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港私說
2024.11.01 - 2024.11.04 3박4일
나한텐 홍콩이 네 일본 같나봐.
딱 일주일 전 일이다. 지난주 월요일, 출근해서 주말동안 망설이던 게 무색하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환불 불가 옵션을 선택해 몇 만원을 아끼고 나서, 동거인에게 딱 저렇게 말했다. 동거인은 갑갑하고 힘들 때마다 불쑥 나에게 얘기한다. 나 일본 좀 갔다올게. 도시는 계절과 때와 기분에 따라서 다른데 같이 사는 입장에서 결과는 같다. 2박3일, 혹은 3박4일의 여행. 그런 말을 그가 할 때마다 정말 힘들어보였거니와 다녀오면 얼굴이 꽤 살아있던 고로, 나는 그의 불쑥 여행을 말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동거인 역시 나에게 그렇다. 그는 나의 불쑥 여행을 말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여행 좀 다녀올래? 하고 권하면 몰라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쁜 일이 연달아 생기고 눈치와 열정이란 것이 남아있던 사회초년생의 나날처럼 (하지만 그 속내용은 전혀 다른 권태와 짜증과 어쩔 수 없이 해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했다) 연달아 심야퇴근에만 탈 수 있는 법인카드 택시를 몇 번 타고 나니, 어디든 가야만 했다. 마침 최근 한국에 개봉한 <구룡성채: 무법지대>를 열심히 재관람하면서 홍콩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
이 글은 내가 홍콩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는 면면들을 기록한 일종의 일기이자, 홍콩 여행을 고민하는 친구들을 위해 작성한 소소한 팁이다. 정보만 찾아 읽고 싶다면 궁금한 지명 위주로 검색하면 된다(센트럴, 셩완, 완차이, 카우룽 등). 각종 고유명사 표기는 최대한 고유한 광둥어 혹은 영어 표기를 따랐으나 나는 광둥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밖에 못하는 사람임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만원이라고 표기한 건 한화, ~달러라고 표기한 건 홍콩달러다. (미국달러 아님.)
항공사: 케세이퍼시픽 추천합니다
다양한 이유로 홍콩에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축하한다. 이제 항공권을 사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의 스릴을 즐기면 된다. 인천-항공은 세 시간 반이면 가는 길지 않은 비행이다. 그러니 저가항공을 잡아도 큰 무리는 없… 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항공과 숙박은 비싸다면 비싼 이유가, 싸다면 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감상 그렇게 배웠다.) 환상적으로 좋은데 싼 조건은 특히 항공과 숙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예를 들어, 인천과 홍콩을 오가는 익스프레스 홍콩(케세이퍼시픽의 서브 브랜드이긴 하다)을 타면 20만원 초반대에서 왕복 항공편을 해결할 수 있지만 수화물을 하나라도 부친다면 눈물나는 값을 물게 될 뿐더러 저가항공답게 연착도 각오해야 한다. 몇 시간 정도의 연착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거나 홍콩에 가서 물건을 바리바리 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을 수도 있다. 여하튼 난 아니다. 나는 연착도 싫고 애매모호한 시간에 출발해서 애매모호한 시간에 떨어지는 일정도 싫고 책이든 기념품이든 뭐든 못해도 캐리어 하나는 꽉 채울만큼 여행에서 이것저것 사재끼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홍콩에 갈 때마다 케세이퍼시픽 항공을 이용하고 있다. 챈랍콕 국제공항이 모항인 케세이퍼시픽은 민영이긴 하지만, 홍콩의 역사를 내내 함께 한 항공사이며 홍콩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각별한 애정의 물증이라면 기내식과 기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제시하겠다.
케세이퍼시픽의 기내식 둘 중 한 끼는 반드시 홍콩 스타일로 제공한다. (그리고 솔직히 세시간 반 비행에 끼니 하나를 다 주는 건 긍정적인 의미의 사치다) 홍콩영화도 정말 풍부하게 들어와있다. 최신 영화는 물론이고 최신/인기 홍콩 영화에 대한 익스클루시브 인터뷰 시리즈도 주구장창 제공하고 있다. 저가항공보다 왕복 기준 약 6~10만원 비싼데, 수화물도 하나까진 공짜라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낼 만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숙소: 1박 15만원 이상부터 고려해보시길
두괄식으로 요약하는 괜찮은 숙소의 조건
에어비앤비가 아니고
1박에 15만원 이상 하고
지도상 지하철역과 붙어있거나, 가깝거나, 걸어다닐만 한 (언덕이 적은)
곳을 가십시오.
특히 홍콩은 숙소에 쓰는 돈에 따라 여행의 질이 아주 달라지는 곳 중 하나다. 마찬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매일 지하철역에서 엄청 걸어오거나 우범지역의 분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 강심장이거나 새벽까지 계속되는 야시장의 노래방 및 아저씨들의 얼큰한 고성방가를 견딜 수 있다면 싼 곳을 잡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까진 하고싶지 않다! 인 사람을 위해 정말 정말 정말 최저선을 긋는다고 했을 때, 1박에 최소 15만원 이상인 숙소를 추천한다. 에어비앤비는 강력 비추천한다. 대학생이었을 때 조던 근처의 어느 이름모를 에어비앤비를 하루 7만원이라는 가격에 혹해서 잡았다가 매일 씻기 위해 숙소 바깥으로 나가 자물쇠가 달린 구식 화장실을 열고 들어가 찬물을 바께쓰에 떠서 샤워하고 화장실이 너무 가기 싫어서 자발적 변비에 걸리며 온 몸으로 깨달은 교훈이니 부디 들어주라……. (홍콩 구축 맨션 특유의 겹겹이 쇠창살 문을 들어갈 때마다 서너개씩 열고 닫았는데도 겁이 났던 동네의 분위기는 정말 덤이다…)
그런 수상한 숙박업소를 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대가 15만원 정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카오룽과 센트럴~완차이 주변 기준이다. 조금 더 내륙이나 바깥으로 들어가고 나갈 의지가 있다면 더 싸고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겠지만 교통의 불편함에서 오는 이동시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막말로 챈랍콕 공항 근처에서 좋은 호텔 잡는 건 10만원이면 된다… 주로 돌아다니고 싶은 동네를 결정했다면, 그 동네의 지하철이나 버스역을 기준으로 구글맵을 검색하고 호텔 필터를 켜면 된다. 입지가 엄청 좋은데 엄청 싼 숙박이 있다면 구글맵에서 반드시 스트리트 뷰를 체크하자.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생 언덕이거나 대로변 바로 뒤의 우범지역일 수 있다.
15만원이 1박당 숙박의 하한선이라면, 상한선은 없다. 홍콩은 오래 전부터 사방의 사람들이 오가는 비즈니스 및 관광도시였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국제적인 호텔 브랜드는 다 들어와있고 심지어 진출이 늦은 브랜드들은 이름값이 있는데도 편리한 교통이라는 이점조차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자릿값 장사가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역사나 의미로 따지자면 추천할 수 있는 호텔이 끝도 없다. 영화에 나온 호텔, 영국 여왕 등 유명인이 묵은 호텔, 연예인이 좋아하는 호텔 등등.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가격대 안에서 꼼꼼하게 위치와 옵션을 따져보고 숙박을 결정하자. 고민하기 귀찮다면…… 가격대별로 내가 좋아하는 호텔 몇 군데를 꼽아보았다. 거의 다 직접 묵어본 곳이고, 안 묵어본 데는 한두 군데 정도 있다. 예산을 고려해서 가면 된다.
15~20만원 - YMCA 샐리즈버리. 카오룽 강변의 메인 거리인 샐리즈버리에 위치해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가격. 단, 지하철역에서 좀 멀다. 앞에 다니는 버스는 진짜 많다. 관광구역이라서 엄청 안전하다. 욕조는 기대하지 말자. 청결도도 약간 가챠인 분위기다.
20~30만원 - 샹그릴라 카오룽. 카오룽 강변의 <애비뉴 오브 스타즈> 동쪽 맨 끝에 위치한 샹그릴라 호텔. 샹그릴라인데 싸다… 왜 싸냐면, 페리와 지하철로부터 멀어서. 바로 앞에 이스트 침사추이 역 입구가 있긴 한데 홍콩의 지하철 입구가 그렇듯 입구에서 플랫폼까지 엄청 먼 경우가 왕왕 있는데 여기도 그렇다. 그래도 못 걸을만한 거리는 아니다. 5성급 호텔의 서비스와 실한 조식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조식으로 딤섬이 나오는데 샤오롱바오는 판이 갈리자마자 사라질 정도로 인기가 좋다.
