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 말차
알렉 그랑벨과 레녹스 리퀘 받았습니다! “레녹스, 포옹할까?” 그것은 언제나와 똑같은, 혁명의 어느 날… 하지만 파우스트가 부상자의 구호에 나서 알렉과 단 둘이 남겨진— 레녹스에게 있어서 특별한 날의 일이었다. 최소한의 처치를 마친 알렉은, 파우스트를 더 급한 환자에게 가라며 내쫓듯 밖으로 나가게 했다.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어 구호반을 도와주기는
레노파우에 천명조(NCP) ‘지옥 같은 순애’ 리퀘스트입니다. 빗자루에서 몸을 내리고, 파우스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남쪽의 레이타 산맥. 파우스트는, 이변의 조사를 위해 남쪽-동쪽의 마법사와 남쪽 나라를 찾았다. 보고에 따르면 《거대한 재액》이 다녀간 이후부터 야생동물들이 유독 친근하고 경계심이 없어지고, 작물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파우스트 라비니아는 그날도, 그날의 꿈을 꾸고 있다. 행복한 때를 잘라 분리하는 것처럼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이제는 너무 멀어져 버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때를. 처음 만난 날. 파우스트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알렉은 그런 파우스트의 비밀을 함께 끌어안아 주었다. 알렉은 이상한 아이였다. 상냥하고, 강인하며, 누구보다도 용감하지만 순수하기도
‘알렉 그랑벨’은 신기한 인간이었다. 많은 인간을 수호하고, 죽이며 살아온 나에게도, 그는 희귀하다는 인상이 박힐 정도로 유별난 존재였다. 대담하면서도 겸손하고, 용감하면서도 무구하며, 냉정침착하면서도 몽상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우스트와 다르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런 아이가 북쪽의 대지에서 살았다면, 분명, 마을을 박차고 뛰어나갔을 것이라고
답을 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스노우. 나를 좋아하는가? 그럼, 정말 좋아한다네. 답을 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화이트. 나를 좋아하는가? 그럼, 정말 좋아한다네. 상대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 어떤 곤란하고 짓궂은 질문에도, 반드시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서로에게 진솔하고 솔직하게 사랑했다. 서프라이즈는 좋
‘현자의 혼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마법사에게 문양을 부여한다’ 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쓰는 적폐글. 현자님 관련 날조가 있습니다. 랄까 날조밖에 없습니다. 오직 날조. just 날조로 승부. 설원. 거대한 설원 위에, 달이 하나 떠 있다. 그 위를 걸어가는 것은 작은 남자아이. 설원과 닮은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발자국이 눈밭에 남는다
처음 꽃을 입에서 토한 날도 곁에 알렉이 있었다. 입에서부터 쏟아져나온 파란색의 꽃잎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색을 하고 있었다. 알렉은 당황하면서도 파우스트의 등을 토닥여주었고, 파우스트는 한참을 입에서 꽃을 내뱉었다. 알렉은 놀라서 도망가거나 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파우스트의 곁에 있어 주었다. 욱신거리는 고통을 속이는 것처럼 파우스트는 꽃을 토해냈다.
정찰, 이라는 핑계를 덧붙인 산책을 다녀왔다. 알렉이 함께 나가자며 파우스트를 끌고 나갔다. 파우스트는 내일 진군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알렉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최근 파우스트가 무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선의를 거부하기도 좀 그렇고… 파우스트는 알렉과 함께 초소 밖으로 나갔다. “
진심으로 믿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평온을, 그들을 향한 사랑을, 주어지는 기적을. 진심을 다해 믿었다. 그들에게 받은 것들을 되돌려주는 순간을, 그 순간 반드시 용기를 가지고 모두를 구할 나를, 영원히 이어질 이 평안과 행복을. 믿고 싶었다. 죽은 그들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제대로 살아있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존재한다고, 돌을
모르는 행복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 행복의 정도를 모르면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마치 고독이라는 불행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많은 것을 알고 난 뒤에 질린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모든 감정은 앞면과 뒷면이 다르지만, 사실은 크게 이어져 있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쿠
긍지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도, 내 곁에는 긍지가 있었다. 광월한 이 영구동토는 그 외에 무엇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긍지를 지키며 쭉 살아왔다. 남에게 깔보이지 않고, 항상 올려다보는 상대가 되도록. 힘의 차이를 보이고 모든 것을 굴복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바보 같은 아이를 만났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앞에 몸을 숙여서 예의 바르게 굴어놓고,
동쪽 나라는, 아마도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법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느새 숨어서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숨을 죽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마녀라는 존재는 늘 그렇듯 누군가에게 공포를 사고 만다. 사람들 앞은 두려웠다. 쫓겨나는 삶에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터전을 찾아 헤맬 때마다
