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you

[도윤이안] 경애하는 X

인간은 끝에 도달하여 문을 여는가.

Nebula by 소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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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요소 有

*앤오님 트윗의 서술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일부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서도윤, 봤지?"


어느 날 이안이 그렇게 물었다. 특별한 어조는 아니었다. 그는 재촉하지도, 답을 기대하지도, 따져 묻지도 않았다. 새파랗게 빛이 서린 듯한 은빛 눈동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어느 공예가에의 확신, 그리고 담담한 선고였다. 화려하고 섬세하면서도 단아한 면이 있는 이안의 얼굴이 고명한 명장의 작품처럼 차분했다. 혹은 무기질적이었을지도. 그는 거실의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찬란한 빛을 제 것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느 공예가의 잿빛 시야에는 그것이 선명히 보였다. 이상異常적으로.

깜박, 서도윤이 눈꺼풀을 여닫아 산란하는 빛의 잔재를 지워내려 했다. 그는 인내하고 참아내는 것에 일가견이 있었으므로 그 눈부신 빛조차 모르는 척 굴 수 있었다. 이안을 속이려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안에게 가능한 한 오래 들키지 않았으면 했다. 유리칼 대신 활을 들어 악보를 주무르는 그의 경이로운 연인은 그 본인이 천재인 만큼 서도윤의 천재성을 알아봤으니까. 그는 천재이기 때문에 서도윤의 변화를 모르는 척 하지 않을 것이다. 눈치 챈 이상 모르는 척 할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했다. 누구든 간에, 변화의 말미에 선 이를 보면 그 끝에 도달하기를 바라게 되지 않던가. 그것과 비슷했다. 가능성이 충분했고 능력도 있었다. 서도윤은 굳이 도달하고 싶지 않아 아이처럼 눈을 감았지만, 이안은 서도윤이 '그런 식으로' 도피하는 걸 원치 않았다. 서도윤을 연인으로 두기 이전에 이안은 언제나 서도윤의 정체성을 공예가로 두었다.

…하지만 꽤 전에 눈치 챈 것 같던데, 지금 선고하는 건 이안도 고민했기 때문이겠지. 서도윤은 마시던 커피를 침착하게 내려놓았다. 심장이 울렁였다. 기대감으로 울렁인다는 게 조금 끔찍했다. 그는 긴 숨을 들이마시고 흥분으로 떨리는 손을 차가운 테이블에 짓누르듯이 올려두었다. 떨림이 멎었다. 이안과 눈을 마주한 채, 서도윤이 인간으로서 마지막 호흡을 뱉었다.


"응."


그리고 인간 서도윤의 종결에 쐐기를 박았다.


"봤어."


그때 이안이 무슨 표정을 했더라? 이안에 대한 건 단 하나도 놓친 적 없음에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


그들은 마지막을 준비했다. 마지막이라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노력하여 일상을 나누는 게 다였다. 일상을 보내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겠냐마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애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안은 아예 서도윤의 집으로 거취를 옮겼다. 그곳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오케스트라로 출근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들었다. 오토를 산책시키는 데 한 손 거드는 것은 조금 버거워서 서도윤이 오토에게 하네스를 매어주면 이안은 장난감을 가져와 아델 앞에서 흔들었다. 꽤 평화로웠다. 마지막을 아는 만큼 더 열렬히 일상의 평화를 영위하려 했다. 이안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며 서도윤의 집 현관 복도에 서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기 위해 어지간한 방 만큼 넓게 튼 현관 복도는 깊게 울리는 바이올린의 음율을 우아하게 공명시켰다. 거실과 연결되는 중문을 밀어 연 서도윤이 그 자리에 앉아 이안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름다워, 이안. 진심이 흠뻑 묻어나는 그 말에 이안이 미소로 답례했다. 무엇이 그리 아름다운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 평화의 기간 동안 서도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일절 만지지 않았다. 어차피 죽도록 만지게 될 테니까 지금 만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평범한 어조가 말하는 죽음이 유독 세게 들렸는지 이안이 귓바퀴를 문질렀다. 서도윤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안은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각오를 굳힌 사람처럼 또렷이 빛나는 눈으로 서도윤을 쳐다보았다. 그 눈을 이길 수 없어, 서도윤은 무의미한 사과를 반복하는 대신 나 좀 도와줄래? 하고 물었다.

