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 천사

무신론 천사

(5)

“내가 6급이라고? 헛소리하지마! 그냥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을 조금 건드린 것뿐인데 왜 그게 범죄가 된다는 거야?”

 

가래가 껴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중얼거리던 남자는 퉷, 하며 가래침을 뱉었다. 그 주변에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데 그렇게 만들었다는데 일말의 죄악감도 느끼지 않아 보였다. 구연사는 좋은 사람, 그 힘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골라서 찾아오는 오는 기적이 아니다. 이야기에 몰입한다면 누구든지 얻을 수 있는 힘이기에 자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범죄자에게도 공평히 주어지곤 했다. 그 예시가 민아의 눈앞에 있었다.

 

“X이-발! 구연사관리청에 항의하러 가겠다는데 가로막기나 하고, 야, 비켜!”

 

구연사 관리청의 모든 문과 창문에는 무거운 철창이 내려와 견고히 방어 중이었다. 구연사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각 나라의 전력, 그에 대한 정보가 모여있는 구연사 관리청은 방어가 견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육체의 근육이 과하게 부풀어있는 근력 강화계, 민아가 비켜준다면 저 철창은 파스타 면처럼 순식간에 부서질 게 뻔했다. 민아는 기억했다, 저 안으로 도망쳐온 사람의 공포를, 자신의 업무를 책임져줬던 직원의 얼굴을, 피 흘리던 사람의 발자국을

 

“아뇨,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턱이 덜덜 떨렸지만, 다행히 볼썽사납게 혀를 씹지는 않았다. 애써 침착하게 말했지만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내가 미쳤지, 뭘 할 줄 안다고 뛰쳐나온 거야?

 

“하, 기생오라비 같은 게…. 너도 X이-발 좀 맞아야겠다?”

 

커다랗게 부푼 주먹에 돋은 힘줄이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이극고 시선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주먹이 틀어박혔다.

 

쾅!

 

윽! 고통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안 아프다. 민아는 자신의 복부, 혹은 얼굴을 부서뜨릴 기세로 날아온 주먹이 제 옆의 바닥을 파고든 걸 보고 뒤늦게 놀랐다. 자신이 놀란 만큼 상대의 얼굴에도 피할 줄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일격필살을 노렸는지 꽤 깊게 바닥을 파고든 주먹이 쉽게 빠지지 않아 보였다. 이때다. 민아는 주먹에 쥐고 나온 펜을 양손으로 잡았다. 봉아 나와라, 나와라!

 

민아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펜은 그대로 펜일 뿐이었다. 왜지? 그때는 됐는데! 문득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 손가락을 튕겼던가? …안 했다. 그러니까 안 나오지! 다급히 손가락을 튕겼지만 집중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틱, 틱 하는 맥아리 없는 소리만 날 뿐 육체의 한 기관이 새로 돋아나는 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오! 낮에는 들어가라 해도 안 들어가더니 이젠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네!

 

그사이에 남자는 주먹을 뽑아낸 상태였다.

 

“씨-이발 개쪽팔리네 진짜, 넌 이제 뒤졌어!!”

“저기, 그냥 말로 하시면…?!”

 

쾅!

 

“으악!”

 

쿵!

 

“악!”

 

짜고 치는 레슬링처럼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고, 민아가 아슬아슬하게 그걸 피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됐다. 민아의 근육은 몇 년간 책상 앞에서 마우스나 딸깍댄 과거가 거짓말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위협적인 주먹을 이리저리 날래게 피해댔다. 완벽하게 피하기보단 한 끗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피해왔기에 그 몸짓이 자길 조롱한다. 느꼈는지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색칠되었다.

 

피하고 있는 민아의 입장에서도 신기한 일이었다. 남자의 주먹은 빠르고 위협적이었지만, 자신에게는 그 궤적이 읽혔다. 얼핏 어? 이게 전부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 생각이 들 때 즈음에 돌 파편이 뺨을 스쳤다. 그 날카로운 통각에 민아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대로 영원히 끌고 갈 수는 없다.

