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귤차
예레미야는 어느 날 불쑥 사랑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사랑하지 않았다, 는 뜻이 아니다. 우리 결혼할 거잖아요. 네, 나도 사랑해요. ……이제 결혼하는 거죠? ……당장 부정하지 않았을 뿐, 정말 수락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언약을 처음 들은 이후 꼬박 5년. 매일 아침 같은 공간, 한 침대에서 눈 뜬 후 가장 처음 마주 보는 상대의 바람을
예레미야는 드물게 진지하게 고민했다. 농담이 아닌 건가? “왜 멀쩡히 졸업하는 사람더러 졸업하지 말래?” 이라즈가 종일 읊던 말을 새삼스럽게 인용하는 동안에는 슬쩍 헛웃음이 섞이기도 했으나 이라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급하시라고 했잖습니까. 교내에서 참지 마시라고 몇 번이나……” 평소 이라즈와는 길게 말을 주고받는 게 습관인 까닭에 도중에
1. 영속하지 못할 자, 그는 설원에서 죽었다. 아리엘 노르니르 크란츠벨룸 휘하 15인의 기사단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요란한 충정치고 조급하게도. 따라서 그는 서약을 지키지 못한 자였으되, 서약을 잊은 적은 없었다. 2. 예전에. 예레미야는 어린 시절, 숲 밖으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온갖 호사 흔하게 소식으로 들려오도록 높은 데서
예레미야는 알마게스트가 만들어낸 공간을 찬찬히 눈으로 익혔다. 본디 한 번 행차한 길은 까먹지 않고, 머릿속으로 대번에 지도를 만들어내는 까닭에 눈으로 훑은 시간 느긋한들 알아야 할 내용을 부족하게 이해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천천히, 눈으로 광경을 새겨두려는 과정은 일종의 의식에 가까웠다. 전기 왕국 시기 건축되었으니 최소 400년 전, 혹은 그보
𝐓𝐡𝐞 𝐉𝐮𝐝𝐠𝐦𝐞𝐧𝐭 : 가시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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