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Colony

블루 콜로니. 8

코너노먼

CN by BX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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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참

노먼은 다음날 조금 늦게 출근했다. 언제나 철두철미한 퍼킨스는 벌써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코너는 그 옆 의자에서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모으고 퍼킨스가 하는 양을 구경 중이었다. 그의 목엔 임시로 발급받은 FBI 건물 출입증이 걸려있었다.

노먼의 시야에 사무실 저 안쪽, 지국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밖에는 경호 안드로이드 두 대가 서 있었고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깁슨은 전화를 받는 동시에 바쁘게 손을 움직여 가방을 챙기고 외근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새였다. 노먼을 발견한 깁슨이 본인의 눈에 두 손가락을 가져다 대더니 노먼에게로 돌렸다. 그 희번덕한 눈동자를, 노먼은 애써 못 본 척 외면했다.

코너가 그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든 요원.“

노먼도 힘없이 마주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요원님이 오시기 전까지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네네. 미안합니다. 제가 마음이 편치가 못해 어젯밤 잠을 좀 설쳤네요.”

퍼킨스는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리핑은 가면서 하지.”

“어딜 가는데?“

“제리가 새로운 정보를 물어다 줬어.”

“약? 아니면 안드로이드?”

“둘 다.”

셋은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퍼킨스가 노먼에게 물었다.

“차는? 가져왔어?”

“아니. 시간 없어서 이따 저녁에 가져오려고. 오늘은 네 차 좀 타자.”

아침부터 귀찮게 구는 기계 놈 때문에 조금 꼬여있던 퍼킨스의 심사가, 파트너의 뻔뻔스러운 부탁에 약간 더 뒤틀렸다. 그런데 옆에 있던 기계가 퍼킨스의 속을 더욱 뒤집는 말을 했다.

“저도 자차가 없으니 같이 태워주셔야 합니다.”

퍼킨스가 드디어 눈을 까뒤집었다.

“제기랄! 내 차는 스쿨버스가 아니라고!”

노먼이 건물을 나가며 곧바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뭐 어때. 가면서 브리핑 하자며.”

이를 갈던 퍼킨스가 신경질적으로 차 키의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마자 노먼이 보조석에 쏙 탑승하고 코너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둘은 밖에 선 차주를 멀뚱히 쳐다봤다.

“뭐해. 안 타?”

퍼킨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결국 운전석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노먼이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퍼킨스가 코너를 가리켰다. "일단 저 녀석부터. 어이, 안드로이드. DPD가 먼저 수사 협조 요청한 거니까, 침입자에 대해 아는 정보 있으면 죄다 말해봐."

기계는 자기 생각을 정리할 필요도 없는지 주저 없이 입을 뗐다.

“많은 걸 알아내진 못했으나, 우선 클라인 의원의 집에 침입한 자는 SQ800 모델로 추정됩니다. 살해당한 안드로이드의 시신을 그린스 브라이어 공장까지 가져갔고, 그 이후의 행방은 사라졌습니다. 시신도, 용의자도요.”

“시신은 어떻게 옮긴 거지?”

“들고 걸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에 티리움자국이 남아 있었어요.”

“목격자가 전혀 없었나요? 안드로이드 한 대를 그 먼 곳까지 걸어서 가져갔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게 이상한데요.”

“인근 주민에게 물어봤으나 목격한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적 드문 거리만 골라서 지나왔고, 보안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파손되어 관리가 안 된 곳 뿐이었습니다. 도주 루트를 미리 계산해 놓은 게 아니라면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자일겁니다.”

퍼킨스가 혼잣말로 중얼댔다.

“들어보면 상당히 계획적인 놈 같은데, 겁대가리 없이 경찰이 있는 현장에 쳐들어와서 증거품을 훔쳐 갔단 점이나 추적이 가능한 티리움 자국을 질질 흘리며 돌아다녔다는 건…. 너무 어설퍼 보이는군. 군용 안드로이드는 대부분 지능이 그리 높진 않아. 아직 해방되지 않았거나, 명령을 내리는 주인이 따로 있어 보이네. 아니면 공범이라든가.”