30~40만원 - 더 포팅거 홍콩.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바로 근처의 5성급 호텔로, 호텔 체인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오래되고 작은 호텔이다. 센트럴 주변을 알차게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입지는 찾기 힘들다. 근처에 할리우드 마데이라가 있긴 한데 (1박 2~30만원) 거긴 포팅거에서 “언덕 두 개”를 더 올라가야 한다. 5성급치고 조식이 없어서 의아할 수 있는데 근처에 온갖 종류의 아침하는 집들이 다 있어서 밥먹기 좋다.
40~50만원 - 쉐라톤 카오룽. 침사추이 강변의 코앞을 차지하고 있으며 쉐라톤이라서 그냥… 무난한 쉐라톤이다. 조식부터 입지까지 빠지는 건 없지만 다 약간씩 아쉬운 대형 호텔 업계의 버거킹같은 녀석들……
50만원+ - 아쿠아루나 혹은 스타페리를 탔을 때 강변에 보이는 모든 호텔들은 제일 싼 방을 잡아도 이렇다. 하지만 값은 충분히 한다. 안전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공항에서 오고가기도 진짜 좋다. 컨시어지가 필요한 모든 걸 해준다. 택시도 기가막히게 잘 잡힌다. 대표주자로는 역사와 전통과 오리엔탈화된 사보이 느낌을 간직한 (오리엔탈과 사보이 둘 다 정말 별로인 단어인 건 아는데 그 분위기를 이 단어 말곤 정말 설명할 길이 없고 가보시면 압니다) 침사추이의 더 페닌슐라, 혹은 센트럴의 만다린 오리엔탈. 둘 다 웹사이트에서 직접 예악하면 2박 이상시 1박이 무료다. 그 프로모션을 적용했을 때에나 1박에 60만원대로 묵을 수 있다.
특이점: 환승 한 번을 각오하고 전망을 얻고 싶을 때 - 호텔 로비가 56층에 있고 100층이 넘어서는 객실도 있는 카오룽 역 (카오룽 역과 침사추이는 저~언혀 다른 동네고 관광지와 멀다. 참고.)의 터주 리츠칼튼 홍콩. 신축이다. 유사품으로 바로 맞은편의 센트럴 끝자락에 자리잡은 포시즌스 홍콩을 추천할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도 건물이 한 70층인가 한다. 리츠칼튼에게 높이는 졌다. 가격은 안 졌다. 그리고 포시즌스에는 미슐랭 쓰리스타에 빛나는 딤섬 레스토랑이 있다.
자. 항공이랑 숙박 얘기만 했는데 사천육백자를 썼다고 한다. 아직 내 홍콩장광설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저를 아시고 제 여행기를 보러 오신 모든 여러분…… 그냥 스크롤을 즐기면서 읽으십시오. 다음은 이번 여행의 여정 위주로 훑은 홍콩의 장소들과 먹을 것 이야기.
공항과 공항철도
우선 2024년 12월 2일까지 홍콩에 여행을 오는 <구룡성채: 무법지대> 친구들에게는 홍콩관광청이 준비한 거대공식오타쿠굿즈가 준비되어 있다. 도제(광둥어로 감사합니다. 아무렇게나 말해도 다들 알아들어준다 도제…) 관광청. 도착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도착 층 한가운데에 <구룡성채:무법지대> 세트장 중 일부가 있다. 정확히는 세트를 옮겨온 게 아니라 세트장 중 아주아주 조그마한 일부를 공항을 위해 다시 만들고 공항의 전시 콘텐츠를 위해 재배치한 공항 전용 구성물이다. 영화를 즐겨보았다면 눈에 익은 온갖 소품과 장소의 단면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어 처음 마주쳤을 때 엥, 좀 작네? 싶은 느낌과는 달리 수도 없이 세트장 주변을 맴돌며 의미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군데군데 세트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설명해주는 텍스트의 배치마저도 아름답다.
세트장을 한껏 즐기고 나면 세트장 바로 앞으로 난 긴 통로를 따라 걷자. 공항철도를 바로 탈 수 있다. 여기서 토막상식 한 가지. 홍콩은 아시아에서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일찍 도입한 자본주의와 민영화의 아이콘이다. 홍콩이 여행자에게 주는 선택지는 비용의 폭이 정말 넓으며 돈을 아끼자면 무한히 아낄 수도 있고, 쓰자면 무한히 쓸 수도 있다. 그중에 자신이 적당히 즐겁게 쓸 수 있는 정도를 알고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내에서 홀로 똑 떨어진 공항을 오가는 방법조차도 그 선택지 중 하나에 포함이다.
가장 싼 방법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여러 노선의 공항버스다. 싼 대신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하고 길 밀리는 시간에 타면 죽음이다. 반대로 새벽에 타면 쾌적하다. 전형적인 2층버스로 도심을 오가는 버스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래도 캐리어 놓을 공간은 있다. 공항 터미널에서 타는 곳도 가장 멀다. (물론 멀어봤자 표지판 따라서 가면 금세 갈 수 있다.) 유명한 호텔들 근처는 다 서지만,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숙소를 예약했다면 숙소 근처로 노선이 잘 지나가주길 빌어야 한다. 그래도 공항버스라 그런지 다니는 노선마다 각 동네를 구불구불 잘도 돈다. 오래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간정도의 방법은 공항철도다. 한번에 115달러고 온라인으로 미리 사면 110달러다. 그… 가격에 민감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2월에 갔을때만 해도 출국장에서 바로 구매하면 105달러였다. 자꾸 소소하게 가격이 오르는 듯. 각종 예약 사이트에서 왕복 티켓도 미리 팔던데 그렇게는 안 사봐서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공항철도 기계에서 현금 넣고 사면 종이티켓을 받을 수 있어서 굿즈기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공항철도는 진짜 빠르다. 한국의 공항철도가 아니라 일본의 공항철도를 생각하면 편하다. 좌석지정제까진 아닌데 정방향과 역방향이 있는 유사 기차다. 다만, 공항철도가 직통으로 닿는 역은 관광지 기준 딱 두 군데다. 카오룽과 홍콩. (공항 전에는 엑스포 역이 있고 공항 다음에는 칭이 역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카오룽 역은 흔히 카오룽이라고 말하면 일컫는 침사추이와 아주 멀다. 아까 잠깐 특이점으로 언급하고 지나간 리츠칼튼이 이 역과 연결돼있는데 리츠칼튼 바깥을 지상으로 나가면 아직 한창 공사중인 현장만 잔뜩이다. 홍콩 역은 도보로 센트럴 역과 연결돼 있다. 두 역의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잡지 않는 한 공항철도를 타면 환승하거나 두 역 중 하나에 내려 남은 구간은 택시를 타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고려해도 공항에서 홍콩역까지 딱 30분도 안걸린다. 속도와 접근성이 말도 안 된다.
제일 비싼 방법은 택시다. 홍콩의 택시비는 한국보다 많이 비싸다. 덥썩 탔다가는 제법 멋진 택시비를 지불하게 된다. 그래도 공항에는 가짜/불법 택시가 많이 줄었고 당국이 불법 택시를 엄청 세게 단속하기도 해서 다 정찰제 합법 택시다. 3대 택시회사가 있어서 초록 파랑 빨강 택시 중 하나를 타게 된다. 센트럴/완차이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면 택시비로 거의 십만원정도가 든다. 뭐… 택시보다 비싼 전용 리무진이나 차량대여, 기타등등의 선택지는 나의 부의 범위를 아득하게 벗어나므로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만약 시간이 늦었고 무척 피곤하고 호텔로 바로 쏙 들어가버리고 싶다면 택시를 타자. 공항까지 뛰는 택시 기사님들은 대부분 각자만의 가오를 지닌 베이비드라이버라 정말 빠르다…
여튼,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공항철도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특히 이번엔 홍콩역-센트럴역으로 이어지는 공중보도로 바로 갈 수 있는 숙소여서 더더욱 그랬다. 한 15분 걸을 각오를 하면 환승을 안 해도 된다. 그렇게 다니고 싶어서 이 숙소를 고른 측면도 있다. 공항철도를 타고, 2인석을 혼자 차지하고 여유롭게 앉는다. 출발 전까진 몰랐는데, 역방향이다. 대충 고르는 선택지가 다 그렇지.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은 칭이까지 가는 내내 공사중이다. 홍콩은 정말 언제 와도 공사중이다.
