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에

전력 《가족의 행복》

끄적끄적 by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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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 ★★★ 


 

“우나 잔다.”

 큰 달님이 말했다.

 “우노도.”

 작은 달님도 말했다.

 “오늘은 뭐 할까?”

 큰 달이 작은 달에게 팔을 벌리고 이리 와, 손짓했다. 우로가 눈을 접으며 여울에게 안겼다. 우로는 여울의 목에 팔을 감고, 여울은 우로의 등과 다리를 받쳤다.

 “문 열기!”

 밤을 담은 두 쌍의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휘며 웃음을 띠었다.

 “우나한테는 비밀이야.”

 “응.”

 키득거리며 부자(父子)는 비밀스러운 밤 산책을 나섰다.


***

 능력이 된다 한들, 수장이라 한들 천계의 문을 함부로 열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여울은 안 들키면 그만, 들키면 차기 달의 수장 교육이라 둘러대면 그만. 한마디로, 만사태평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우로는 그런 여울을 쏙 빼닮았다. 그러기에 둘은 때때로 몰래 문을 열곤 했다. 우로는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는 것이 좋았다.

 사아아-
 달의 윤곽이 선명한 원으로 떠올랐다. 여울의 발을 따라 연못 위에 하얀 선이 그어지고 이어지며 문(門) 자가 그려졌다. 작은 달은 짝짝짝, 손뼉을 마주쳤다.

 연못에 발을 디딘 우로는 문 위를 걷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집 앞의 연못으로 이어졌다. 자는 우나와 우노의 모습을 보았다. 달빛은 세상 모르게 잠든 둘을 감쌌지만, 눈은 비추지 않아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 우로는 장난스럽게 웃곤 여울이 있는 연못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손을 뻗었다. 

 "잘 있지?"

 여울이 우로의 손을 붙잡고 안아올렸다. 우로는 응, 고개를 끄덕이고 해금을 꺼내들었다. 작은 달이 눈을 마주치자 큰 달도 해금을 꺼냈다.

 달밤의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

달이 거의 넘어갈 즈음, 두 개의 달은 집으로 돌아왔다.

"으음-. 여울이? 우로?"

문지방을 넘는 기척을 느끼고 우나가 뒤척였다.

"다녀왔어."

 여울이 우나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우나는 여울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손을 휘적이며 우로를 찾았다.

 "우로 잡았다!"

 우나에게 붙잡힌 우로는 품에 쏙 들어갔다. 우나는 우로의 머리도 몇 번 쓰다듬더니 다시 잠들었다. 우노는 둘이 돌아온 줄도 모른채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우로는 그런 우노를 토닥이는 여울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여울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찡긋했다. 우로도 쉿, 하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어느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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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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