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X900
디트로이트 비컴휴먼 × 헤비레인 기반 FBI 버디물 / 코너, 노먼, 퍼킨스 (약 코너노먼) /트라우마 경고: 폭력, 살인, 납치, 성폭력, 가정폭력(아동과 동물에 대한 폭력도 포함), 인종차별, 정신건강 등과 관련해 적나라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37. 데이지 노먼이 불안한 표정으로 도로 건너편으로 향하는 안드로이드를 바라봤다. 그는 팔짱을 끼고 차 문에 등을 기대기도 잠시, 얼마 안 있어 몸을 떼고 앞으로 뛰쳐나갈 것처럼 한 발짝 내딛다가, 다시금 자리로 돌아왔다. 퍼킨스가 보닛에 걸터앉으며 중얼댔다. “산만하게 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정말 혼자 보내도 될까?” “그럼 셋이 우르르 몰
#36. AX400 디트로이트 시내 한복판엔 200년이란 역사를 자랑하는, 미시간주에서 최초로 설립된 고등학교가 있다. 어릴 때부터 사립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온 아이가 어려운 입학시험을 거치고 들어와 여타 대학보다도 비싼 학비를 내고 다니는 이 학교는 린우드 지역 한가운데 위치했다. 수십 번의 유지보수를 거친 뒤에도 건물 외관은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
#35. 동거 아이는 등을 한껏 굽히고 골목을 내달렸다. 결 좋은 짙은 갈색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골목 사이로 들어오는 태양광에 반사되며 순식간에 초콜릿 빛으로 물들었다. 아이는 왼팔을 옆으로 뻗고 다른 쪽 팔은 땅으로 향한 채로,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며 세차게 뛰어갔다. 오른손에 쥔 장난감 탱크의 바퀴가 거친 아스팔트 도로 위를 빠르게 굴러가며 드
#34. 계약 정적만이 가득 찬 집안에서, 유일한 소음이라곤 세탁실 너머로 들리는 세탁기의 덜컹댐뿐이었다. 둘은 한참을 대화 없이 앉아 있었다. 노먼은 노먼대로 마음이 몹시 심란했고, 코너는 코너대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도 모르고 그저 발가락을 꼼질대며, 러그의 감촉은 보기보다 간지럽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노
#33. 망향 무언가 펑 터지는 소리에 노먼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눈을 뜨는 대신, 가만히 누워 전자렌지 속 팝콘이 연달아 튀겨지는 듯한 소음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여전히 몸은 무거웠고 피로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노먼은 옆으로 돌아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며 다시 잠들려 애썼다. 그러나 이미 잠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고, 그는 결국 앓는 소
#32. 집 "안드로이드 범죄 대응 수사팀, 자문 수사관 51814, 코너. 여기 신분증입니다. 건물 출입은 이걸로 가능하고, 제한 구역에 출입할 일이 생긴다면 시설관리팀에 먼저 얘기해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티리움 보급이 필요할 땐 카드키를 찍고 자유롭게 이용하시면 되고요. 분실 시에는 바로 신고하고, 계약이 종료되는 날 반납해주세요." "네. 알겠습
#31. 위협 “요원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 마디만 해주세요!” “CNB기자입니다! 방금 들어간 안드로이드가 제시를 납치한 범인 맞나요? 제시는 어디있죠? 무사한가요? 영사님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 “안드로이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테러라 보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사건으로 캐나다와의
#30. 망자의 날 “트릭 오어 트릿!” 맑은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을 울리고, 문을 열어젖힌 마커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눈부시도록 밝은 아침 햇살이었다. 시선을 내리니 허리쯤 오는 아이가 대뜸 호박모양의 플라스틱 바구니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는 각자 마녀와 마법사로 분장했고, 마커스는 살짝 당황했다. “어, 이런…. 어쩌지
#29. 진실 코너는 아래로 내려왔다.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습으로, 요원 몇 명만 남아 증거를 수습 중이었다. 방 한구석에서 휴즈와 대화하던 퍼킨스가 코너를 힐끗 바라봤다. "노먼은?" "구급팀이 데려갔습니다." 퍼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얼추 마무리되었으니, 우리도 슬슬 들어가지." "네." 하지만 코너는 말만 할 뿐 움직이지
