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pe

대충 쓴 편지

사탕은 없고... 편지로 대신 한다.

TO. 이치무라 카즈키

오늘 화이트데이인데 주변에서 아무것도 준비 안하는 거냐면서 닥달하더라. 사탕 좀 못 받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편지나 써 본다. 이게 사탕 사는 것보다 더 귀찮은 일인 건 알지? 근데 홍삼 사탕 주는 순간 이 편지지는 사라지겠지만.

아무튼 편지라도 쓰라고 해서 종이를 꺼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본다.

그냥 이걸 빌미로 네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해주지 뭐. 왜 있잖아, 네가 매번 나한테 하는 말. 내가 소개팅 나간 건 백번 천번 내 잘못인 건 아냐고... 솔직히 말하면 난 내 잘못인지 잘 모르겠거든. 남들이 보기에는 더 좋은 선택지도, 현명한 선택지도 있었겠지. 근데 난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나한테는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어쨌든 난 그때 그 선택을 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절대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까 난 또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거다. 네가 나를 붙잡아서 증명해주길 원해.

카즈키. 그날 네가 직접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난 평생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몰랐을지도 몰라. 사랑은 타이밍이라잖냐. 나 혼자서는 깨닫지 못했을테니, 그날 네가 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을 거다. 그러니 너와 나는 운명이었던 거야. 그런 나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너뿐이었으니 우리는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거라고.

이기적이라 말해도 좋아. 네 마음을 이용해서 널 아프게 하면서 알고 싶어하는 미친놈일지도 모르지. 근데 나는 그저 네 감정을 알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야. 결과적으로 널 힘들게 했더라도 조금 이해해줘. 내가 말하는 증명은 네 마음에 대한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대한 거니까.

있지. 나는 감정에 서투르고 무지해.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카즈키.

네가 계속해서 알려줘.

내게 잊지 말라고 속삭여.

카즈키.

매일 날 사랑한다고 말해.

내가 네 감정을 잊어버리지 않게.

매일 날 사랑하냐고 물어봐.

내가 내 감정을 되새길 수 있게.

그러면 하루하루 널 사랑함을 잊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조금 귀찮더라도 네가 먼저 말해 달라는 소리다.

네가 뻗은 손을 내가 먼저 놓을리가 없다는 걸 잘 알잖아.

결국 우리의 마음은 같으니까, 네가 조금 이해해줘. 내가 느리더라도,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이런 이벤트 같은 건 잘 챙기지도 못하고 계속 너한테 짜증부려도... 절대 네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아무튼 사탕은 적당히 먹고, 이상한 놈한테서 사탕 받아오지 말고. 죽는다.

다시 수업 들어가야 되니까, 이만 여기서 줄인다.

p.s. 말을 두서 없이 써서 편지지가 좀 더러운데 대충 눈감고 모른척 해라.

FROM. 나오 히사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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