 

주먹을 몇 번이나 내질렀지만 지친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는 남자를 무력화할 수단이 필요했다. 약이 바짝 오른 남자가 제 분노를 못 이겨 소리를 질렀다.

 

“너 이새끼 진짜! 당장 안와?! 찢어 죽여버린다!!”

찢어죽인다는데 왜 그쪽으로 가야 하냐고요!

내가 한창 운동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몸이 움직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분명 이건 나 자신의 힘이 아니라 내가 각성한 이야기의 영향. 실제로 번쩍번쩍한 후광이나 날개가 나타나지 않아도 내 몸에 무언가 변화를 주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민아는 주먹이 날아오자 펜을 쥔 손의 주먹을 말아쥐었다.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뺨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날릴때, 뻗어진 주먹의 궤적 밖으로 피하는 게 아닌 남자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남자는 지금까지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던 상대가 이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는지 눈이 동그랗게 커진 상태. 그때 살짝 벌어진 입의 아래턱을 노린다.

 

공격력에도, 변화가 있을까?

 

뻑!

 

어억!

 

큰 소리가 났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가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살그머니 떴다. …눈앞에서 큰 덩치를 자랑하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있었다. 잠깐 턱을 잡고 부르르 떨던 남자는 턱에서 손을 떼어냈다.

 

“이 새끼가, 가, 강히 나를 때려?”

 

드러난 턱이 새빨갛게 물든 채로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있었다. 으악! 징그러워! 죄송합니다! 근데 징그러!

어떻게든 아프지 않은 척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눈가에 생리적인 눈물이 맺혀있었다. 일어나려는지 땅을 짚어보지만, 허리를 세우지 못하고 자꾸만 바닥에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이어 고통이 밀려왔는지 땅에 엎드려서 신음을 흘리는데,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하길래 슬쩍 원래 자리에서 피하니 쫓아오지도 못한다.

 

방금전까지 당당하고 무서울 것 없이 굴었던 사람이 내 주먹 한방에 애벌레라도 진화라도 했는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다 장난이라고 이놈, 방심했구나! 하며 벌떡 일어나 날 덮치는 거 아니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슬쩍 살금살금 다가가 주먹을 말아쥐고 뒤통수를 한 대 더 때렸다.

 

꿍!

 

조금 전보다 좀 더 앙증맞은 소리가 나더니 꿈틀거리던 자잘한 반응마저 멈췄다. 이제 안심이다. 해치웠나?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을 거라서 입을 앙다문 채로 주위를 살피다가 누워있던 제복을 입은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져 있길래 머쓱하게 고개를 한번 숙였다.

 

그 사람도 눈을 끔뻑거리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아…. 이젠 어떡하면 좋지? 뺨을 긁적였다. 이렇게 쉽게 끝나버릴 줄 상상도 못 했고, 그리고 난 경찰도 뭣도 아니라서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구연사 관리청에서 뭔가 해주지 않으려나? 언제 눈을 뜰지 모르니 이 주변을 함부로 떠날 수도 없어서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자니 하늘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쿠웅

 

거대한 덩치의 사람이 짐짓 어울리지 않는 분홍 파티클에 뒤덮여 하늘에서 갑작스레 떨어지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슈퍼히어로 랜딩자세를 취하던 사람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자 보이는 육체가, 몸의 근육이 기이하게 부풀어 거대해 보였던 방금 쓰러진 남자와 다르게 균형 잡힌 잘 짜인 근육을 가진 든든한 육체에 덩치가 큰, 아니 거대한, 마치 거인과 같은 여성이었다. 기본적으로 새카만 복장에 민소매, 점프수트 상의를 허리에 묶은채 펑퍼짐한 바지에 지퍼나 벨트가 미관을 위해서만 달린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민아의 눈에는 굉장히 멋있었다. 여성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상황이 종료되어 보입니다만.”