파우스트가 레녹스의 방랑시절에 떨어졌다는 레노파우 순수 날조 글입니다. 원사제(CP아님이라고 생각함)가 등장하거나 합니다. 쓰다보니 ‘아니, 그래서 이 글은 대체 왜 쓰려고 했지…’ 라는 기분이 되어서 업로드를 꽤 망설였다는 저의 TMI도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모바일 웹에서 열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1.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늦은
레녹스에게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 레녹스 램은 마법사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그랬고, 고향에서도 남들 몰래 마법을 쓴 적이 있으며, 혁명군 안에서도 마법사로서 자신의 주군을 모셨다. 그런 레녹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법을 쓰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주. 지금도 그랬다. 잃어버린 양은 마법으로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레녹스는 이곳
오즈는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새햐안 눈밭. 아무것도 없기에 비로소 자신의 장소가 될 수 있는 북쪽의 대지. 바람이 눈을 훑고, 가지를 흔들어, 저 먼 하늘로 떠나가던 날. 조용했던 정령들이 유독 시끄럽게 굴었던 날. 보통 이런 날에는 침입자가 근처에 있다. 오즈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날 중 하나였다. 오즈는 기본적으로 고요한 장소를 선호한다. 강제
그 날은 유독 오웬에게 있어서 최악의 하루였다.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주워 먼지를 탁탁 털어낸 오웬은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갑자기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며, 미스라가 쳐들어 들어온 것이 1시간 전. 그런 미스라한테 살해당한 것이 20분 전. 심한 꼴을 당해서 복구하는데 20분이나 걸리고 말았다. 저항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스라에게 이길 수 없
분수의 물방울이 반짝거려 보석이 되는 순간, 심어두었던 나무가 처음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 창가 너머에서 웃고 있는 그 아이를 발견한 순간. 시노는 그런 순간들이 전부 좋았다. 춥고 어두운 밤, 히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기분이 될 수 있다. 내일의 해가 뜨지 않을 것 같아도 다음 날 아침 꽃나무를 꺾어가면 히스는 웃어준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카인은, 지금 영광의 거리에 있다. 계기는 사소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서 마나 에리어에 앉아있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기분이 들자마자 출발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문 앞에 오웬이 서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카인은 평소에는 조금 둔한 면이 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안 좋은 예감이 딱 들어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진한 눈망울을 하
세기의 천재 무르 하트. 그를 칭하는 말은 수십 개가 넘지만, 샤일록이 그를 향해 품은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상의 그 어떤 단어를 가져와 화려하게 치장한다고 한들, 분명 샤일록은 그 답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어떤 단어를 써도 의미가 퇴색되어버리고, 무슨 언어를 사용해도 전달되지 않으며, 전하지 않고 계속 담아두기에는 너무 거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문명은 짧다. 피가로는 그 덧없음을 알고 있다. 100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수백 개의 문명을 불태우고, 수백 개의 문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랑’도 비슷했다. 피가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이었다. 피가로는 영원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고향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쌍둥이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고, 훗날 마
액자 앞에 서 있다. 파우스트는 중앙 나라에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안 좋지만, 지금은 특히 더 그렇다. 오늘은 초대 국왕•알렉 그랑벨의 축일. 거리에 축복이 넘쳐나며, 모두가 웃는 얼굴을 하고, 이 행복한 날을 즐기고 있다. 그 틈새에, 유일하게 웃을 수 없는 사람이 서 있다. 파우스트는 저주상이니까, 축복 사이에 끼어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민중들의 웃는
여전히 붕 떠 있는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 네로는 흔들리는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도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도 했다. 네로는 맥주가 담겨있는 컵에 입을 대고, 홀짝인 다음, 다시 바다로 시선을 옮겼다. 차가운 밤바다의 공기가 스며든다. 그것은, 몹시, 자유를 닮았다. 과거의 네로는 상자 속 구슬이었다. 자신이 태어난 알
믿었던 스승이 사실 용이었다, 라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 걸까. 파우스트는 부채로 가린 시야 너머로 앵운가를 바라보았다. 파우스트가 스승의 거짓말에 침울하거나 말거나, 오늘도 앵운가는 활기차고 평화로웠다. 예전에는 자기도 이 틈 사이에 섞여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더 침울해지는 기분이었다. 파우스트는 떠들썩한 공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처럼, 숲속으로 들어갔다
