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대신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어떨까

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단편 AU

날조와 동인 설정 다수 / 오지장 위주 기본 논CP 전제지만 읽는 분 나름대로 판단하셔도 OK

읽기 전에 확인하면 이해에 도움이 되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설정은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여느 거리와 마찬가지로 활기 속에 번영하던 다섯 도시가 하루아침에 괴이가 넘치는 인외마경으로 변한 이유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판명되지 않았다. 전부터 이 세상에는 자연적으로 발현될 수 없는 힘, 이를테면 마력이나 그 대척점에 있는 신성력 등에 관해 탐구하던 이들이 속속 모여 연구를 계속해 나갔으나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인간은 적응력이 높은 동시에 발전을 위해 끝없이 애쓰는 생물이었다는 점이었고, 이계에서 넘어온 존재 전부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규율이 정립되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도시가 마굴이나 다름없어졌다고 해서 기본적인 기능을 잃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 역시 바깥에 있는 다른 평범한 거리와 마찬가지로 식당이나 편의점, 병원(진료 과목이 특이하기는 했다만)과 더불어 각종 생필품을 판매하는 가게, 심지어는 유흥업소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그때 크롬은 골목 어귀에 있는 서점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일정 등급 이상인 마도서는 관리국에서 유통과 판매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물건은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한 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건은 그럴 줄 알았지만 아쉽다고, 기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것과는 반대로 여지없는 실망에 빠져 서점을 나왔을 때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악!”

“끼아악!”

별안간 비명이 여럿 울리더니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서점 안에서 마구 뛰쳐나왔다. 서점 주인인 노인과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암흑 그 자체로 변해버린 서점 내부였다.

유리로 된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음에도 문턱이 경계 역할이라도 하는지, 검정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마력에 노출되어 감각이 열린 사람이라면 전혀 다행스럽게 여길 상황이 아니며,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출입구 옆에 있는 카운터도, 벽을 따라 늘어선 책장도, 그 속에 빽빽하게 꽂힌 책도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서점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바닥이 없는 암흑.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어둠과 동화해 내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하지만….’

이 거리에 들어온 계기는 순전한 호기심 하나뿐이었으나 공부와 연구를 거듭하고, 끊이지 않는 사건과 거기에 무뎌진 사람들을 보며 크롬에게는 꿈이 생겼다.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나 스스로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 이 상식을 초과하고 비일상이 산재한 땅에서 누구도 죽지 않게 지켜내는 것. 그렇지만 막상 실전에 부닥치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해 온 게 무색하게 어쩌면 좋을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애초에 어느 정도로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고가 멈추지 않도록 의식하며 초조한 기분을 견디는 것뿐이었다.

이때 그가 나타났다.

크롬이 남자를 인지한 것은 남자가 열려있는 문 앞에 바로 섰을 때였다. 발소리도 기척도 전혀 느끼지 못 해, 땅에서 갑자기 솟아났다거나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기이하게 나타난 남자는 존재를 드러낸 방식만큼이나 기묘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만일 코앞에 놓인 게 완연한 어둠이 아니었다면 크롬은 다음과 같이 느꼈을지도 몰랐다. 칠흑이라는 단어를 살아 움직이는 존재에 빗댄다면 필시 그 같을 거라고.

남자는 표현 그대로 검었다. 구붓구붓한 머리카락부터 슈트 재킷과 그 속에 걸친 와이셔츠, 바지, 손목 위까지 달라붙듯 감싼 장갑, 오른쪽 어깨에 걸린 가방, 각지고 두꺼운 안경, 마지막으로 밑창과 끈까지 전부 같은 색인 하이탑 스니커즈까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검정투성이인 모습에서 피부를 제하고 색이 존재하는 부분은 넷뿐이었다. 붉은 기가 감도는 밤색 눈동자와 그보다 밝은 다홍색 넥타이, 왼손 검지와 중지와 소지 세 손가락에 끼워진 각기 다른 금반지, 허리에 끼워진 책등이 팔뚝만큼 긴 책 한 권. 표지는 검은색에 한없이 가까운 적색으로 겉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크롬은 그와 비슷한 차림새를 익숙히 본 적 있었고 당장 하루 전에도 만났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떠올려낼 수 없었다. 남자는 제게 꽂히는 무수한 시선에도 응해줄 줄 모르는 채, 가라앉아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낯으로 서점을 응시하기만 했다. 꼭 그 안에 도사리는 무언가와 대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는 감상이 들 때쯤 마침내 남자가 움직였다. 그는 끼고 있던 책을 한쪽 팔 안에서 바로 들더니 서점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비장한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아….”