서도윤이 바란 도움은 별 거 없었다. 그는 부러 눈길조차 주지 않은 작업실에 들어가 오래 전부터 설치되어 있던 작품들을 떼어냈다. 마지막 작품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곳에서 이안이 하는 일은 바닥으로 하나 둘 내려서는 서도윤의 작품을 구경하는 것 정도였다. 아, 이거. 이안이 반가운 기색 가득한 목소리로 한 작품을 짚었다. 서도윤의 작업실에 걸린 '가장 완벽한 이안'이었다. 이안이 서도윤의 손에 의해 작품으로 재창조되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이 작업실에 걸린 작품이었다. 이안의 목소리에 잠시 시선을 내린 서도윤이 짧게 웃었다. 이안이 물었다. 지금도 이게 최고라고 생각해? 응, 지금은. 이거 공개되면 다들 놀라겠다, 슈테펜 로스가 그렇게 아끼던 작품이라는데 이름이 없잖아. 공개용 작품이 아니었으니까. '너'에게 따로 이름을 붙이고 싶지도 않았고…. 있잖아, 슈. 왜? …네 마지막 작품에 내가 이름 붙여도 돼? 서도윤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환하게 웃었다. 그는 빛을 닮은 미소를 머금으며, "응, 부탁해." 하고 속삭였다. 이안은 그 미소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들의 일상이 끝물에 도달한 어느 하루, 이안은 서도윤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그는 자세를 고쳐 잡으려 몇 번 뒤척이다 웃음을 터뜨렸다. 근육 때문에 딱딱해, 슈티. 장난스러움이 섞인 타박에 서도윤이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담요라도 덧대어줄까?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딱딱한 게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서도윤은 엷은 미소를 그리고는 이안의 부드러운 흑발을 조심스레 쓸어넘겼다. 이안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늘어진 그가 제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을 붙잡았다. 서도윤은 당연하다는 듯 잡혀주었다. 잔흉터가 많은 그 손을 꾹꾹 누르며 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질문했다.


"어떤 작품 만들지 생각해봤어?"


응, 서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실금 같은 흉터를 손끝으로 훑었다. 뼈대가 굵어 단단한 손가락과, 보통 사람보다 조금 뜨거운 체온과, 손가락을 얽으면 당연하다는 듯 깍지 껴주는 그 다정함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손톱을 엄지로 문지른 이안이 다시 물었다. 어떤 건지 말해줄 수 있어? 이안 답지 않게 소극적인 질문이었으나 서도윤은 이안의 조심스러움을 이해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였다.


"빛."


서로 깍지 낀 손이 단단했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얽매임에 이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대되네, 분명 멋있을 거야. 그들은 몇 번의 대화를 더 하고서 혼자 잠들기엔 넉넉하지만 둘이서 자기엔 좁은 소파에 뒤엉켜 잠들었다. 이불 대신 담요를 덮은 채 가죽의 삐걱임 하나 들리지 않는 소파에서 취한 낮잠은 꽤 안락했다. 둥둥, 익숙해져버린 서로의 심장소리가 자장가가 되어주었다.


*


아침을 먹었다. 500ml짜리 생수통을 가득 챙겨 작업실에 옮겨두었다. 생수만 마시게? 걱정이 조금 배인 물음에 서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 뭐가 남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다른 맛이 입 안에 감도는 것도 원치 않고. 이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서도윤이 생수를 옮기는 것을 조금 돕다가 자기 몫의 이불과 베개 따위를 가져왔다. 계속 여기 있으려고? 응. 바이올린 연습은…. 됐어, 너를 두고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설핏 로맨틱하게 들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서도윤은 첨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쪽이 좋을거야. 소파 옮겨줄까? 응,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니까. 서도윤은 거실에 있던 소파를 옮겼다. 이안은 그곳에 앉아 서도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게 마지막이겠지. 그리 생각하니 숨이 울렁거렸다. 어깨를 덮은 이불을 꽉 움켜쥐고 숨을 골랐다. 오토 산책은? 현관문 열어두면 돼. 마당 뛰어다니면서 놀 거야.

준비를 마쳤다. 오전 9시, 서도윤은 다시는 보지 못할 이안을 오래 응시했다.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양 뺨을 물들이며 녹아내리는 눈꽃처럼 웃은 서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할게.


