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

위에서 알 수 있는 것

피가파우

액자 앞에 서 있다.

파우스트는 중앙 나라에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안 좋지만, 지금은 특히 더 그렇다.

오늘은 초대 국왕•알렉 그랑벨의 축일. 거리에 축복이 넘쳐나며, 모두가 웃는 얼굴을 하고, 이 행복한 날을 즐기고 있다.

그 틈새에, 유일하게 웃을 수 없는 사람이 서 있다. 파우스트는 저주상이니까, 축복 사이에 끼어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민중들의 웃는 얼굴 따위 최악이다. 행복한 날 따위 망해버리라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알렉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쪽 팔을 잃고도, 알렉은 계속 그림을 그렸다는 것 같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은 그의 기일에 맞춰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민중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파우스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화형이나 전시회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알렉은 위에 있고, 자신은 민중들에게 볼거리였다. 그래도 이 장소를 떠날 수는 없었다.

현자의 마법사 일동, 그 전시회의 개최사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직접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한 것은 아서 뿐이고, 다른 현자의 마법사들은 앉아있기만 해도 된다고 말했다. 현자의 마법사. 그 직책이 없었다면 파우스트는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최식이 끝나고, 모두가 박수를 칠 때, 파우스트도 박수를 보냈다. 그 안에 찬사 따위는 들어있지 않았다. 텅 비어버린, 껍데기. 지금의 자신과 같다고 파우스트는 생각했다.

모두를 축복하고 싶었다. 모두를 축복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실제로 축복하려고 했던 순간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 모두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불행하게 죽어가는 누군가가 없었으면 했다. 파우스트는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던 때가 있었다.

초대 국왕 곁에 서 있는 성인(聖人)은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누구냐, 그 녀석은, 하고 반박하고 싶어져 입을 꾹 닫았다. 파우스트는 무언가가 말하고 싶어졌을 때 반드시 입을 닫는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저, 정말로

이 그림 속 존재처럼 성인(聖人)으로 남을 수 있었다면… 분명…… 누구에게도 버림받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파우스트는 억지로 몸을 돌려 액자에서 멀어졌다. 알렉이 어떤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더라도, 파우스트는 이제 알렉이 알던 그가 아니었다. 모두의 축복을 빌어 행운을 베풀던 청년은 없다. 파우스트는 이제 알렉의 곁에 나란히 설 수 없는 것이다.

이정도면 충분히 어울렸다. 파우스트는 적당히 핑계를 대고 돌아가기 위해 현자의 모습을 찾았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 동쪽의 마법사들이어도 좋았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익숙한 얼굴을 찾았다.

그리고, 성 파우스트의 그림 앞에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머리카락. …한 번 발견하면, 무시하기는 어려워진다.

그의 생각이 궁금한 것은 아니다. 파우스트는, 단지, 그가 이 그림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둘의 관계에 있어, 상대를 올려다보는 쪽은 언제나 파우스트였다. 공경해야 할 위대한 스승을 내려다 보다니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됐다.

파우스트는 피가로의 곁에 섰다.

“그립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피가로는 파우스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피가로는 언제나 파우스트가 생각하는 것을 알아차려 준다.

“아, 너는, 알렉을 향해 이렇게 웃고 있었지…… 하고.”

하지만 파우스트는 단 한 순간도 피가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림을 올려다보는 피가로의 표정은 정말로 그리워하고 있었고, 동시에 질투하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피가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일한 스승이었다. 파문당한 후 누군가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피가로는 또 새로운 제자를 받았을까. 파우스트는 궁금해도 물어보지 않았다. 피가로는 그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먼저 설명해주지 않았다.

파우스트가 제자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답을 얻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파우스트는 답을 얻으려 하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에 안주하여 진실을 외면한다.

“나는.”

존경하던 스승에게도 버려지고, 믿었던 친구에게도 버림받은 탓이다. 자신을 쫓아와 준 종을 두고 떠난 탓이다. 파우스트가 고개를 돌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분명 언젠가는 나처럼 고개를 들지도 내리지도 않게 되겠지. 그 무엇도 무언가가 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피가로는 그렇게 상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그와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들었지만, 만일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우스트가 행복하기를 바라니까. 파우스트가 더 이상 답을 찾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그의 행복이라면, 피가로는 답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는 답을 들이밀어 그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당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지.”

그 아이는 결국 답을 찾아 떠나려고 한다. 파우스트는 자기 자신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피가로의 눈에 비치는 파우스트는 변하지 않았다. 많은 일을 겪고도 파우스트는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모두가 찬사하는 그림 속 성인(聖人)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반짝임이다. 피가로는 액자 속 온화한 사람에서 시선을 떼고 곁에 있는 파우스트를 바라본다.

피가로를 바라보는 파우스트의 눈동자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돌아올 답을 조금 겁내면서도, 기대하고, 진중하게 받아들이려는 눈. 파우스트의 그런 눈이 좋았구나― 하고 피가로는 웃었다.

“알렉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표정.”

돌아온 장난스러운 대답에 파우스트는 노골적으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시선을 돌린다.

“……그 정도는 아니잖아.”

피가로는 농담이야, 농담, 하고 내뱉은 말을 수습해봤다.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알렉이라면 분명 상상도 해본 적 없는 표정이겠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봐야만 알 수 있는 눈동자의 반짝임을. 그건 분명 이 세상에서, 오직 피가로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식을 베푸는 대마법사가 후세에게도 물려주지 않는 유일한 것. 그 무엇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그가 딱 하나 끌어안고 있는 것.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도, 혼자서 차가운 돌이 되어버린 후에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파우스트 본인에게까지도. 피가로는 말을 삼키는 것처럼, 또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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