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

명분

인연조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마치,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마치, 그를 바라보면 드는 갖가지 생각처럼.

오웬이 카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잔뜩 있다.

그 눈, 특히 그 눈이 싫었다. 누구에게나 웃어주는 순진함도 싫었다. 타인을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뻗는 손도 싫었다. 너무 반짝이는 탓에 뭉개버리고 싶었던 여름꽃 같은 사람.

오웬이 카인을 ‘싫어한다’고 말할 이유는 열 개가 넘어간다. 오웬이 문득 생각한 것을 내뱉었다. 그것은 항상 그렇듯 카인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함이었고, 어떠한 변덕이기도 하며, 끝내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고,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그래? 난 좋아하는 것에도 이유가 잔뜩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웬에게 깔려있는 카인이 말했다(어쩌다 깔려있느냐 하면, 오웬이 옆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카인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롭힐 속셈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던 카인 위에 올라탔다. 신경쓰기는 커녕 적당한 부하가 가해져 트레이닝이 한층 잘 되는 것 같아, 카인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래, 바보 같은 기사님은 싫어하는 것 따위 없지.”

오웬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 수 없어서 오웬? 하고 다시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쩐 일로 먼저 말을 걸어와 놓고, 또 멋대로 대화를 끊어버린다.

그러면서도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 여기에 남아있다. 아무리 그래도 난 의자가 아닌데 말이지. 오웬은 도무지 비킬 마음이 없어 보였다. 카인은 결국 체력의 한계를 맞아 조심스럽게 자세를 무너뜨렸다. 오웬은 귀신같이 그걸 알아차리고 카인과 함께 바닥에 넘어진 꼴이 되기 직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인은 바닥에 넙죽 엎드린 상태로 오웬이 뭘 하고 싶었는지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카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오웬은 질린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그렇게 운동해놓고 지치지도 않다니……

“나라도, 싫어하는 것은 있어.”

정말로? 그런 생각을 담아 오웬이 노려보자, 카인이 시선을 살짝 피했다. 기세 좋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없을지도 모른다. 카인은 끝내 못이기는 듯 제 손을 쫙 편 뒤에 하나하나 접어가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을 때, 자신의 나약함을 깨달을 때, 자신 때문에 모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때.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카인은, 조금도 괴롭거나 분노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흥얼거리는 노래를 닮았다.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언가에 증오를 담는 사람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 눈을 하지 않는다. 붉은 머리카락에 가려진 자신의 눈동자는 모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카인의 세계는 언제나 옳은 곳으로 향하는 밝은 풍경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다.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모두를 지키리라고 다짐한다. 그러니 카인은 싫어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어버리겠지만, 결코 그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니까.

끝내 카인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하고 인사하면 웃으며 화답해주는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맑고 깨끗한 강. 내민 손을 누군가가 붙잡아주어야만 세계를 그리는 자신의 상처마저도.

카인은 활짝 웃었다.

너랑 이렇게 함께 하는 것도, 나는 좋아해.

카인의 표정이 밝아지는 만큼 오웬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아, 그런 부분이다.

언제까지나 올곧게, 대지를 비추는 빛. 어쩔 도리가 없는, 완벽한 기사로 있는 존재. 지금도 그저 괴롭히러 온 것 뿐인데, 악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함께 훈련해준 거라고 멋대로 착각해버리는 바보 같은 기사님.

“……시시해.”

이것은… 약간의 명분.

“시시해졌으니 돌아갈 거야. ……《쿠아레 • 모리트》”

“잠깐, 오웬!”

카인이 손을 뻗어봤자, 오웬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저 녀석, 정말로 뭐 하려고 왔던 거지? 카인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웬이 찾아오면 대체로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혼자 훈련할 때 누군가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꽤나? 카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훈련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 없어지니, 조금은 외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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