#28. 수집가 대런은 긴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부축한 남자의 키가 제법 큰 탓에,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렸으나 대런은 팔을 고쳐 들고 복도 끝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침대가 보였고 그 옆엔 1인용 붉은 소파가 놓였다. 어젯밤 작업 후, 제대로 환기하지 않은 바람에 포르말린 냄새가 아직도 방에 짙게 깔려있었다. 남자가 옆에서 욱,
#27. 방심 차에서 나온 노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10월 말의 기온은 셔츠 한 장으로 버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그가 팔을 쓸어내리며 클럽 입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먼이 다가가자, 가드가 벽에 설치된 화면을 가리켰다. "선불입니다. 결제부터 해주십시오." 노먼은 화면에 적힌 입장료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뭔 클럽이 이리 비싸요?" "
#26. 실종 퍼킨스는 무려 두 시간 동안 클럽 입구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낮에 봤던 한산한 골목과 같은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리엔 사람이 가득했다. 깜깜했던 건물도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조명을 켜놨고 붉고 푸른색의 네온사인이 도로 곳곳을 얼룩덜룩 물들였다. 퍼킨스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도로 끝 한구석에 차를 대놓고 창틀에 팔꿈치를 기대며 지루
#25. 갬빗 스윙어 지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코너는 전파의 방해를 느꼈다. 송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신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럼에도 코너는 멈추지 않고 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클럽 로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지만, 이곳에도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꽤 많았다. 바 테이블까지 걸어간 지미는 바텐더에게 무언가를 주문했다. 코너는 바 옆의 새빨간
#24.잠입 지미가 비명 섞인 고함을 질러댔지만 그럴수록 잡힌 팔은 점점 더 이상한 각도로 틀어졌다. 남자가 얼음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짓씹듯 내뱉었다. "평등법 제3조제1항에 따라 널 성희롱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네겐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화들짝 놀란 지미가 반대쪽 손을 내저었다. "자, 잠깐!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피해자까지, 목격자
#23. 희롱 “어이! 빨리빨리 안 다녀? 빠져가지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선 노먼이, 차에서 내리는 퍼킨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눈썹을 한껏 추켜세운 퍼킨스가 노먼의 빙글거리는 얼굴을 보곤 픽 웃었다. “미안해. 검식 팀에 뭐 좀 넘기고 오느라.” 예상했던 것과 상이한 반응에, 노먼의 눈이 약간 커졌다. 퍼킨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22. 죄 아직 할로윈까지 며칠이 남았건만, 파티는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었다. 퍼킨스는 난데없이 나타난 축제 같은 시위 행렬에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차를 멀리 돌려 어스킨 가와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주차한 후, 현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인간들이 망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든 기념일에 안드로이드 역시 끼고 싶어 했다. 그들은 작년에 희생당한 동료
#21 검시 둘은 부검실로 들어섰다. 흰 가운을 입은 안드로이드 연구원 하나가 부검대 위에 놓인 시신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인간의 시신 안치실과는 다르게 이곳엔 특수 냉장 시스템이 없었고, 의료 도구 대신 기계 수리 장비와 비슷하게 생긴 공구가 탁자 위에 가지런히 열을 맞춰 놓였다. 노먼이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침에 연락드린 노먼 제이든입니다.”