크롬은 몸을 일으켜 반사적으로 남자를 따라나서려 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가 책을 들지 않은 반대쪽 팔을 내뻗어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고개는 변함없이 서점에 고정된 채로 결코 등 뒤의 인간을 돌아보지 않았다) 또 행동이 앞섰다며 후회할 틈조차 가지지 못 했을지 몰랐다.

남자는 턱을 넘는 것과 동시에 문을 닫았고, 그대로 어둠 속에 잠겨버렸다.

기이한 사람이 벌이는 기이한 행동이었기 때문인지, 명백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남자를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사라진 남자를 기다릴 뿐이었다. 남자가 돌아온 것은 찰나에 가까운 짧은 시간만 걸렸으나, 체감하기로는 영겁과 같은 긴 시간이 흘러간 끝이었다.

유리로 된 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고 남자는 들어갔을 때와 큰 차이 없는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달라진 점이라면 걸치고 있던 안경이 사라졌다는 것 하나뿐이었는데, 크롬이 기분이나 표정을 읽는 데 지금보다 능숙했더라면 그가 미세하게 불쾌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확한 까닭을 알아낼 수는 없었을 테지만. 설령 그가 스치듯 내뱉어 보낸 “배불러….” 한마디와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는 행동을 포착했더라도, 내부에 있던 무언가와 맞서느라 피곤해진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남자가 별 탈 없이 나온 것만으로도 상황은 종료된 셈이었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신뢰를 갖지 못 하는 게 인간이 지닌 특성임을 보여주듯 사람들은 여전히 경직된 모습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넘칠 듯이 꽉 찼던 암흑이 점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본래 그곳에 놓여있던 책장과 책과 카운터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복구된 것을 본 뒤에나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의도한 행동은 아닐 테지만, 남자가 출입문을 열어두고 나온 것도 안전을 확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 따위 없다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간 곳은 끝으로 뛰어나온 세 사람 곁이었다. 손님이었던 젊은 연인과 나이 든 서점 주인. 여성과 노인은 놀란 낌새를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반면에 남은 한 사람, 남성은 모로 보기에도 정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언뜻 느끼기에 남성은 단지 어깨를 감싼 채 주저앉아 떠는 것처럼만 보였지만, 가까이 붙어 귀를 기울이자 요동치는 목소리로 쉴 틈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살려줘살려줘살려줘다가오지마나한테오지마제발살려주세요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오지마살려줘오지말라고했잖아다가오지마나한테오지마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사람들 관심은 이제 광기에 잠식된 남성과 그를 보는 남자에게로 옮겨갔다. 대다수 관망자가 조마조마한 시선을 띤 것과 대조적으로 남자는 변함없이 덤덤한 얼굴이었다. 직전에는 없던 나른한 기색이 얼굴에 비치기도 하였으나 잠시뿐이었다.

불현듯 크롬은 무엇이 남자로 하여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인간이 심연을 목도하면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듣기로도 많이 듣고 읽기로도 많이 읽은 일이었지만, 관리국이 자리 잡은 이래로는 드물게 벌어지는 일인 데다 금방 수습되어 목격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런데도 남자는 어떻게, 수도 없이 겪어왔음은 물론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람처럼 예사롭게 대할 수 있는 걸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는 몸을 낮추고 앉아 연인인 여성과 서점 주인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목소리는 표정처럼 잔잔했는데, 남성이 살려달라며 중얼거리는 중간에 간헐적인 비명을 섞을 때면 미간을 살짝 좁히기도 했다.

“그게….”

먼저 말을 받은 것은 여성이었다. 무척 당연하게 그녀는 당혹스러우면서 두려움 섞인 목소리를 냈다.