공중보도
공항철도를 타고 금세 홍콩역에 도착했다. 숙소는 홍콩역이 아니라 센트럴역 근처라서 좀 걸어야 한다. 한번도 그렇게 가본 길이 아니라서 구글맵을 가는 눈 뜬 곰돌이 푸처럼 한참 들여다봤다. 출구 C로 나가라는데 C 빼고 ABDEF를 가는 표지판만 보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C는 센트럴역과 연결돼있는 출구라서 홍콩역에서 가려면 센트럴역쪽으로 돌아서 나가야 했다. 구글맵은 최단경로를 찾아주었지만 센트럴 및 강남지역(편의상 홍콩강 남단의 동네들을 강남지역으로 부르겠다)에서 구글맵식 최단경로는 별로 유효하지 않다. 강변의 대로에서 멀어질수록 모두 언덕이기 때문에.
구글맵이 알려주는 센트럴역에서 숙소 가는 길. 엄청 만만해보이지만 포팅거 스트리트가 쭉 계단이다… 한번 가본 이후 저렇게 간 적이 없음
대신 언덕배기들을 적당히 연결해줄뿐더러 길을 어디서 건너지 싶은 막막함에서도 해방시켜주는 공중보도를 이용하자. 말했다시피, 민영화의 아이콘인 홍콩에서는 도로나 인도라고 해서 공공이 관리한다는 가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센트럴의 공중보도 중 센트럴 피어까지 직진하는 아주 적은 구간만 정부에서 관리하고, 나머지는 당국이 아니라 각 보도와 연결되어있는 건물들이 책임진다. 그래서 보도마다 시공사도 다르고 마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미묘하게 다르다. 하지만 아마도 법으로 지정해둔 것 같은데, 각 건물에서 공중보도로 이어지는 출입구와 길, 에스컬레이터는 건물이 문을 열고 닫는 시간과 상관없이 반드시 열려 있다. 예를 들면 새벽 여섯시에도 ifc몰을 가로질러 공중보도를 걸을 수 있다. 그래서 홍콩인들은 건물과 건물사이를 드나들며 걷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렇게 잘 오간다. 그 건물 자체에 볼일이 없으면 들어갈 일도 없는 한국과는 다르다. 지하철 통로 정도만 연결돼있는 느낌과도 엄청 다르다. 언덕이 굽이진 홍콩의 길을 오를 때는 계단이 아니라 이런 건물들의 에스컬레이터를 자연스레 이용하면 된다. 물론 주변에 뵈는 게 없으면 그냥 걸어 올라가자. 여튼, 이 공중보도가 센트럴 주변을 오가는 표준적인 도보 방법이기 때문에 길을 건너려면 결국 이 공중보도에 올라야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센트럴을 돌아다닐 때엔 구글맵은 됐고 일단 공중보도에 올라간 다음에 구글맵의 나침반 정도나 참고해 가야 하는 쪽으로 걷는 게 짱이다. 어차피 보도에서 내려오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각 스트리트마다 있다.
그리고 나는 숙소에 가기 위해 공중보도를 걸으면 된다는 편한 방법을 까먹었다……. 그말인즉슨, 구글맵을 따라서 포팅거 스트리트까지 캐리어를 끌고 갔다가 숙소 바로 옆의 오래된 계단참에 우뚝멈춰서서 이러고도 입지가 편리한 호텔이냐며 애꿎은 분통을 터트렸다는 뜻이며, 제가 죄송합니다 호텔 관계자 여러분. 여튼 숙소에 도착한다. 계단을 올라와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갔더니 도리를 아는 홍콩인들답게 19도로 맞춰둔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있었다. 최고. 참, 홍콩은 객실 난방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에어컨을 아무리 끄거나 잠시 환기를 해도 추울 수가 있을 뿐더러 강변의 밤바람은 생각지도 못한 추위를 안겨줄 수 있으므로 얇은 바람막이나 접히는 패딩을 언제 가든 챙겨가는 게 신상에 이롭다. (나야 걷자마자 더워서 나시만 남기고 훌훌 벗었고.) 특히 홍콩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밤에 배를 타는 여정을 예약했다면 바람막이와 스카프와 모자 등등을 반드시 챙겨 추위 때문에 야경을 즐기지 못하는 불상사를 피해보자.
훙콩의 아침
홍콩이 사시사철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확한 연유나 유래는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새벽까지 여는 음식점과 바가 진짜 많은데, 아침에 문을 여는 집들은 정해져있다. 홍콩의 아침은 부산한 곳만 부산하고 조용한 데는 사람이 사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사람이 붐비는 곳은 다섯 곳 정도다.
공중보도 위
지하철역
아침 파는 식당
버스정류장
항구 근처
먼저, 공중보도 위. 당연히 출퇴근 및 등하교 인구로 북적인다. 하지만 여행자인 나에게 당연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이 수많은 홈리스들의 집단화된 거주지역이라는 점이다. 아예 골판지를 보도의 절반 정도에 깔아놓고 골판지 안에 담요를 깐 채 방금 자고 일어난 노동자들이 출근을 준비하며 화장을 하거나 서로의 부은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다. 이들은 걸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어떤 종류의 구걸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자 가야 할 데가 있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요컨대 상자 안에 앉아서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보도의 몇몇 거리와 공중보도와 연결된 건물들의 공공녹지는 이들이 퇴근하는 시간부터 다시 일하러 가기 전까지 이들의 차지다. 이들은 행인에게 무관심하고 행인들도 이들에게 무관심하다.
다음.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항구 근처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묶을 수 있으니 묶어서 얘기하자면 당연하게도 출퇴근 유동인구다. 지하철과 버스정류장 근처 골목은 공중보도의 몇몇 거리와 마찬가지로 홈리스들이 출근 준비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항구 근처는 이중에서 약간 다른 분위기를 지니는데, 항구의 공공녹지는 강변을 따라 달리는 러너들(주로 서양인)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얌차 가게인 룩유 티하우스의 전경.
그리곤 홍콩의 아침을 여는 식당들이다. 여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홍콩의 아침식사 종류는 대략 이렇게 될 것이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면 부디 말씀해주시길 바람) 호텔 조식, 얌차, 홍콩식(밥이나 면, 수프, 콘지), 홍콩 웨스턴, 서양식 브런치, 편의점 식사, 각종 샌드위치나 오니기리. 써놓고 보니 많기도 많다. 홍콩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다면 호텔 조식은 가장 무난한 선택지지만 여행 내내 조식만 먹는다면 홍콩 식문화의 한 조각을 놓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홍콩은 삼시세끼 외식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가격의 아침 선택지가 있다. 특히,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보면 그 호텔의 숙박객이 아닌데도 현지인들이 아침을 먹으러 오는 광경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난 한국에 살면서 호텔에 조식만 따로 돈을 내고 먹으러 간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홍콩에선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고 호텔 뷔페의 직원들도 당연하게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빌지를 걷어간다. 그정도로 아침 외식은 홍콩의 일상이다.
이중 이번 여행에서 즐긴 아침 세 가지를 소개해본다. 첫 아침은 홍콩 웨스턴. 둘째 아침은 얌차. 셋째 아침은 맥도날드(홍콩식을 구현한 패스트푸드라고 볼 수 있겠다).