*


천재란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정상성을 벗어난 인간이다. 재능이란 인간에게 주어져 인간의 정상성을 넘어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하늘이 내린 재능gift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인간의 몸에 종속된 것이기에, 그것을 오롯이 발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결코 살아서 끝에 도달할 수 없다. 그 문을 열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탐내어서는 안 되는 것을 탐낸 인간은 죽는다. 그 끝에 도달하기에 죽고, 죽어야만 도달할 수 있다. 허락되지 않은 것, 금기, 진리, 태초이자 종말, 모든 것의 근원. 인간은 자신의 탄생을 기억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할 수 없다. 모든 인류는 최초의 인간을 모르고 마지막 인간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필멸하는 인간이 무한의 문을 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평범성이다. 죽음, 차갑고 시린 죽음만이 문을 열지 못하고 패퇴한 그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러나 묻노니, 제게 주어진 선물gift과 제 생명을 장작 삼아 그 몸을 불태워 끝내 문을 열어버린 이는 무엇이 되는가.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산물은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빛에 닿는가.


*


서도윤의 손이 움직였다. 넓고 거대한 유리 앞에 무릎 꿇고 유리칼을 들었다. 도안은 없었다. 서도윤의 머릿속에 '그것'이 있었으므로 불필요했다. 단단한 손이 마치 신 들린 것처럼 유리 위를 가로질렀다. 끼리릭, 새된 소리를 흘리며 유리가 끊어졌다. 플라이어가 실금을 물어 유리가 떨어져나갔다. 잘라낸 모양새가 서도윤이 그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손을 두 번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군더더기 없이 이뤄냈다. 도안도 밑그림도 없는 주제에 잘라낸 유리를 배열한 순간, 모든 것이 명확히 제자리를 찾아간 듯 보였다. 기예를 넘어 신기에 가까운 감각. 순식간에 수십 개의 유리조각이 만들어지고 그 위로 다시 새 유리가 놓였다. 넓고 거대한 함 안에 조각난 유리가 차곡차곡 쌓였다. 번호가 붙지 않은 유리조각들은 모양이 전부 비슷비슷해 서도윤이 아니라면 반드시 조립에서 실수가 나올 터였다. 서도윤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한정적인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안다는 듯 서도윤은 쉬지 않고 손을 놀렸다.

자르고, 다시 자르고, 또 잘랐다. 시작할 때부터 켜두었던 형광등이 어느 새 방 안을 환히 밝혔다. 벌써 저녁이 됐구나. 이안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생수는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뒤늦게 허기가 밀려왔기에 이안은 미리 챙겨온 핑거푸드를 입에 넣었다. 서도윤이 만든 것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안의 입맛에 잘 맞는 간식거리는 그 신선도를 위해 양이 많지 않았다. 모레부터는 내가 요리를 해서 먹어야겠어. 이안은 서도윤이 키트처럼 분류해 포장해둔 식재료들을 떠올렸다. 냉장고를 싸그리 정리해 순서대로 착착 넣어둔 식재료 키트는 분명 혼자 요리하게 될 이안을 위한 것이었다. 그곳에 서도윤의 것은 없었다. 모든 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안을 위한 것들뿐이었다.

잠깐 잠에 들었다. 이안은 소파에 누워 눈꺼풀을 깜박거렸다. 졸음이 미미하게 남은 시야에 서도윤이 담겼다. 그는 여전히 유리를 자르고 있었다. 거대한 바닥 한 켠에는 뚜껑이 열린 생수병이 있었다. 한 모금 정도 줄어들었나. 낯선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잘 수는 없겠지만 이안은 서도윤이 완성할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과정과 끝을 보고 싶었다. 보아야만 했다. 잘각, 잘각, 유리 소리가 났다. 탄탄한 근육에 휘감긴 팔이 거대한 유리를 잘라냈다. 움직임이 섬세함보다 예리함에 가까웠다. 이안은 잠시 눈을 감고 서도윤의 손을 떠올렸다. 그 체온과, 손가락의 모양새와, 이제는 당연하게까지 느껴지는 상냥함도. 슈티프, 입모양으로 작게 달싹여보았다. 서도윤은 돌아보지 않았다. 무섭게 집중한 눈이 기이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이미 시작했으니 되돌릴 수 없었다. 이안은 불현듯 속에서부터 치받고 올라오는 후회를 이성으로 꾹 내리눌렀다. 무용한 후회였다. 당장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안은 서도윤에게 물을 것이다. "서도윤, 봤지?" 그리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겠지.