“최근 제가 이계에서 들여온 식물을 키우기 시작해서, 원예에 관한 책을 사러 온 길이었어요. 책을 쭉 살펴보던 중에 높은 곳에 꽂힌 책 하나를 남자친구에게 꺼내달라고 부탁했고, 분명 책장에서 꺼낼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게 남자친구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순간에…….”

여성은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 못 했다는 게 옳을지도 몰랐다. 갈수록 가늘어지는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보일 듯 떨리기 시작했고, 괴상한 중얼거림이 귀에 박힐 때마다 점점 짙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수상한 책은 없었어.”

이제는 서점 주인이 말했다.

“알잖아, 마도서를 취급하는 서점은 매일 의무적으로 점검받게 되어있는 거. 일반인이 보아도 괜찮은 수준을 넘는 책은 한 권도 없었다고.”

노인은 툴툴거리며 덧댔다. “애초에 우린 그런 거 들여놓지도 않고….” 혹여나 괜한 오해를 사게 될까 걱정스러워서. 물론 남자는 의심하지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어 보였다.

‘충격으로 발동하는 술식이려나.’

옆에서 듣던 크롬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을 발동 조건으로 삼기에는 너무 위험해. 책이 떨어지는 정도로 발동되는 거라면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리도 없을 테고. 그럼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피해자가 가진 마력에 반응했을 가능성이겠지. 하지만 저 사람은, 이차원을 연결하고 다른 생물을 끌어낼 정도로 강한 마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인간 혼자 그 정도 일을 벌이려면 타고난 마력이 위험한 수준으로 많거나, 악마와 거래했거나 둘 중 하나뿐일 것이었다.

‘분명 단서가 있어. 조금 전 발언 중에 놓친 게 무얼까….’

크롬은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한 것을 파고들고 또 파고들던 와중 떠오른 잡념이라면 ‘센쿠도 이런 식으로 답을 찾곤 했지….’ 하나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식물이다!”

발상은 머리를 치고 지나가듯 이루어졌다. 소리는 자각할 틈도 없이 마구 쏟아졌다.

“마계에서 넘어온 지 얼마 안 됐다면 마력이 잔존해 있을 거고, 사귀는 사이라면 위험할 정도로 집을 드나들기 용이한 만큼 본인도 모르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책을 떨어뜨린 게 원인인 건 맞지만, 진짜 문제는 아마도─”

“…….”

“…….”

그러다 돌연 입을 다물었다. 자리에 존재하는 모든 시선이 오직 한 사람, 저에게 닿고 있다는 걸 깨달은 탓이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고개를 돌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던 남자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확연히 놀란 낌새는 아니었으나 살짝 벌어진 입이 그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크롬은 몹시도 계면쩍어졌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건 필시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생각한 찰나 남자가 입을 떼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그 기분에 빠져있었을지 몰랐다.

“그 말대로예요.”

남자는 이 순간에도 “살려줘살려줘살려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남성을 힐끗 보고, 다시 여성을 보며 말을 잇댔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돌아가면 바로 관련 기관에 연락해서 집에 있는 식물들을 확인해달라고 하세요. 아마 식물이 아닌 다른 것이 섞여 있을 거예요.”

남자가 말을 거듭할 때마다 핏기가 가시던 여성의 얼굴은, 종국에 가서는 완전히 새파래졌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할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는 감정을 살피고 배려해 줄 여유조차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가능한 한 물건 떨어지는 소리로 충격음을 내지 마세요. 당신에게 식물을 판매하거나 나누어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도 꼭 연락하시고요. 잠복기가 짧지는 않지만 긴 편도 아니니까, 가능한 한 빠르게요. 그리고─”

남자는 이제 서점 주인을 돌아보았다.

“서점 안은 (알 수 없는 말)이 나타나기 전과 같은 상태지만, 특별히 영업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오늘은 이쯤에서 마감해 주셨으면 해요. 관리국에서 조사를 나와 묻는다면 문제가 된 책은 소실되었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래, 알겠네.”

