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드림] 만남 -1

라하히카 기반


만남

(1)

 

세계의 종말을 막아내는 작업은 진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분명했다. 그것만을 위해 달려 온 새벽은 하나의 거대한 분기점을 맞이했다. 겉으로는 새벽을 해산하는 형태를 취하긴 했지만, 각자가 면밀하게 움직여서 세계를 돕는 작업을 한다. 그것이 이 집단을 유지해 온 일원들이 결정한 것이었다.

“당신도 생각이 있겠죠? 그동안 무척 바빴잖아요. 하고 싶은 건 없나요?”

라스트 스탠드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영웅을 향해 마녀님이 질문을 던졌다. 각자 갈레말의 유민을 돕는다든지 발데시온 위원회를 재건한다든지 이야기했지만, 영웅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시선이 몰리자, 그녀는 미리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선생님에게 보고하러 갈 거야.”

“선생님? 당신에게 선생님이 있었나요?”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다들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빛의 전사이자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 낸 영웅. 제법 알고 지낸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이 없긴 했다. 이건 그녀 스스로 그녀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그녀는 사고로 기억을 잃었고 그 뒤로는 자신을 주운 모험가와 함께 모험의 기초를 배웠다고 했던가. 자신의 과거랄까, 예전 이야기를 한 건 딱 이 정도다. 그러니 그녀가 말한 생소한 단어에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레아이스. 네가 말하는 「선생님」이라는 게 전에 너에게 창을 가르쳤다는 사람 말하는 거야?”

산크레드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묻자, 주변 인원들이 동조했다. 다들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거야말로 의외라는 듯이 모험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안 했던가? 라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조금 당황스러워하던 그녀는 민망한 표정을 짓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아. 한 번도 말한 적 없던가. 그건 「스승님」이고. 이번에 만나러 갈 사람은 「선생님」.”

-다른 사람이냐!

라스트 스탠드에 모였던 새벽 일원들 마음에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세계를 구하기까지 했는데 처음 듣는 소리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말할 과거도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들 충격적인 표정으로, 약간은 배신감까지 어린 표정으로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쌍둥이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우린 부모님까지 소개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입을 다물 수 있냐고 알리제가 화낼 것은 눈에 보일 듯이 선했다. 다들 놀라서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하자, 영웅은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궁금하면 같이 갈래?” 많이는 못 데리고 가고 한 명이라면….“

”나!! 내가 같이 가도 되겠나! 영웅!“

모험가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붉은 머리카락의 미코테 청년이 번쩍 손을 든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든 그의 기세에 다른 새벽의 일원들은 슬그머니 들었던 손을 내렸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의 얼굴은 자기 머리카락만큼이나 새빨개졌다.

”무 물론, 자네가 싫으면 상관이 없긴 한데. 그, 그래도.“

”괜찮으니까. 진정해. 라하. 그러면 선생님을 만나러 같이 가자.“

별로 상관없다면서 미리 언질을 해두겠다는 영웅의 말에 그라하 티아는 쾌재를 지를 뻔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너무 눈에 띄는 짓은 민폐다. 슬금 슬금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려고 애쓴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영웅이 데려가려고 하는 곳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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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빛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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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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