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콜로니. 19
#19. 새로운 임무
코너는 노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노먼이 피해자의 몸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살피다가 가끔 허공에 대고 양손을 휘적였다. 코너가 시선을 내려 옆에 놓인 다른 시신을 보았다.
목에서 흘러나온 푸른 티리움 외엔 전부 깨끗했다. 몸체의 피부색은 다양했고, 체구 역시 제각각이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남성형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코너는 저도 모르게 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몸체를 가진 안드로이드 모델 정보를 다운받았고, 오류가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전송을 중단했다.
코너의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는가 싶더니 일시에 다시 환해졌다. 그의 청각 장치로 인간이 작게 신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깜빡했어요.”
코너는 정신이 들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그러나 인간인 노먼은 코너처럼 회복이 빠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한 손에 ARI를 들고 쪼그려 앉은 자세로 씩씩대는 숨을 내뱉었다. 그에 맞춰 어깨가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했다.
노먼은 이마를 짚은 상태 그대로 고개만 간신히 돌려 코너의 발등을 노려봤다. 잇새로 억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예요?”
코너가 조용히 대답했다.
“안드로이드의 모델을 살펴보려고요.”
노먼은 서서히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됐어요. 그건 제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제가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전 사이버라이프 내부 모든 안드로이드 데이터에 접근권한이 있어요.”
코너의 대꾸에 노먼은 눈을 감았다. 그는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코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했다.
“맨 우측 피해자의 모델은 NK200, DN400 중 하나고, 중간에 있는 피해자는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SN700일 가능성이 높아요. 마지막은 어제와 같은 몸체여서 따로 정보를 다운받을 필요 없이 NK300, WO100, AL500, SL300, EN600 이 다섯 개의 모델 중 하나이며 제가 생각하기엔….”
그때, 그들 뒤에 선 감식관이 노먼을 불렀다.
“요원님. 조사가 끝나셨다면 시신을 수습해 가도 되겠습니까? 저희도 이만 퇴근해야 해서요.”
노먼은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에 뜬 시계를 봤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있었다. 입술 안쪽을 짓씹은 노먼이 눈썹을 늘어뜨리며 무척 미안하단 듯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아직 다 안 봐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저쪽에 있을 테니 끝나면 와서 말씀해 주세요.”
감식관이 다른 동료들의 등을 툭툭 치며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노먼은 한숨을 내쉬며 코너에게 말했다.
“그래요. 고마워요. 남은 건 제가 더 알아볼게요. 저도 이제 조사에 집중해야 해서요.”
“그게 다가 아닙니다. 여태까지 발견된 안드로이드는 몸체는 같아 보여도, 티리움의 형질을 분석했을 때 모델은 전부 상이할 가능성이 높았어요. 그걸 생각하면—”
조급해진 노먼이 코너의 말을 강하게 끊었다.
“알았어요. 나중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이곳에서 할 일은 더 이상 없으니, 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코너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가 조사하는 게 차라리…”
“작작 좀 하죠?”
노먼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잔뜩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사권은 저희 쪽으로 넘어왔고, 전 여기서 조사할 게 산더미예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 ARI도 마음대로 못 쓰고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고요.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코너가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ARI가 머리를 잔뜩 헤집어 놓은 탓인가, 노먼은 자신이 내는 목소리조차 듣기 싫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진 걸 느꼈다. 급격히 나빠진 컨디션이 그의 신경을 잔뜩 긁어놓았고 때문에 도저히 고운 말이 나오질 않았다.
“실적 하나 채우겠다고 자꾸 방해하고 훼방 놓는 게 그쪽 일이에요? DPD도 다른 사건 넘치도록 많을 텐데 그중 하나 맡아서 해결하면 되잖아요. 도대체 왜 여기서 계속 이러는 건데요?“
“다른 사건이 없습니다.”
“뭐라고요?”
“경찰서에 들어오는 사건은 많아도, 제게 배정되는 사건은 없습니다.”
노먼은 눈을 찌푸렸다.
“배정되는 사건이 왜 없어요? 지금 당신과 마주친 것 만 해도 몇 번인데.”
“안드로이드 사건이라 배정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FBI가 안드로이드 사건을 전담하게 되면서 제가 맡을 수 있는 게 사라졌어요.”
“그러니까 어제 말했잖아요. 원래 이런 건 스스로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서장에게 가서 안드로이드 건 말고, 다른 사건도 배정해달라 부탁해 보긴 했어요?“
“…….”
코너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노먼의 조언대로, 코너는 오늘 아침에 다시금 서장실로 가 얘기했다. 하지만 파울러 서장은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만드는 코너를 매우 못마땅하게 쳐다봤었다. 이미 서 내에 신고되어 들어오는 안드로이드 사건이 넘쳐났고, 원한 만큼 그 사건들을 죄다 몰아주었음에도 다시금 인간 관련 사건을 배정해달라는 코너의 요구를, 파울러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코너는 자신이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을 맡겨달라 했으나, 이 말은 파울러의 또다른 오해를 샀다. 그의 귀엔 코너의 요구가 마치 좀 더 쉽고 실적을 올릴만한 사건만 맡겨달라는 걸로 들린 듯했다. 파울러 서장은 차가운 어투로 거절했고, 계속 이런 부탁을 한다면 그에겐 더는 현장 업무조차 맡길 수 없다며 엄포를 놨다.
