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라비니아는 그날도, 그날의 꿈을 꾸고 있다. 행복한 때를 잘라 분리하는 것처럼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이제는 너무 멀어져 버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때를. 처음 만난 날. 파우스트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알렉은 그런 파우스트의 비밀을 함께 끌어안아 주었다. 알렉은 이상한 아이였다. 상냥하고, 강인하며, 누구보다도 용감하지만 순수하기도
처음 꽃을 입에서 토한 날도 곁에 알렉이 있었다. 입에서부터 쏟아져나온 파란색의 꽃잎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색을 하고 있었다. 알렉은 당황하면서도 파우스트의 등을 토닥여주었고, 파우스트는 한참을 입에서 꽃을 내뱉었다. 알렉은 놀라서 도망가거나 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파우스트의 곁에 있어 주었다. 욱신거리는 고통을 속이는 것처럼 파우스트는 꽃을 토해냈다.
정찰, 이라는 핑계를 덧붙인 산책을 다녀왔다. 알렉이 함께 나가자며 파우스트를 끌고 나갔다. 파우스트는 내일 진군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알렉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최근 파우스트가 무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선의를 거부하기도 좀 그렇고… 파우스트는 알렉과 함께 초소 밖으로 나갔다. “
밤이라고 말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새벽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이른 애매한 시각. 아키라는 눈을 떴다. 잠자리가 특히 안 좋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가끔 이유도 모를 이유로 잠에 깨고는 했고, 조금 산책하다 보면 금세 잠들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아키라는 남몰래 이곳저곳을 탐험한다. 저번에 1층에 내려갔을 때는 잠들지 못하는 미스라가 복도에 누워있어
파우스트는 침대에 무거운 몸을 눕혔다. 파우스트는 항상 그와 함께한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그릇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증오와 원망으로, 눈을 감고 있을 때는 달콤한 꿈의 사랑으로. 오늘도, 또, 마찬가지였다. 이 꿈의 끝은 언제나 숨통을 죄어오는 불꽃이더라도 파우스트는 그와 함께 행복한 듯 웃는다. 알렉은 손이 많이 가는 소꿉친구였다. 덤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