그는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어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 가장 큰 난관이라 부를 것으로 눈을 돌렸다.

“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오지마오지마오지마다가오지마오지마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가벼운 착각일 수도 있었으나 직전보다 발작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크롬은 생각했다. 이처럼 느낀 근거는 시종일관 차분한 기색을 유지하던 남자가, 이 순간에는 두드러지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남자가 곤란해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때 크롬으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

“잠깐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남자는 새까만 손으로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리고는 옆에 선 여성을 보고 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네?”라고 되묻는 소리를 내기도 전에 

덥석─

남성의 목을 물었다.

가볍게 깨문 것도 아닌 뾰족한 송곳니를 여린 피부에 박아 넣었다.

경악은 공기를 누르고 무거워진 공기는 침묵을 불렀다. 주변이 일순에 고요해졌다는 뜻이었다. 미쳐서 같은 말 밖에 반복할 줄 모르던 남성 또한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남자는 슬며시 입을 떼고─분명 억세게 물었음에도 목덜미에는 피가 흐르기는커녕 물린 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았다─남성을 바라다보았다. 남성은 중얼거리는 것을 멈출 때 영혼도 같이 잃었는지 초점이 나간 눈으로 멈추어버렸다. 그가 몸을 움직인 것은 남자가 눈앞에서 탁탁, 손가락을 튕겨 주의를 끌었을 때로,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남성은 남자를 응시하더니 그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제가 하는 말 잘 듣고 대답하세요.”

남자는 어느새 침착한 기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덧댔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어요?”

“…….”

“대답해 주세요,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어요?”

“네, 네에에에에….”

이제 남성은 전과는 다른 맥락에서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흐리멍덩했고 목소리도 마찬가지였지만, 눈길만큼은 마주한 남자 얼굴에 온전히 닿고 있었다. 찰나라도 놓치기 싫다는 것처럼 눈꺼풀을 닫고 열지도 않았다.

“옆에 계신 분이 누구인지 보고 답해주시겠어요?”

남자가 다시 물었다. 이때 처음으로 남성은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고 곁에 있는 연인을 돌아보았다. 여성은 조금 놀라면서도 안도한 기색을 보였다. 남성이 “내…. 여자친구….”라고 말했을 때는, 완전한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는 것처럼 살짝 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지금으으으은!”

갑자기 남성의 표정이 바뀌었다. 맥없던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 것 이상으로 완연한 흥분이 감돌기 시작했고 호흡 또한 날뛰듯이 거칠어졌다. 여자친구는 당연히 놀랐고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일 그가 입을 떼는 것과 동시에 남자가 검지를 치켜세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토해냈을 것이었다.

지금은 당신이 있어서 필요 없어요. 내게는 당신만 있으면 충분해요. 나는 당신을 원해요. 나는 당신을 원해. 당신이 갖고 싶어. 당신이 격렬하게 갖고 싶어. 당신만이 나를 소유해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당신을 갖게 해줘. 당신을 원해. 당신만이, 나를, 당신이, 네가, 너를, 네가─

또 다른 광기 속에 파묻혀 자신을 잃어가며.

“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다른 말은 할 필요 없어요.”

“네, 네에에….”

이제는 목소리도 황홀에 젖어 가빠졌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 특히 여자친구가 무척이나 의아스럽고 당혹스럽다는 낌새를 보였으나 남자는 무시했다. 조금 전 주문이 없었다면 남자친구 입에서 “당신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을게요.” “당신만이 나를 복종하게 할 수 있어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을 거라고 구태여 설명해 줄 이유는 없을 터였다.

“내가 떠나면 당신은 여자친구 말을 듣는 거예요.”

“네에….”

“지금 내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때까지 여자친구 말을 거부해서는 안 돼요. 알겠어요?”

“네, 네에에에에에, 물론이에요, 물론이에요!”

격한 답이 돌아올 쯤에 남자는 명백히 질렸다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여자친구를 돌아보며 “집을 확인해달라고 연락한 다음에는 곧장 병원에 가는 게 좋겠네요.” 표정을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한 지친 어조로 마지막 말을 덧댔다.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그는 미끄러진 책을 허리에 도로 끼우고, 가방을 고쳐 메는 등 떠날 채비를 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일은 없다는 것처럼. 저를 경이롭게 여기는 눈빛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딱 한순간 크롬이 소리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그랬던 것처럼 뒤돌아볼 줄 모른 채 나아가기 시작했다.

