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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tassium by KP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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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카페 같은 게 유행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내 얼굴이 박힌 이벤트가 열릴 줄은 몰랐다. 작년에는 분명 지하철 전광판이지 않았나? 전광판을 빌리는 게 비쌀까, 카페를 빌리는 게 비쌀까. 게다가 그냥 카페도 아니야. 잠실 골목길에 있는 비싼 카페란 말이지. 구태여 대관 같은 걸 안 해도 하루 먹고 살 정도는 벌릴 정도의 카페……. 아니, 솔직히 그쪽 장사들의 사정은 잘 모른다. 커피보다는 술을 파는 쪽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계산은 그만두자. 사람의 마음을 셈하는 건 그만두자…….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닌데. 대체 언제부터 이런 속물이 다 됐나. 음, 대충 고등학교 들어갈 때부턴 그렇게 됐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그만두자. 지나간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할 수는 솔직히 없지만……. 인생의 갈림길에서 오답을 택한 시절의 나를 굳이 꺼내와 후회하는 건 그만두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카페에 갈 날을 고민하고 있었던가…….

생일 전날부터 다음날까지 열리는 카페는, 안타깝게도 내 생일이 수요일이었기 때문에, 평일의 정중앙이라는 놀라운 시기에 열리고야 말았다. 내 구독자들은 거의 성인이니까 평일에는 시간을 영 낼 수 없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아무래도 틀렸던 모양이었다. 백 미터 밖에서도 와글와글한 인파를 보아하니……. 아, 하긴, 대학생 애들도 좀 있겠구나. 대학이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중고등학생이나 사회인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영혼들임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대학생보다 더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김기철이라는 남자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서술하라고 한다면, 나는 우선 화를 내고야 말 거다. 네가 뭔데 그런 걸 궁금해하는 거야, 하면서. 하지만 이 반응은 우선 성립할 수 없다. 나와 김기철 사이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풀의 인간들은 내가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격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나에게 그렇게 물어온다면, 아니, 애당초 그런 물음을 할 사람들은 아니지만, 영감님도, 서 사장님도, 김……기철도. 현실적인 면은 차치해 둔 특수한 상황을 상정하고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권위 앞에서 꼭 이야기해야만 한다면, 나는 그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가 하면.

 

더는 다가갈 수 없지만 과거의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유의미한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비단 애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 애매하게 거짓말이 되지만…… 나는 일단 그와 재회한 이후 은근히 고개를 쳐들었던 멜랑꼴리한 무언가를 술과 담배로 꾸준히 부분부분 녹여 삼켰고 덕분에 친밀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만 나를 보면 항상 빙글빙글 웃었던 그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았던 것 같다

 

어린애나 피우는 캡슐 담배를 입에 물고 똑딱이면서 나는 그렇게 회고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아파트 현관 계단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서…….

내 인생에 나타난 비슷한 부류의 두 사람을 번갈아 생각하면서…….

 

“이 주변은 전부 금연구역이야.”

 

내 팬들이 가득한 카페에 얼굴을 비추기도 전에 마주쳐버린 당신이 한 말이었다. 솔직히, 순수하게 고마웠다. 근처를 순찰하던 경찰한테 딱 걸려선 어느 쪽 민증을 내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보단 당신을 마주치는 게 더, 아니, 훨씬, 나았다.

 

당신을 따라 잠시 걸었다. 척 보기에도 칙칙하고 눅눅한 흡연 구역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곳에 나란히 서서 각자의 담뱃불을 붙였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담배를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다른 담배를 피웠다. 어쩌면, 저 겉옷 안에 또다른 종류의 담뱃갑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다고, 나는 추측하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묵직한 기류를 타고 흘렀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말이라는 걸 꺼내도 될는지, 우리가 아직 그런 사이는 맞는 건지……. 관계를 멋대로 끊어낸 건 당신인데, 나는 어째서 당신을 위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그에 대한 답은…… 부끄럽게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말했다.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가지?”

 

어쨌거나 던힐은 맛있다. 모든 번뇌를 적당한 수준으로 묽혀주는 효과도 있다.

“나? 난 사양할게.”

 

얼굴을 보려다가 말았다. 내가 당신의 표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러 고개를 드는 낯부끄러운 행위를 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시선이 맞고 나면, 나는, 아마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질 거다.

 

“다른 카페 가는 길이었거든.”

 

당신이 카페에 가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걸까. 아니면, 언제나 붕 떠 있는 시간을 해소하기 위해 커피를 시켜놓고 창밖 구경이라도 하려고 나온 걸까.

 

“뭐……. 그럼 됐고.”

 

이런 대답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무언가를 캐물을 사이는 아니다.

표면적인 이야기를 하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자.

담배는 눈치 없이 급하게도 타들어간다.

 

“……아, 머리카락에 담뱃재 날렸다.”

 

당신이 주춤하는 꼴이 보였다. 그 행동에 담긴 함의를 독해해 본다. 또한, 여태까지의 태세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역행해 본다.

 

담뱃재가 떨어졌다. 내가 스스로 털어낸 녀석이다.

벚잎마냥 살랑살랑 떨어지는 모습이 유쾌하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당신을 털어낼 수 없다.

결론을 내렸다면 행동으로 옮길 뿐이다.

“……좋아 보이네. 당신은, 언제나.”

 

“……좋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 언제나.”

 

그런 대답이라면 결론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의 관계란 대부분

애정이 더 깊은 사람이 지고 마는 게임이라고.

그리고 나는 사람을 싫어할 수 없는 부류라고.

 

언젠가는 이 성격 때문에 일을 크게 그르치겠구나.

영감님이 말했듯이…….

 

“……나중에 또 보자고.”

 

그리고 나는 당신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얼굴을 보는 건 또 오랜만이다. 놀란 티가 역력한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얼굴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좀 짓궂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향해 말했다.

 

“……생일 축하해.”

 

내가 사랑했던 눈웃음을 계속 짓는 것도, 좀 많이, 짓궂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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