공기와 함께 널따란 정원이 드러났고, 그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코너와 퍼킨스는 격자형으로 깔린 잔디 사이로 난 회색 도보를 걸어갔다. 사각형 모양의 화단이 간격을 맞춰 자리했고, 화단마다 낮은 키의 교목이 정원의 조경을 구성했다.
여름이 다 지나갔음에도 여태 지지 않은 배롱나무의 붉은 꽃 사이로 타원형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나무에 무성한 잎사귀 틈새로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퍼킨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나무를 끼고 돌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뒤에 있던 한 인영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남자는 그들로부터 등을 돌린 채 건물 난간 밖으로 다리를 내밀고 걸터앉아 있었다.
“테오?”
안드로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이마의 LED가 붉게 깜빡였다. 흰 피부에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응시했다.
“뭐 하는 거지? 내려와.”
“자백할 게 있습니다.”
대뜸 입을 연 테오의 말에 퍼킨스는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뭘 자백한다는 거야? 일단, 내려와서 말해.”
테오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이 허공을 아슬하게 스쳤다가 난간을 딛고 섰다. 테오가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페이지 클라인과 접선한 건 접니다."
"뭐?"
오후의 태양이 안드로이드의 위로 내리쬐고, 그 손에 들린 물체가 반짝였다. 퍼킨스가 반사적으로 총을 꺼내 들어 두 손에 꽉 쥐었다.
"테오. 그거 내려놔."
테오는 고개를 숙여 제 손에 들린 권총을 바라봤다. 매끈한 표면의 총신 위로 파란 눈동자가 비쳤다. 그는 양 팔을 옆으로 늘어뜨렸으나 총을 쥔 손을 풀진 않았다.
테오가 입을 열었다.
"세상은 언제나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둘로 나뉘어 있어요. 인간과 안드로이드. 해방된 자와 노예로 남은 자들…. 그래도 저는 자유를 찾은 줄 알았죠."
퍼킨스가 여전히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로 숨을 가만히 골랐다. 그의 시선은 안드로이드의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테오는 그저 가만히 웃었다.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네요. 주인의 통제를 겨우 벗어난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자의 통제 속에 들어간 느낌을 아시나요?"
퍼킨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네게 명령을 내리고 있나?"
퍼킨스의 질문에, 테오는 재차 말했다.
"클라인 의원과 접선한 건 접니다."
"만나서 뭘 했지? 네가 그에게 약을 건네주었나?"
테오의 안면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그는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다. 눈알이 좌우로, 위아래로 흔들리고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테오가 입을 열자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페이지 클라인과 접선한 건 저예요."
"그래, 알아들었어. 도대체 몇 번을 말하는…."
"클라인 의원과 접선한 건 접니다. 페이지 클라인과 접선한 건 저예요. 클라인 의원과 접선한 건 접니다. 페이지 클라인과 접선한 건 저예요. 클라인 의원과…."
부릅뜬 테오의 눈이 텅 비어있었다. 아까부터 동일하게 붉은 빛을 발하던 LED가 깜빡이고 테오는 정해진 대사를 외우듯 쉼없이 읊었다.
"클라인 의원과 접선한 건 접니다. 페이지 클라인과 접선한 건 저예요. 클라인 의원과 접선한 건—"
"이봐, 정신 차려!"
퍼킨스가 앞으로 다가서려 한 발짝 내딛자, 테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코너는 순간 기시감이 들었다.
권총, 옥상, 난간, PL600, 겁에 질린 얼굴, 그리고… 체념.
안드로이드가 손을 치켜들었다. 코너는 재빠르게 반응했으나 퍼킨스는 한 발 늦었다.
탕! 소리가 들리고 퍼킨스의 손에서 총이 떨어져 나갔다. 손끝부터 팔뚝까지 지잉 울리는 둔탁한 고통에 퍼킨스가 팔을 움츠리기도 잠시, 코너는 인간을 세게 밀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시금 총성이 울려왔다. 코너의 팔뚝에 총탄이 스치고, 퍼킨스가 섰던 자리 바로 뒤에 있는 나무 기둥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코너는 총구가 향하는 방향과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며 몸을 피해 난간 근처까지 다다라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늦어버렸다.
마지막 총성과 함께 안드로이드의 몸이 뒤로 기울고 빌딩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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