 

헉, 뉴스에서 본 사람이다…! 민아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어젯밤 틀어놓은 뉴스에 고양이를 내려줬다는 이유로 출현했던 그 구연사였다. 구연사 이름이… 골리앗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액정 너머에 있던 사람이 눈앞에 있다는 건 연예인을 만났을 때랑 비슷한 묘한 고양감이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골리앗은 거의 5m 정도는 될법한 거대한 몸을 원래의 키로 줄이고-그렇다 해도 2m는 되어 보였다.- 주변의 쓰러진 사람들의 의식을 확인하며 위험요소가 더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 다음에야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쓰러져있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상대와 그 옆에 멀뚱하게 서 있는 민아를 본 골리앗이 상황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걸었다.

 

“당신이 제압했습니까?”

 

순간 난동을 부린 사람으로 오해받으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이다. 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네. 그냥 어쩌다 보니….”

“덕분에 제 할 일이 없어졌군요, 고맙습니다.”

 

고, 고마운 거 맞나?

 

알쏭달쏭한 말투에 허리를 숙여야 하는지 손을 내저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어정쩡한 자세로 몸이 굳어 있는데, 골리앗이 나타난 하늘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요즘 저렇게 나타나는 게 유행인가?

 

“뭐-야 벌써 끝났어? 별거 아닌 6급이었나 보네?”

“네, 제가 한 건 아니지만.”

“뭐? 그럼 누가….”

 

온통 분홍색이었다.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나뉘어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에, 곳곳마다 달린 빼곡한 프릴. 풍성한 페티코트를 입었는지 자연스레 부풀어 오른 치마바지,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얼마나 과시하고 싶은 걸까?? 보통사람의 몇 배는 되는 하늘색 눈동자는 동공마저 보통 사람과 다른 모양이었다. 얼굴형이 일반 사람과 다른 느낌인데 어째서인지 불쾌하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라는 감각이 들게 만드는 외모였다.

 

전체적으로…. 그래, 어릴 적에 몇 번 봤던 마법 소녀 물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저 사람도 어제 봤던 숏츠에 나온 사람이다. 특유의 외모와 컨셉질으로 구연사와 유튜버라는 투잡을 하는 상대는 다윗♡. 골리앗과 함께 다니는 구연사 페어다. 꽤 유명한 유튜버로 구독은 안 해도 알고리즘에 따라 몇 번이나 영상이 떴던 걸로 기억한다. 다윗은 과장된 동작으로 방방 뛰고, 팔짱을 꼈다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주위를 둘러보다가 골리앗이 손으로 가리킨 쪽 바라보고 민아와 눈이 마주치자 펄쩍 뛰었다.

 

“당신이 해치운 거야?”

“어…. 네. 아마도.”

“아마도가 뭐야~ 재밌는 사람!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쳐줘서 고마워!”

 

방긋! 이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웃은 다윗은 민아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었다. 우와, 나 저런 말 실제로 들을 줄 몰랐어. 손이 흔들리는 대로 몸도 함께 잘게 흔들리는 와중,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속속히 구급차가 도착하고 민아의 뒤쪽에 있는 구연사 관리청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와 있던 철창이 다시 올라갔다. 철창이 올라가자 보고 있었던 건지 민아의 서류 작업을 담당해주신 직원이 뛰쳐나왔다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속도가 느려지더니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감사합니다. 괜찮으세요?”

 

그 말을 듣자 솔직히 들지 않았던 실감이 이제야 조금씩 들었다. 긴장이 풀려서 손이 잡힌 채로 풀썩 주저앉았다. 손을 잡고 있던 다윗이 깜짝 놀라 괜찮냐, 어디 문제가 있느냐. 호들갑을 떨었지만 괜찮다고 말할 기운도 없다. 솔직히 안 괜찮다.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갑자기 다 끝나고 풀썩 쓰러지니 직원분도 깜짝 놀라신 듯하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쉴게요.