코너는 서장실을 나서며 서류 더미만 잔뜩 끌어안고 나왔다. 그는 하루 종일 가라앉은 기분으로 서류와 보고서를 처리했다. 한두 시간이면 끝날 분량이었으나 연산 처리 장치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지, 아니면 회로에 이물질이라도 들어가 티리움 공급이 중단되기라도 한 건지, 오전이 지나도록 통 집중이 안 되어서 늦은 오후까지 그 일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코너는 답답했다.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단순 서류 작업 외에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증명해야만 했다. 아니면 사이버라이프처럼, DPD도 그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고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는 정말 갈 곳이 없었다.
코너는 문서를 띄운 창 앞에 앉아 있는 내내, 어젯밤 노먼이 자신에게 한 말을 끊임없이 복기했다.
‘당신은 수사관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저들에게 틈을 보이다간… 감식 기계로만 쓰이게 될지도 몰라요.’
감식 기계로 쓰이는 건 별문제가 없었다. 그건 다른 안드로이드에겐 없는 그만의 특별한 기능이었으니까. 하지만 노먼이 앞서 한 말. ‘수사관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그 말이 중요했다. 이건 그가 다른 인간에게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종류의 말이었다. 코너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코너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문서를 처리했다. 그 과정 중에 아침에 발견되었다던 안드로이드 시신과 관련한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빠르게 보고서를 작성하여 FBI에 넘기려다가 말고, 멈칫했다. 노먼의 말처럼 그가 아직 더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직접 시신을 조사하면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었고, 이를 모두 종합해 FBI에 넘기면 그들로선 기뻐할 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그가 봐온 인간은 안드로이드가 자기 일을 대신 해주는 걸 좋아했으니.
그래서 진술 보고에서 좀 더 추가할 만한 내용을 찾기 위해 시신이 발견되었단 곳으로 직접 찾아왔고, 노먼과 마주쳤다. ARI가 자꾸 방해한 탓에 조사를 완벽히 마치지 못한 것이 조금 불만스러웠으나 그럼에도 그에게 자신이 발견한 단서를 전부 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좋아할 거란 코너의 예상과는 달리, 노먼은 명백하게 화가 난 모습이었다.
노먼은 이미 코너가 서장에게 수도 없이 요구했으리란 사실을 고려도 안 한 채 또다시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코너는 그의 말에 가슴이 몹시 갑갑해졌다. 인간인 노먼은 상부에 부탁하면 기회가 턱턱 주어지는 모양이지만, 안드로이드인 자신은 아니었다. 코너는 처음으로 노먼이, 인간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안드로이드가 감정도 없고 남에게 공감할 줄 모른다 떠벌대면서도, 정작 그들은 이렇게 뚜렷하게 보이는 간단하고 명확한 사실 하나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며 마음대로 지껄여 댈 뿐이었다.
코너는 어제 노먼이 그의 감식을 방해했을 때보다도 더욱더,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인간의 무신경한 질문에 대꾸도 하기 싫어서 그저 입을 굳게 다물고 땅만 노려봤다.
노먼은 그동안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욱신대던 머리의 통증이 사그라들고, 날카롭던 신경도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다. 머리가 한층 맑아진 후에 생각해보니 자신이 내뱉은 말이 다소 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거나 코너는 자신을 도와주려 여기까지 온 거였는데, 노먼은 거기에 대고 신경질을 냈으니.
둘 사이로 긴 침묵이 내려앉고 안드로이드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확연히 바뀐 그 분위기에, 결국 노먼이 조심스레 물었다.
“…서장이, 안 된다고 했나요?”
코너는 차갑게 대답했다.
“네.”
짤막한 단답에 노먼도 말문이 막혔다. 그가 다시 물었다.
“다른 일 뭐 없어요? 경찰서는 바쁘잖아요.”
“서류 정리와 보고서 분류는 제가 합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금방 끝나는 작업이에요.”
“주어진 업무 외에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건가요? 인간들은 일이 없을 땐, 회사에서 개인 작업을 하며 쉬기도 하는걸요.”
그건 사실이었다. 코너는 경찰서에서도 몇몇 인간이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며 게임을 하고 다른 동료와 하루 종일 사담을 나누며 노닥거리는 걸 자주 봐왔다. 인간들이야 일이 있을 때건 없을 때건, 언제나 스스로 할 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적어도 코너는 달랐다.
“저는… 임무가 없으면 무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을 내리깐 코너의 표정은 공허했다. 노먼은 고개를 조금 틀어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속눈썹에 가려진 갈색 눈동자가 그림자로 검게 그늘져 있었다.