차이안은 연인 서도윤도, 공예가 서도윤도 놓칠 수 없었다. 그 모든 게 차이안의 서도윤이었으니까.

이안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이 꽤 밝았다. 몇 시지? 서도윤의 작업실에는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려면 다른 게 필요했다. 이안이 택한 건 72퍼센트의 배터리가 남은 핸드폰이었다. 오전 7시. 거의 하루가 꼬박 지나갔다. 서도윤은 여전히 유리를 자르고 있었다. 이안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가 금방 납득했다. 서도윤이 특기로 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했다. 유리 자르는 데는 얼마나 더 걸릴까. 그것을 다듬는 데는, 테이프를 감는 데는, 납뗌을 하는 데는. 이안은 생존의 333법칙을 떠올렸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 서도윤은 한 달 남짓한 시간 안에 완성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작품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죽을 것이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이안은 서도윤이 완성하길 바랐다. 문을 열고 끝에 도달하기를 기원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도달해. 끝을 봐. 문을 열어서 빛에 닿아. 완전히 비어 바닥을 나뒹구는 생수통 하나를 보며 그렇게 바랐다.


*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서도윤이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생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발악이 그의 대뇌에서 짧게 번득였다. 그에 응하면 집중력이 무너질 것이다. 서도윤은 본능적으로 물음을 무시했다. 답을 듣지 못한 물음이 스러졌다.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손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강하고 지독한 냄새가 났다. 너무 익숙해서 독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데웠다. 아니, 햇살인가? 눈이 부셨다. 모조리 들어낸 통창으로 빛이 들어왔다. 납이 녹아내리며 독한 연기를 뿜었다. 서도윤은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느꼈다. 오른손이 움직여 납을 녹인다. 당연하다는 듯 왼손이 유리를 집는다. 잘라내고 갈아내고 동테이프를 감아낸 유리가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적확한 위치에 놓였다. 서도윤이 그 위로 납을 떨어뜨렸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겨운데 손은 떨림 하나 없이 제 일을 했다. 유리가 붙는다. 모양이 갖춰진다. 들어낸 통창의 빈 틀에 무릎 꿇고 앉아 서도윤은 유리조각을 접붙였다. 여느 장인들이 하는 것처럼 조각들을 맞추어 완성작을 가늠해 본다거나, 부분부분 붙인 큰 덩어리를 서로 연결한다거나 하는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다. 성실하고 착실하게 아래에서부터 쌓아올린다. 미리보기 따윈 없다. 이미 그는 작품의 완성 가운데에 있었다. 마지막 조각을 붙인 순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게 될 것이다. 도안도 없고 조각을 미리 배치해보지도 않았으니 서도윤 본인조차 완성품을 가늠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온전하게 끄집어내기 위한,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그 죽음이 무의미해질 완성이었다.

몸이 무거웠다. 식은땀이 났다. 허기를 느낀 지 꽤 된 뱃속이 잠잠했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어지러운가? 서도윤은 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으면 움직일 수 있다. 움직였다. 마지막 단계였다. 제대로 완성하고 싶었다. 무릎 꿇은 허벅지 위로 높이가 조금 생긴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스며들었다. 혼몽한 머리가 황홀감을 느꼈다. 빛, 빛, 눈부시고 찬란하다. 나를 집어 삼켜도 좋았다. 그는 빛에 제 생을 불태울 수 있었다.

녹이고, 붙이고, 다시 녹였다가 붙였다. 현기증이 일었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다가 창틀을 붙잡고 버텼다.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어지러워. 머리를 한 차례 흔들고 다시 움직였다. 발끝에 무언가 채였다. 확인하지 않았다. 유리조각을 들고 해야 하는 일을 했다. 작품이 완성에 다가갈수록 머리가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녹아내렸다.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은데 눈을 홀리는 빛이 아름다워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냄새도 멀었다. 빛무리만이 환상처럼 자신을 적셨다. 아, 환각인가? 손을 뻗어 빛을 만졌다고 생각했는데 제 손은 유리조각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 조각을 잠시 바라봤다가 제 위치에 세웠다. 움직여야지. 완성해야지. 내 '빛'을…….