홍콩 웨스턴 브랙퍼스트 딜럭스, 46달러
홍콩 웨스턴은 영화배우 레이먼드 람의 표현에 따르면 “오직 홍콩에만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국과 광둥 지역의 문화가 한 곳에서 섞인 홍콩만의 특징이 플레이트 하나에 다 올라가 있다. 영국 아침마냥 소세지와 베이크드 빈, 계란 후라이가 있는데 그 위에 광동식으로 굽고 소스를 뿌린 치킨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홍콩에서도 즐겨먹는 런천미트(스팸)이 한조각 있다. 토스트는 보통 한 쪽 주는데 엄청 두툼하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3~4달러 정도 내면 토스트를 한 장 더 추가할 수 있다. 사진엔 잘 안 보이지만 버터도 준다. 밀크티도 가게마다 다르지만 보통 홍콩 웨스턴 식사를 시키면 밀크티나 커피 중 하나를 선택해 공짜로 주는 경우가 많다. 공짜로 주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전체 조합이 엄청 짭짤하고 부담스러워서가 아닐지. 늘 먹으면 익숙해질수도 있겠지만 나는 먹을 때마다 우와, 짜… 하고 약간 정신을 잃을 것 같다. 그럴 때 허겁지겁 밀크티를 들이킨다. 그럼 느끼하고 짠 기운이 사악 내려가면서 괜찮아진다. 홍콩 웨스턴의 장점이라면 진짜 배부르고 실한 기분에 비해 매우 싼 가격이다. 여행을 가는 김에 기분을 낸다고 늘 딜럭스나 엑스트라, 풀콤보 같은 수식어가 붙은 메뉴를 시켜서 그렇지 적당한 조합의 메뉴는 30달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딜럭스로 먹어도 한화로 만 원이 안 되고, 적당이 먹으면 5~6천원 선인 것. 홍콩 웨스턴을 주력으로 하는 각종 프랜차이즈 차찬탱도 엄청 많고, 미도카페나 란풍유엔처럼 각 지역에서 유명한 차찬탱도 많다. 맛의 차이는 크지 않으니 (유명한 데를 가면 분위기는 확실히 좋을 수 있지만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취향껏 고르자.
다음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얌차집! 얌차는 광둥 문화권의 전통 아침 문화다. 영어로 표기는 보통 (상호명)+티 하우스, 이렇게 돼있다. 아침 일찍부터 연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반드시 1인당 1주전자씩 차를 마셔야 하고 딤섬을 포함한 광둥식 아침 메뉴를 판다. 얌차집에 따라 점원이 밀며 돌아다니는 딤섬 카트에서 일단 딤섬을 집는 곳도 있고, 주방 앞의 배식구 비슷한 데에서 딤섬이 나오는대로 가져와야 하는 곳도 있고, 이번에 간 곳처럼 차림판에서 원하는 메뉴의 수량을 작성해 점원에게 건네주면 그대로 서빙해주는 곳도 있다. 이건 언어가 아니라 내향인 이슈인데, 나는 아직 배식구에서 딤섬을 낚아채는 레벨까지는 도전을 못 하고 있다. 카트에서 집어가는 집도 맛있는 메뉴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광둥어를 잘 못하고 구글 기계번역을 믿지 않는다면 (한 50% 정도의 확률로 틀린다) 카트가 돌아다니는 얌차집을 가서 딤섬의 실물을 보고 맛있어보이는 건 후딱 집는 게 제일 편하긴 하다. 계산은 신기하게 다 맞게 해주신다… 엄청남. 차는 보통 자스민차, 우롱차, 보이차 정도의 선택지가 있고 가게에 따라서 다르다. 그래도 저 3종은 반드시 있다. 취향껏 고르면 음식이 나오기 전에 찻주전자와 찻물 버리는 그릇, 식기를 먼저 세팅해주는데 ‘나 얌차 좀 해봄'을 티내는 외국인이 되고 싶다면 숟가락과 딤섬그릇, 찻잔에 모두 적당량의 찻물을 부어 한 번 뜨끈하게 덥히고 행군 다음 그릇에 버려주자. 차향도 은은하게 나서 좋을 뿐더러 소독도 되고 식기가 따끈해서 먹는 맛도 올라오고 일석삼조.
얌차집도 홍콩 웨스턴마냥 프랜차이즈부터 각 지역의 유명한 가게들까지 다 다른데, 딤섬이야 워낙 가게별로 맛이 차이가 클 뿐더러 같은 메뉴의 간도 생김새도 양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내 집이다! 싶은 가게를 찾을 때까지 많이 먹어보는 게 정답이다. 또, 얌차집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싼 데는 엄청 싸고 비싼 데는 엄청 비싸다. 가기 전에 구글맵에서 가게 리뷰나 메뉴판을 한번 훑어보고 가면 대충 가격대를 예상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예산에 맞고 분위기와 방식이 취향인 곳을 가자.
숙소 들어오는 길에 찍은 룩유 티하우스의 모습.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의 코앞에 있는 룩유 티하우스를 다녀왔고, 절대로 다 먹지도 못할 딤섬 다섯 판을 시켜서 절대로 다 먹지 못하고 나왔다. 보이차가 진짜 끝내주게 맛있었고 주전자 하나 다 비웠다. 비록 번역은 거의 다 틀린 것 같지만 영어 메뉴판도 있고, 아침의 얌차집은 보통 홍콩사람들로 엄청 붐비고 합석이 기본인 데다가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데 여기는 가격대가 약간 높아서인지 합석 안 해도 되고, 혼자 차분히 아침을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내주고,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딤섬을 먹고 있노라면 이건 이렇게 먹으라고 서빙하시는 분들이 은근슬쩍 신경도 써주신다. 안 그런 것 같아보여도 은근히 다정한 홍콩.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에서 맥도날드 홍콩식 아침 식사도 했다. 큰 이미지로 보니까 엄청 괴식같아서 부담스러운데 홍콩에서 엄청 많이들 먹는 마카로니랑 콘을 말아먹는 수프다. 토마토 소스에 맥머핀에 들어가는 소세지 패티랑 계란후라이를 넣어주는 바람에 진짜 더 괴식같긴 했음. 맥도날드식 해석이 부담스럽다면 카페 드 코랄같은 로컬 체인점에 가도 좋다. 더 싸고 더 현지식에 가깝다. 대체로 차찬탱에 가면 홍콩 웨스턴, 콘지, 수프, 딤섬까지 다 파니까 일행이 있다면 차찬탱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먹어보고 취향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의 센트럴 피어. 앉아있으면 러너들과 낚시하는 아저씨들 정도만 오간다.
아침 먹는 이야기를 쭉 했는데, 홍콩의 아침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사족으로 덧붙여본다. 홍콩의 아침은 무심하다. 무심하기 때문에 여행자에게 참 좋다. 출근하기 전에 아침을 먹으니 바쁘게 아침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차찬탱이든 맥도날드든 아침을 먹으러 가면 다들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신문이나 휴대폰을 보면서 꽤나 느긋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서 동선을 고민하든 책을 읽든 뭘 하든 얼른 가라는 눈치를 주는 곳은 거의 없다. (‘거의’가 붙은 경우는 내가 아직 겪지 못했지만, 혹시나.)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커피나 물, 링차 등 마실 것 하나 챙겨서 가까운 강변이나 아직 문 안 연 가게들이 수두룩한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아직 늦잠을 자는 것 같은 기분에 잠긴다. 도저히 잠들 것 같아보이지 않는 새벽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이례적인 고요함이 좋다.
아침 말고 먹는 얘기
사실 아침 말고도 홍콩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엔 홍콩만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선택지가 정말 많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가격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폭도 정말 넓다. 다만 개인적인 체감은 이렇다. 비싼 걸 먹으면 정말 맛있긴 하다. 하지만, 싼 걸 먹는다고 맛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먹는 데에 돈을 굳이 많이 안 써도 됨. 그리고 식사의 종류도 진짜 다양하다. 일식, 한식, 양식, 중식, 중동, 비건, 할랄, 영국, 호주, 기타등등 무궁무진한 종류가 있다. 원하는 종류만 골라서 삼박사일 내내 그것만 먹을 수도 있다. 그러니 파인 다이닝을 미리 예약한 끼니가 아니라면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다가 아무데나 들어가서 사먹어도 좋다. 아직 맛없는 식당은 못 만나봤다. 식당 고르는 팁을 굳이 몇 가지 공유하자면,
영어 메뉴판이 허접하거나 어색하고(…)
가게가 허름하거나 오래된 느낌이 확 나고
해피 아워가 없는
식당은 대부분 맛있었다. 사유는 대충 설명하자면 이렇다. 영어 메뉴판이 허접한 건 영어로 장사를 안 해도 장사가 잘 되서라고 풀이해볼 만 하다. 또, 식당 경쟁이 치열한 홍콩에서 오래된 집은 그만큼 내공이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현지인들이 시도때도 없이 찾는 끼니용 식당들은 대부분 해피아워가 없어도 매 시간마다 손님이 계속 있어서 해피아워를 내걸지 않는다.
