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싫

[재영이담] 고백

비철현 재영이담/1351자

이담아, ......내가 많이 좋아해. ......너를.

......아, 결국. 어느 겨울날, 가로등 밑을 나란히 걷다가, 걸음을 멈춘 공재영이 제 마음을 고백해왔을 때, 최이담은 놀라기보다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그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쯤은 몇 해 전 이미 깨달은 사실이었다.

어찌 대답을 할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지경에 와서는 어째서인지, 수없이 생각해놓았던 완곡한, 때로는 직설적인, 거절의 말들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라서. ......이담은 그만, ......나도. 하고 긍정의 말을 내뱉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담은 누군가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내지는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공재영은 퍽 이상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밀어내도 자꾸 다가오는. 푼수같은 웃음이나 늘상 흘리면서, 자신이 미소라도 작게 띄우면 그게 또 좋다고 같이 웃어대고. 또 집 가는 길이 같아 학교가 끝나면 단둘이서 걸어가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이담은 공재영과 같이하는 하굣길이 꽤나 익숙해져버렸다. 같이 걸을 때면 재영은 자신보다 키가 한 뼘은 작은 이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그는 그렇게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배주연은 종종 이담을 가지고 인형놀이라도 하듯 세심하게 꾸며주었다. 그렇게 예쁘게 치장시키고 나면 그녀는 어김없이 공재영의 앞에 이담을 데려다놓았다. 그러면 공재영은 또한 어김없이, ......예쁘다. 하는 말을, 이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때로는 멍하기까지 한 낯으로. 그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이담은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래, 사실 나도 너를 좋아했던걸까...... 하는 생각은 세상을 다 가진 양 행복하게 웃는 공재영을 보고 녹아내렸다. 정말이지, 정말 너도 나를—? 이담은 왠지 얼굴이 붉어지는 듯 해서, 고개만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또 다시 어색하게 걸음을 옮겼고, 재영은 기쁨에 겨워 웃으며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손, 잡아도 돼?

같이 걸으며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재영이 조심스럽게 건넨 부탁이란 이런 것이었다. 부탁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연인들이라면 으레 하는 손 잡기. 이담은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제 왼손을 내밀었다. 공재영은 이담의 손에 조심스럽게 깍지를 끼웠다. 제 것보다 체온이 높았던 탓인지 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은 어쩐지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빈틈없이 맞물린 손가락을 보고 있노라면 심장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이담은 추위 때문인지 설렘 때문인지 발갛게 변한 얼굴을, 재영에게 돌리지 않고 앞만 보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재영의 눈에는 이담의 이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였다.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