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한 마리
레노파우
레녹스에게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
레녹스 램은 마법사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그랬고, 고향에서도 남들 몰래 마법을 쓴 적이 있으며, 혁명군 안에서도 마법사로서 자신의 주군을 모셨다. 그런 레녹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법을 쓰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주.
지금도 그랬다.
잃어버린 양은 마법으로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레녹스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직접 수풀을 뒤져 양을 찾고 있었다. 뒤늦게 플로렌스 형제에게 “마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소리를 듣고 “아”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부터는 순조로웠다. 주문을 외우고 양의 기척을 찾아가면 될 뿐인, 무척 기초적인 탐색 마법이다.
하지만, 그 끝에 도착한 것이 주군의 방문 앞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레녹스는 노크를 하면 좋을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다. 손을 들어서 노크를 하려다가도, 혹시 잠들어 계시면 어쩌지 고민하고, 자신의 마법이 틀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방 안에 있던 파우스트였다.
“들어와도 괜찮아.”
문이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열렸다. 파우스트가 마법으로 열어준 것이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인 것은 침대에 걸터앉은 파우스트였다. 그의 무릎 위에는 하얗고 보들보들한 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군의 무릎을 침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말, 어쩌면 좋은 걸까?
“죄송합니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사라져서…”
메에에,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파우스트는 상냥하고 자상한 손길로 양을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하지만 좀 더 조심하는 편이 좋아.”
특히 북쪽의 마법사들에게 발견되는 것은 위험하니까. 파우스트는 양을 끌어안은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레녹스는 파우스트가 여기까지 걸어오게 하는 것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성큼성큼 파우스트의 앞으로 다가갔다.
팔을 내밀어 양을 건네주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순간, 파우스트는 발이 꼬여 앞으로 넘어졌다. 레녹스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그의 몸을 받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던 탓인지, 파우스트 방바닥에 이것저것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레녹스도 함께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방바닥보다는 침대 위가 낫겠다 싶어, 레녹스는 파우스트를 바로 끌어안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두 사람 몫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침대는 끼익 거리는 비명을 내질렀다. 양은 도중에 깡총 뛰어넘어 둘에게서 벗어나 바닥에 앉았다.
레녹스는 (의도치 않게) 파우스트를 제 밑에 깔고 나서야 마법을 쓰면 좋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무례를 사과하려고 했지만, 순간, 파우스트의 눈동자에 사로잡혔다. 자수정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호소하는 것처럼 레녹스를 올려다보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분이다. 레녹스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전장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고 앞을 향하는, 모두를 이끌어주는 그 용맹한 뒷모습을 사랑했다. 그런 파우스트가 가끔 레녹스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그것은 레녹스가 믿을 수 있는 종자이기 때문이었고, 둘의 관계가 꽤 깊었기 때문이었다. 레녹스는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기에 단 한 번도, 이렇게, 파우스트를 하물며 침대 위에서 덮치는 것 같은 꼴이 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파우스트의 입이 움직인다. 레노, 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서는……
달칵,
“파우스트. 물어볼 게 있는데……”
노크도 없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는 것은 대체로 한 명 밖에 없었다. 시노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가, 침대 위에서 미묘하게 겹쳐있는 둘을 발견하고, 씨익 웃었다.
“하는 수 없군. 히스한테 물어볼게.”
“아니, 저, 이건……”
레녹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경 쓰지 마. 다음부턴 문을 잠그는 거 잊지 말라고.”
레녹스의 해명은 듣지도 않고, 시노는 손을 흔들어주고 방을 나갔다. 무척 친절하게 문을 잠가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아까보다 더 수상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건 레녹스에게 있어서 아주, 아주 큰 문제였다. 파우스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레녹스의 팔을 붙잡았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시노가 장난친 거니까.”
미묘하게 후훗, 하는 듯한 미소는 그런 거였을까. 파우스트의 말에 납득한 레녹스는 엉거주춤 일어났던 몸을 완전히 일으키고, 제 양을 안아 들었다. 가방에 양을 넣어주자 금방 제 자리를 잡고 편하게 앉아있었다.
“모처럼 왔으니 차라도 마시고 가. 최근에 학생들하고 시장에 가서……”
파우스트는 그렇게 말하며 찻잎을 꺼내왔다. 레녹스는 제 자리를 잘 찾아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제가 할게요, 손님은 너야, 하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눴지만 지금은 레녹스도 차를 내어지는 쪽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 레녹스와의 관계는 진전되고 있다. 파우스트는 그게 좋았다.
그리고, 사실은…… 오늘도 레녹스와 만나고 싶었다. 핑계, 랄까 명분이랄까, 미아가 된 양을 보호한 것도 조금… ‘의도적’이었다. 굉장히 피가로 같은 짓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파우스트는 순순히 반성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가끔은 용기가 넘치고 모험심이 강한 장난꾸러기 양에게 감사해야 할 일도 생긴다. 파우스트는 다음에 만났을 때를 대비해 맛있는 먹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생각하며, 레녹스의 잔에 차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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