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
알렉파우
정찰, 이라는 핑계를 덧붙인 산책을 다녀왔다. 알렉이 함께 나가자며 파우스트를 끌고 나갔다. 파우스트는 내일 진군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알렉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최근 파우스트가 무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선의를 거부하기도 좀 그렇고… 파우스트는 알렉과 함께 초소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날이 춥네.”
알렉이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최근은 쌀쌀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추위라면 보온을 위해 마법을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알렉은, 추위를 타자? 파우스트가 고민하기 시작하자 알렉이 “그런 거 아냐”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어째서? 파우스트는 가끔 표정에 전부 보인다. 알렉은 웃으며 파우스트의 손을 잡았다.
산책을 하면서 특이사항은 없었다. 가벼운 말을 나누며 풍경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그건 파우스트의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맑은 기분이 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차분해지고, 그리고 조금 부끄럽다… 알렉의 천막까지 이렇게나 가깝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헤어질 때가 됐다. 이 나이 먹고 혼자 밤을 보낼 수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알렉도, 파우스트도,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책임져야 할 직책이 있는… 하나의……
엮었던 손이 툭 떨어진다.
“이만 들어가서 자, 알렉. 내일 또 보자.”
알렉은 놓아진 손끝을 스스로 만지작거리며 파우스트를 바라보았다. 이 표정을 알고 있다. 알렉이 주로 이상하고 엉뚱한 짓을 할 때에 하는 얼굴이다. 파우스트가 곤란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안 된다고 말하는 것보다 알렉이 입을 여는 것이 빨랐다.
“저기, 파우스트. 오늘 밤 함께 자자.”
“함께라니……”
파우스트는, 조금, 알렉에게 무르다. 가까운 거리에서,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조르듯 말하면 곤란하다. 말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주고 싶어지니까.
“추우니까 어쩔 수 없어.”
그렇지? 하고, 알렉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그럴싸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파우스트는 하는 수 없이 알렉의 곁에 누웠다. 알렉은 항상 거리낌 없이 포옹한다. 파우스트도 망설이지 않고 알렉을 끌어안았다.
인간과 마법사는 다르다. 여러 가지가 다르지만, 이렇게 끌어안으면 똑같이 심장이 뛴다는 것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전부 이렇게 따스하다. 알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따뜻하면… 여름에는 고생이겠지. 파우스트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그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심야가 넘어갈 때 즈음.
탁, 하고 촛불에 불을 붙였다. 알렉은 금방 잠들어 무방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잠깐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들여다보고선 웃었다.
밤의 고요는 싫어하지 않았다. 밤에 조용한 것은 평화를 뜻한다. 최근 이어진 연승으로 상황이 안정되었다. 마력의 소모가 심해서 땅을 기었던 것 며칠 전의 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망을 보는 사람은 있겠지만, 불안에 떨며 잠들 정도는 아니다. 파우스트는 만일을 위해 밖을 한 번 둘러보고, 다들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한 뒤에 알렉이 있는 천막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공기를 쐬고 온 탓에, 조금 추위가 느껴졌다. 파우스트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알렉의 품에 파고들었다. 알렉은 이렇게나 따스하다…… 살아있으니까. 그래도 언젠가 너는 나를 내버려 두고 죽겠지. 그러면 나는 오늘 같은 날에 느낀 너의 온기를 잊지 않도록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어.
너는 살아있어.
너는 아직 살아있어……
후, 하고 파우스트는 촛불을 불어 끈다.
폭풍의 계곡은 고요해서 좋다. 파우스트는 과거의 잔상을 떨쳐내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고양이들이 상태가 이상한 파우스트를 걱정하는 것처럼 근처로 모여든다. 괜찮아, 위험하니까 저리 가렴, 하고 녀석들을 다시 멀리로 보낸다. 잠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모닥불을 피우던 도중이었다. 저번에는 수염이 타버린 적도 있으니 어지간해선 불에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불이 꺼졌는지는 제대로 확인해야 해. 그건 파우스트의 입버릇이기도 했다. 그 녀석은 꼼꼼하지만, 가끔 마음이 앞서 나가버리는 일이 있다. 작은 불씨가 옮겨붙어 거대한 숲을 태울 수도 있다. 불을 다룰 때에는 조심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파우스트는 모닥불이 완전히 꺼졌는지를 두세번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야에 들어오던 불꽃은 사라졌지만, 열은 여전히 남아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추위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감각과도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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