밤이라고 말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새벽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이른 애매한 시각. 아키라는 눈을 떴다. 잠자리가 특히 안 좋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가끔 이유도 모를 이유로 잠에 깨고는 했고, 조금 산책하다 보면 금세 잠들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아키라는 남몰래 이곳저곳을 탐험한다. 저번에 1층에 내려갔을 때는 잠들지 못하는 미스라가 복도에 누워있어
브래들리는 딱히 뭐라 할 것도 없이 소파에 누워있다. 대체로 저녁 식사를 만들던 녀석이 없고 직접 챙겨 먹을 기분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보단, 직접 챙겨서 먹어봤자 맛이 너무 없기 때문에-브래들리가 요리를 못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먹는 음식이 질이 좋은 게 문제다- 의욕이 나지 않는다. 네로는 어디로 갔는지. 어제, 희귀하다는 마법 도구를 훔쳐 온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대체 뭐였을까. 피가로는 쭉 기지개를 키고 나뭇가지에서 폴짝 뛰어내린다. 사실은, 지금부터 그것을 알아보러 가는 참이었다. 지금의 피가로는 고양이다. 제대로 네발로 걷고, 꼬리도 살랑거리고, 귀도 쫑긋하는 어딜 봐도 평범한 고양이다. 방금 오즈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지나갔지만 평범한 고양이다. 그야 어쩔 수 없지, 나는 약하기만
가벼운 마음이란 뭘까. 진지하게 고민한다니 뭘까. 생각의 깊이는 어떻게 전해지는 걸까.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밤을 몇 번 지새웠는지? 실행하고 몇 번을 포기했는지?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브래들리를 향한 이 생각이 사라질 수 있는 걸까. 네로는 떠오르는 날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로” 그래도, 된다면, 그와
피가로 가르시아는 32세의 상냥한 의사 선생님이다. 남쪽의 마법사로 소환되어, 슬로우 라이프에 약간의 부담을 가한 채로 살아가는 중이다. 피가로 가르시아는 1500세 이상의 무서운 북쪽의 마법사다. 그 예지는 모든 진리를 뛰어넘었다고도 하고, 답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내려준다고도 한다. 세상에는 앞면과 뒷면이 존재한다. 은화에도 앞뒤가 있고, 카드에도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차려준 요리를 먹어주는 모습이 기쁨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던 때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앉은 의자가 피투성이인 것이 늘 있는 일이 되어버린 날이.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브래들리가 다쳐서 돌아오고, 평소랑 똑같이 저녁밥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가. 시트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간다. 마음은 수만가지 생각이 얽혀가며 뜨거
파우스트는 침대에 무거운 몸을 눕혔다. 파우스트는 항상 그와 함께한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그릇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증오와 원망으로, 눈을 감고 있을 때는 달콤한 꿈의 사랑으로. 오늘도, 또, 마찬가지였다. 이 꿈의 끝은 언제나 숨통을 죄어오는 불꽃이더라도 파우스트는 그와 함께 행복한 듯 웃는다. 알렉은 손이 많이 가는 소꿉친구였다. 덤으
오즈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분명… 현자와 중앙의 마법사가 함께 조사하러 왔을 것이다. 도착했을 때까지는 분명 모두가 함께였다. 하지만 리케는 신기한 것을 봤다며 혼자 떠나버렸고, 그 기세를 이어 카인은 현자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붕괴성의 돌은 여러모로 귀찮아서, 사실 오즈
그동안 함께 지내오며 엇갈림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 둘은 세간에서 말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해본 적은 없었다. 아서는 고개를 숙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마주 본 두 켤레의 신발. “그건 저에게…… 알려줄 수 없는 것인가요?” 평소의 그들이었다면, 이런 무거운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서가 고개를 숙이고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마치,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마치, 그를 바라보면 드는 갖가지 생각처럼. 오웬이 카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잔뜩 있다. 그 눈, 특히 그 눈이 싫었다. 누구에게나 웃어주는 순진함도 싫었다. 타인을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뻗는 손도 싫었다. 너무 반짝이는 탓에 뭉개버리고 싶었던 여름꽃 같은
오즈도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 피가로, 아니, ‘피가로 가르시아’는 생명을 사랑한다. 적어도 무의미한 생명이 하나의 끝을 맞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보살피는 것을 좋아하는 주제에, 세계 지배에 어울려준 이유를, 오즈는 모른다. 만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알고 싶다고 생각할까? 오즈는 그것조차도 모른다. 아마, 피가로라면 답을 알고
지금의 마법사는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하다. 힘든 의뢰 탓에 3일째 철야를 맞이한 끝에 겨우 복귀할 수 있었던 파우스트가 통보받은 것이었다. 북쪽의 마법사들이 대판 싸워, 엉망진창으로 마법을 사용하고, 온갖 마력이 얽혀 수습이 불가능해진 끝에, 결국 오즈가 마법사를 둘러싼 모든 기운을 초기화하게 되었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며, 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