“저, 저기, 무얼 하는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몇 걸음 떼었을 때 여성이 묻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리되었을 것이었다. 남자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만 돌려─결코 완전히 돌아보지는 않은 채─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남자가 답한 것은 그가 유리문 너머에 스스로 발을 내딛고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찰나에 가까우나 체감하기로는 영겁과 같은 시간이 지나간 끝이었다.

“저는….”

 

“지나가던 여행자일 뿐이에요.”

이 한마디를 끝으로 크롬은 억눌렀던 흥분을 만면에 퍼뜨렸다. 그러고는 얼굴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고조된 감정을 목소리에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대박 신기하게도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렸어!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만일 그 자리에 나 말고도 사람이 더 있어서, 다 같이 어리둥절해하지 않았다면 대박적인 꿈이라도 꾸었다고 생각했을 거라니까. 정말이지, 대박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어….”

말을 다 쏟아냈음에도 벅찬 감정은 잠들지 않았는지─오히려 더 부추겨진 것처럼─크롬은 감격한 표정 그대로 웃음을 흘리고, 마른세수를 거듭하기도 하다가 소리쳤다. “진짜 대박이었어!” 반응해 준 것은 크롬이 소파가 흔들릴 정도로 거칠게 몸을 던진 탓에, 피자가 놓인 접시를 놓칠 뻔한 겐이었다.

“크롬짱, 기분은 이해하겠는데 지금 같은 말 세 번째 반복 중인 거 알아?”

겐은 티내고 싶지는 않으나 별수 없이 곤란하다는 낌새로 말했다.

“내버려둬, 너 출근하기 전에도 네 번은 말했으니까.”

대꾸한 건 센쿠였다. 그는 겐보다 더 지겹다는 표정으로 <소장>이라는 명패가 놓인 책상을 치우고 있었다. 크롬은 두 사람이 도리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처럼 소리쳤다.

“너희가 실제로 못 봐서 그래! 진짜 대박 대단했다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 정도로 정확하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은 이 도시에 절대 없어. 이계 전담 관리국 직원이나 유명한 마도 탐정이 와도 그 정도로 빠르고 깔끔하게 해결은 못할걸.”

그리고 이제는 흥분에 쫓겨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지켜보는 동안에도 몇 번이고 되뇌었던 생각을 이 순간에도 반복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멋있는 것도 멋있는 거지만, 곤경에 빠진 이를 신속히 돕고 구할 줄 아는 사람이. 여태까지 해 온 것의 몇 배로 열심히 공부하면 될까, 밖으로 나가 실전 경험을 마구 쌓으면 될까, 답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더 낙심할 것만 같았다.

“크롬은 성실하잖아.”

그러고 있는데 우쿄가 말했다.

“노력과 끈기는 천국에서도 고귀한 가치로 여겨. 크롬은 꾸준한 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하니까 꼭 이상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증명 없이도 천사라는 신분을 믿을 수 있을 것처럼 정갈하게 생긴 남자는, 조금 전까지 피자가 놓여있던 접시를 조용히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그는 머리카락만큼이나 새하얘서는 순수 그 자체인 미소를 보이는 것으로 마침표를 붙이고, 생각지도 못 한 위로를 받아 얼떨떨한 기색이 된 친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감격을 끌어냈다.

“고마워, 우쿄! 나 앞으로 대박 열심히 할게!”

크롬은 목소리 크기만큼이나 감동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는, 여지없이 참을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우쿄는 흐뭇한 시선을 보냈고 겐은 “단순해서 다행이네….” 짧고 굵은 감상을 남겼다. “내 피자까지 너 다 줄게!” “그래도 돼? 나 빵은 거절 안 해.” 둘이 대화를 잇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저 웃었다.

“그나저나 류스이짱은 언제쯤 돌아오는 걸까?”