문득 노먼은 그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몰려드는 업무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지만, 노먼도 분명 자기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없을까 봐 마음을 졸이던 시절이 존재했다. 이 기계는 그때의 자신과 닮아 있었다. 신참 시절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그 조바심을 노먼은 매우 잘 알았고, 이는 전부 연차가 차고 임무가 배정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었다.
그러나 또 한편, 어제 DPD 경관이 보인 행동과, 담당 형사의 태도와, 그간 코너가 흘렸던 말을 종합했을 때, 이 안드로이드에겐 어쩌면 노먼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간은 당연하게 누릴 기회를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고 이는 노먼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코너만큼은 다를 거라 여기고 있었다. 이 안드로이드와 일한 건 고작 며칠 뿐이었으나 높은 지능과 뛰어난 업무 능력, 할 말을 가리지 않는 성격과 당당하고 거리낌없는 태도만 봐도 쉽사리 누군가에게 휘둘리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자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보니, 이는 전부 노먼의 짧은 판단하에 내려진 섣부른 편견일 뿐이었다.
노먼은 한참을 생각하고, 고심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조용히 물었다.
“이 사건… 당신도 해결하고 싶어요?”
코너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네.”
“후. 알았어요. 그럼, 이번엔 저희가 DPD에 협조공문을 보내보죠.”
코너가 머리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의 곧은 눈동자가 노먼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정말인가요?”
노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사건 해결하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러면서 노먼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신 확실히 해둘 건, 저희가 현장 관리자라는 사실이에요. 지휘 체계가 어그러지는 것만큼 골 아픈 일이 없으니까. 특히 제가 ARI를 쓸 때만큼은 뭐 다른 짓 하지 말아줘요.”
코너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 정도야 간단한 일이었다. 어차피 코너는 행크든, 개빈이든, 혹은 다른 형사든, 자신과 함께 일한 인간들 사이에서 한 번도 주도권을 쥔 적이 없었다. 그는 온전히 수사 보조용 로봇으로서 작동했다. 그와 일했던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코너는 언제나 그리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주도권을 쥔 책임자였다면 파트너로 배정된 인간들이 그에게 별것 아닌 일로 윽박지르며 깡통이나 플라스틱 쪼가리라고 욕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코너는 좀 전까지 가라앉은 기분이 순식간에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퍼킨스 요원이 상위 책임자인가요? 아니면 제이든 요원, 당신인가요? 누구의 명령이 우선이죠?”
아까와 비교하면 한결 밝아진 코너의 목소리에, 노먼은 여전히 확신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우린 그냥 동등한 관계예요. 계급도 같고. 굳이 따지자면 리처드의 경력이 훨씬 많긴 한데…. 그냥 평소엔 그의 말을 조금 더 잘 들어줘요. 저와 다르게 성격이 별로니까, 잘못 건드려서 괜히 화 돋우지 말고.”
코너가 활짝 미소 지으며 또랑또랑 대답했다.
“네. 기억해 두겠습니다.”
순식간에 바뀐 공기에 노먼이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주 전, 노먼의 생명이 오락가락한 사실을 가지고 농담하며 미소한 것과, 그 외에도 확연하게 보이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웃음을 흘리던 코너가 기억났다. 그에 비하면 지금 그의 미소는 정말로 기뻐서 짓는 표정처럼 보였다.
행복해 하는 기계의 모습에, 노먼은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
“벌써부터 너무 좋아하진 말아요. 알겠지만, 협조공문을 보내도 그쪽에서 수락할지 말지는 다른 문제에요. 일단 당신 상사가 허락해야….”
“허락할 겁니다.”
코너가 단호하게 말했다. 마치 허락하지 않으면 상사에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태세였다. 노먼이 미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확실해요?”
“네.”
코너의 즉답에 노먼도 더는 물을 말이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기에 그가 제안했다.
“요청서를 보내도 처리하는 덴 시간이 걸릴 테니, 제가 내일 아침에 DPD로 갈게요. 원래 사람은 서류보단 직접 얼굴보고 얘기해야 거절을 못 하거든요.”
코너는 다시금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시는 시간에 맞춰 제가 마중나가겠습니다.”
노먼도 덩달아 머리를 끄덕이다가, 잠시간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는 아직도, 시신에 대한 조사를 끝마치지 못했다. 코너는 마치 모든 근심이 사라진 듯 행동했으나 노먼의 근심은 이제 시작이었다.
노먼은 벌써 몇 번 째 같은 말을 하는 건지 모를 얘기를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럼 전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니 당신은 이제….”
그리고 멈칫한 그가, 다시 코너를 바라봤다. 안드로이드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노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요. 같이 일하기로 했으니 여기도 그냥 당신이 봐주세요. 저는 아무래도 저기서 우릴 노려보고 있는 감식팀에게 싹싹 빌고 와야 할 거 같으니.”
“네. 좋습니다.”
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노먼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이 안드로이드에겐 어떤 임무를 맡겨야 하고, 자신과 퍼킨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효율이 높을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며. 노먼은 저 멀리서 팔짱을 끼고 지루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는 감식 요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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