이성이 죽었다. 본능이 죽었다. 이성, 이지, 자아, 그 모든 것이 빛에 녹아 사라졌다. 껍질 같은 몸뚱이에 남은 것은 의지라기엔 진득했고 갈망이라기엔 무감했다. 그저 홀린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그것이 저를 태우고 부수는지도 모른 채 오직 닿고 싶다는 바람만으로 관성에 가깝게 손을 놀렸다. 쌓는다, 쌓는다, 쌓는다…. 빛이 색색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해가 높아졌나? 길어진 빛 그림자를 보며 생각했다. 아, 아니군, 스테인드글라스가 높은 것뿐이었어…….

그가 움직인다. 죽음―신성―을 향해 내달리는 신도와 같이.

그런 그를 지켜보며, 이안은 숨을 죽였다. 그의 발치에 채여 뒹구는 빈 생수병과 점점 죽어가는 그를 보았다. 그는 죽어가는데 도리어 작품은 완성되어갔다. 마치 그의 생기를 빼앗는 것처럼 보다 아름다운 빛으로 색으로 작품으로 피어났다. 목이 아팠다. 젖은 숨이 기도를 틀어막아 호흡이 어려웠다. 이안은 부러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어지러운 속을 달랬다. 서도윤의 천재성을 알기에 오는 흥분과 전율이 있었다. 동시에 그의 죽음을 누구보다 실감하기에 헤아릴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이것은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웅대한 자살이었다. 이안의 은빛 눈동자가 긴 죽음의 끄트머리에 도달한 서도윤을 응시했다. 지난 3주가 길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제발, 이안이 속으로 빌었다. 무엇을 비는지 그 본인도 확신할 수 없었다.


*


마지막 조각이 손에 들렸다. 빛이 제자리에 들어갔다. 퍼즐처럼 맞아떨어진다. 쾌감은 없었다. 즐거움도 없었다. 더 이상 할 게 없어. 서도윤의 손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아, 서도윤이 추락하듯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졌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던 사다리가 쓰러지고 온전한 작품이 드러났다. 빛, 빛, 쏟아지는 빛이 아렸다. 내내 어둡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환해진걸까. 그는 그제야 동이 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 떠오른 햇빛이 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눈부시게 물들였다. 유리를 투과하며 색색이 물든 빛이 서도윤을 꿰뚫듯 적셨다. 황홀했다. 홀렸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빛을 구원처럼 쳐다보았다. 빛, 나의……. 시야가 어지러웠다. 신체가 녹아사라진다. 감각이 끊어지고 망막에 쏟아지는 빛만이 남았다. 오직 빛만이. 빛이 저를 뚫었다. 달았다. 녹아 섞인다.

아, 빛이…….

빛이 나를 삼킨다.


*


서도윤의 몸이 허물어졌다. 그 찰나, 이안은 고개를 숙여 작업실 문에 이마를 처박았다. 호흡이 정리되지 않았다. 숨이 떨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신이 떨리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 본능이 속삭였다. 도망쳐야 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나 차이안은 그대로 문을 열어 작업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대신 엉망으로 흐트러진 숨을 골랐다. 머리 한 구석이 먹먹했다. 봐야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차이안이 보아야 했다.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잖아. 이안이 스스로를 다잡듯 기억을 곱씹었다. 보고 싶었다. 보아야 했다. 볼 수 없었다. '저것'은 서도윤의 마침표이자 최후의 작품이었으나, 동시에 서도윤을 앗아간 유작이었다. 볼 수 없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도망치고 싶어. 이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숨을 다잡고 '서도윤'을 마주보기 위해서.

시야에 서도윤이 걸렸다. 형편없이 무너진 육체, 움직이지 않는 어깨, 죽음이 마치 작품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이안은 넓은 작업실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서도윤'과의 거리가 줄어들수록 서도윤의 죽음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뺨을 데우는 빛이 아팠다. 이안은 부러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스러진 육체에 손을 올렸다. 아직 따뜻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임을 알지만 이안은 고개를 숙여 서도윤의 심장께에 귀를 댔다. 그는 자장가처럼 들리던 박동을 알았다. 소리에 예민한 그조차 자장가 삼을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이 되어버린 평온의 소리를 알았다. 체내를 따뜻하게 울리던 그 고동소리를 지금이라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기억을 부정하듯 간절히 댄 귀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박동도, 숨소리도, …다정한 목소리조차.