미식가 친구들을 위해 굳이 덧붙이자면, 비싼 요리도 분명히 먹을 가치가 있고 경험할수록 좋다. 홍콩은 특히 미슐랭의 성지다. 빕 구르망은 번화가 길가라면 널려있는 수준이고 모퉁이마다 미슐랭 원, 투, 쓰리스타가 속속들이 숨어있다. 당연히 미슐랭 가이드가 절대적인 맛의 척도는 아니지만 오래토록 미슐랭 스타를 고수해온 홍콩 레스토랑과 셰프들의 자존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서비스는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음식도 값어치만큼 맛있고. 한국에서도 파인 다이닝이나 호텔 레스토랑을 가면 1인당 3, 40만원은 우스운 값을 지불하고 나오기도 하는데, 홍콩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은 동일한 계열이라면 대체로 한국 파인 다이닝보다 값도 싸다. 단 이러한 유명 레스토랑/카페들은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확정했을 때 바로 예약해두는 게 좋다. 일주일 전에 예약하려면 거의 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즐긴 리젠트 홍콩의 애프터눈 티
인당 20만원은 부담스럽지만 홍콩의 파인 다이닝을 찍먹해보고 싶다면 단연코 애프터눈 티를 추천한다. 호텔마다 가격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5성급 호텔 기준 인당 5~10만원으로 애프터눈 티를 즐겨볼 수 있다. 고작 3단 트레이에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한다면…… 우선 호텔 라운지가 매우 쾌적하게 잘 꾸며져 있다. 대부분 전망도 좋다. 리츠칼튼 카페 같은 경우엔 103층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애프터눈 티를 먹을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배부르다. 샌드위치에 스콘에 케이크에 각종 달다구리에 물리는 입맛을 씻어내려고 차까지 열심히 마시다보면 금세 배도 부르고, 실제로 양도 적지 않다. 다만 홍콩인들은 애프터눈티를 사랑하므로 관광객 뿐만 아니라 홍콩 사람들과도 애프터눈 티를 위한 자리 경쟁을 해야 한다. 애프터눈 티도 일정이 잡히면 미리 예약하자. 참고로 가장 유명한 더 페닌슐라의 애프터눈 티는 예약을 안 받고 매일 워크인만 가능하다. (투숙객일 경우에만 예약 가능)
아래는 이번 여행에서 먹은 아침 외의 끼니들과 각각의 식당 정보. 숙소가 센트럴 근처였기 때문에 대부분 센트럴 근처다. 맛집을 따로 찾아가거나 미리 리스트업한 건 없고 보이는대로 도전을 즐겨보았다.
바샤커피/인당 $50
IFC몰 몇층이지… 하여간 센트럴 피어로 향하는 통로에 엄청 커다랗게 있음. 바샤커피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니까 색다를 건 없을수도 있지만, 아침에 바샤커피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 20달러 추가하면 페이스트리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50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취향에 따라 타먹을 수 있는 바닐라 크림(오른쪽 작은 컵이다)과 흑설탕 스틱, 냅킨까지 가지런히 담긴 트레이에 커피를 담아준다. 커피도 약 스무 가지 정도의 시그니처 원두 중 고를 수 있다. 테이크아웃하고 쭉 걸어나와서 센트럴 피어에서 신선놀음하면 딱 좋다.
원딤섬 센트럴/인당 $100 정도
다양한 딤섬 메뉴를 싼 가격에 파는 집이다. 기본 한 접시에 두피스인 대신 2~30달러의 낮은 가격을 자랑한다. 늦은 저녁에 가서 다 팔린 메뉴 빼고 잔뜩 사왔다. 망고 사고까지 팔아서 디저트까지 한큐에 해결했다. (그리고 망고가 생각보다 엄청 많이 박혀있어서 기분 좋게 놀람) 홍콩 음식들은 나에게 다 간이 센 편인데, 그럴 때 링차나 밀크티 혹은 홍콩의 국민두유 비타소이를 곁들이면 딱이다.
Guzzle/인당 $50
간단한 일식/홍콩 웨스턴/여튼 뭔가의 요깃거리를 파는 집. 앉아서 먹을 순 있는데 자리가 좁아서 테이크아웃했다. 샌드위치 메뉴가 거의 다 그야말로 홍콩식이다. 고수 에그스크램블&스팸 샌드위치에 링차 한 잔 시켰다. 46달러였는데 옥토퍼스로 찍으면 그대로고 외국 신용카드는 2달러를 더 받는다. 참고. 애프터눈 티를 먹어서 정말 배부른 날이었는데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타이청 베이커리/인당 $20
에그타르트로 유명해서 주말에 가면 관광객이 길게 줄을 선 가게인데, 평일을 공략하면 줄 없이 여유롭게 다 돌아보고 빵을 살 수 있다. 에그타르트가 제일 잘나가긴 하지만 각종 간단한 식사빵도 판다. 에그타르트는 솔직히 진짜 정말 맛있음. 그리고 쌈. 12달러밖에 안하는 행복이 여기에 있다…
어쩐지 몇 끼니 안 먹은 것처럼 보인다면 그게 정답인데, 모든 일정동안 아침을 기가막히게 제대로 먹다보니 걸어도 걸어도 도저히 배가 안 꺼져서 점심을 못 먹은 날이 태반이다.
일단 지하철에 타고 나중에 생각해: 홍콩의 탈것& 옥토퍼스 카드
홍콩을 혼자, 처음 가도 괜찮은 이유 중 하나는 길찾기와 이동의 난이도가 낮다는 점이다. 길찾기가 쉬운 이유는 구글맵이 그래도 한국에 비해 현지화가 잘 돼있어서 제법 상세한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다만 갑자기 나타난 계단, 갑자기 나타난 골목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이시여 제가 정말 이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고 저 건물 사이의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라고요 -> 구글: 응
홍콩의 모든 거리에는 영문 표기가 잘 되어있으니 스트리트 사인을 보면서 가면 덜 헷갈리고 더 자신있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든다 해도 어지간하면 다음 골목이나 다음 교차로에서 재빠른 경로수정이 가능하니 어찌 됐든 괜찮다. 홍콩은 정말 지나칠 정도로 (혹은 여행자가 길을 의심할 때마다 안심시켜줄 정도로) 도보든 지하철이든 버스든 지금 당신의 위치와 가는 방향을 꾸준히 반복해서 인내심 좋게 촘촘히 안내한다. 각종 안내판으로. 디지털 사인으로. 시각적으로 수월하게 구분되는 각종 정류장 표지로. 뇌를 비우고 표지판을 의심하지 않은 채 가라는 대로 가면 길을 잃을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잃었다면, 괜찮다. 침착하게 구글맵을 켜고 나침반을 눌러 지금 나의 위치와 걸어가는 방향을 확인하자.)
길찾기가 쉬운데, 아무거나 타고 훌쩍 움직이기도 좋다. 나는 홍콩의 모든 교통수단을 사랑한다. 편리한 이동성은 홍콩 여행의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냥 감정적으로도 좋아한다. 각 교통수단만의 매력이 있어서 그렇다.
교통수단의 맏이로는 지하철을 꼽는 게 타당하다. 홍콩 지하철은 MTR이라고 부른다. 구글이시여 사진에도 보이는 저 표지가 지하철역을 가리키는 표지판이다.
서울의 지하철처럼 MTR의 지하철은 촘촘하게 도심과 주거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가려고 하든 근처의 지하철역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고, 숙소가 MTR보다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등의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동 소요시간도 제일 적다. 모든 지하철 역은 영어와 한자명이 매우 크고 분명히 쓰여있고 각 노선의 플랫폼을 해당 노선의 색으로 꾸며놨다. 매 순간 이방인을 안심시켜주는 장치가 많다. 환승하는 역에는 환승하는 노선과 노선의 방향까지 정확히 화살표와 다음역으로 끊임없이 알려준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환승하는 경로를 고려해 다른 노선끼리 마주보는 플랫폼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 환승에 30초도 안 걸리는 경우가 많다. 진짜 편하다. 홍콩의 더운 낯을 피하기 위해 굳이 지하철을 안 타고 홍콩의 지하보도를 걸어도 좋다. 매우 시원하다. 역 근처의 어지간한 호텔과 상업시설, 기타 랜드마크는 출구 혹은 지하로 바로 연결돼 있어서 지하철에서 내려도 길을 잃을 위험은 거의 없다.
