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에는 바람
브래네로
*1.5부 행운의 반지의 행방
퇴고 X
그날 또한 재난이었다. 네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져 아수라장이 된 침실을 치우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변화의 시대였다. 불온한 소문 따위들이 북쪽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이래로 분쟁은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세력의 불균형만을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날을 곤두세우고, 가끔은 서로를 물어뜯었다. 물론 죽음의 도적단 또한 이에 끼지 않을 순 없었다. 불필요한 다툼은 벌이지 않더라도 걸어온 싸움을 받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니까, 요를 말하자면 이렇다. 브래들리가 크게 다치는 일이 잦아졌다. 집단의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생채기 따위가 아닌, 강한 마법사와의 일대일 싸움에서나 입을 법한 치명상이 교묘하게 급소를 스친 것이었다. 도적단을 못마땅히 보거나, 토지를 탐내거나, 혹은 재물에 흥미를 갖는 다른 마법사들의 침법이 유독 잦아졌지만 가용 인력은 기껏해야 한 손에 꼽을 정도. 그마저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중간한 마법사들은 강자 앞에서 한 톨 먼지와 같이 취급되곤 했으니 나서 보았자 목숨을 함부로 내다 버리는 꼴이나 매한가지다.
결국 직접 나서는 건 브래들리와 네로. 오직 두 사람이 되었다. 꽤나 떨어진 곳에 세력권을 꾸린 마녀였으므로 평소 경계도 하지 않던 상대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버거운 싸움이 되었다. 기나긴 교전 끝에 겨우겨우 몰아세워 쫓아낼 수야 있었지만, 마녀의 기척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브래들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상처를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던 네로는 급히 브래들리를 낚아챘다. 브래들리는 축 늘어진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아아, 또 허세를 부리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자신은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야 어디서 뜯어냈는지도 모를 천으로 브래들리의 옆구리를 짓누르지만, 이미 깊게 베인 지 오래인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피는 막을 수가 없었다. 점점 흐려져 가는 기척이, 마비된 감각으로도 선명히 느껴지는 피 냄새가, 금세 얼어붙기 시작한 브래들리의 맨살이 네로의 정신을 짓이겼다. 그러니까, 주문을 차마 외지도 못했다. 치유 마법을 떠올리지조차 못할 정도로 멍청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낯선 기척이 사라짐을 느낀 구성원들이 달려와 수습을 도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손짓이 오가며 브래들리를 살폈다. 마력을 계속해서 흘려보내면서 상처를 틀어막고, 다급하게 그를 침실로 옮겼다. 그 후로도 꼴사나운 난리 통이었다. 침구는 엉망으로 반쯤 바닥에 널려있었으며, 소중히 다루던 술잔을 두세 개는 깨 먹었다. 피에 흠뻑 젖은 천들도 아무렇게나 널린 채로 물건들을 더럽히고 있었다. 상황이 급했으니 그딴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던 게 당연했으며, 게다가 네로의 경우, 그 재난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도저히 손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에는 브래들리와 네로, 단둘뿐이었다. 기껏 도우러 온 사람들을 네로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전부 밖으로 내보냈으니까. 그러나 네로는 간병을 하기는커녕, 브래들리를 바라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전부 무슨 소용일까. 아수라장이 된 방을 치워본들, 지저분한 핏자국을 닦아내 본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터인데. 다시금 네로는 닫힌 세계에 갇히고 만다.
그리고 그런 네로에게 손을 뻗는 역할은 자연스레 브래들리에게 쥐어진다. 그게 자의에 기반한 것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문득, 사경을 헤매던 브래들리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제야 얻어맞기라도 한 듯 정신이 든 네로는 다급하게 그 곁으로 달려갔다. 고통에 꾹 눌러 쥔 침대의 시트 끝자락이 흉하게 주름져 있었다.
브래드, 눈 떠 봐. 정신이 들어? 자지 마, 잠들면 안 돼, 자지 말라고…. 몇 번이고 불렀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 초조함에 휩쓸려 거칠게 어깨를 흔들어 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잠시 고통에 눈을 뜬 것도 같았지만, 금세 눈꺼풀은 닫히고 말았다. 어쩌면 익숙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안도한 걸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대답이 없는 브래들리는 휴지기에라도 들어선 양 꿈쩍도 않았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고요한 숨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시체와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꼴에 괜히 괘씸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뭐라도 해야만 이 뒤틀린 심사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았던 네로는 무심코 브래들리의 손을 바라보았다.
