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쿠키!
일반
달큰한 냄새가 주방에서 넘어오고, 거실에는 기타 조율 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흠, 하는 느긋한 허밍 소리가 듣기 좋아서 A는 하던 것을 멈추고 잠시 거실 쪽을 돌아본다. 짧은 코드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반복하며 기타를 조율하는 B는 정말…, 예뻤다.
평소 연주하는 기타와 달리 잔잔하게 울리는 통기타 소리가 어색한 탓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탓인지. 조율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덕분에 A는 아이싱을 제대로 굳힐 수 있었다.
“B! 다 됐어!”
A는 아기자기한 접시와 잔에 쿠키와 우유를 담고 거실로 나간다. 반죽과 크림으로 엉망이 된 앞치마를 벗어놓고 B 옆에 앉는다. B는 기타를 옆에 내려놓고 A가 한참을 정성 들여 구운 쿠키와 그 위에 예쁘게 장식된 아이싱을 본다.
“아아, 정말 귀엽다….”
B를 위해 직접 그린 아이싱인 만큼, 귀여운 것들이 잔뜩 올라가 있는 쿠키를 보고 B는 곧바로 녹아내린다. 날카롭던 표정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듯이, 흐물흐물해진 B의 표정을 보고 A는 본인의 손재주는 이날을 위해 길러져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한다. 귀여워서 못 먹겠다는 말에 다음엔 머핀을 구워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B는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아까 흥얼거린 노래, 뭐였어?”
“음? 아…, 잠시. 들려줄게.”
쿠키 가루가 묻은 손을 닦고 B는 다시 기타를 잡는다. B의 손가락 기타의 줄 위를 이리저리 짚는다. 약간의 허밍 뒤에 잔잔한 반주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B는 기타와 함께 노래를 시작했다. 밝은 멜로디가 느린 박자를 타고 진행된다. 빠르고 힘 있는 노래를 통기타와 어울리도록 어쿠스틱하게 편곡한 것 같은 노래였다.
- 서툰 러브송이 내 입가에 맴돌아-,
목소리를 키우지 않기 위해 고음으로 갈수록 가성이 섞인다. 먹고 있는 쿠키만큼이나 달콤한 목소리다.
- 너를 위해, 노래할래-.
B의 노랫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A는 잠시 쿠키를 먹던 것도 잊고 그 목소리에 집중한다. 천천히 흐르는 음악과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 B는 살짝 눈을 감은 채, 기타 소리만큼이나 은은한 미소로 노래한다. 노래가 끝나갈 때쯤, B는 마지막 코드를 잡으며 노래를 멈췄다. 천천히 눈을 뜬 B는 본인을 빤히 바라보는 A를 발견한다.
“정말 좋았어….”
기타 치는 B의 얼굴…, 정말 좋았어. 물론 노래도 좋았고. A는 튀어 나갈 뻔 한 본심을 애써 눌러 담았다.
“그, 그래? 다행이다.”
젠장, 너무 귀엽잖아. B 역시 붉어진 뺨과 제 생각을 황급히 숨긴다. 딩. 머쓱한 것일지, 평화로운 것일지. 잠시간 둘 사이 정적을 뚫고 B가 다시 기타를 친다. 한 곡 더 들을래? 응,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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