그런데 난 사실 페리도 사랑함… (안 사랑하는 교통수단이 없다니까요). 센트럴/침사추이 피어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배를 탈 수 있는데, 저녁의 조명 쇼에 맞춰서 탈 수 있는 아쿠아 루나 같은 유람선부터 시작해 점심이나 애프터눈 티를 먹을 수 있는 식사용 크루즈도 있고 수상택시나 섬으로 들어가는 배들도 있다. 하지만 여행자라면 모름지기 스타 페리를 타야 하는 것. 홍콩에 갔다면 반드시 경험해봐야만 하는 일 0순위라고 생각한다.
스타 페리는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배 기둥에 별이 붙어있으니까 스타 페리다. 1910년대부터 홍콩인들을 강변에서 강변으로 실어나른 주인공이다. 생각없이 타다보면 은근히 비싼 MTR 삯에 비해, 스타 페리는 평일 3달러 주말 6달러(관광객 특별세라고 하자)다. 정말 변함없이 부담없는 가격이다. 2층으로 되어있으니 최소한 오고 가면서 한번은 2층에, 한번은 1층에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2층은 어퍼 덱, 1층은 로어 덱 승선구로 승선하면 된다. 한가한 시간에 타면 당연히 관광객이 더 많긴 하지만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 시시때때로 타도 홍콩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그만큼 홍콩인들에게도 당연하고 친근한 교통수단이다. 센트럴과 침사추이의 강변 풍경을 강 위에서 감상하기 위해서 따로 크루즈를 탈 이유가 없다. (따로 타서 봐도 물론 좋다. 하지만 스타 페리로 어지간한 풍경은 다 보임.) 느리게 털털거리며 가는 배는 양 강변을 감상할 시간을 넉넉하게 준다. 배의 가장자리에 앉으면 철썩이는 강물과 강바람이 가깝다. 아침이든 밤이든 운행한다. 센트럴 피어에 내리면 센트럴 버스 터미널이 있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고, 침사추이 피어에 내리면 침사추이 산책로와 홍콩예술관, 홍콩아트센터, 우주박물관, 애비뉴 오브 스타즈와 호텔, 백화점까지 쭉 걸어올라갈 수 있다. 저의 지인이라면 못해도 왕복 한 번은 스타 페리를 타보십시오…… 음이온이 나오고 우주의 기가 모이고 걱정이 없어지고……
트램은 홍콩의 강남지역 한정 명물이다. 강남의 서쪽부터 동쪽까지 구석구석 갈래갈래 은근히 모든 동네를 커버한다. 모든 트램이 다니는 Des Voeux 로드에서 서향이든 동향이든 아무거나 타면 그쪽 방향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간다. 트램은 빠르진 않다. 하지만 준수한 이동속도를 자랑하며 도심출근 뚜벅이들에겐 지금도 사랑받는 교통수단이다. 그야, 트램은 밀리지도 않고 비교적 배차간격도 일정하며 강남지역의 관광 및 비즈니스 랜드마크 앞에 모두 멈춰서기 때문에. 싸다. 그리고 각 스트리트마다 친절하게 서기 때문에 원하는 어디서든 내릴 수 있다. 2층이다. 2층 맨앞자리를 꼭 꼭 꼭 앉아보길. 2층버스의 맨앞자리에 탄 것과 비슷한 효과지만, 버스보다 훨씬 느리니까 사방을 구경하기가 진짜 좋다. 낭만이 넘치지만 관광화된 유물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모두가 누리는 탈것이라는 점이 트램을 여전히 살아 숨쉬게 만든다. 탈 땐 뒷문으로 타고 내릴 땐 앞문으로 내리면서 카드를 찍는다.
버스는 2층버스(간선, 공항버스, 장거리 버스 모두 2층이다)와 미니버스로 나뉜다. 이번 여행에선 2층버스를 탈 일은 없었고 미니버스를 탈 일만 있었다. 2층버스는 동네별로 상징적인 노선이 몇 개 있다. 카오룽 주변에서라면 A1을 추천한다. 카오룽을 구석구석 한바퀴 돌기 때문에 카오룽을 구경하기 좋다. 센트럴에도 비슷한 노선이 있을텐데 센트럴 부근에선 버스를 탈 일이 없어서 모르겠음. 2층버스는 시원하고, 쾌적하고, 빠르다.
하지만 미니버스는… 뭐랄까. 홍콩 로컬리티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일단 미니버스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단 적은 곳들을 위주로 다닌다. 출발이야 센트럴 피어 같은 곳에 하지만 어디 설지는 알 수 없다는 소리. 다른 모든 교통수단이 정류장/역별로 정차도 하고, 현위치도 안내하고, 이번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을 안내하는 싸인이 붙어있다면 미니버스엔 그런 게 없다. 이 16인승짜리 미니봉고-밴-버스는 낡은 초록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뚜껑으로 홍콩의 온 구석구석을 연결시켜주는 교통수단계의 모세혈관이다. 하지만 종종 가야만 하는 갤러리나 학교나 랜드마크 등은 오로지 이 미니버스 혹은 택시로만 닿을 수 있다. 그럴 때의 선택이라면,
약간 비싸지만 사실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니 택시를 타고 구글맵으로 위치를 찍어서 보여주자. 마음은 편하다.
하나도 안 비싸지만 이런 대중교통수단을 이런 속도로 이런 도로에서 이렇게 몬다고? 를 경험할 수 있는 미니버스를 타자. 내릴때 내린다고 말 못하면 그대로 버스와 함께 골로 가는 것임.
둘 중 하나일 수밖에. 그러므로 미니버스를 타기 위한 사전 준비물을 안내한다. 첫째. 목적지까지의 미니버스 경로가 찍힌 구글맵. GPS를 틈틈이 들여다보다가 내려야 할 곳에 가까워지면 내려주십쇼 형님!!! 하는 마음으로 기사에게 외쳐야한다. (당연하지만 이 조그마한 버스엔 하차벨도 없다…) 둘째. 스릴을 즐길 마음가짐. 코너와 산등성이 주행을 즐기다보면 카체이스 영화는 다 농담같다. 셋째. 덩그러니 내려져서 당황하지 않을 마음가짐. 미니버스 정류장들은 다 산등성이 어딘가인데다가 버스 정류장 표지판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며 정류장 같은 게 없어도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주기 때문에. 뭐…… 지나고 나면 재밌었지? 할 정도의 경험은 된다. 여튼 안 죽는다. 하지만 내가 홍콩에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차들은 몰라도 미니버스가 도로를 내달리고 있다면 주변을 기필코 피하고 안전거리를 두 배 가량으로 잡아 유지할 거다.
최고속도가 80으로 제한돼있다는 데에 정말 감사를 느끼게 되며 저 앞의 전광판이 ‘지금 버스의 속도’를 보여준다.
요지는 이렇다. 뭘 타든 내가 좋기만 하면 그만이다. 우린 여행자고 관광객이니 시간도 많다.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내 취향인 교통수단을 골라 타면 된다. 아. 그럴 때 옥토퍼스 카드를 준비하자. 실물 카드도 좋지만 앱을 다운로드받고 충전하면 NFC로 아무데서나 이용 가능하다. 참고로 관광객용 앱은 일정 단위로만 충전이 가능한데, 옥토퍼스 카드로 공항철도부터 지하철 버스 페리 트램 택시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편의점이나 식당에서도 옥토퍼스로 먹고 마실 수 있으며 카드는 안받아도 옥토퍼스는 받는 집들도 많기 때문에 일종의 현금지갑처럼 이용해도 좋다. 사실 나는 맨날 충전하고 나면 아무 생각없이 별별 걸 옥토퍼스로 다 찍고 다녀서 자꾸만 잔액이 사라진다…… 여튼, 옥토퍼스는 홍콩을 자유롭게 오갈 때 최고의 친구다.
