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이후 “안개가 걷혀서 다행이야.” 휠체어를 천천히 끌며 그는 나직하게 말을 꺼낸다. 요 며칠 사이 요마의 안개가 모르도나 전역을 뒤덮어 한동안 외출이 금지되었으니까.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도 남았을 테지만, 아직 균형을 유지한 채로 오랫동안 서 있거나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거동에 신경 써야 하는 상태였다. 내 크고 작은 안
‘삼 년 남의 집 살고 주인 성 묻는다’의 북한 속담. 삼 년 동안이나 한집에서 살면서 주인 성을 몰라서 묻는다는 뜻으로,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전혀 무관심한 사람이 어쩌다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 친구.” 요마의 안개가 걷힌 모르도나의 밤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환했다. 뱅쇼 한 잔을 들고 로웨나 기념회관 테라스로 나
“그라하, 자?” 모험가가 문을 가볍게 노크했지만 내부는 조용했다. 노크를 두세 번 더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그대로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음에도 방의 주인이 일어난 기척이 없다. 조용히 등 뒤로 문을 닫은 뒤 모험가는 소리 죽인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는 여전히 곤히 잠든 채였다. 노크 소리, 방을 열고 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