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사이드 타운 단문

2022.09.26 | <써니 사이드 타운> 스포일러 有, 생존자 라더 서사 날조

송제 by 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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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트럭은 써니 사이드 타운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라더는 제 전 직장 동료이자 생사를 넘나들며 끝까지 살아남은 친우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작 하루 동안 많은 사람이 죽거나 괴물이 되어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구조 트럭에 몸을 앉히니 꿈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도 잠시, 제 층에 고립되었을 때 그나마 남아 있던 물자로 엉성하게 맨 붕대 아래 상처들의 쓰라린 감각은 자신이 겪었던 그 모든 상황이 현실이었음을 다시 알렸다. 라더는 고개를 돌려 온통 안개뿐인 바깥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신과 동료들을 공격해왔던 괴물뿐만 아니라 혼란에 휩싸여 두려움에 공격해왔던 전 동료들을 제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끝에 남은 자상이 얼룩덜룩했다. 겨우 쓰러뜨렸던 괴물의 시체를 바라보았던 그들. 두려운 눈으로 나무판자로 막은 창문과 서로를 바라보다 곧이어 AI에게 총을 받아들여 제게 겨누던 그들. 

라더에게는 괴물로 변해버린 직장 동료와 사장보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을 가지고도 아직 인간임이 틀림없는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고 의자를 던져댔던 그들이 더 두려웠다. 라더는 노력했다. 그래도 이 회사 내에서 나름대로 입지 있고 연령이 높았던 그가 다른 직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 

라더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괴물과 싸우며 입었던 상처의 고통을 참고 방아쇠를 당겼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겪으며 들었던 총소리보다 훨씬 컸다. 그래도 총소리보다 사람들의 비명이 더 강하게 들려왔다. 괴물의 공격은 외상을 남겼고, 사람들의 소리는 저 깊은 곳에 내상을 남겼다.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트럭은 라더가 깊은 상념에 젖어갈 때마다 현실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덥지도 않은데 송골송골 맺혀오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쓸어 훔치면 그제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이들이 보였다.  다른 층에서부터 살고자 하여 자신들처럼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이었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일련의 안도감을 얼굴에 띄우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니 라더는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러고는 제 동료 한 명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아, 형!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남아 있던 걱정은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동료의 두려움이 뚫고 지나간 자리는 평생 남는다. 그래서 절대로 잊지 않는다. 두려움은 발판이고 그 어떤 역경이든지 버텨낼 방패가 되어준다. 그래서 라더는 나아간다. 그것이 남은 우리가 새긴 다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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