브래들리의 손은 마치 값진 전시대처럼 미려한 장식으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노라면, 그건 단연코 행운의 반지다. …네로가 언젠가 무릎 꿇어 헌상했던 물건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래들리의 손에 직접 반지를 끼워주곤 했었지만, 이제는 전부 먼 얘기가 되었다. 네로가 먼저 싫증을 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오늘과 같은 재난이 들이닥친 언젠가의 일이다. 참다못한 네로가 브래들리에게 윽박질렀다. 더는 안 해, 행운의 반지니 뭐니가 무슨 소용이야. 그런 게 있어봤자, 넌…. 네로가 힘없이 주먹을 풀자, 행운의 반지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듯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내다 버리다시피 구는 손짓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브래들리는 태연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브래들리는 조금 쓸쓸했던 것 같다.
쌀쌀맞게 굴지 마, 파트너…….
브래들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네로를 달래었다. 다시는 이 반지를 놓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신에게 헌상해 주었으면 한다고. 네로는 거부하지 못했고, 이로써 네로가 브래들리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것은 그날이 마지막이 되었다. 분명 자신이 그렇게 만들게 될 것이다. 애당초 자신이 헌상한 것이렷다, 다시 훔쳐내는 것은 마땅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반지를 빼내는 일은 쉬웠다. 조심스럽게, 가지런한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검지와 중지로 마찰 없이 스치듯 잡아뺀다. 곤히 잠들어있는 브래들리가 이토록 섬세한 움직임에 깰 리가 만무했다. 네로가 뺨을 갈기지 않는 이상, 어쩌면 그보다 더한 짓을 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긴장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손쉽게 브래들리의 손에서 멀어지는 반지를 보니 야속한 기분까지 들었다.
도망치듯 뒷문을 나선 네로는 텅 빈 눈밭을 향해 조금 걸었다. 네로는 반지의 처분에 대해 고민했다. 절벽에서 떨어뜨릴까, 모른 척 상인에게 팔아버릴까, 땅속 깊이 파묻어버릴까. 이상하게도 그 어느 것도 내키지 않았다.
결국, 네로는 반지를 멀리 던져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공중에서 몇 바퀴를 헛돌던 반지는 금세 가까운 발치에 떨어지고 말았다. 푹신하게 쌓인 눈은 반지가 묻히는 소리조차 집어삼켜 버렸다. 결국 반지는 다시 네로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찾을 수도 없는 곳에 버릴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용기는 낼 수 없는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실은 행운의 반지에 신비한 가호 따위는 없다는 것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소유자를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준다는 건 기원조차 뚜렷하지 않은 단순한 속설임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네로는 마지막 희망을 그 반지에 걸어보곤 했다. 신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맞잡고 간절히 빌곤 했다.
그게 전부 쓸모없는 짓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의외로 긴 시간이 걸렸다. 이 모든 비극이 결국, 브래들리가 행운을 맹신하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그 자리를 채워가는 동안 네로는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세우게 되었다. 브래들리의 믿음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네로는 그 무게에 매몰될 것만 같았다.
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잔챙이인 자신보다도 우두머리를 먼저 치려 드는 것이 당연하다. 북쪽의 강함의 본질은 순간의 압도적인 출력에 있으니, 사소한 장단을 재는 것은 그리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자신의 강함과는 관계가 없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을 너무도 늦게 깨달은 것이다. 결국 자신이 브래들리와 비슷한 정도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래로 호흡이 엇나갔고, 기껏 맞춘 수신호조차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곤 했다. 그건 브래들리가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채고 있을 터인데. 브래들리는 네로를 추궁하지도,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눈치를 살필 뿐….
네로는 결국 반지를 버리지 못했다. 반지를 주워 주머니에 깊게 찔러넣고선, 다시금 걸음을 뒤로했다. 치명상을 입은 보스를 두고 오래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짧지만은 않은 시간 동안 궁상을 떨고 돌아오니, 브래들리가 언제 쓰러졌냐는 듯 멀끔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방과는 달리,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은 어느새 평소의 형태를 되찾았다. 죽음의 문턱을 오간 사람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에 네로는 허탈하다는 듯 숨을 뱉었다.
“옷이 쫄딱 젖었는데. 어디 다녀왔나 봐?”
“그냥, 이 앞에 잠깐….”
브래들리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인상을 찡그리곤 머리를 꾹꾹 눌러대기 시작했는데,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질적으로 보였다. 과장된 듯한 말투로 브래들리가 물었다.
“아, 골 아파. 별일 없었지?”
“…그게 할 말이야?”
“아아. …그러니까, 다른 놈들은 다 무사하냐고.”
무사하고말고! 그 대신으로 브래들리에게 부담이 지워졌으니까. 네로는 굳이 말로 쏘아붙이진 않았다. 또 화를 돋우고 말았다 싶었던 브래들리는 굳이 네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했다. 대답을 듣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네로가 있으니 무사한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믿었기 때문이리라.
대신, 브래들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듯이. 네로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켰다. 반지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브래들리도 금세 눈치챈 모양이었다.