퍼킨스의 말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인 노먼이 입을 열었다.

“그 외에는요? 창고에서 다른 흔적을 발견한 건 없나요?”

“있습니다. 클라인 의원과 다른 안드로이드가 그곳에서 접선한 듯싶어요.”

“뭐? 다른 안드로이드? 그 얘긴 처음 듣는데.”

퍼킨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노먼은 백미러로 보이는 코너와 눈을 마주하며 또 다시 질문했다.

“그 안드로이드에 대해선 아는 정보가 있나요? 의원과 뭘 했는지도?”

코너 역시 노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제이든 요원도 알고 계시지 않나요? 저보다 더 잘 아실 텐데요.”

노먼은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곤, 말했다.

“알죠. 그냥 당신이 찾아낸 단서가 궁금해서요.”

예상치 않았던 요원의 질문에 코너는 머릿속으로 할 말을 잠깐 정리해야 했다. 이윽고 코너는 입을 열고 그간 찾아낸 모든 정보를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창고 내에 비교적 최근에 찍힌 여성과 남성의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발 치수와 보폭에 따라 추정되는 키, 제이든 요원이 그곳에 간 이유를 추측해 보건대 여성은 클라인 의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남성의 족적은 일정한 걸음걸이로 보아 97.3%의 확률로 안드로이드였습니다.

발자국의 모양새나 걸어 다닌 위치, 끌린 흔적 등을 종합해 봤을 때 둘은 매우 짧은 시간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주변에는 오직 둘 뿐이었고,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위협을 가했을 거라 추정되는 흔적이 없었음에도 클라인의 발자국은 이유 없이 서성거린 느낌이 강했어요. 몹시 긴장되고 조급해 보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처음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하죠. 그의 사회적 지위와 선거 경합 영상, 주변인의 평가를 생각해 보면 다른 이에게 쉽사리 흔들리는 유형의 인간은 아닙니다. 아마 스스로도 감당키 어려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계획이었거나, 누군가 그의 약점을 쥐고 협상을 요구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안드로이드가 어떤 모델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발 치수를 가진 모델이 너무 많은 데다 창고 안에 남아 있는 단서가 별로 없었고, 경비에게 보안카메라 영상도 요청해 보았으나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제이든 요원, 당신이 제가 도착하기 전에 영상을 이미 확인했다고 들었기에 창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듯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얘기한 코너가 노먼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끝맺었다.

“이상입니다. 그 외엔 추가로 알아낸 게 없습니다.”

퍼킨스는 파트너를 흘끔 쳐다봤고, 노먼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입술 앞에 가져다 댄 자세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안드로이드의 족적을 보았을 때, 그가 어떤 특징을 가졌을 것 같아요? 성격이나 뭐 그런 거요.”

“성격이요?”

“네. 당신 말론 침입자가 도주 루트를 미리 계산해 놓았을 거라 했잖아요. 클라인 의원이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도 말했고. 그럼, 이 새로운 안드로이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코너가 눈을 내리깔았다. 침입자가 보인 행동은 가장 기본적인 범죄 패턴 유형 중 하나였고, 지금까지 DPD에서 일하며 획득한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그의 특징 정도야 쉽게 추론이 가능했다. 클라인에 대한 추측 역시 수많은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일 뿐이었다. 그러나 창고에 있던 안드로이드의 그 단순한 족적만으론 알아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이건 안드로이드건 누군가에 대한 성격 묘사는 그에겐 여전히 어려운 영역 중 하나였다. 코너는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확신할 만한 단서가 너무 부족해요.”

“그냥 던져봐요. 아무거나. 말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으니까.”

노먼의 재촉에 코너는 잠깐 머뭇대다 입을 열었다.

“발자국의 흔적이, 그 어떤 모델의 기본값도 가리키지 않으니 분명 해방된 자일 겁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그의 걸음은 굉장히 절제되고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필요 없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여유가 있으며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보였어요. 신발 밑창의 디자인을 보면 고가의 브랜드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창고 내 미세하게 남은 남성용 향수 냄새도 그렇고, 재정적으로 부유하거나 외적인 모습을 신경 쓰는 자인 듯싶어요.