#20. 책임자 "…그럼, 이번 한 번만 같이 협조하는 거지?" “그게…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늘이는 그 모습에 퍼킨스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퍼킨스는 입 하나 뻥끗 안 했으나 제 발이 저린 노먼은 슬슬 조여드는 압박감에 재빠르게 쏟아냈다. “들어 봐. 일단은 한두 달만 같이 해보기로 했어. 고작 몇 개의 사건으론 제대로
#19. 새로운 임무 코너는 노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노먼이 피해자의 몸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살피다가 가끔 허공에 대고 양손을 휘적였다. 코너가 시선을 내려 옆에 놓인 다른 시신을 보았다. 목에서 흘러나온 푸른 티리움 외엔 전부 깨끗했다. 몸체의 피부색은 다양했고, 체구 역시 제각각이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남성형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코너는 저도 모르게
#18. 방해꾼 “범인은 20에서 35세 사이의 동양인 여성이며 지능은 높지만, 교육 수준은 낮을 거예요. 감정적으론 상당히 안정적이며 일상생활이나 회사에선 지배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을 자주 보일 겁니다. 이런 유형은 대개 직접 범행을 저지르기 보단 다른 이에게 대신 하게 만들죠.” 노먼은 태블릿을 앞에 선 여성에게 넘겨주었다. “복종 성향의 남성 공범이
#17. 목 없는 시신 이틀 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다. 거리 곳곳 낙엽이 흩날리다 빗물이 만든 웅덩이 위로 떨어져 둥둥 떠다녔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거리를 빠르게 지나갔다. 거대한 바퀴가 덜컹거리며 움푹 파인 아스팔트 도로에 고여있던 빗물을 사방에 흩뿌렸다. 노먼은 가까스로 몸을 피해 더러운 물을 뒤집어쓰는 꼴을 면했다. 그가 잇새로 욕설
#16. 퍼킨스 FBI 워싱턴 지부, 범죄수사과에서 작전지원부에 지원요청 서한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이를 알게 된 강력반의 선임 요원 퍼킨스가 상사의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과장님, 제가 지원은 필요 없다 분명히 말씀드렸잖습니까!” ”말 좀 들어, 좀! 이 사건을 너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쪽도 나름 전문
#15. 메모리 “고기 듬뿍 넣어서.” “전 기본으로 주세요. 코너, 당신은요?” 그러다 노먼은 멈칫하곤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그것만 계산해 주세요.” 음식은 금방 나왔다. 퍼킨스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릴 동안 노먼은 두 개의 샌드위치와 음료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왔다. 인간이 식사할 동안 안드로이드는 그들이 입을 우물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14. KR200 노먼은 그 섬뜩한 광경을 바라봤다. 인간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한 신체 조각들이 주위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전부 안구가 없거나 파손된 상태로, 최소 스무 구는 넘는 안드로이드의 머리와 몸체가 구석마다 수북이 쌓였고 떨어져 나간 사지 역시 주변에 널려있었다. 오직 KR200만이 손상된 부분 외엔 나름 온전한 형태로 두 손이 가슴 위
#13. 수색 노먼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로비로 들어왔다. 드러난 목은 멍 자국으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라운지 한 편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팔짱을 끼고 앉은 퍼킨스는 제게로 다가오는 노먼의 모습을 관찰했다. 걸음걸이는 다소 불편해 보였으나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몸은 좀 어때." 퍼킨스의 질문에 노먼이 툴툴거렸다. "염증
#12. 테오 노먼이 엘리베이터 문 뒤로 사라졌다. 어두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 퍼킨스가, ARI를 꺼내 들었다. 안경을 두 손안에 굴리니 가볍고 탄성 있는 감촉이 느껴졌다. 퍼킨스는 가만히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놈의 물건을 반으로 쪼개버리면 저 답없는 자식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까? 긴 시간 고민하던 퍼킨스가 잇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안경을
#11. 변절자 노먼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진 그가 목을 부여잡고 거칠게 기침했다. 순식간에 그 앞으로 달려간 퍼킨스가 노먼의 몸을 뒤집어 눕히곤 재킷을 열어젖혀 상체를 샅샅이 살폈다. 흰 셔츠에, 눈에 띄는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숨을 몰아쉰 퍼킨스가 위를 올려다봤다. 꼿꼿하게 선 빌리의 우측 이마에 뚫린 구멍으로 티리움이 뚝, 뚝