겐이 말을 꺼낸 것은 비어있는 반대편 소파와 그 앞 테이블에, 나이프가 꽂힌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자 한 조각을 눈에 담았을 때였다.

류스이가 돌연 자리를 비운 것은 해가 지기 전이었다. 매번 먹을 게 없다고 불만 가질 거면 네가 무엇이라도 가지고 오라는 센쿠 말에, 오늘은 피자를 세 판이나 들고 찾아온 지도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었다. “핫하! 이거면 배부르다는 불만이 나올 때까지 먹을 수 있겠지!”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류스이님, 드디어 찾은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 프랑수아? 이번은 틀림없겠지?”

오늘은 왜인지 안 보인다고 생각했던 집사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저들끼리만 이해하는 말을 주고받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는 크롬이 “센쿠, 엄청나게 대박인 일이 있었어!” 하며 돌아왔고, 우쿄가 찾아왔고, 겐이 출근해 지금과 같은 장면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피자박스 한편에 <허가받은 마술을 통해 최소 이틀간 따뜻한 상태로 유지됩니다만 가급적 빠르게 드십시오>라는 문구가 어쩐지 눈에 띄었다.

“목소리 큰 놈 줄어서 좋은데 왜. 크롬이 계속 시끄럽게 떠드는데 류스이까지 있었다고 생각해봐. 고막이 다 아팠을걸.”

“그 말에 동의하기는 하는데, 센쿠짱….”

그래도 친구인데 무너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탕탕탕─

출입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겐이 덧붙이려 하기 직전이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철제 계단 밟는 소리만 울리나 싶더니, 이윽고 기척과 더불어 사람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멀리 있을 때는 목소리 속 고저만 느껴졌으나 크기가 점차 커지면서─점점 가까워지면서─내용도 또렷하게 전해졌다.

“내 발로 걸을 테니까 놓으라고, 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지?”

“어떡하고 자시고 떨어져!”

사무실 내 모든 시선이 문으로 옮겨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발소리로 미루어 보아 최소 두 사람이었고, 대화 내용으로나 미루어보나 발소리로 미루어보나 상당히 난잡하면서도 불편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듯했다.

“한 사람은 류스이 같은데.”

말한 것은 우쿄였다. 세 사람은 긍정한다는 의미에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의아스러워했다. 문 너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뭐지, 이 목소리 분명 어디에서….’

그러다 크롬은 불현듯 생각했다. 자각 없이 떠올린 만큼 이유와 답 둘 다 금방 찾아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는 사이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언쟁하는 목소리도 거칠어졌으며, 머잖아 마침내 오래된 철문이 삐거덕─ 그보다 훨씬 큰 퍽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무슨 상황이든 친구가 돌아온 만큼 반갑게 맞이해주자고 생각했던 사무소 내 일동은, 문턱 너머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광경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사자들에게 묻지 않고서는 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이 눈에 든 탓이었다.

남자가 둘 있었다. 둘 중 키가 더 크고 금발을 가진 남자는 모두가 아는 지옥에서 온 악마, 나나미 류스이였다. 나머지 한 사람, 옆에 있는 이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일색인 차림에 머리까지 검은 그는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모두가 놀란 것은 그들이 하는 행동 때문이었는데, 류스이가 남자를 물고 있었다. 목과 어깨 중간, 빗장뼈와 이어지는 부근쯤에 송곳니를 꽂은 채 남자에게 매달려 질질 끌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당연히 곤란하다는 얼굴이었다. 테가 두꺼운 안경 너머로 보이는 밤색 눈에는 난색이 가득했다.

“제발, 류스이, 그만 좀 해….”

목을 물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남자는 버거운 목소리를 냈다.

“101년하고도 73일 만에 다시 맛보는 건데, 쉽게 놓아줄 수는 없지. 안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류스이는 개의치 않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내가 모르는 다른 맛이 섞여서 나. 여기 오기 전에 무언가 먹었지?”

“몰라, 모르니까 놓기나 해!”