홍콩에 의한, 홍콩스러운, 오로지 홍콩적인 장소와 풍경들
먹을 것과 탈것에 대해 얘기했으니 이제 볼 것에 대해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네, 홍콩사랑장광설은 이제 시작입니다) 홍콩은 영국, 중국, 중국 중에서도 가까운 광동 지역의 문화적 영향이 도시의 온갖 군데에 뒤섞여있으며 난민을 수용했던 역사와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명성으로 인해 인종적인 다양성도 일찍부터 높았다. 그래서인지 홍콩에선 어떤 모습의 누가 존재해도 이상하지 않다. 나를 사랑하고 반겨주고 매 순간 어서와, 하고 말하진 않지만 나를 밀어내지도 내치지도 않는다. 나는 미국이나 다른 서양권 국가들을 여행할 때의 ‘어쩌다 스몰토크’들에서 느끼는 과도한 환대와 은근히 (때로는 대놓고) 확인하는 수동공격 인종차별보다 홍콩의 무심함이 좋다. 나에게 누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말을 걸 때는 나름의 다정과 환대를 위한 노력이 분명히 있다. 홍콩인이라는 정체성, 홍콩이라는 나라/도시의 정체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바뀌어 갈지라도. 많은 가이드북에서 소개할만한 홍콩의 명소보다는 내가 홍콩을 좋아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장소들을 몇 군데 소개한다.
고천락씨가 옛 홍콩의 정취를 느낄만한 곳으로 추천한 지역 중 하나인 섹깁메이는 관광할만한 랜드마크나 유명한 뭔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혹은 내가 모르는 걸수도 있다. 언제든지 저를 계몽해주십시오.) 섹깁메이 역에 내리면 낡은 공공주택 맨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맨션 1층, 2층엔 이런저런 밥집들이 있다. 공원에는 한두 사람이 앉아서 밥을 먹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다. 2차선 도로는 한적하진 않지만 밀리지도 않는다. 사람 사는 동네구나 싶다. 이곳엔 전통시장이 있다. 야시장과는 또 다르다. 야시장은 저녁이 되면 좌판을 펼치고 파라솔의 전구를 켜면서 장사를 시작하지만, 이런 시장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해가 질 때 쯤 문을 닫는다. 또, 큰 목소리로 뜨내기와 관광객들을 열심히 불러모으지도 않는다. 시장은 권태와 고요한 뙤약볕에 젖어있다. 조용하다. 노인들이 식당 근처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서 부채질을 한다. 과일과 야채는 오, 싶을 정도로 싸고 옷과 장난감은 놀랍도록 비싸다. 과일, 야채, 생선, 고기, 닭장의 닭들과 수조 안의 금붕어, 수상한 옷과 생화를 판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서 가져갈 물건을 팔지 않는 이들은 굳이 나에게 호객하지 않고 과일과 야채를 비닐봉투에 담아 팔에 건 손님들에게 호객한다.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고 관찰자다. 그래서 무례해지지 않는 선에서 편안하게 제멋대로일 수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사람의 기분을 만끽하면서 홍콩 사람들이 무얼 먹고 마시고 장을 보는지 구경한다. 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시간이 그렇게 흐른 줄 몰랐다.
섹깁메이에서 지하철로 역 하나 떨어져있는 샴수이포는 섹깁메이 시장에서 남쪽으로 쭉 걷다가 한 번만 우회전하면 닿을 수 있다. 천천히 걸어봤자 10분 거리다. 샴수이포는 섹깁메이보다는 조금 더 활발하다. 좁은 도로의 양변에는 차가 지나다니는 게 어색할 정도로 많은 노점들이 늘어서있다. 거리들마다 파는 물건의 종류가 다르다. 옷, 가전, 장난감 등. 건물은 낡았지만 끄트머리부터 서서히 재개발이 진행중이어서 공공건물과 쇼핑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케이지 홈(침대에 철장만 친 임대주거형태)이 많은 지역으로도 악명이 높은 샴수이포는 십수 년 전 처음 홍콩을 여행할 때만 해도 마치 90년대의 구룡성채마냥 관광객들에겐 암암리에 가면 좀 곤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혼자 여기에 가본 건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내 낡고 오래된 편견과는 달리, 막상 가니까 남대문 시장이 생각났다. 사람 많고, 북적이고, 물건 파는 줄 뒤엔 약차와 오리와 창펀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번듯한 프랜차이즈 버블티 가게에는 사람이 없고 과일을 꼬챙이에 꽂아 십 달러에 파는 가게 앞엔 줄이 길다.
샴수이포의 코너에도 큼직한 공영 시장이 있다. 1층, 2층(홍콩식 표현으론 G/L, 1층)에선 식재료를 팔고 3층에는 식당가가 있다. 나는 식당가라고 해서 한국의 마트에 들어와있는 푸드코트 같은 걸 상상하고 올라갔는데 웬걸, 딱 봐도 영어 간판과 메뉴라곤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공공 차찬탱 같은 공간이 나왔다.
홍콩사람들로 북적이는 푸드 마켓에는 출입구를 제외한 3면을 각자의 번호를 단 식당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이들이 대체 어떤 규칙으로 자리에 앉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서성거리면서 그냥 한바퀴를 돌았다. 한바퀴를 돌면서 가게들을 보니 역시 홍콩식 식당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위기 좀 내는 날을 위한 구운 오리나 돼지 한 마리부터 훠궈, 토스트, 볶음면, 콘지 등 안 파는 홍콩식이 없다. 난 이날 아침에 먹은 홍콩 웨스턴이 도저히 배에서 꺼지지가 않아 (위장 용량이 언제부터 이렇게 작아졌는지 너무 서럽다) 일단 차를 파는 가게 주변을 서성거렸는데, 역시 홍콩 사람들의 도리답게 내가 먼저 말을 걸 때까지 굳이 호객하지도 않고 나를 흘끔 보고 지나가기만 한다. 전통 찻집과 밀크티 집 중 고민하다 밀크티 집에 가서 말을 걸었다. 영어로 인사를 했지만 금세 돌아오는 말이 광둥어여서 미안합니다, 손사래 친 후 구글 번역 앱을 켜서 밀크티가 한 잔 먹고 싶습니다, 하고 썼다. 가게 앞의 둥그런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혼자 오는 손님들끼리 합석이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부대끼진 않았다. 금세 밀크티가 나온다. 14달러.
홍콩 밀크티는 홍콩 밀크티만의 맛이 있다. 어쩌면 그건 분유를 써서인지도 모르고, 밀크티 파우더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 이유는 필요치 않은 법. 나는 블랙&화이트 잔에 담겨 나오는 홍콩 밀크티를 언제 어디서든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리고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밀크티를 가져다준 점원이 한 잔 밀크티라도 취향껏 설탕을 타서 먹으라며 설탕 그릇을 앞에 밀어주고 간다. 거기 앉아서 밀크티를 마시고 시장의 텁텁한 식재료와 환풍구 냄새를 맡으면서 두 시간 동안 샴수이포에 대한 글을 썼다. 그동안 고작 밀크티 한 잔을 시켜놓고 자리를 뜨지 않는 인간에게 눈치를 주는 법은 없었다. 글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후 영수증을 쥐고 가게 카운터로 갔다. 14달러를 세서 냈다. 가게 주인이 돈을 받으면서야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어디서 왔어? 한국. 뭐하러 왔어? 글쓰러. 그거 좋다. 고마워. 그거 좋다(잇츠 굿)고 말하면서 그날 입고 간 한복 말기 뷔스티에를 가리켰는데, 아마 그것에 대한 칭찬인 것 같았다. 꾸벅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나온다. 여행에서만 만들어지는 이야깃거리가 또 하나 생긴다. 나는 아마도 다음에 홍콩에 갈 때에도 샴수이포에 가서, 시장의 3층에 올라가서, 8번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밀크티를 주문하게 될 것이다.