#10. 심문 V. 맥나마라 연방 빌딩. FBI 디트로이트 지부가 위치한 그곳에 도착한 셋은 빌리를 데리고 올라갔다. 비어있는 심문실로 안내하자 그는 또 무엇이 불안한지 주춤대며 안으로 들어가길 꺼려했다. 노먼이 그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가 가장 안전해요. 봐요. 창문도 없고, 당신의 얘길 엿들을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얘길 나누고 싶
#9. 빌리 골목 어귀까지 다다른 둘은 서서히 걸음을 늦췄다. 안드로이드의 LED는 파랗고 노란빛으로 번갈아 가며 지직거렸고, 눈이 반쯤 돌아간 채 상체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퍼킨스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자 노먼이 팔을 들어 그를 막았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이 안드로이드는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아직 용의자라
#8. 신참 노먼은 다음날 조금 늦게 출근했다. 언제나 철두철미한 퍼킨스는 벌써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코너는 그 옆 의자에서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모으고 퍼킨스가 하는 양을 구경 중이었다. 그의 목엔 임시로 발급받은 FBI 건물 출입증이 걸려있었다. 노먼의 시야에 사무실 저 안쪽, 지국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밖에는 경호 안
#7. 코너 경찰서를 나온 노먼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구시렁댔다. "수사용 안드로이드라고? 젠장. 내가 아는 안드로이드라곤 가사도우미와 사무용뿐이야.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여러 면에서 월등한 건 사실이지만, 수사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기본적인 관찰과 분별력, 추론 능력과 범죄 행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란 말야." 퍼킨스는 파트
#6. 두 명의 파트너 밖은 어느덧 캄캄한 밤이었다. ARI를 찾겠노라 호언장담하며 병원 밖으로 나온 노먼은, 정문을 나서고나서야 자신의 차가 여전히 그린스 브라이어 공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야 하나 고민하며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뒤따라오던 퍼킨스가 그의 어깨를 퍽 치고 지나갔다. 노먼은 인상을 쓰며 팔을 쓸어내렸고 퍼킨스는 성큼성큼
#5. ARI ARI 프로그램은, 그 목적처럼 전문 수사 요원을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안경에 내재된 증강 현실 인터페이스가 과학적 수사 및 자료 검증에 들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리란 기대하에, 꽤나 많은 자원자들이 나왔다.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엔 모든 요원에게 ARI가 일괄적으로 지급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부작용은 언제나 함께
#4. 발단 노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밖에도, 내부에도 경찰차는커녕 어떤 인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관님이 여기엔 또 무슨 일이죠?" 경관? 이번엔 안드로이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쓸었다. LED는 뚜렷한 형태를 드러내며 잘 박혀있었다. 제이든이 그를 인간이라 착각한 것 같진
#3. 재회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이란 퍼킨스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음 날 디트로이트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도리어 먹구름이 진 것은 퍼킨스의 얼굴이었다. "좋은 아침!"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손에도 역시 커피를 들고 있던 노먼이 차에서 내린 퍼킨스를 맞이했다.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파트너의 얼굴을 마주한 퍼킨스는, 못 볼 꼴을 봤
#2. 충돌 노먼은 남자가 말하기만을 기다렸지만,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노먼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킨 채 서 있었다. 무감한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보며 노먼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아직 기계로 남은 몇 안 되는 개체인가? 유달리 조용하던 퍼킨스가 말문을 열었다. "네놈은…." 그러나 금세 뒷말은 흐려지고 퍼킨스는 그 짤막한 한마디만 내뱉고 입을 다물었다.
<디트로이트 비컴휴먼 + 헤비레인> 배경 #1. 만남 마커스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시위 이후, 근 1년이 흘렀다. 워렌 대통령은 안드로이드를 새로운 지적 생명체로 인정해 줄 것을 약속하며 상원에 이에 관한 검토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간에겐 자신이 소유한 안드로이드를 해방할 의무를 줬으며 그들을 집 안에 두고 싶다면 정당한 값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