아마 의원과 접선 당시 구두에 맞는 정장을 입었을 겁니다. 대체로 과거의 주인이 어땠는지에 따라 안드로이드의 취향도 정해집니다. 외양을 깔끔하게 단장할 줄 아는 안드로이드는 주로 가정부 모델이 많고, 추론대로라면 소득분위 중상위층 이상의 인간 밑에서 일했거나 현재도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코너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한 추측일 뿐이며 안드로이드의 특성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엇도 확신할 수 없어요. 이런 해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먼은 빙긋 웃으며 어깨 너머로 코너를 바라봤다.

“저는 디트로이트로 와서 안드로이드 범죄 패턴과 동기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중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안드로이드 범죄자의 전반적인 행동이 인간의 것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에요. 범죄 유형과 양식, 의도와 리스크 등. 전부 사람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물론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기능을 제어하고 변경하는 것이 빨라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쉽죠. 하지만 그마저도, 안드로이드 고유의 특징을 유추할 단서가 돼요.”

코너의 이마에 박힌 푸른빛 LED가 빠르게 돌아갔다. 잘은 몰라도, 인간의 말을 깊이있게 생각해 보는 모양새였다. 노먼은 콴티코에서 근무할 당시 매달 진행했던 강의를 떠올렸다. 모든 프로파일러에겐 저마다 할당된 수습 요원을 교육할 의무가 있었다. 그는 여타 감독관과 마찬가지로 그 시간을 끔찍이 싫어했으나, 아주 간혹가다 괜찮은 수습을 만나면 그날의 강의는 상당히 흥미롭게 흘러가기도 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으나 어쩌면 퍼킨스가 맞을지도 몰랐다. 이 안드로이드는 ARI가 제공해 주는 요소에 더해 기본적인 수사력도 갖춘 것 같았다. 물론, 이정도론 아직 부족하고 더 지켜봐야했지만. 적어도 코너는 가능성이 보이는 신참 요원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 이번엔 제가 알아낸 걸 말해보죠. 당신 말이 맞아요, 코너. 안드로이드는 가사용 PL600 모델이었고, 클라인과 접선해 물건을 주고받았습니다.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침입자와 접선자는 공범일 확률이 높아 보이네요. 그렇다고 가정하면, 훔쳐 간 안드로이드의 시신엔 클라인의 결정적인 사망 원인 혹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었을 겁니다. 무모하게 현장에 침입해야 했을 만큼, 클라인이 넘겨받은 물품은 경찰이나 공권력의 손에 들어가면 곤란해질 만한 물건이었을 거예요. 적어도 자신들의 꼬리가 밟힐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거나요. 물론, 공범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요.”

빠르게 브리핑을 마친 노먼은 이제 퍼킨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리한테 얻어냈다는 정보는 뭐야? 레바졸에 대한 것도 알아냈어?”

노먼과 코너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퍼킨스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잠깐 멈칫했다.

“…아니. 레드아이스에 정확히 뭐가 들어간지는 제리도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비슷한 마약을 구하러 다니는 안드로이드는 몇 대 봤다더군.”

“안드로이드가 마약을 구하러 다닌다고?”

“그래. 그 근방에선 유명하다던데. 진짜 약쟁이 인간 같은 행색을 하고 있대. 웃기지 않아?”

노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달책인가?”

“직접 약을 할 수도 있죠.”

두 인간이 다시금 코너를 돌아봤다. 퍼킨스가 물었다.

“안드로이드가 무슨 약을 해?”

“사이버라이프에서 개발한 모델 중 하나가, 인간을 완벽히 본떠 만들어진 것을 알고 계시나요?”

다소 엉뚱한 기계의 질문에 퍼킨스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니들이 다 인간을 본떠 만들어졌잖아?”