이안은 좀 더 깊이 고개를 묻었다가 그럼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가 못 듣는 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요가 그에게 선고를 내렸다. 그 무엇보다 조용한 확인사살에 이안은 서도윤의 옷을 꽉 붙들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고개만 움직여 '빛'을 바라봤다. 서도윤의 단말마가 된 작품. 서도윤의 죽음이자 생, 끝이자 시작이며, 나아가 빛 그 자체인 작품이 그곳에 있었다.

손의 떨림이 멎었다. 숨이 절로 멈추었다. 확장된 동공으로 작품을 맞이한 이안은 제 뺨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을 인지할 수 없었다. 신음 같은 소리가 목을 비집고 나왔다.


"너는 정말 최악의 공예가야."


그것은 너무 아름다워서 기괴했다. 두려웠다. 이안은 눈꺼풀을 감아 도피했다. 저 '서도윤'은 무서웠다. 그 역시 이질적인 천재성을 가졌기에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인간이 보아선 안 되는 것이다. 보기 싫어. 그렇게 생각한 이안이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 그의 눈이 향한 곳은 허물어진 서도윤이었다. 미처 눈을 감지 못한 그의 연인이 소리 없이 누워 있었다. 점차 식어가는 그에게 집중하며 이안은 천천히 각오를 다졌다. 그의 눈을 감겨주고, 그의 마지막 온기에 모든 신경을 쏟으며, 언젠가 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이 옅게 떨렸다. 무섭다, 두렵다. 제 안에 남아 있는 서도윤이 그렇게 많은데, 저 작품이 그것을 모두 먹어치우는 것 같았다. 찰나 본 게 다였음에도 그 선명한 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것은 무의미했다. 오직 그 상만이, 그 빛만이 선명했다.

지금까지 서도윤은 그에게 다 져주었다. 감히 이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처럼 이안을 위했다. 서도윤의 중심은 이안이었고 이안은 그런 서도윤만 알았다. 그러나 저 작품은 달랐다. '서도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서도윤이 모든 것을 쏟아내 만든 작품인 주제에 자신을 이기려 들었다. 제 안에 남은 서도윤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저만이 남으려 한다. 이안은 그것이 싫었다. 너무 싫고 괘씸하고 끔찍해서, 그는, 차이안은…….

그래도 1초라도 작품을 눈에 담아줬으니까, 도윤이에 대한 도리는 다 한 거야….

다 잃어버리기 전에 움직였다. '나'를 이루는 모든 기호와 추억을 집어삼키는 작품이 제 안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전에. 차이안을 이루는 모든 것은 천재로서의 드높은 자존심과 서도윤의 연인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안은 그 작품에게 저를 넘겨주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침범 당하기 전에 자신을 지키기로 했다.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억지로 중단해 달려갔다. 경기장을 벗어나, 그의 서도윤이 있는 곳으로.


*

슈테펜 로스가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차이안이 사망했다.

그의 자살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으나, 끝내 명확한 자살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


이름을 지어줘야지.

이안은 펜을 들었다. 제 허벅지 위에 서도윤의 머리를 올려두고 굴러다니는 펜 하나를 쥐었다. 이름을 적을 종이는 서도윤의 주머니를 뒤져 찾아냈다. 조금 구겨져 있었으나 긴 이름을 쓰지 않을 것이니 괜찮았다. 이안은 종이를 바닥에 대고 펜 뚜껑을 열었다. 매끄럽게 잉크를 흘려보내는 펜이 망설임 없이 종이를 채웠다.

작품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름은 정해져 있었다.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전에 물었을 땐 빛을 만들 거라고 했으면서. 짧게 눈에 담았으나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차이안. 그것은 차이안이었다.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단 한 번도 저것이 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누가 봐도 차이안이었다. 바보, 이안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슥슥 펜을 움직여 이름을 적은 이안이 그 종이를 스테인드글라스 밑으로 쭉 밀었다. 마찰력이 꽤 있는 재질이라면 고생했겠지만, 카드 같이 매끄러운 질감의 종이는 작업실 바닥을 가로질러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 멈추었다. 시야 귀퉁이로라도 작품을 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이안이 다시 서도윤을 보았다. 눈을 감은 얼굴이 평화로워 보여 희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바보. 이안이 다시 중얼거렸다. 나한테 작명을 맡기면 안 됐어. 저건 '차이안'이 되지 않을 거야.