셱깁메이와 샴수이포가 구룡반도의 북서쪽에 있다면, 구룡성채 공원은 구룡반도의 북동쪽에 있다. 지하철역으로 가기가 좀 애매한 위치다. 구룡성채의 흔적이라도 남았나 치면, 정말 흔적만 남겨놨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그냥 가보고는 싶었다. 구룡성채의 면적을 실감해보고 싶어서. 1993년에 구룡성채를 철거한 후 홍콩 당국은 구룡성채 자리를 재빨리 정원으로 만들었다. 공원의 공식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약간의 의역 있음) “구룡성채의 철거 이후 중국 본토에 사람을 보내 청나라 시대의 이 정원을 세세하게 답사하도록 했고, 홍콩에서 이 정원을 완벽하게 다시 구현해 1995년에 우수한 정원으로 상을 받았다.” 그러니 이 정원에 있는 그럴듯한 청나라 분위기의 건축물은 모두 1993~1995년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구조물이며, 원본조차 아닌 레플리카다. 무려 여덟 개의 아름다운 조경 구역이 있는 공원의 한가운데에는 구룡성채가 얼마나 좁아터진 건물이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터로 쓰이던 주변의 건물 몇 칸을 남겨서 공원 사무실 및 작은 역사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역사 박물관은 공사중이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대신 공원의 사무실이란 곳을 바깥에서 휘휘 둘러보고, 공원의 담을 따라서 공원 바깥을 한바퀴 돌았다. 동북쪽의 출입구에서 남문의 정문까지 뚫고 들어가는 데엔 느린 걸음으로도 10분밖에 안 걸린다. 한 바퀴 다 도는 데엔 30분이면 된다. 그 면적 안에 5만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구룡성채 공원을 나오면 또 다른 공원과 이어진다. 구룡성채 공원 주변은 이제 공원들이 굽이굽이 이어진, 꽤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가 되어있다. 하지만 그 공원의 남쪽 끝으로 나오면 아직 옛날 건물들이 남아 있으며 지하철역과도 또 다시 애매모호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동네와 마주한다. 낡은 티비를 파는 전파상, 문을 걸어잠근 가게들, 입구에 피운 향, 까이단자이 집 앞에 줄 선 사람들. 풍경을 조곤조곤 가로지르다보면 곧 MTR 사인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걸으면 곧 지하철역이고 지하철을 탔다가 내리면 또 곧 어제의 슬픈 흔적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은 번화가다.
홍콩 관광의 필수 명소 중 하나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지겹게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내가 <중경삼림>의 엄청난 팬이어서도, 그 주변에 포진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상행과 하행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아침 열 시부터 자정까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을 올려보낸다. 자정부터 아침 열시까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을 내려보낸다. 일방통행만 가능한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에스컬레이터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시간을 막론하고 많지 않다. 대신 에스컬레이터는 언제 봐도 사람이 꽉 차 있다. 관광객으로. 란콰이풍으로 향하는 클러버들로. 끼리끼리 놀러온 무리들로. 피곤한 낯으로 휴대폰을 노려보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홍콩의 많은 랜드마크들이 그러하듯 홍콩인들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행위는 관광이고 관찰이자 그들의 삶에 잠시 발을 담그는 기회이기도 하다. 음악을 잠시 끄고 덜컥이는 에스컬레이터 소리를 들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올라가도 10분이면 넉넉하다. 이 에스컬레이터가 실어나른 삶의 단면에 대해 생각해본다. 조금 슬프고, 아주 많이 외롭지 않아진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끝자락과 연결되어있는 타이퀀, 그리고 PMQ는 묶어서 얘기하는 게 좋다. 둘 다 옛 치안행정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타이퀀은 옛 홍콩 경찰청이자 감옥이었다. (감옥에도 빅토리아 감옥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은 홍콩에서 정말 아무데나 소환되는 느낌이다.) PMQ는 경찰들에게 제공하던 관사였다. 이제 타이퀀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부지 사이에서 넓은 광장을 제공하는 고즈넉한 건물이 되었고, PMQ는 힙을 자처하는 이들의 둥지가 되었다. 참고로 PMQ B동 중 한 층을 한국문화원이 다 쓰고 있다. 센트럴을 돌아다니다보면 LG 지사와 제일기획 지사도 볼 수 있으므로 한국 사람들이 센트럴 근처에 자리잡는 걸 좋아하나보다 싶다. 둘 다 옛 건물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 건물을 덧붙이고 내부만 리노베이션하는 식으로 옛 홍콩 시절의 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둘 다 공간 중 일부는 각 건물에 대한 역사 전시실이고, 나머지는 소상공인에게 임대하거나 식당가로 내어주고 있다. 참고로 둘 중 어디에서 식사해도 센트럴에서 먹는 서양식 가격과 비슷하다. 엄청 싸진 않아도 엄청 비싸단 느낌은 없으므로 간 김에 건물이 주는 아우라를 즐기며 식사를 해도 괜찮다.
두 건물 모두 관광객의 방문 비율이 꽤 높아보이긴 하지만 홍콩인들이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며 홍콩인들도 쇼핑을 하고 밥을 먹으러 이곳에 온다. 내가 타이퀀에 갔던 날엔 근처 학교에서 미술 실습을 나와서 학생들이 건물을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었다. 사실 스케치보다 기억에 남는 건 광장 한가운데에 앉아서 멍때리는 와중에 지나다닌 배달음식을 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식점 비닐봉투로 돌돌 싼 음식을 들고 무심하게 광장을 가로지른다. 잘 복원한 건물이란 이정도로 사람들의 일상에 파고든 건물이 아닐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고 쓰지 않는 건물은 언젠가 그 의미도 시설도 빛을 잃어버리니까.
스타 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피어에 내려서 쭉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홍콩아트센터, 홍콩우주박물관 등 이미 거대하게 지어진 옛날 박물관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이 홍콩예술관도 마주칠 수 있다. 특별전시에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상설 전시는 공짜다. 특별전시 입장료도 50달러를 안 넘었던 것 같다. 전시의 내용도 알차고 무엇보다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전시별 팜플릿이 좋다. 전시의 컨셉을 인쇄물에도 고스란히 표현한다. 아침 열 시부터 열어서 식사를 한 후 아침 배를 타고 넘어가면 딱이다. 예술관 앞마당에는 태극권을 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예술관 안에는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과 놀러나온 친구, 연인들이 있다. 오히려 관광객의 비율이 적다면 적은 것처럼 느꼈다. 북적이지 않아 전시실에서 마음껏 꾸물거리고 제공하는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인터랙티브로 요소를 설명하거나 직접 만져보고, 듣고, 고민해볼 수 있는 전시 구성이 잘 되어있어 무작정 하나의 작품을 오래 들여다볼 끈기가 없어도 전시를 나만의 방식으로 만끽할 수 있다. 중국 본토의 작품과 예술가도 상당히 많이 소개하지만, 미술관의 아랫층과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상설 전시는 거의 홍콩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꽉 차 있다. 그들이 펼친 해석 앞에서 도시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아. 층마다 강변으로 통창이 나 있어서 강변 경치 구경하기도 좋다. 예술관은 보란듯이 강변 쪽 창에 로컬 예술가가 작업한 각종 다양한 스툴과 의자를 놓아두었다.
혼자 가기 좋은 그 동네
이번 여행에 들렸던 곳 위주로 장소를 풀어보긴 했는데, 여기 말고도 홍콩에 갈 데는 엄청 많다. 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엄청 많다. 가장 좋은 점은 갈 곳과 즐길 곳에 대한 대단한 계획과 생각이 없이 무작정 걸어다니기만 해도 홍콩만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센트럴에서 조금만 걷다보면 셩완, 셩완에서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사이잉펀, 그런 식이다. 물론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니는 홍콩 사람들도 있지만, 홍콩은 어쩐지 삶의 기본값이 1인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거리를 혼자 걷는 사람들도 많고 밥을 혼자 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혼자 어딜 걷고 무언가를 먹을 때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 익명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이 무신경함을 즐긴다면 홍콩은 당신에게도 자꾸만 생각나는 여행지가 될 수 있을 테다.
무작정 걷고 무엇이든 누리길.
분명히 멋진 일은 일어난다.
추신. 그래서 지금 홍콩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면 가방에 여행용 어답터부터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엔 워낙 급하게 와버린 여행이라 어답터도 빼먹고 왔는데 호텔이 구제해줬다…….
- 카테고리
- #비문학
댓글 1
유연한 비버
홍콩이라는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진게 느껴졌어요. 그래서일까 보는 내내 가본 적도 없는 곳에 향수를 느꼈습니다. 좋은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