 

그대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민아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나, 남색 상하의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시야를 넓혀 주위를 돌아보니 비슷한 침대가 빽빽이 있는… 병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기절했던 건가? 조금만 쉬려고 했는데 어느 시점 이후부터 기억이 없다. 아마 실려 온 모양인데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실려 와서 병석을 차지하다니 어쩐지 부끄럽다. 뭔가 나가고 싶은데, 다들 바빠보이셔서 상대적으로 멀쩡한 민아는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서 누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시야가 닿는 곳에 티비가 틀어져 있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바쁘게 정리가 되고있는 구연사 관리청 앞이 실시간 뉴스로 나오고 있었다.

불법 대여점을 통해 각성한 구연사가 날뛰었지만, 빠르게 제압되어 부상자는 몇 있으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라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아침까지는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이 능력이 왜 나한테 온건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맞지 않은 옷을 받은듯한 감각도 있다. 그래도 이 힘 덕분에 죽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니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기도 하다.

 

흠, 뿌듯함에 입술이 비죽거리는 감각이 느껴져 슬쩍 손을 올려 입가를 문지르는데 마침 의사분이 오셨다. 손가락을 들어 이게 몇 개냐,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을 물어보셨다. 고분고분 답했더니 내 몸에는 문제가 없으니 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 짐! 핸드폰 없는데 어떡하지?!

 

“아, 그러고 보니 환자분 짐은 입원 수속 밟아주신 분이 두고 가셨어요.”

 

그 말에 간이 의자를 돌아보니 내 가방이 어느새 옮겨져 있었다. 어휴 다행이다. 드디어 다시 재회했네. 가방을 품에 안았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핸드폰아…. 짐들과 감격의 재회를 마친 후 이런저런 절차를 마친 후 응급실 밖으로 나설 준비를 마쳤다. 겨우 집으로 갈 수 있다. 집에서 나온 지 몇십 년은 지난 것 같네.

 

…응? 어쩐지 밖이 좀 소란스러운데 또 무슨 사고라도 있었나? 걱정되니까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하며 뒷머리를 긁는 민아가 한 발짝을 내딛자 자동문의 센서에 걸리며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

 

문이 열리자, 그 밖에는 각양각색의 카메라에, 핸드폰 등 다양한 도구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포진해있었다. 이게…. 뭐지? 몇 번인지 모를 당혹감을 느끼며 잠시 멈춰있는데 어디선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 사람이다!”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번쩍번쩍거리며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고 찰칵찰칵 수준이 아닌 찰찰찰찰 하는 사진 찍는 소음과 그보다 더 높은 목소리로 시끄러운 질문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6급 각성자를 한 번에 쓰러트렸다는 게 사실이십니까?!”

“이전 회사에 착취를 당하다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회사에 보복하실 마음이 있으십니까!”

“여기 한 번만 봐주십시오!”

“한국의 몇 안 되는 신체화가 가능한 1급 구연사로서 무력까지 s급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각성하신 이야기가 종교의 전투 천사의 이야기라는데 혹시 종교에 오랫동안 귀의하신 건가요?”

“질문 답 부탁드립니다!!”

“종교계에서 본인을 두고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계십니까?!”

“한교종에서 본인을 모델로 선점하겠다고 했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질문이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쏟아지니 인간의 무리보단 입이 여러 개인 거대한 괴물 덩어리에 휩싸인 느낌이다. 죄송해요, 지나갈게요! 지나가게 해주세요! 그 와중에 질문 하나가 귀에 박혔다.

 

“그래서 본인은 현재 무슨 종교에 몸담고 계십니까?!”

 

종교, 종교, 종교! 그놈의 종교! 차라리 내가 얻은 이야기가 가상의 이야기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게 다 종교 때문이다. 잠깐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거 취소다! 최악이 맞아 이건!

 

“저는 무신론자라고요! 종교는 지긋지긋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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