너를 삼키고, 너를 죽이고, 네가 만들어내고, 너의 빛 그 자체인 저 작품의 이름은 이미 정해졌어. 마음에 안 들면 살아 돌아와. 이안이 서도윤의 양 뺨을 감싸쥐고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평소만큼 따뜻하진 않지만 아주 차갑거나 역겹지도 않았다. 좋아, 이거면 충분해. 이안은 그렇게 되새기며 핸드폰을 들었다.

곧,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


슈테펜 로스가 유작을 남겼다.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슈테펜 로스의 본가에 있었는데, 다른 작품들이 다 전시관으로 옮겨졌음에도 그것만큼은 오래도록 제 자리를 지켰다. 이유는 단순하고도 복잡했다. 옮기는 데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사이즈와 무게도 무게였으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겠다 나서는 인력이 점점 줄어드는 데 있었다. 사람들은 그 작품을 두고 사람을 잡아먹는 작품이라 평했다. 예술을 논하는 많은 평론가들도 슈테펜 로스의 유작에 말을 얹는 걸 은근히 꺼려할 정도였다. 작품을 두고 흉흉한 사건이 많으니 모두가 조심스러웠다.

슈테펜 로스의 유작이 발견된 첫날, 그것을 처음 발견한 구급 대원이 그 자리에서 미쳤다. 그는 맥락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했고, 기억을 잃었다가, 끝내 벽에 머리를 박아 자살했다. 그에 놀란 동료가 뛰어 들어왔다가 그 작품을 보고 같은 증상을 보였다. 그렇게 다섯 명이 미치거나 자살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천재 공예가의 유작! 좋은 흥밋거리가 될 뻔했으나 단순한 도시괴담이 아니었기에 문제였다.

작품을 보고 미친 이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그곳에 빛이 있습니다." 그 작품은 사람을 홀리고 미치게 만들었다. 겨우 창에서 작품을 떼어낸 뒤 전시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옮기던 인부들 몇이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기억을 잃었다. 그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십수 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정신질환자를 만들어낸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하에 커튼으로 가려져 전시관에 설치되는 데 성공했으나, 그것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슈테펜 로스의 작품만을 모아둔 전시관의 가장 안쪽에 있는 그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연달아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사건사고를 감당하지 못한 전시관 측은 끝내 작품을 내렸다. 다만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전시관 홀의 바닥에 설치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홀을 차지해 관람객을 제일 처음 맞이하는 그것은 슈테펜 로스의 작품 중 유일하게 바닥에 설치된 작품이 되었다. 그 작품이 빛을 보면 사람들이 미치기에 빛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홀을 꽉 채우는 그 넓이에 감탄하며 실제 사망자를 만들어낸 유명한 작품을 굽어보았다. 아, 이게 그것이군요? 슈테펜 로스의 유작. 예,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작품입니다. 슈테펜 로스의 본가 작업실에 걸려 있던 유일한 작품이자, 그가 만들어낸 작품 중 가장 거대하며 가장 미적 가치가 높다고 평해진 작품이죠. 작품명은 그가 지었나요? 글쎄요,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 있던 종이에 작품명이 쓰여 있긴 했는데, 필체가 슈테펜 로스의 것이 아니었거든요. 자, 여기 보시죠. 이게 그 종이입니다.


"아, '서도윤'!"


독어, 영어, 한국어로 다 쓰여 있군요? 예, 슈테펜 로스는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으니 특별히 의심스러울 작품명도 아니죠. 다만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어떤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방도가 없습니다. 슈테펜 로스는 사망했고, 이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도 확신할 수 없으니 말이죠. 아, 그것 참 아쉬운 일이겠어요. 이름의 의미가 밝혀진다면 굉장할 텐데요. 관람객이 웃었다. 작품을 설명해주던 이는 따라서 짧게 웃고는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다. 자, 이곳을 보시죠. 이 작품은…….

'서도윤'을 둘러싼 세간의 소문은 다양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에 확답을 줄 수는 없으리라. 작품을 만든 이는 옛적에 문을 열었고, 작품에 이름 붙인 이 역시 제작자의 곁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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