코너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는 그보다 좀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춘 존재로써 기능하도록 개발됐습니다. 그래야 인간에게 편의를 안겨다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델은 다릅니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외향 뿐 아니라 말투, 성격, 특성까지 사람과 흡사하도록 값을 다양하게 조합해 만들었어요. 게다가 오감마저도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기능을 가졌습니다. 기존의 안드로이드와는 다르게, 그들은 어떤 사물을 보아도 해당하는 정보가 뜨지도 않고 또한 평균적으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소리만 들을 수 있죠. 피부를 눌러오는 압박감의 미세한 차이를 완벽하게 감촉하며 추위와 더위, 가려움과 고통마저 생생하게 느낄 줄 압니다.”

퍼킨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드로이드에게도 그딴 기능이 필요해?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왜 만든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한 기술적 시도였을지도요. 하지만 중요한 건, 오히려 그 때문에 수많은 안드로이드가 그 모델에 내재된 프로그램과 특정 부품을 탐낸다는 사실입니다.”

“탐을 낸다고? 왜?”

잠잠하던 노먼이 입을 열었다.

“쾌락 때문인가요?”

“네.”

차 안이 고요해졌다. 코너는 이어서 설명했다.

“모든 안드로이드 모델은 피부에 닿는 기본적인 감촉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저 하나의 정보 값으로 처리될 뿐, 어떠한 감흥도 남기지 않죠. 그러나 앞서 말한 그 작은 부품을 머릿속에 이식받은 안드로이드는 육체나 정신적으로 인간이 도파민이라 칭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쾌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요 시 기능을 끄고 키는 것도 가능해서 딱히 리스크가 존재하지도 않죠.”

“허….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만.”

퍼킨스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지만, 노먼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작용 기제가 인간과 비슷하다면 그들이 마약을 찾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네요. 그리고… 자칫하다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범죄도 발생할 수 있고.”

코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먼이 퍼킨스에게 물었다.

“리처드. 제리가 말한 안드로이드 모델이 뭐였어?”

“여러 대야. HK400, AX400, PJ500, 그리고 네가 말한 SQ800 모델도 있었어.”

“의원 집에 침입한 것과 같은 안드로이드일까?”

“모르지. 제리말론 SQ800은 롭슨 가에서 자주 목격된다네. 안 그래도 어제 거기 좀 죽치고 앉아서 그자가 나타날 때까지 감시할까 했는데, 아시다시피.”

퍼킨스의 곁눈질에, 노먼은 그 시선을 피해 창밖을 내다봤다.

“오늘 찾으러 가면 되지…. 가만, SQ800은 정확히 어떻게 생겼지? 군용이라는 것밖엔 몰라.”

퍼킨스가 그에게 태블릿을 넘겨주었다. “이렇게.”

“이건…. FBI에도 있는 모델이잖아.”

“그래. 책임수사관 이상은 경호원으로 한 대씩 데리고 다니는 안드로이드지.”

코너가 덧붙였다. “DPD에도 몇 대 있습니다.”

“맞아. 그만큼 아주아주 평범한 군용 안드로이드야. 디트로이트 시내에만 못해도 백 대는 넘을걸.”

“저기도 한 대 있네.”

퍼킨스는 노먼의 손끝을 쳐다봤다. 어느덧 차는 피스크 혼으로 진입했고, 도로 저 끝에 위치한 골목에서 허름한 모포를 뒤집어쓴 채 허리를 잔뜩 굽히고 어슬렁대며 걸어가는 SQ800이 보였다. 흡사 불곰이 두 발로 서서 돌아다니는 모습처럼, 최소 6.5피트가 넘는 거구에 짙은 갈색 피부를 가진 그 모델은 입 주변에 붉은 액체를 질질 흘리며 한 자리만 빙글빙글 서성였다.

퍼킨스는 제리가 말해 준 인상착의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저 놈이야!”

“뭐?”

퍼킨스가 차를 길가에 대강 주차하곤 빠르게 내렸다. 상황을 파악한 노먼 역시 급히 안전벨트를 풀고 퍼킨스를 뒤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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