남자가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류스이는 더 끈끈이 엉기며 입을 크게 벌렸다. 사고는 참다 못 한 남자가 얽매는 팔을 떼어낸 뒤, 류스를 밀쳤을 때 일어났다. 류스이는 뜻밖에 남자를 붙들지 않았고 못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아, 반동은 고스란히 남자의 몫이 되었다. 거세게 휘청거린 탓에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이 얼굴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것을 발견하지 못 한 구둣발이 한 박자 늦게나마 남자에게로 내딛어져─

파삭.

“오우.”

“오우? 이거 새로 맞춘 지 두 시간밖에 안 된 거거든?!”

“핫하! 그렇다면 미안하게 됐군!”

“너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거 알아?!”

연이어지는 뻔뻔한 태도에 남자는 소리쳤다. 애처롭게 박살 난 안경을 눈에 담았을 때는 견딜 수 없이 애처로운 기색을 보였다.

“어?”

크롬이 탄성을 내지른 것도 그쯤이었다. 부서진 안경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남자가 들고 있던 책으로 “떨어져! 떨어져!”라며 금발 정수리를 두어 차례 가격했을 때. 그 책이 언젠가, 요컨대 멀지 않은 과거에 본 적 있는 것이고 목소리 또한 들은 적 있음을 다시 한번 되짚었을 때. 자신이 만난 사람 중 저렇게 새까만 사람은 세상에 단둘 뿐에 한 사람은 잘 아는 친구─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금발 남자─임을 상기하고, 바로 한나절 전 겪었던 일을 빠르게 들여다본 뒤에나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앞서 보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 빨리 깨닫지 못 했다면서.

그렇지만 바로 아는 체할 수는 없었다.

“류스이, 설명 좀 해봐.”

센쿠가 한 박자 먼저, 오늘 그 얼굴에 보인 것 중 가장 지겹고 혼란스럽고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 탓이었다.

“그래, 그렇지….”

송곳니를 감춘 류스이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는 입술을 한 차례 훔쳤다. 옆에 있던 남자가 책을 치우자 다시 입을 헤 벌리기는 했지만. 그가 못마땅한 기분이 범람해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눈으로 째려보고 난 뒤에나 류스이는 입을 열었다.

“여기 이 남자 이름은 SAI. 내 수많은 연인들 중 하나이자 이 차원에서 가장 뛰어난 마도학자고….”

“나와 같은 트루 뱀파이어다.”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그 말은, 흡혈귀라는 거지? 류스이짱처럼?”

“그래, 그것도 태생부터 고결한 악마라는 거지.”

“최상위종 악마가 한자리에 둘이나, 이거 흥미롭네.” 인간 셋 중 하나는 본인이 말한 대로 재미있다는 표정을, 또 다른 한 사람은 “아니, 험위한 것 같은데….”라며 무난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천사는 적나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크게 뜨인 두 눈은 그가 충분할 만큼 경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악마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과 별개로 경계할 상황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박….”

가장 격한 감정을 느낀 것은 나머지 한 인간, 일찍이 그를 알던 사람이었다.

신기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설마 악마였을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이렇게 빠르게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그나저나 방금 마도학자라고 했지? 심지어 저 류스이가, 이 차원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지? 그렇게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유가 있던 거였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건지 물어보아도 괜찮을까? 고차원의 흑마술이라도 부린 걸까? 그리고 처음부터 신경 쓰였는데 저 책은 무얼까? 아니, 그전에, 줄곧 느끼고 있던 거지만 역시 저 사람─

“쩐다!”

그러지 않아도 제게 꽂힌 눈이 하나, 둘, 셋을 넘어 무려 네 쌍이나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 직전까지 옆에 있던 남자에게 소리치던 패기는 어디로 보내버리고, 낯가림이 심한 성격으로 돌아온 SAI는 난데없이 내질러진 소리에 놀라 류스이 뒤로 슬며시 물러섰다. 그는 커다란 책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서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좌우로 눈을 굴리다가, 가림막 역할을 해주는 남자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그만 쳐다봐달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SAI로서는 가까스로 쥐어짰을 말에 류스이는 훗 하고 웃었다. 들어가기 싫다거나 돌아가고 싶다거나 말하지 않는 것에 감사할 일일지 모르겠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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