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

행복을 기원하는 보석

피가파우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문명은 짧다. 피가로는 그 덧없음을 알고 있다. 100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수백 개의 문명을 불태우고, 수백 개의 문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랑’도 비슷했다.

피가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이었다. 피가로는 영원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고향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쌍둥이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고, 훗날 마왕이 될 작은 아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가 하려는 일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저, 피가로 님…… 이건?

그에게도, 처음, 영원을 믿었을 때가 있었다. 눈으로 다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살아가던 작은 마을. 피가로는 그곳에서 작은 신님이었다.

신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그들 곁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는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저 드넓은 대지는 위험하고, 그들은 너무 연약해서 걱정이며, 주어지는 것들 달콤했으니까. 항상 그들의 무사를 축복하며 존재하는 것.

- 부적이야.

하지만 그런 피가로가 혼자 남겨졌을 때가 있었다. 년에 한 번씩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모든 주민들을 돌봐주던 날이었다. 갑자기 생긴 트러블로, 바로 옆에서 피가로를 섬기던 자들도 자리를 비웠을 때가 있었다. 황송해하는 그들에게 괜찮으니 어서 다녀오라고 한 뒤 피가로는 홀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피가로는 눈의 감촉이 궁금해졌다. 신님은 자신의 발로 땅을 걸어서는 안 되지만, 의자에서 내려와 버리고 말았다. 맨발에 닿은 눈의 감촉은 차가워서 깜짝 놀랐고, 손으로 눈을 뭉치니 형태를 갖추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마법으로 눈을 작게 뭉친 뒤 얼리자, 보석 같은 얼음이 되었다.

마을의 아이가 눈을 빛내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어서, 피가로는 얼음을 천에 감싸 선물로 주었다.

그날 이후, 피가로의 얼음은 축복받은 진귀한 보석이 되었다. 매년 한 번씩 마을을 순회하는 의식의 마지막에, 피가로는 그 보석을 만들어 천에 감싼 뒤 딱 한 명에게만 건넸다.

- 앞으로도 스승으로서 동행할 거지만, 둘만의 시간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해서.

- 무언가 마법이 걸려 있는 건가요?

피가로는 웃었다.

그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었으니까. 그들도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아름다움을 모르고, 그저 힘들게 살아가던 자들의 눈동자도 빛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축복의 마법이 걸려있지는 않지만, 주민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든 것이 매몰되는 전날까지는.

- 설마. 그냥 미신이야.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그 얼음에, 정말로 축복의 마법을 걸어주었다면, 그 보석을 가지고 있던 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눈 속에 파묻힌 것들은 대답이 없다. 피가로는 아직도 영원을 모른다. 그는 영원을 본 적 없다. 영원한 줄 알았던 얼음도 눈 속에 파묻혀 빛을 잃었다.

그 아이에게 건넬 때만큼은…… 축복의 마법을 걸어주었다면 조금은 덜 불행했을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또 무언가가 변질되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고향 사람들의 행복을 빌었다. 파우스트의 행복을 빌었다. 그런데, 파우스트의 부적에만 행운을 빌어주는 것은… 그건… 고향 사람들의 행복을 빌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변에 있었던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어라, 동쪽의 마법사들이네.”

동쪽의 마법사들은 집단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파우스트는 특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1위인 입장으로서, 피가로는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과 함께 있는 파우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온화한 듯한 느낌이었다. 또, 자신이 모르는 파우스트가 있다. 그럴 수록 피가로는 영원따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씁쓸해졌다. 살아있는 한 계속 변해간다.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세상에 없다.

“뭐야, 이게.”

“……반짝반짝해서 보석 같아요.”

시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책상 위에 있는 구체를 손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조심성이 없다. 만약 충격을 받으면 바뀌는 구조로 되어있었다면 큰 사고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히스클리프는 파우스트가 설명해주기 전까지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로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파우스트는 크게 한숨을 내쉰 뒤 대답했다.

“부적이야. 참을성이 부족한 아기 고양이를 위해 필요할 것 같아서.”

“아기 고양이가 아니야. 뭔가 특별한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건가?”

파우스트는 문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있었던 인기척은 벽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니, 기척을 숨기고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부적을 만드는 방법은 피가로에게 배운 것이었다. 파우스트는 피가로의 가르침이라면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피가로에게 있어서 사소한 것이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날의 피가로는 말했다. 이걸 가르쳐주는 것은 네가 처음이야, 라고. 파우스트는 피가로를 믿지 않는다. 제자를 내팽개치고 떠난 스승의 마음 따위를 믿지 않는다.

“행운의 마법이라면 상반되는 매개체가 아니라면 어디에라도 걸 수 있어. 잘 녹지 않도록 보온 마법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천에 감싸진 동그란 얼음의 결정.

불에 넣어도 수십 분은 버티도록 만들어진 보석.

소유자의 행운을 빌어주지는 않지만, 결코 쉽게 잃어버리지 않도록 만들어진, 부적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기원.

파우스트는 피가로를 믿지 않지만, 그날의 피가로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인간다움은 있어도 인간미가 결여된 듯한 완전무결한 그 신이, 약간 부끄러운 듯이 빗자루에 부적을 달아주었을 때의 표정을.

“뭐, 단순한 미신이야. 부적을 너무 과신하지 않는 편이 좋아.”

파우스트는 정중한 손길로 둘의 마도구에 부적을 달아주었다. 이 부적에 들어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행운이 아닌 마음이다. 파우스트는 그것을 알고 있다. 설령 자신에게 이 가르침을 준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모든 것이 매몰된 대지에도, 매몰되지 않고 남아있는 마음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뿐이라고 해도. 반짝거리는 보석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어떤 마음은 그런 형태로 세상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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