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

마치 보석같이

브래네로

브래들리는 딱히 뭐라 할 것도 없이 소파에 누워있다. 대체로 저녁 식사를 만들던 녀석이 없고 직접 챙겨 먹을 기분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보단, 직접 챙겨서 먹어봤자 맛이 너무 없기 때문에-브래들리가 요리를 못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먹는 음식이 질이 좋은 게 문제다- 의욕이 나지 않는다.

네로는 어디로 갔는지.

어제, 희귀하다는 마법 도구를 훔쳐 온 직후였다. 물건을 들고 돌아가기만 하면 됐는데, 네로가 갑자기 이탈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용건을 마친 뒤에 돌아갈 테니 먼저 가 있으라고.

브래들리의 입장에서, 임무 도중의 이탈을 허락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건 네로가 혼자 떠나면 위험하니까- 같은 생각도 있지만, 그 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배신을 할 가능성.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작전이다. 내부 사항을 전부 알고 있는 녀석을 그냥 풀어줬다가, 그 녀석이 배신자라면, 탈출 루트가 읽혀 일망타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상대가 네로가 아니었다면, 분명,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아넣고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끌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그 네로다.

브래들리는 네로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북쪽에 살아가는 아이치고는 욕망이 없는 텅 빈 소년. 이런 녀석은 얼마 가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죽는다.

브래들리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지만, 네로를 주웠다. 직접 키우기 위해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듯한 결실이 처음으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항상 새하얀 눈밭을 바라보기만 하던 눈동자가, 브래들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혼자 챙기고 싶은 것이 있어. 용건을 마치면 돌아갈게, 라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 끝에, 왜인지 감동적인 기분도 들고 해서…… 어쩌다 보니 브래들리는 네로의 이탈을 허용한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쫓아오는 녀석들을 따돌리는 겸으로 챙기고 돌아오겠다는 소리였다.

네로가 복귀한 것은 그로부터 4시간 30분 후, 밤이 늦어 대지를 비추는 것이라고는 거대한 재액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피투성이인 겉옷을 벗어던지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는 것을 보니 상대의 피인 모양이었다. 이 몸이 직접 키운 녀석이 마법사도 아닌 평범한 인간 병사한테 질 리가 없지, 하고 생각했으니 놀라지는 않았지만.

브래들리는 궁금했다.

대체 갖고 싶은 것이 뭐길래 네로가 억지를 부려서 개별행동을 얻어낸 걸까. 그 저택에서 죽음의 도적단이 노릴 정도로 값어치가 있었던 것은 이미 챙겼다. 요리 시설이 특히 좋은 곳도 아니니까 식칼이나 식기가 갖고 싶었으면 다른 곳을 향하는 편이 좋았다.

허식에 가득 차기만 한, 먼지가 쌓이지 않을 정도로만 보관된 장신구만이 가득한 저택이었다. 정성스럽게 닦이지도 않아 반짝임을 잃은 것으로, 정말로 보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과시를 위해 수집하는 녀석인 게 훤히 보였다.

“이거, 보스, 아니, 브래드.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네로는 두 손에 꽉 쥐고 있던 반지를 보여주었다.

네로가 마치 보물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레 브래들리의 손을 잡았다. 닿은 네로의 손은 방금까지 밖에 있던 탓인지 차가웠다. 마치 처음 떠돌던 네로를 발견한 날처럼. 그리고 언젠가 목숨을 건 귀환을 마친 날처럼. 그때도 똑같았다. 얼어붙은 대지에 노출된 손가락은 차가웠고, 브래들리의 손가락에 끼워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꽉 쥐고 있던 반지는 조금 따뜻했다.

네로는 브래들리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브래들리는 처음 네로에게 받은 행운의 반지도 아직 빼놓지 않고 착용하고 있다. 네로는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네로는 항상 생각했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직, 이 세상에 많이 남아있다고. 그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고. 다른 녀석들보다도, 남들이 누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해도, 내가 발견한 반짝임이 어울리는 것은 당신 뿐이라고.

이 드넓은 대지에서 네로가 기대하는 것은 그거 하나 뿐이었다.

브래들리는 흔들리는 물빛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경애와 사랑에 젖어 반짝이는 시트린의 눈동자.

아, 그런 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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