브래들리는 언뜻 초조한 듯이 머리맡을 살폈지만 결국 얼굴에서 낭패를 지워내진 못했다. 네로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에 끼워준 이후로 브래들리는 행운의 반지로 증명하고자 했다. 자신이 먼저 소중히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지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임을 몸소 보여준다면 네로의 마음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둘도 없는 소중한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손을 어루만지고, 수줍어하며 반지를 헌상하는 모습도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네로가 그의 속을 알 길은 없었지만. 브래들리가 난처하다는 듯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 반지가 없네. 네가 줬던 거 말야.”
“……오는 길에 떨어뜨린 거 아냐?”
네로는 시치미를 뗐다. 뻔한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의아할 정도로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손님이었다. 악천후를 뚫고선 불쑥 찾아와선 하는 요구가 ‘잠시 몸을 숨기게 해달라’라니, 그야 수상쩍은 것이 당연했다만 그것만이 깊게 남은 인상의 원인은 아니었다. 그는 어딘가 쫓기는 듯도 했지만, 그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불안에 찬 모습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안식기에 접어든 것처럼 평화에 젖어선 모든 걸 포기해버린… 그런, 북쪽에선 도통 찾아볼 수 없는 낯빛을 보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무언가 위험한 일에 휘말린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 손님은 선불로 일주일 치 대금을 맡겨두곤 여관 2층의 가장 구석진 방에 자리 잡았다. 비수기인 탓에 방이 몇 개고 비어있었으므로, 개중에 가장 값진 방을 쓸 것을 권해보았지만 그의 고집은 묘할 정도였다. 그런 사치는 자신에게 필요 없다나 뭐라나. 사정을 캐물을 처지도 아니었기에 그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는 이 이상 없었다.
다만 그의 거동을 보아 극북으로부터 도망쳐온 이름 모를 마법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째서 인간의 행세를 하고 있는가, 어째서 북쪽의 마법사가 꼴사나운 도망 따위를 하고 있는가… 의문이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위험한 일에 엮이는 것만큼은 결단코 사양이었다. 결국 그와의 교류(에 그나마 가까운 무언가)는 그저 하루에 세 번, 식사를 방문 앞에 두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미리 확인받은 대로, 그가 이렇다 할 소란을 피우는 일은 없었다. 큰 사건에 피해를 보는 일도 결과적으론 없었다. 굳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가 방에 들어선 지 겨우 4일째가 되는 새벽에 대뜸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어쩐지 부산스러운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방의 상태를 살피러 간 것뿐이었는데. 마법사는 원래 변덕스러운 족속들이라곤 하지만, 경우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 싶었다. 그가 지불한 선금을 이미 급전으로 탕진한 직후였기에 더더욱 곤란했다. 본능적인 공포가 앞선 나머지 그를 막아 세우고자 했지만, 그는 도저히 잡으려 해도 잡힐 것 같지 않은… 그런 달관한 듯한 어투로 말했다. 돈은 됐으니 아무 말 말아 달라고.
몇 안 되는 짐을 한데 모으는 그의 뒷모습은 참으로 홀가분해 보였다. 그러나, 어쩐지 옅은 존재감에 비해 그에 대한 기억은 평생토록 강렬하게 남아있을 것만 같은, 그런 강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참으로 수수해 보이는 인물인데도. 짐도 낡은 옷가지 몇 벌, 비상금이 든 주머니, 정체 모를 풀 한 움큼…. 그것이 전부였다. 침대 위에 놓인 짐들이 하나둘씩 작은 짐가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문득 화려한 반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섬세한 장식과 언뜻 강렬하게 빛나는 광택, 그 무엇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반지. 분명히 값진 물건임이 틀림없을 것 같아 무심코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아, 팔면 꽤 돈이 될 물건이야. 100년쯤 묵혀뒀다 처분해 버려.”
도저히 인간의 셈이라곤 볼 수 없었다…. 100년씩이나 묵힐 정도면 그건 가보나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애초에 그만한 시간동안 묵혀야 하는 거라면 역시 훔친 물건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한편으론, 그렇게 훔쳐낸 진귀한 물건을 당장이라도 내다버릴 듯 구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그렇지만 위험한 물건을 맡을 순….”
“그냥 팁인 셈 받아둬….”
그 말을 뒤로 한 그는 방문을 지체 없이 나섰고, 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떠난 날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한참 동안 일대를 휩쓸던 눈보라가 겨우 잦아들었다. 북방의 대도적, 브래들리 베인이 감옥에 처넣어졌단 호외와 함께. 묘한 기분과는 별개로 통쾌함이 앞선 나머지, 지나가는 행상인에게 반지를 헐값에 팔아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받아낸 푼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 몇 달 만에 환히 개어 눈부시게 빛나던 하늘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하늘의 빛은, 어렴풋이 이름도 모를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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