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X900
디트로이트 비컴휴먼 × 헤비레인 기반 FBI 버디물 / 코너, 노먼, 퍼킨스 (약 코너노먼)
#15. 메모리 “고기 듬뿍 넣어서.” “전 기본으로 주세요. 코너, 당신은요?” 그러다 노먼은 멈칫하곤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그것만 계산해 주세요.” 음식은 금방 나왔다. 퍼킨스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릴 동안 노먼은 두 개의 샌드위치와 음료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왔다. 인간이 식사할 동안 안드로이드는 그들이 입을 우물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14. NP200 노먼은 그 섬뜩한 광경을 바라봤다. 인간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한 신체 조각들이 주위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전부 안구가 없거나 파손된 상태로, 최소 스무 구는 넘는 안드로이드의 머리와 몸체가 구석마다 수북이 쌓였고 떨어져 나간 사지 역시 주변에 널려있었다. 오직 NP200만이 손상된 부분 외엔 나름 온전한 형태로 두 손이 가슴 위
#13. 수색 노먼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로비로 들어왔다. 드러난 목은 멍 자국으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라운지 한 편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팔짱을 끼고 앉은 퍼킨스는 제게로 다가오는 노먼의 모습을 관찰했다. 걸음걸이는 다소 불편해 보였으나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몸은 좀 어때." 퍼킨스의 질문에 노먼이 툴툴거렸다. "염증
#12. 테오 노먼이 엘리베이터 문 뒤로 사라졌다. 어두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 퍼킨스가, ARI를 꺼내 들었다. 안경을 두 손안에 굴리니 가볍고 탄성 있는 감촉이 느껴졌다. 퍼킨스는 가만히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놈의 물건을 반으로 쪼개버리면 저 답없는 자식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까? 긴 시간 고민하던 퍼킨스가 잇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안경을
#11. 변절자 노먼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진 그가 목을 부여잡고 거칠게 기침했다. 순식간에 그 앞으로 달려간 퍼킨스가 노먼의 몸을 뒤집어 눕히곤 재킷을 열어젖혀 상체를 샅샅이 살폈다. 흰 셔츠에, 눈에 띄는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숨을 몰아쉰 퍼킨스가 위를 올려다봤다. 꼿꼿하게 선 빌리의 우측 이마에 뚫린 구멍으로 티리움이 뚝, 뚝
#10. 심문 V. 맥나마라 연방 빌딩. FBI 디트로이트 지부가 위치한 그곳에 도착한 셋은 빌리를 데리고 올라갔다. 비어있는 심문실로 안내하자 그는 또 무엇이 불안한지 주춤대며 안으로 들어가길 꺼려했다. 노먼이 그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가 가장 안전해요. 봐요. 창문도 없고, 당신의 얘길 엿들을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얘길 나누고 싶
#9. 빌리 골목 어귀까지 다다른 둘은 서서히 걸음을 늦췄다. 안드로이드의 LED는 파랗고 노란빛으로 번갈아 가며 지직거렸고, 눈이 반쯤 돌아간 채 상체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퍼킨스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자 노먼이 팔을 들어 그를 막았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이 안드로이드는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아직 용의자라
#8. 신참 노먼은 다음날 조금 늦게 출근했다. 언제나 철두철미한 퍼킨스는 벌써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코너는 그 옆 의자에서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모으고 퍼킨스가 하는 양을 구경 중이었다. 그의 목엔 임시로 발급받은 FBI 건물 출입증이 걸려있었다. 노먼의 시야에 사무실 저 안쪽, 지국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밖에는 경호 안
#7. 코너 경찰서를 나온 노먼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구시렁댔다. "수사용 안드로이드라고? 젠장. 내가 아는 안드로이드라곤 가사도우미와 사무용뿐이야.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여러 면에서 월등한 건 사실이지만, 수사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기본적인 관찰과 분별력, 추론 능력과 범죄 행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란 말야." 퍼킨스는 파트
#6. 두 명의 파트너 밖은 어느덧 캄캄한 밤이었다. ARI를 찾겠노라 호언장담하며 병원 밖으로 나온 노먼은, 정문을 나서고나서야 자신의 차가 여전히 그린스 브라이어 공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야 하나 고민하며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뒤따라오던 퍼킨스가 그의 어깨를 퍽 치고 지나갔다. 노먼은 인상을 쓰며 팔을 쓸어내렸고 퍼킨스는 성큼성큼
#5. ARI ARI 프로그램은, 그 목적처럼 전문 수사 요원을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안경에 내재된 증강 현실 인터페이스가 과학적 수사 및 자료 검증에 들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리란 기대하에, 꽤나 많은 자원자들이 나왔다.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엔 모든 요원에게 ARI가 일괄적으로 지급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부작용은 언제나 함께
#4. 발단 노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밖에도, 내부에도 경찰차는커녕 어떤 인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관님이 여기엔 또 무슨 일이죠?" 경관? 이번엔 안드로이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쓸었다. LED는 뚜렷한 형태를 드러내며 잘 박혀있었다. 제이든이 그를 인간이라 착각한 것 같진
#3. 재회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이란 퍼킨스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음 날 디트로이트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도리어 먹구름이 진 것은 퍼킨스의 얼굴이었다. "좋은 아침!"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손에도 역시 커피를 들고 있던 노먼이 차에서 내린 퍼킨스를 맞이했다.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파트너의 얼굴을 마주한 퍼킨스는, 못 볼 꼴을 봤
#2. 충돌 노먼은 남자가 말하기만을 기다렸지만,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노먼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킨 채 서 있었다. 무감한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보며 노먼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아직 기계로 남은 몇 안 되는 개체인가? 유달리 조용하던 퍼킨스가 말문을 열었다. "네놈은…." 그러나 금세 뒷말은 흐려지고 퍼킨스는 그 짤막한 한마디만 내뱉고 입을 다물었다.
<디트로이트 비컴휴먼 + 헤비레인> 배경 #1. 만남 마커스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시위 이후, 근 1년이 흘렀다. 워렌 대통령은 안드로이드를 새로운 지적 생명체로 인정해 줄 것을 약속하며 상원에 이에 관한 검토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간에겐 자신이 소유한 안드로이드를 해방할 의무를 줬으며 그들을 집 안에 두고 싶다면 정당한 값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