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다
스노화
모르는 행복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 행복의 정도를 모르면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마치 고독이라는 불행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많은 것을 알고 난 뒤에 질린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모든 감정은 앞면과 뒷면이 다르지만, 사실은 크게 이어져 있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쿠키를 절반으로 나눈다.
마음에 드는 음료를 반씩 따른다.
당연하게도 반씩 나뉜 것들만 나의 양식이 된다. 나와 나의 반신의 세계는 당연하게도 각각 절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의 남은 절반은 언제나 화이트의 것이었다. 화이트와 기쁘게 절반의 세계를 공유했고, 둘이 같은 풍경을 볼 때에는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반으로 갈라지고, 후에 다시 이어 붙인 것. 그런 형태는 당연한 것이었다.
절반. 남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게, 무의미하게, 그저 나누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절반을 나눈다는 것은 나로서 온전해지는 것을 뜻했다. 그렇게 천 년을 넘는 시간을 나누며 살아왔다. 나에게 있어서 ‘나눈다’는 개념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지고도 훨씬 남은 날……
미지(未知)가 물었다.
온전한 것이 궁금하지 않아?
쿠키나 음료수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좀 더 거대한… 어떠한 것. 설명할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것이다.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나누어지지 않은 것은 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 대지에 우리로는 볼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아직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한다.
화이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의 사랑하는 반신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입에 담지 않으면,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혼자가 되고 싶어. 고독이 궁금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소망을 입에 담아버리는 짓은, 해서는 안 됐다.
피투성이가 된 눈밭 위. 차가워진 돌이 툭 떨어진다. 반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화이트는 한 번도 내 세상에서 당연한 것이 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당연한 것이 되었다.
처음으로 절반으로 나누지 않은 것을 먹어보았다. 절반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저울을 들고 와서 하나하나 재보았다면 분명 그 중앙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화이트가 없었다. 나와 절반을 나누어줄 화이트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온전해지지 못한다.
아니… 지금, 나는, 비로소, 온전함을 얻은 것이 아닌가?
내가 그동안 믿어왔던 온전함은 전부 거짓이고, 다른 것으로부터 탈피되어 오직 하나의 개념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굴레로부터 속박되어 바라던 대로 자유에 내던져진 것이다.
아, 그렇구나, 내가 찾는 것은 이런 기분이 드는… 이런 마음이었던가. 언제부터 이 세계가 이리도 좁았던지. 비어있는 공간으로부터 크기를 느끼고, 나의 세계의 협소함이 느껴진다.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화이트를 두고 떠나는 길을 상상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곳에 화이트가 없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미지(未知)의 반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들 한다.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이 스노우돔 안에서 평생, 함께, 함께 사그라져가자. 언젠가 나 또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미래영겁 이곳을 벗어날 일이 없도록. 나는 분명, 여기에서 시작되어 여기에서 끝을 맺겠지. 그걸 위해서는 너를 먹어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너와 나누지 않는 것을. 그날 입에 담은 사랑의 맛은 죄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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